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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넘기기 시작했다. 지금만큼은 내가 슈퍼스타 스타일리스트 슈스스 한혜연님이어야만 했다. 유튜브 구독자로서 자동 재생되는 그분의 목소리를 등불로 삼아 신중하게 옷을 매치하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심플하게 입으시니까, 오늘은 이 하늘색 마이에 버건디 땡땡이 니트를 입어보는 건 어떨까.."







그때 갑자기 큰 소리와 함께 대기실 문이 다시 열렸다. 무얼 놓고 갔길래 이렇게 급하게 들어오나 싶어 뒤를 돌았는데, 석진 오빠도 소은 언니도 아닌 다른 사람이 서있었다.













"안녕."







염색이라도 한 건지 파란 머리가 아닌 금발 머리의 뷔는 받아내러 온 물건이라도 있는 사람처럼 편한 자세로 소파에 앉곤 말을 꺼냈다. 순수한 인사인지 혹은 인사를 가장한 시비인지 도무지 분간하기 어려운 목소리였다. 반응을 기다리는 듯 웃음기 하나 없이 뚫어지게 나를 응시하는 두 눈을 보아하니 후자인 것 같아 더욱 깍듯하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무슨 일이세요? 하지만 오히려 돌아온 건 전혀 사무적이지 않은 대답뿐이었다.









"그때 말했던 착각했다던 소중한 사람이 박지민은 아니잖아?"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조금 침묵을 유지하고서야 파악할 수 있었다. 그때 계단에서의 일을 말하는 것 같았다. 착각해서 실수했다는 말도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냥 처음부터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게 분명했다. 신발을 묶어주던 내 손을 쳐내던 발길이 그랬다. 비상구의 벽으로 날 몰고선 노려보던 그 눈빛도 그랬다. 그리고 지금도 크게 다를 것이 없다. 내 침묵을 부정으로 받아들였는지 뷔가 말을 이었다.









"그럼 누군데? "





"...."







"착각도 어느 정도 맥락이냐 이유가 있어야 할 거 아니야. 뭐 닮았다거나. 근데 나같이 생긴 사람이 또 있을 리는 없고."







본인과 같은 궁극의 외모의 소유자가 또 있을 수 없음을 매우 잘 알고 있는 태도가 재수 없었지만, 그게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이라는 이 현실이 더 원통할 뿐이었다. 가뜩이나 이 시골에서 나올 수 없는 얼굴이라는 소리를 밥 먹듯 듣던 내 친구 김태형이었다. 근데 그 얼굴에서 학생의 젖살이 쏙 빠지고 어른의 턱 선이 생긴 뷔, 심지어 연예인물까지 잔뜩 먹은 뷔는 단순히 잘생겼다는 단어로는 부족한 수준이었다. 평소에는 나른하다가도 이렇게 말을 할 때면 묘하게 진해지는 눈빛 역시 더해져 독특한  분위기까지 자아냈다. 매혹적인 뷔. 뷔의 매혹. 인터넷 기사 속 뷔에게 트레이드 마크처럼 단골로 붙는 수식어였다.





사실 제가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은데요, 제 현실 속 김태형이라는 친구가 정말 뷔씨와 똑같이 생겼어요, 그래서 착각한 거예요. 이렇게 말한다면 눈앞의  뷔를 퇴치하기는커녕 내가 병원으로 퇴치될 것만 같아 망설이고 있는 찰나였다.









"지금도 이상해. 일부러 내 눈을 피하다가도, 한 번 보면 너무 편하게 마주하잖아. 나 원래 아는 것처럼. 저번에 계단에서 그렇게 붙었을 때도 네 표정은 미동 하나 없었어. 보통 나 처음 본 사람들은 눈도 제대로 못 맞추거든. 몇 년 같이 일한 실장도 크게 다르지 않은데 말이야. "







자그마치 12년 동안이나 밥 먹듯이, 아니 밥 먹는 것보다 훨씬 자주 보고 살다시피 한 김태형의 얼굴이었다. 단지 머리색이 바뀌었다고 해서, 눈부신 액세서리들을 여러 겹 걸친 연예인이 되었다고 해서 바로 어색해질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단 말이다. 물론 내 친구 김태형과 얼굴만 똑같을 뿐 성격도, 갖고 있는 기억도, 그동안 살아온 삶도 모두 다를 연예인 뷔 김태형이었으므로 나 혼자 가진 내적 친분은 제거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자꾸만 김태형 생각에 눈이 가는 것도 꾹 참고 시선을 피하고, 마주치는 자리도 최소화하려고 애를 써온 것인데 이렇게 불쑥 찾아오면 어떡하라는 건지. 피할 수는 있어도 마주하면 자꾸만 내 소꿉친구와 얘기하는 것 같아 눈을 또렷하게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특히 팃탯은 눈을 보고 얘기하는 걸 좋아했으니까.  대답 대신 눈을 지긋이 보는 것만으로 충분할 때도 많았다. 하지만 눈앞의 뷔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조금도 알 수 없었다. 그런데도 얼굴은 내 밥, 내 팃탯이랑 똑같아서 태도가 풀어지는데 어떡하란 말인가.









"아, 제가 원래 사람 눈 쳐다보는 게 습관이라서요."







"김석진이랑은 눈도 못 마주치던데? "







석진 오빠가 선배인데다가 나이도 몇 살이나 많은데, 반말하는 것 좀 봐라, 이거.

정상적인 답변과 깍듯한 예의로는 뷔를 영원히 퇴치할 수 없을 것만 같은 강한 예감이 들었다. 어딘가 나사가 좀 빠진 애 전략이 필요할 것 같았다.











"태양을 어떻게 바로 쳐다봅니까?"





"뭐?"





"석진오빠 비쥬얼 태양처럼 빛나는 거 아시잖아요. 바로 봤다간 저 실명해요."







먹혀들어간 것 같았다. 뷔가 처음으로 대꾸를 하지 않은 것이다. 한심한 미물을 쳐다본다는 듯한 멍한 눈빛도 아주 마음에 들었다.

일어서선 별 또라이 다 보겠다는 심정으로 서둘러 문을 열고 퇴장해주길 소원하던 나의 바람과 다르게, 뷔는 문이 아닌 스탠드 옷걸이 쪽으로 향하더니 석진 오빠의 옷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오늘 내 협찬 마땅한 게 없어서. 가끔 이렇게 공유하니까 신경 쓸 거 없어."





같은 소속사인데다가 같은 프로그램이니 그럴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어 고개를 끄덕였다. 뷔가 정확히 내가 석진 오빠에게 추천하려 찜해둔 옷을 고르기 전까지는. 하늘색 마이에 버건디 땡땡이 니트. 그 두 벌 모
분량은 보통인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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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리본이에요!! 늦은시간까지 고생 많으셔요ㅠㅜㅜ 휴 글 읽는 내내 생각 해 봤지만 어느 윙크도 못 고르겠어여...둘 다 너무좋아서...
•••답글  
독자2
쿵이에요ㅠㅠㅠ작가님 너무 재밌어요ㅠㅠㅠ 근데 다 좋아서 못고를거같아요..
•••답글  
독자3
예찬이에요 아니 저 이거 구독료를 낸적이 없는데 이미 구독료가 지불이 됐더라구요?! 꿈에서 인티를 하는 꿈을 꾸긴 했는데 그게 꿈이 아니었나봐요,,, 뭔가 신기한 글을 읽으니 제 인생도 신기해지는걸까요...? ㅎㅎㅎㅎㅎ 오늘도 넘나 제 취향 저격을,,, ㅠㅠㅠㅠㅠㅠ 뭔가 여주가 팃탯 보면서 눈물 고이는 장면이 제 머릿속에 그려졌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 흐어우으우ㅜㅠㅠㅠㅠㅜ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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