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로움이 질펀했다. 하품을 크게 하자 삐죽 튀어나온 눈물에 소매로 눈가를 문대었다. 문지른 손은 아래로 내리며 발가락 하나를 까딱였다. 권태로운 시간은 초마다 휙휙 넘어갔다. 그 빠른 시간 속에 놓여있는 나는 한없이 느렸다. 햇빛이 내리쬐는 바깥을 멍하니 응시하다 문득 스미는 한기에 살갗을 손으로 가볍게 쓸었다. 건조한 눈을 하고선 리모콘을 쥔 오른손의 엄지를 움직여 채널을 바꾸었다. 왁자하게 떠드는 소리와 함께 거실은 그단새에 소음으로 가득 찼다. 의미없는 시간은 이렇게 흘러가고 있었다. 의미를 찾기 시작하면 머리가 복잡해질 것을 빤히 알기에 그렇게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그 시간들이 자칫하단 너에게로 흘러가 버릴 시간임을 알기에.
너, 라는 이인칭 대명사가 상념의 바다에서 물고기마냥 펄떡 튀어오르자 시간은 걷잡을 수 없이 그 트인 물꼬로 흘러나간다. 그렇게 소음을 밀어내고 차지한 '네' 생각은 온통 먹먹할 뿐이다. 화창한 날씨에 이런 먹먹한 생각은 어울리지 않는다. 습관처럼 발길을 옮겨 냉장고 앞으로 향했다. 들이킨 차가운 물도 머리 한구석을 차지하고 선 너를 씻어낼 수는 없는 노릇인 것이 분명했다. 의미없어진 발길을 돌려 소파로 향했다. 쿠션을 안고 휙휙 바뀌는 화면을 억지로 쳐다본다. 아깐 그렇게 웃겼는데 이젠 뭐가 웃긴지, 뭐가 주제인지도 알 수가 없었다. 짜증나, 이게 뭐야. 머리를 휙 쓸어넘기며 소파로 몸을 더 파묻는다. 음습하게 가라앉은 눈으로 나를 보던 네 눈길이 뭐라고. 머리가 지끈거렸다.
양지와 음지. 햇볕과 그늘. 꿈과 현실. 양립하는 관계이자 상반되는. 그 괴리감에 풍덩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건 나인데 왜 너까지 그런 얼굴을 하고선 나를 봐. 꿈이라기엔 너무 생생하고 현실이라기엔 내가 사는 시간과 동떨어진. 다시금 숨겨두었던 꿈을 씹었다. 더불어 현실의 너도 씹었다. 질겅질겅 존나 껌처럼. 며칠째 이어지고 있는 꿈을 되새기기 위해 눈을 천천히 감았다. 다시금 떠오르는 욕실의 전경. 고풍스런 욕실. 넓디넓은 욕실 가운데 놓여진 욕조, 향기가 배어나오는 물, 그 물에 몸을 반쯤 담그고 있던, 꿈에서는 귀하디 귀한 도련님이었던 너. 현실의 너도 퍽 도련님 같아서 별다른 말은 않았다만. 아. 건방은 더 떨었다, 꿈에서. 꿈에서 너는 검고 깊은 눈으로 나를 응시했다. 그 길쭉한 손가락에는 현실에서 피지도 않는 기다란 담배 한 개비를 끼워놓고선 담배연기를 거푸 삼켰다 뱉어댔다. 살결 위에 맺힌 물방울이 내쏘는 햇빛의 파편에 괜스레 눈이 시려 소매를 둥둥 걷은 팔로 내가 시야를 문지르면, 그마저도 마음에 들지 않는 듯한 불퉁한 목소리가 귓가를 옴팡지게 때려왔다. 이리와. 아 저 싸가지. 머리로는 생각이란 걸 해도 내뱉지 못하는 게 꿈 속의 나였고, 살갗에 엉기는 습기를 끈덕지게 떨추어내며 너에게 다가갔었다. 늘상, 그 꿈속에서 그랬던 것처럼 물 위로 장미 꽃잎을 뿌려주어야 했는데. 어제 꿈 속에서는 네가 물었던 담배를 빼앗아 내 입에 물었다. 미친 짓이었지, 제대로 미친 짓이었는데, 불현듯 웃음기를 머금는 니 눈꼬리에 마음 한구석이 덜그럭댔다.
오 이거 30분만에 썼어요.... 나조차도 신기방기
조각이라 뒤편은 생각도 않고 끼적였네료...깔깔
그럼 이제 불가항력 메일링 공지 하겠읍니다 쾅쾅 꼭 잘 읽어주시고 신청해주세료..
마감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