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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길 몬스타엑스 강동원 이준혁 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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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 라는 인어를 만나고 나서 신기하게도 원우의 행동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수조 안 장난감과 장식물, 해초 따위에 관심을 보였다.

거들떠도 보지 않던 것을 한참동안 이나 빤히 보더니 손을 뻗어 만져보기까지 했다.

다음 날엔 내가 가져온 음식을 먹었고, 더 시간이 흐르자 밥을 가져다주는 내게 까딱, 인사도 했다.


일을 나갈 때 "잘 다녀와" 하는 인사를 받고나선 감격해 바로 출근하려던 것을 때려치우고

인어 옆에 앉아 시간을 보냈다.


하루하루 인어와 가까워지는 느낌에 기분이 좋았다.

권력을 이용한 주 3회 정도의 출근이 익숙해질 무렵,

내 마음대로 휴일을 정했던 날 아침. 


전화벨이 울렸다.

그리고 그 벨소리에

직감적으로, 저 벨소리가 나의 휴일을 끝내겠구나 생각했다.


신년맞이 인사를 드리고나서 처음으로 듣는 부모님의 목소리는

여느때와 같이 그 감정을 알기 어려웠다.


잔뜩 긴장한 채 전화를 받았고 잠깐의 침묵 후에 부모님께서는 곧 무거운 입을 떼셨다.

요즘 회사 일에 소홀하다 들었다며, 말을 꺼내셨고 한 바퀴 말을 빙 돌리신 부모님께서는 

그걸 핑계 겸 협박 삼아 내게 한 여자의 연락처를 보내오셨다.


-너도 이제 슬슬 준비해야지.


하는 진부한 드라마 대사와 함께,

거절할 새도 없이 전화번호만 아는 여자와의 만남이 중요 스케줄로 잡혔다.




*

그리고 소개팅 당일날 새벽같이 부모님께서 잊어버리지 않았지, 하며 내게 전화를 해오셨다.

예의바르게 행동하고 큰 소리 내지 말고 취미는 독서와 테니스 등으로 맞추고… 등등.

수도 없는 주의사항들을 듣고 나서야 나는 준비를 할 수 있었다.



"다녀올게"

"응."


내가 나가는 것 쯤은 관심도 없다는 듯 무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너에

피식 웃고 인어가 있는 방에 문을 닫으며 나오려고 했다.


"… 그, 문 열어놓고 가."

"어?"

"심심해. 문 열리면 창문으로 하늘이라도 보이는걸."

"알았어."


처음으로 방 문을 열어둔 채 외출을 한다.


'원우' 라는 인어를 만나고 와서 티는 안 내도 호시는 부쩍 바다를 그리워했다.

매일 밤 내가 선물한 무드등을 켜놓길 원했고 이따금씩 욕조에 받은 물을 손으로 쥐었다 폈다 하며 멍해졌다.

그런 호시를 보며 나는 마음 한 구석이 무거워질 수 밖에 없었다.

드넓은 바다를 누비며 살았을 네게 이 욕조 하나가 얼마나 좁을지 알고있다.


그래서,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는 모른다.

그냥, 그저 마침 월급날이었고, 네게 또 하나의 선물을 주고 싶었다.


일을 마치고 돌아온 금요일 밤 여느때와 다름 없이 초라한 상을 차려 네 앞에 가져다주었다.

호시는 항상 그랬듯 아무 불평없이 먹어줬고, 그런 호시를 보며 잠시 머뭇거리다가 티켓 두 장을 내밀었다.


[민원/석순] 인어 9 | 인스티즈


















"이게 뭐야?"

"… 나랑, 놀러가자고."


집에서 버스를 타고 조금 나가면 큰 수족관이 있다.

1인당 30000원 정도에 달하는 거금이었고 너와 함께 입장하려면 60000원, 

 내가 이틀을 뼈빠지게 일해야 버는 돈과 맞먹었지만 괜찮았다.

네가 웃는 모습을 보고싶었으니까.


다 먹은 상을 치우고 나서는 수족관이 뭔지 모르는 것 같은 너에 핸드폰으로 검색을 해

사진이나 동영상 따위의 것들을 보여주다 네 들뜬 목소리와 표정에 나도 따라 웃으며 잠들었던 것 같다.




*


그리고 다음 날 아침, 호시가 먼저 나를 흔들어 깨웠다.

나는 후줄근한 트레이닝복을 벗고 오랜만에 셔츠와 니트, 청바지를 꺼내입었고

호시는 다리를 내어 내가 사심을 담아 건넨, 나와 비슷한 컬러로 맞춘 옷을 받아입었다.


호시의 손을 잡고 나섰고 같이 버스를 탔다. 신기한지 연신 창 밖을 둘러보는 너를,

아쿠아리움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그 앞에 세워진 물기둥을 보며 눈이 동그래진 너를,

안으로 들어가면 보이는 알록달록 물고기들에게 홀린 듯 다가가는 너를, 찬찬히 눈에 담았다.


"어때?"

"음… 모르겠어 석민아. 이 많은 물고기들이 행복한건지 슬픈건지."

"여기는 물 온도도 맞춰주고 밥도 시간맞춰 줄텐데?"

"아무리 좋은 환경이어도 집이 생각나기 마련이지."


돌고래와 가오리 쇼를 보며 네게 넌지시 물었다.

그리고 돌아오는 말은 내가 고민만 하던 그 질문에 답이 되기에 충분했다.


아쿠아리움 구석구석 네 손을 잡고 돌아다녔다.

열대어부터 쉽게 접하지 못하는 아마존의 물고기들, 

특별한 능력을 가진 물고기, 어패류, 갑각류 할 것 없이 다 만났다.

호시는 그런 물고기들을 보며 웃기도, 표정을 굳히기도 했다.


아쿠아리움 안 매점에서 네게 츄러스와 딸기에이드를 하나 들려주고 출구로 나왔다. 

아쿠아리움 바로 앞에는 바다가 있었다.

호시와 나란히 서서 바람을 맞으며,

평소보다도 더 검푸른 빛깔로 넘실대는 바다를 바라보았다.


"… 호시."

"응"


[민원/석순] 인어 9 | 인스티즈


"바다로 돌아갈래, 순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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