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애매한 구석이 많아서 ‘이게 뭐야?’ 하며 어렵게 느낄 수도 있는데, 캐릭터를 통해서 영화를 얘기해봅시다.
우선 안톤 쉬거. 그는 철저하게 대상화되어 있습니다. 관객은 그가 심리적으로 어떤 갈등을 겪고 있는지 알 수 없어요. ‘쉬거(Chigurh)’라는 이름부터 독특하죠. 이상한 스펠링으로 성을 하나 만든 겁니다. 그러니까 이 세상에 존재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거죠. 안톤 쉬거는 하나의 인격화된 관념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제7의 봉인>에 나오는 ‘죽음의 사자’처럼. 악마에는 권태라는 악마, 쾌락이라는 악마 등 여러 종류가 있는데 여기서는 우연이라는 악마를 다루고 있어요. 인간이 우연을 전면적으로 수용하면 삶을 버텨낼 수가 없죠. 모든 게 다 우연이라면 우리가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들의 가치가 다 사라지잖아요. 바로 그것을 보여주고 있어요. 그는 동전 던지기로 예측을 맞히면 죽이지 않습니다. 우연이 원칙이다? 원칙이 없다는 뜻이죠. 즉 이것은 복수나 응징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에요. 수많은 사람이 죽어가는 상황에서 거대한 부조리와 카오스만 있는 거죠. 그게 핵심입니다. 뭘 걸었는지 모른 채 내기를 하게 되는 상황처럼 인간도 그와 같은 삶이라는 내기를 하고 있다는 거죠. 안톤 쉬거가 칼슨 웰스한테 총을 겨누면서 이런 얘기를 했죠. “네가 그동안 견지해온 규칙 때문에 죽게 된다면 그 규칙이 무슨 소용이냐.” - 이동진 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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