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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T] 도화원(桃花園) 三장 | 인스티즈



도화원(桃花園)







1. 


태용이 죽림으로 나서자 그의 주변으로 넘실거리던 검은 기운들이 넓게 흩어졌다. 그 기운에 태용의 뒤를 따르던 무리들이 숨이 막히는 듯 숨을 헐떡거리기 시작했다. 태용이 그들을 잠시 흘긋 쳐다보고는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그 무리들이 순식간에 사라졌고, 태용은 그제야 발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넓디넓은 도화원 속 제노 한 명을 찾기 위해 많은 무리를 이끌고 다니는 것은 시간낭비이자 그들에게도 낭패였다. 은신한 상태의 제 형을 찾기에는 기를 더 강력하게 풀어야 찾을 수 있었고, 용족 외의 그 기는 다른 종족들에게는 치명적인 독이었으니. 태용이 걸음걸이를 옮길 때마다 검은 연기가 그의 주위로 퍼져나갔다. 






제노는 여주의 앞에 반짝이는 보석들로 장식된 목걸이를 흔들었다. 하지만 여주는 한번 쳐다보고 말뿐, 목걸이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제노는 여주의 모습에 의아해하며 목걸이를 내려놓고 다시 강아지풀을 들어 여주의 눈 앞에 흔들었다. 그제야 여주가 활짝 웃으며 흔들리는 강아지풀을 잡으려 이리저리 손을 뻗었다. 제노가 그 모습에 활짝 웃으며 여주의 통통한 볼살을 꼬집었다. 우리 아가 고집은 알아줘야 한다니까. 그때, 동굴의 결계에 무언가 무겁고 스산한 기운이 느껴졌다. 제노가 여주를 품에 안은 채로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이 기운은, 설마. 제노의 직감이 사실이라는 것을 확신시켜주는 듯이 팔에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여주도 갑작스레 변한 제 아비의 기운에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제노를 멀뚱멀뚱 쳐다볼 뿐이었다. 제노가 잠시 눈을 감았다. 멀지 않은 곳에서 태용의 기운이 느껴지고 있었다. 




"아가, 아빠 잠깐 나갔다 올게. 잠시만 자고 있을래?" 




여주가 소리를 낼 틈도 없이 제노가 여주의 동그란 이마에 입을 맞췄다. 그러자 주문이라도 걸린 듯 여주가 색색 소리를 내며 잠에 빠져들었다. 축 늘어진 여주를 소중히 품에 안은 제노는 여주에게 이중 삼중으로 결계를 친 뒤, 보드란 깃털 침대 위에 조심스럽게 눕혔다. 금방 올게. 폭신한 담요를 여주에게 덮어주고 몇 번 토닥인 제노가 검은색 도포를 걸치고는 도화주 한 병을 손에 쥔 채로 동굴 밖으로 나섰다. 






태용의 검은 기운이 몰려와 제노의 기운을 알려주었다. 흑룡답지 않게 어둡지 않고 청명한 기운. 태용이 쓴 미소를 지었다. 천제(天帝) 임을 알리는 하얀색 도포가 그의 검은색 기운과는 어울리지 않게 바람에 휘날렸다. 곧, 태용의 눈 앞에 멍하니 서 있는 제노의 모습이 보였다. 제노는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와 같이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무언가 공허한, 그 눈빛. 태용이 제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오랜만이야 형. 제노가 태용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제노는 태용을 보고도 아무 말도 없었다. 




"도화원이 무엇이 그리도 아름다워서, 몇만 년 동안 기척을 숨기면서까지 은신하는 걸까?" 




"네가 신경 쓸 바가 아니야." 




제노의 말에 태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한쪽 눈썹을 추켜올렸다. 




"신경 쓸 바가 아니라니. 서운하네... 명색이 형제인데. " 




이번에는 제노의 입가가 움찔거리기 시작했다. 형제, 형제라. 재민의 입에서 형이라는 말이 나왔을 때는 그렇게 기분 나쁘지 않았는데, 태용의 입에서 그 소리가 나오는 것을 직접 들으니 안 그래도 저조했던 제노의 기분이 더욱 나빠지기 시작했다. 제노의 입가에 비틀린 미소가 지어젔다. 




"네 입에서 서운하다는 말이 나올 줄이야. 그런 감정도 느낄 수 있는 사람이었니?" 




제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태용의 주먹이 제노의 배를 강타했다. 윽! 제노가 숨을 몰아쉬며 순식간에 바닥에 쓰러졌다. 쿨럭, 제노의 입에서 한 움큼의 피가 쏟아져 나왔다. 태용이 비웃음을 흘리며 쓰러진 제노의 어깨를 발로 꾹 짓눌렀다. 




"형, 기어오르지 마. 나를 자극해봤자 좋을 거 하나 없다는 거 알잖아. 죽은 척하며 살라는 그 부탁을 어길 셈이야?" 




제노가 쓰러진 상태에서 피를 뱉으며 입꼬리를 올렸다. 그 모습에 태용이 제노의 어깨를 지르밟던 발을 치웠다. 무슨 생각을 하는진 모르겠지만, 살아남은 자로써 그 책임은 다 해야 하지 않겠어? 태용이 눈을 감은 채 미동도 없는 제노를 잠시 쳐다본 뒤 사라졌다. 제노가 사라진 태용의 인기척에 슬며시 눈을 떴다. 푸른 하늘과 천천히 떨어지는 도화만이 그가 눈 뜬 지금이 현실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듯했다.


[NCT] 도화원(桃花園) 三장 | 인스티즈





2. 

재민은 넓게 퍼진 태용의 기운에 팔을 쓸며 도화원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태용의 기운이 얼마나 강력한지, 본모습을 드러내려고 하지 않아도 몸이 보호작용으로 본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달려가면 달려갈수록 태용의 기운이 점점 진해지는 듯싶었으나, 갑작스럽게 재민의 앞에서 검은 구름이 훅 하고 사라졌다. 재민의 눈이 동그래졌다. 뭐지? 무슨 일이지? 문득 앞을 본 재민의 눈에 한쪽 팔을 눈 위에 걸치고 누워있는 제노의 모습이 보였다. 형!! 재민이 제노에게로 달려갔다. 형, 괜찮아? 재민이 제노의 입가에 흘러내린 피를 소매로 닦으며 제노를 걱정스럽게 쳐다보았다. 제노는 재민의 말에도 아무 대답 없이 힘없이 축 누워있을 뿐이었다. 보다 못한 재민이 제노의 몸을 흔들었다. 형, 형-! 그제야 제노가 팔을 내렸다. 재민의 몸이 굳었다. 예전에 보았던, 아무 감정 없던 그 눈동자. 재민의 몸이 자동반응을 하듯이 살살 떨려오기 시작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재민의 살랑이던 9개의 금빛 꼬리가 긴장 상태로 털을 세웠고, 지금 재민의 모습은 마치 고슴도치 같아 보였다. 멍하니 하늘을 쳐다보던 제노가 눈동자를 굴려 재민을 쳐다보았다. 그리곤 겁에 질린 강아지 같은 표정을 하고 저를 쳐다보고 있는 재민의 모습에 제노가 웃음을 터트렸다. 제노의 갑작스러운 웃음에 당황한 것은 되려 재민이였다. 뭐야. 뭐야? 제노가 웃음을 멈추곤 재민을 향해 말했다.

"지금 너, 되게 물에 젖은 강아지 같아." 

"뭐라고, 강아지? 이 형이 진짜, 걱정돼서 달려왔더니 하는 말이, 강아지-?!!" 



화를 내던 재민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됐다. 그 모습보단 지금처럼 비정상적인 모습이 더 낫지. 야, 나 좀 일으켜줘. 제노가 재민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재민이 입을 꾹 다문 채로 일어나 제노의 손을 잡았다. 뭘 먹었길래 이렇게 무거워? 입을 투덜대면서도 제노를 있는 힘껏 당겨주는 재민이였다. 



"형 근데." 



"왜, 뭐." 



"형 지금 모습 진짜... 그 마계에 사는 놈들 같아." 



제노가 재민의 말에 고개를 요리조리 돌렸다. 여주를 키우느라 자라난 머리카락을 다듬을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제노가 재민을 한 번 째려본 뒤 제 머리칼을 향해 손을 뻗었다. 순식간에 잘려나간 머리카락이 바닥에 수북이 쌓이고, 제노가 허전해진 뒷목을 어색하게 쓸었다. 그건 그렇고, 마계를 본 적도 없는 얘가 무슨 마족처럼 생겼다고 해. 책에 딱 방금 형 모습처럼 그려져 있었어. 제노가 눈살을 찌푸리다가 말고 재민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할 말 다 했으면 가봐. 나 바빠." 



뭐라고? 재민의 말이 끝나기 전에 제노가 동굴 쪽으로 몸을 틀었다. 아참, 무슨 일이 있어도 이쪽으로는 오지 마라. 제노의 말에 재민이 더욱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저 형이 진짜...! 재민의 분통 터지는 반응에도 제노는 묵묵히 동굴로 발걸음을 옮길 뿐이었다. 몇 분 안되어 홀로 남은 재민이 열에 뻗친 듯 제 머리카락을 쓸어 올렸다. 

아니, 저런 형이 다 있어?!!

[NCT] 도화원(桃花園) 三장 | 인스티즈













3.

제노의 소식이 다시 끊긴 지 삼백 년째, 구미호족에 경사가 났다. 재민 이래로 태어나지 않았던 특이 색 호족이 드디어 태어난 것이었다. 적호. 불처럼 붉은 털을 가진 구미호. 경사가 경사인만큼 적호의 이름은 호족의 수장인, 재민의 아버지가 직접 지었다. [연화(姸花)] 예쁜 꽃이라는 뜻이라나 뭐라나. 태어난 적호를 데리고 호족은 성대한 축제를 열었다. 모두가 술을 마시고 즐거운 듯이 웃었지만, 정작 재민은 뿌루퉁한 표정을 지었다. 재민의 신경은 오직 제노에게 쏠려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이 형은 뭐하길래 연락 하나 없어? 재민이 즐거워 보이는 마을을 뒤로 한채 죽림으로 걸음을 옮겼다. 도중에 아버지에게 걸려 어디로 가냐는 추궁을 받을 뻔했지만, 연화의 부모님이 아버지에게 인사를 하는 덕분에 손쉽게 빠져나갈 수 있었다. 살짝 어둑해진 하늘을 쳐다보며 제노를 향해 수많은 욕을 곱씹던 재민의 귓가에 무언가의 날갯짓 소리가 들려왔다. 재민이 소리가 들리는 쪽을 쳐다보니, 커다란 까마귀 한 마리가 재민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재민은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까마귀를 향해 팔을 뻗었다. 까마귀는 익숙하게 재민의 팔 위에 올라타고는 제노가 보낸 편지를 재민에게 보여주었다. 




[호족에 새로운 적호가 태어났다면서. 축하해. 사정이 있어 축제에는 참여하지 못할 것 같아. 죄송하다고 수장님께 대신 전해줘. 몸보신 잘하고.] 




으드득. 재민이 이를 갈았다. 제노다운 짧은 편지였지만 그 어디에도 언제 돌아온다는 말 한 자도 쓰여있지 않았다. 그쪽에서 안 온다면, 이쪽에서 갈 테다. 재민이 까마귀를 다시 하늘로 날려 보냈다. 오랫동안 풀지 않아 뻐근한 어깨를 몇 번 휘두른 뒤, 재민은 달리기 시작했다.








4. 

제노가 허공에 둥둥 떠 있는 잡동사니들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태어난 지 삼백 년 조금 된 아이가 벌써부터 이런 법술을 쓰다니. 너무나 강력한 힘을 이미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태용에게 언제 들킬지는 시간문제일 뿐, 반드시 들킬 것이 뻔했다. 심각한 표정을 지은 제노를 눈치챈 여주가 손을 흔들자 공중 부양하고 있던 물건들이 후드득 떨어졌다. 제노의 표정이 무서웠던 것인지, 여주가 제노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았다. 왜 아가? 제노가 살며시 웃으며 여주를 안아 들었다. 여주는 그저 제노가 저를 봐준 것이 기쁜 듯 활짝 웃었다. 제노도 무엇이든 무장해제시켜버리는 여주의 웃음에 사르르 녹아버리고 말았다. 여주의 코에 코를 부딪히며 웃던 제노가 밖에서 느껴지는 이상한 기운에 눈살을 찌푸렸다. 




"내가 오지 말라고 그렇게 말했거늘..." 




제노가 여주를 침대에 뉘었다. 아빠 잠깐 나갔다 올게. 몇 분 안 걸릴 거야. 여주의 이마에 조심스럽게 입 맞춘 제노가 보드라운 이불을 여주의 목 끝까지 덮어준 뒤 동굴 밖으로 향했다. 








"뭐하냐." 




"... 형?"


아니나 다를까, 동굴 밖에는 결계 때문에 튕겨나간 건지 바닥에 뒹굴고 있는 재민의 모습이 보였다. 오지 말랬지. 제노의 차가운 말투에 재민이 볼을 잔뜩 부풀렸다. 아니, 몇백 년째 언제 나올 건지 말도 없고. 그렇다고 연락이 잘 되는 것도 아니고... 재민이 제노의 눈빛에 기가 죽은 듯 눈을 아래로 깔았다. 제노는 재민을 쳐다보던 눈빛을 거두었다. 재민이 이런 행동을 하게 된 이유는 모두 저에게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제노가 재민에게 손을 내밀었다. 재민이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제노가 내민 손을 쳐다보았다. 




"뭐야?" 




"잡으라고." 




재민이 그제야 활짝 웃으며 제노의 손을 붙잡았다. 




"연락이 잘 안됬었던 거는... 급한 일이 조금 생겨서 그래. 미안." 




"...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건가? 진짜 형 맞아? 내가 알던 그 제노 형 맞아?" 




제노가 재민의 말에 괘씸하다는 듯 꿀밤을 먹였다. 아! 소리와 함께 재민이 방긋 웃었다. 다행이다. 꿈이 아니네. 제노가 재민의 웃음에 살며시 입꼬리를 올렸다. 그러니까 오면 좀 기별이라도 알리던가. 오늘처럼 막 들어오려고 하지 말고. 재민이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그렇게 잠시 침묵이 흐르다, 제노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눈살을 찌푸렸다. 근데 너 지금 축제 중 아니냐? 재민이 딱 걸렸다는 듯이 슬그머니 눈을 피했다. 제노가 씁 소리를 내며 다시 꿀밤을 먹이려는 듯이 재민을 향해 손을 뻗었다. 명색이 호족 후계자인 놈이 종족 축제를 땡땡이를 쳐? 이리 와. 그 행동에 재민이 눈을 휘둥그래 뜨며 뒷걸음을 치며 달아나기 시작했다. 알았어, 알았어! 가면 되잖아!! 도화원을 벗어나는 재민의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했다. 사라지는 재민의 뒷모습을 끝까지 지켜보던 제노의 눈이 다정함과 씁쓸함으로 빛났다. 여주를 지키기 위한 전쟁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 다만 네가, 나의 편이 아닌 태용의 편에 선다면 나는... 너를 벨 수 있을까. 멍하니 있던 제노가 몸을 돌려 동굴로 향했다.


[NCT] 도화원(桃花園) 三장 | 인스티즈







5.


"여주야?" 




제노가 동굴로 들어가 침대로 향했더니 누워있어야 할 여주는 없고 헝클어진 이불만이 제노를 반겼다. 제노가 당황함을 숨기지 못하고 이리저리 동굴 안을 흩어보았다. 그때, 동굴의 구석에 놓여있던 바구니에서 튀어나온 여주가 빠르게 기어와 제노의 다리를 붙잡았다. 아가...? 방금, 기어 온 거야? 여주는 제노의 말에 대답이라도 하듯 방긋 웃어보았다. 젠장할. 제노가 속으로 욕을 곱씹었다. 여주의 성장이 빨라도 너무 빨랐다. 벌써부터 기어 다니다니. 제노가 여주의 팔 밑에 손을 집어넣어 가볍게 여주를 들어 올렸다. 여주가 배시시 웃으며 제노의 가슴팍에 제 얼굴을 기대었다. 제노는 여주를 안은 팔을 이리저리 흔들며 둥기 둥기, 여주를 안으며 생각에 잠겨있었다. 제노의 머릿속에는 지금 한 단어만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어떡하지.'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되었는데. 6만 년 전 있었던 그 피 튀기고 살벌하던 그 전쟁을, 너에게 빨리 보여주고 싶지 않은데. 또 너를 잃고 싶진 않은데. 그때, 볼에서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제노가 고개를 숙이자 저를 쳐다보며 푸른 눈동자를 빛내고 있는 여주가 보였다. 응, 아가. 왜? 여주가 잠깐 머뭇거리며 입을 벙긋거렸다. 제노가 살며시 입꼬리를 올리며 다시 되물었다. 응, 아가. 아빠 여기 있네. 그때, 여주가 말했다. 




"아-바." 




제노의 눈이 더 이상 커질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뭐라고. 아가? 방금... 뭐라고 했어? 여주는 마치 쑥스러운 듯이 고개를 숙였다가, 다시 방긋 웃으며 말했다. 아-바. 아--바. 제노의 눈에 순식간에 물기가 서렸다. 주체할 수 없는 이 감정은 넘치고 흘러내려 제노의 날카로운 턱 끝에 투명한 방울이 되었다. 제노가 여주를 안은 팔을 더욱 끌어안았다. 응 아가. 아빠야. 아빠. 너를 지킬, 아빠. 무엇이 되었든 간에, 상대가 누구든, 설령 그게 제 동생이던... 제노의 검은 여주를 위해 휘둘러질 것이었다.








6. 


아-바! 앉아있던 제노를 향해 빠르게 기어 온 여주가 제노의 무릎에 꿈틀거리며 안착했다. 제노는 그에 웃으며 여주의 말랑한 볼살을 쓸어내렸다. 응 아가. 그러고 보니, 여주의 본 나이대로였다면 여주는 지금 젖먹이 나이... 잠시만. 젖먹이? 제노는 그제야 깨달았다. 여주가 아직 음식을 섭취한 적이 없다는 것을. 제노가 경악하며 여주의 배를 쓸어내렸다. 뭘 먹은 듯이 빵빵한 배. 여주야. 나 몰래 뭐 먹었어? 여주는 제노의 심각한 말도 알아듣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까륵, 웃을 뿐이었다. 그 날 이래로 제노는 여주에게 제 발이 닫는 모든 곳의 산해진미를 구해와 여주에게 먹이기 시작했다. 심지어 인계로 내려가 인간들이 먹는 밥을 여주에게 먹여보기도 했다. 하지만 여주는 제노가 내미는 음식을 받아먹기는커녕, 고개를 저으며 피하기 십상이었다. 어떡하지. 지금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고 살아있는 것도 신기하지만... 더 이상 식사를 미뤘다간, 혹여 여주에게 무슨 일이 생길 수도 있었기에. 제노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턱을 괴었다. 그러다 번뜩, 제노의 머릿속에 번개처럼 지나가는 생각 하나. 도화원. 도화원에서 여주가 태어난 나무. 태어난 나무가 뭔가를 가르쳐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노가 조심히 여주에게 강아지풀 하나를 내밀었다. 강아지풀을 발견한 여주의 눈이 초롱초롱하게 빛나자 제노가 웃으며 강아지풀에 법력을 걸어 이리저리 흔들리게 만들었다. 아빠 잠깐 나갔다 올게, 제노가 일어나 동굴 밖으로 향하던 중 뒤를 돌아 여주를 쳐다보았다. 여주는 제노를 안중에도 두지 않고 흔들리는 강아지풀을 잡으려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그 모습에 피식 웃은 제노가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NCT] 도화원(桃花園) 三장 | 인스티즈



재민은 요즘 종족에서 들리는 소문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번에 태어난 적호, 그러니까 연화를 재민의 베필로 삼아야 한다는 소문이 향간에 퍼져있었기 때문이었다. 재민이 눈살을 찌푸렸다. 뭔데 내 짝을 저들이 정하려 하는 건지. 금호로 태어났다고 해서 그렇게 특별한 것도 아니고, 그냥 다른 사람들과 달리 털이 금색이고, 법력이 조금 더 셀 뿐인데. 재민이 한숨을 내쉬었다. 죽림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재민의 손에는 호족 수장이 연화의 축제를 맞아 제노에게 보내는 선물이 들려있었다. 가서 바둑이나 두고 와야겠다. 에휴. 재민이 제노의 동굴로 향했다. 






제노의 입이 떡 하고 벌어졌다. 분명 여주를 주워? 왔을 때에는 시들시들했던 도화나무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반짝거리며 다시 되살아나 있었고, 심지어 반도(복숭아)까지 열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반도라. 분명 재현이 곤륜산에서 이 도화나무들을 옮기고 나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 물론 저가 천계에서 살았을 때는 많이 보았지만 도화원으로 옮겨지고 나서는 토양의 문제인지, 아니면 다른 문제인지 한 번도 열매를 맺은 적이 없는 도화나무였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제노가 탐스럽게 열린 반도를 하나 땄다. 말랑말랑한 것이, 딱 먹기 좋을 정도로 익었다. 제노가 다른 반도를 하나 둘 따기 시작했다. 여주가 태어난 나무에서 열린, 그것도 몇 만년 만에 처음 열린 열매. 이것이 하늘의 뜻이 아니라면 무엇인가. 제노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지어젔다.



재민이 제 앞에 있는 커다란 동굴을 향해 발걸음 디뎠다. 뭘 숨기고 있는 건지, 재민의 내면 속 청개구리가 개굴개굴 하며 울기 시작했다. 재민이 조심스럽게 동굴의 입구에 발 끝을 갖다 대었다. 하지만 웬일로 아무런 반응도 일어나지 않자 의아해하며 더욱 발을 집어넣었다. 그래도 전에 왔을 때 번쩍이는 번개처럼 내려치던 벼락은 나타나지 않았고 그저 평온할 뿐이었다. 뭐지? 뭐야? 들어오라는 건가? 재민이 품에 안은 작은 보자기를 끌어안으며 조심스럽게 고개를 내밀었다. 동굴 안에는 의외로 단출했다. 이리저리 흩어진 강아지풀과, 조그만 침대와 커다란 침대 하나. 그리고 그 가운데에 앉아있는 한 아이. 잠시만. 아이? 재민이 눈을 휘둥그래 떴다. 아기...?라고 해야 하나? 아기는 움직이던 행동을 멈추고 저를 빤히 쳐다보던 재민의 눈빛을 마주 보았다. 신비로운 푸른색의 눈동자와, 하얀 피부, 그리고 그와 비슷한 하얀 머리카락. 재민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했다. 호족인가...? 구미호족 아이? 특이한 경우를 제외한 평범한 호족의 주민들은 거의 하얀색 머리였기 때문에. 하지만 눈동자 색이 검은색이 아닌데? 누구지? 




"설마... 제노 형의 숨겨진 아이라던가. 그런 건가?" 




재민이 혼란스러워할 동안, 여주는 재민을 보며 방긋 웃었다. 그리곤 빠르게 무릎으로 기어와 재민의 발목을 잡았다. 재민은 그제야 제 발목을 잡은 여주를 쳐다보았다. 그리곤 품에 안고 있던 상자를 바닥에 내려놓곤, 여주의 머리를 잠시 쓰다듬었다. 따뜻하고 부드럽다. 고로 이것은 환상이 아니다. 재민이 화들짝 놀라며 여주의 머리에서 손을 떼었다, 여주는 큰 눈을 깜빡이며 재민을 쳐다볼 뿐이었다. 그것도 잠시, 재민의 뒷목을 서늘하게 만드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재민." 




분노에 찬 제노였다.


[NCT] 도화원(桃花園) 三장 | 인스티즈


아, 뭐 됐다.














*


시간이 정말 빨리 지나가는 것 같아요. 2장을 올린지 20일이나 벌써 지났다니...! 

이번 화에서는 태용-제노의 대립 구도. 그리고 무언가의 암시, 재민-여주와의 만남이 있는 중요하다면 중요한 장면들이 담긴 3화에용

인물과의 관계도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는걸 잘 보시면 확인하실...수 있을 거에요. 아마도? ㅋㅋㅋㅋ

아직 안나온 인물들도 많(?)고, 써야할 이야기도 한움큼인데 이거 언제 다 쓰나... 한숨만 쉬고 있습니다 흑

완결까지 구상이 드디어 다 되었어요! 제가 원래 쓰면서 완결을 구상하는 타입인데 이번 도화원은 완결을 확실하게 맺을 수 있게 되어... 스토리 상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ㅎㅎ

근데 오늘 화 분량조절 실패했어요... 한 이주일 동안 써서 그런가 큭..




날씨가 더워졌다 추워졌다 하죠? 일교차 모든 독자분들 감기걸리지 않게 조심하시고! 

오늘은 조금 더 일찍 올려용


오늘도 재미있게 읽고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하루, 좋은 밤 되세요 :)







암호닉(계속 받고 있습니당-항상 감사해용 <3)


계란찜 / 엿기 / 밤비 / 정우세상 / 드레 / 기릿퍼플 / 피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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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46.8
너무 재밌어요ㅠㅠㅠ여주 잘 지켰으면ㅠㅠ![미니]로 암호닉 신청해도 될까요?
4년 전
독자1
작가님 피죤이예요ㅜㅜㅜㅠㅠ으어ㅜㅜㅜㅜ전에 봤던 것도 다시 상기되면서 보니까 느무 좋내요ㅜㅜ 또 올려주실꺼죠????으어구ㅜㅜ앓다가 죽어도 모를 제노랑 재민이ㅜㅜ으어ㅜㅜ여주눈빛상상되서 마지막 또 읽었네요ㅜㅜ 진짜 감사해요ㅜㅜ
4년 전
독자2
계란찜이용
아닛.. 태용이 너무 쎄요..ㅠㅠㅠ형을 막 글케 막 하다닛?!?!?!?!! 제노의 상상처럼 나중에 재민이가 태용이 편에 서는건 아니져ㅠㅠㅠㅠ 저렇게 제노를 좋아하는데에ㅜㅜㅜㅜ 연화도 불안하거.. 아닠ㅋㅋㅋ여주 여태까지 암것도 안맥였어ㅠㅜㅜㅜㅜㅜㅜㅜㅋㅋㅋㅋ와 벌써 완결을 구상해놓으셨다니!!!! 끝까지 꼭 함께 달ㄹㅕ용

4년 전
독자3
엿기예용 아... 애깅 여주랑 잼니 너무 깜찍뽀쟉이... 연화야... 난 네가 한 짓을 알고 있다 이... 고얀... 따흑... 제노 너무 맴찢이고요 ㅠㅜㅠ 눈물 폭포 ㅠㅜㅜㅠ
4년 전
독자4
드레입니다ㅋㅋㅋㅋㅋㅋ 마지막 재민이 표정이 너무 귀여워서 저는 또 앓아요.. 언제까지 귀여울 예정일까요ㅠㅠㅠㅠㅠㅠ
4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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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시티 [정재현/나재민] 호구를 자처 12 네오시리 09.15 11:15
엔시티 [정재현/나재민] 엔딩을 부탁해 1 네오시리 03.12 00:09
엔시티 [정재현/정윤오] 내 남자친구에게 야옹아앍 03.04 21:51
엔시티 [정재현/나재민] To my first3 네오시리 03.04 16:32
엔시티 [엔시티드림/이제노] 기억의 너 011 하프은 01.30 01:11
엔시티 [NCT/도영] Hate Everything3 이도시너와나 10.26 15:17
엔시티 [엔시티/정재현] 오빠 친구 中 12 차이기 10.02 03:25
엔시티 [엔시티/정재현] 오빠 친구 上4 차이기 09.18 18:00
엔시티 [nct/정재현] 가슴아픈 나쁜남자... 정윤오가 보고 싶어요1 jayjayjay 09.13 02:17
엔시티 [nct/정재현] 나 그 짝남이랑 연애해 jayjayjay 03.13 05:00
엔시티 [NCT/정우] 모든 기억이 지워진다고 해도, 너를 사랑할게 02 이도시너와나 02.25 14:28
엔시티 [nct/정재현] 3년 동안 짝사랑한 짝남이랑 썸타게 됨6 jayjayjay 02.14 03:06
엔시티 [NCT/재현] 당신은 이별을 해요. 나는 사랑을 할 겁니다 183 이도시너와나 10.22 13:45
엔시티 [NCT/도영] 다시 여름이었다 061 이도시너와나 10.22 12:38
엔시티 [NCT/이민형/김정우/문태일] 유자플레이버 084 루총총 10.02 18:03
엔시티 [NCT/태일] 킬러뱅뱅 특별편 ; IF ; 태일편 上 루총총 09.27 22:15
엔시티 [NCT/홍일점] 얼레벌레 공대 건축학도 TALK 52 덩우두둥탁 09.18 13:33
엔시티 [NCT/재현] 당신은 이별을 해요. 나는 사랑을 할 겁니다 173 이도시너와나 09.12 14:13
엔시티 [NCT/홍일점] 얼레벌레 공대 건축학도 TALK 45 덩우두둥탁 09.09 20:29
엔시티 [NCT/홍일점] 얼레벌레 공대 건축학도 TALK 36 덩우두둥탁 09.04 13:10
엔시티 [NCT/홍일점] 얼레벌레 공대 건축학도 TALK 24 덩우두둥탁 09.01 20:54
엔시티 [NCT/홍일점] 얼레벌레 공대 건축학도 TALK 16 덩우두둥탁 09.01 09:40
엔시티 [NCT/홍일점] 얼레벌레 공대 건축학도 TALK Pro5 덩우두둥탁 08.28 18:59
엔시티 [NCT/?] 환승연애 TALK 023 뚜슈 08.28 16:47
엔시티 [NCT/?] 환승연애 TALK 019 뚜슈 08.27 00:02
엔시티 [NCT/재현] 당신은 이별을 해요. 나는 사랑을 할 겁니다 1610 이도시너와나 08.25 01:21
엔시티 [NCT] 재민이랑 연애하면 이런 느낌일 거 같다 2 글은못쓰지만짤.. 08.01 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