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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조차 하지 않은 일이다.

못한 게 아니라 안했다. 비록 나보다 나이가 많을지라도 (10년 뒤엔 내가 너보다 누나가 되겠지만.) 우리 사이에는 갈 길이 한참 남았다고 생각했다.

당연하다고 여겼다. 그게 일방적이었던 걸지도 모른다. 멋대로 너와의 미래를 기약한 것.

네 속내가 어떤지조차 모르고.


나는 이기적인 사람이다.

네가 방송에 출연해 이따금 너의 뭉근한 우울함을 표현했을 때, 나는 너의 솔직함을 마냥 좋아했다.

네가 노래 가사를 통해 너의 처절함을 표현했을 때, 나는 그로부터 위로를 받고 행복해했다.

돌이켜보면 잔인하다.

네가 무슨 용기로 스스로를 표현하려고 한 건지,

네가 무슨 마음으로 그 비참한 글을 적어내리고 그걸 또 노래한 건지 생각해보면 그렇다.

산하엽의 마지막에 잦아드는 목소리가 오늘만큼 듣기 힘든 날도 없었다.


그래서 더욱 미안하다.

자칭 팬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너를 솔직한 사람으로 여기고 좋아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너를 이해하지 못했다.

너의 가사가 우울의 끝에 치달았을 때 네 걱정을 했어야 했다.

너를 향한 우리의 사랑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던 걸까.

콘서트마다 너와 통하는 것만 같던 분위기는 그저 일방적인 즐거움뿐이었던 걸까.

네가 우리에게 얼마나 필요한 사람이었던 건지 몰랐던 걸까.


아니면 그게 모두 집어삼켜질 정도로 네가 자멸감을 느꼈던 걸까.


김종현, 너는 내 10대의 마지막이자 삶에서 가장 팍팍한 시기를 함께해주었다.

전혀 몰랐겠지만 너는 수도 없이 내 삶에 박차를 가해줬다.

너의 슬픔에 공감하며 너를 닮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의지를 다지고, 지금의 나를 만들어내었다.

너무나도 고맙다.

이 말을 육성으로 전하고 싶었다.


네가 생각했던 것보다 너를 사랑한 사람이 많다는 것.

그리고 전체라고는 못해도 상당수는 너의 우울까지 사랑했다는 것.

그래서 모두가 너의 부재를 아쉬워한다는 것.

그것만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네가 행복한 사람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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