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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조회 2511l 11
이 글은 7년 전 (2016/4/30) 게시물이에요
만화/애니 에 게시된 글입니다 l 설정하기

* 상편: http://instiz.net/name/14756150

* 원문: http://www.pixiv.net/novel/show.php?id=2479393

* 고문(유혈) 있습니다!! 주의하세요!

* 허락 없이 번역했으니 인티에서만 봐주세요!

* 의역, 오역 주의









いつか、君に殺される日まで

언젠가, 너에게 죽는 날까지











에도 성의 성곽 전정은 살기에 찬 수천의 남자들로 가득차 이상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이번 전쟁에 참여한 신정부군 측 병사들이었다.



게중에는 큰 부상을 무릅쓰고 여기까지 찾아온 사람도, 가족이나 동료의 유품을 지참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

하나같이 증오와 원한으로 험악한 표정을 하고, 흥분을 참지 못하여 이따금씩 여기저기서 노성이 오른다.

이곳의 모든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죄인이 나타나기만을. 그가 무참하게 형에 처해지는 것을.



이른 봄의 태양이 서쪽으로 뉘엿뉘엿 지고, 그곳이 자줏빛으로 물들 즈음.

드디어, 북소리가 울렸다.



기다리는 군중의 웅성거림이 싸하게 잦아든다.

이윽고 흰색 어깨띠를 맨 관리들이 안쪽으로부터 나타나고, 각자의 위치에 배치된다.

이 광장의 중앙은 대나무로 만든 울타리에 둘러싸여 있었고, 그 안에 한 단계 높은 무대 같은 것이 만들어졌다. 그곳의 중앙에는 마치 목을 매다는 데 쓰이는 듯한 장치가 설치되어 있다.

그 굵은 가로대로부터는 하나의 고리가 늘어져 저녁 바람에 음침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부터 행해지는 것은 사형 집행이 아니었다.



그날.

히지카타의 목숨을 구하는 긴토키에게, 타카스기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의 동료들 중에는, 히지카타에게 원한을 가진 녀석들이 많다. 네놈도 알고 있겠지, 긴토키? 직접적인 원한이 없더라도, 녀석은 막부군의 정신적 지주로서 신정부군 전원의 증오를 한몸에 짊어졌다고 해도 좋을 정도다. 모두가 히지카타에게 상응하는 복수를 원하고 있어. 요컨대, 죽음으로 속죄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거다. 그런 놈들을 납득시키려면, 보통의 것으로는 무리야."



"아아, 알고 있어."



"그게 어떤 의미인지 정말로 아나, 긴토키?"

타카스기는 일부러 느릿느릿 연기를 내뿜으며 입꼬리를 올려 웃어 보였지만, 그 외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



"우리 동료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히지카타를 태형에 처해라."



"……뭐라고?"

"집행자는 긴토키, 네놈이다. 네가 힘껏 히지카타를 채찍으로 때리는 거야.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아무도 납득하지 않아."

"음……. 타카스기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부득이한 일이야, 긴토키."

"잠깐!!"



긴토키의 비통한 외침이 공허하게 울렸다.

"태형은, 사무라이와는 어울리지 않아. 뭔가, 뭔가 다른, 그 녀석의 명예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거냐?!"

"침착해라, 긴토키."

"그래, 긴토키."



"어쩔 수 없어. 태형은, 신체에 고통을 주는 것과 동시에, 죄인의 자존심을 훼손하고 모욕을 주는 것에도 큰 목적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쇼군 요시무네 시대부터 무사들에게는 행해지지 않았지.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그것을 히지카타에게 행하는 의미가 큰 것이다. 우리의 동료들 모두가 보는 앞에서 녀석에게 죽기보다 괴로운 치욕을 안겨주어야, 비로소 모두의 불만도 가라앉지 않겠나? ……그 이외에 히지카타를 구할 방법은 아마, 없을 거다."



긴토키는 피가 나도록 입술을 악물며 하늘을 바라보다, 눈을 아래로 내리깔았다.






* * *






그리고, 오늘.

형이 집행된다.



석양이 점점 기울어 동쪽에서 천천히 어둠이 다가올 즈음.

알리는 소리가 높이 울렸다.

"지금부터, 진선조 국장, 히지카타 토시로의 형을 집행한다."



그것을 신호로 내문이 좌우로 활짝 열렸다.



문에서 쭉 이어지는 대나무 울타리로 나뉘어진 길. 그곳을 삼엄한 행렬의 관리들을 선도로 죄인이 끌려왔다.

그의 제복 상의와 조끼, 스카프는 모두 벗겨지고, 하얀 셔츠만을 입은 그의 손은 앞으로 묶여 철제 가쇄가 채워져 있었다.

가쇄에는 딱딱한 쇠사슬이 달렸고, 그 끝은 선도하는 관리의 손에 쥐어진 채였다.



이 사면초가의 굴욕적인 상황 속에서, 히지카타는 군중의 원망스러운 동요의 한가운데를 찢어내듯, 등을 곧게 펴고 거만하게 고개를 들어올린 채 걸었다.



그 눈은 차갑게 똑바로 앞을 바라본다. 다소 수척한 얼굴이 가면을 쓴 듯 무표정하다.

이 광장 전체를 적으로 삼아 그 증오의 시선을 온 몸에 받으면서도, 남의 구경거리가 되는 치욕을 겪으면서도 그의 태도는 전혀 굽혀지지 않아, 조금도 무서워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비록 전쟁에 패배하고 모든 것을 잃었어도, 그의 긍지도, 투지도, 아직 결코 무너지지 않았음을 똑똑히 보여주고 있었다.

그러나 그 사실이, 군중의 증오를 점점 더 부추기는 셈이었다.



행렬이 무대의 중앙에 이르자, 점점 높아지는 증오의 노성 속에서, 히지카타의 가쇄가 가로대에 매달린 사슬에 연결된다.

그 다음, 가로대에 설치된 도르래의 레버가 돌려진다.



끼릭, 끼릭, 하고 금속 소리를 내며 사슬이 점차 들어올려지고, 그에 따라 히지카타의 양손이 서서히 높이 끌려올라간다. 석양의 마지막 빛 속에서, 히지카타의 호리호리한 실루엣이 머리 위로 높이 손을 든 형태로 한가닥 아름다운 선을 그리며 떠올랐다.



이윽고 히지카타의 발끝이 겨우 땅에 닿는 높이까지 올라가면, 관리들은 레버를 돌리는 것을 멈추고 도르래를 고정한다.

히지카타의 옆에 있던 한 관리가

"눈가리개는?"

하고 짧게 말을 걸었다.

"필요 없어."



그 대답을 신호로, 단상에 있던 관리들은 히지카타 하나만을 남겨둔 채 모두 무대에서 내려온다.

다시 한 번 북소리가 울린다.



다음에 내문이 좌우로 열렸을 때, 그곳에서 나타난 인물을 확인한 군중은 죄인이 나타났을 때와는 달리 큰 소리로 환호했다.

그들이 열광적으로 환영한 인물, 그것은 이번 전쟁 신정부군 최고의 영웅이자 군신(軍神)이라고 떠받들려진 '백야차', 사카타 긴토키였다.



긴토키는 오늘, 굳이 백야차의 전투복을 입고 하얀 머리띠를 한 차림이었다. 어깨에 대나무 막대 묶음을 둘러맨 채, 그는 느린 속도로 형대를 향해 걸어갔다.



관중의 뜨거운 시선과 함성소리가 마치 그에게는 닿지 않는 것 같았다. 저녁 산책을 하는 듯한 발걸음으로 단상까지 나아가고, 그러고는.

특유의 죽은 물고기 같은 눈으로, 눈앞에 매달린 히지카타를 천천히 올려다보았다.



두 사람의 눈이 일순 마주쳐 불꽃이 튀었다.

그것은, 이 전쟁의 마지막 날, 하코다테의 전장에서 대치한 이후로 처음이었다.



이제야, 이제야 다시 만났어. 히지카타.

긴토키는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감회로 바라보았다.



무감동, 무표정을 가장하고는 있어도, 히지카타의 눈은 죽지 않는다. 더 마르고 창백해진 듯 보이는 얼굴이지만, 눈에 띌 정도의 큰 상처도 없었다. 일찍이 긴토키가 사랑한 그대로, 단아하고 날카로운 미모는 변함없이 아름답다. 오히려 비장한 미색이 더해져 긴토키의 마음을 휘저을 뿐이었다.



……히지카타.



이렇게 서로 만나서 보면, 내가 얼마나 깊게 너를 사랑했는지 다시 한 번 자각하게 된다…….



자신의 행동에 후회하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있었다. 눈물도 이제는 말라 버렸다.

그러나, 여전히 미친 듯이 날뛰는 가슴의 통증이 긴토키는 고통스러웠다.



……아마도, 나는 이 남자를 나의 심장보다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 남자 또한 이전에는, 나를 밉지 않게 여기어 주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히지카타를 배신했다.

그리고 그의 모든 것을 빼앗았다. 곤도를 죽이고, 진선조를 파괴하고, 막부를 무너뜨리고……



그리고 이제부터는, 관중 앞에서 모욕하고 고통을 주려 하고 있다.



……변명은 하지 않을게, 히지카타.

지옥의 불처럼 타오르는 히지카타의 거센 증오의 시선을 받아내며, 긴토키는 생각했다.

……마음껏 미워해도 좋아. 네가, 나에 대한 증오를 원동력으로, 삶에 집착한다면.


그것이 나의 숙원이다.



그러나 한편.

자신과 여러 차례 몸을 섞었던, 사랑한 아름다운 그 몸이, 가쇄와 쇠사슬에 구속되어 무참히 매달려 눈앞에 있다는 사실에, 긴토키는 모종의 배덕한 고양감이 솟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무방비하게 매달려 형의 집행을 기다리는 그 모습은, 보기에 따라서는 확실히 너무도 음란하고, 긴토키의 피를 술렁이게 하는 것이었다.



아랫배에 도사린 열기를 뿌리치기 위해, 그는 일부러 매고 있던 대나무 다발을 거칠게 그 자리에 쿵 떨어뜨렸다. 그리고 성큼성큼 히지카타에게 걸어가 그의 고운 턱을 손으로 잡아 힘껏 끌어당겼다.

히지카타는 단정한 얼굴을 증오로 찌푸렸다. 번쩍이는, 동공이 열려 지친 눈으로 긴토키를 노려보다, 그를 향해 퉤 하고 침을 뱉었다.



긴토키는 잠깐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하지만 곧바로 하얀 이를 드러내고 히죽 웃으며 손등으로 얼굴을 닦아낸다.

그는 천천히 히지카타의 얼굴에서 손을 떼고 그의 등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하얀 셔츠를 두 손으로 잡고─

힘껏 좌우로 찢어놓았다.



찌지직, 하는 높은 소리를 내며 찢어진 셔츠 사이로 하얀 맨살이 드러났다.



그에 부추겨져 더 높아진 군중의 노성을 뒤로 하고, 긴토키는 다시는 자신이 안아보지 못할 히지카타의 몸을 아쉬운 듯 가만히 바라본다.

드러난 몸에서 희미하게 피어오르는 그리운 히지카타의 체취가, 과거 그와 깊은 열을 나누었던 날의 정경을 생생하게 되살려내고 있었다. 긴토키는 히지카타의 엉덩이 사이에 있는, 뜨겁고 좁은 그곳을 옷 위로 사무치게 바라보다, 잠시 멈추어 섰다.

그러고는 소음을 틈타, 히지카타의 귓가에 담담하게 속삭인다.



"봐주지 않는다. 오십 번, 전력으로 가자고. 잘 견뎌 봐, 히지카타."

히지카타는 비웃으며 대꾸했다.

"뜸들이지 말고 어서 죽여라, 백야차."



거기에 대답하지 않고 긴토키는 성큼성큼 앞으로 발걸음을 돌린다.

놓아두었던 다발 속에서 한 개의 막대를 뽑아 오른손에 들고, 감촉을 느끼듯 몇 번 반대편 손바닥에 탁탁 튕긴다.



그것은 두께 약 1센티미터 남짓, 길이 약 1미터의 대나무 채찍이었다.

쇼군 요시무네 시대부터 태형에 사용되었던 정격 크기와 형태이다. 하지만, 사실 이것들은 히지카타의 신체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긴토키의 손으로 사전에 마디를 깎고 모서리가 곱게 다듬어진 특별 제품이었다.



긴토키가 채찍을 손에 들고 히지카타의 곁에 다시 다가간다. 그 때, 무대 주위에 미리 준비되어 있던 횃불들이 일시에 불이 켜진다.

탁탁 나무가 튀는 소리와 함께 공기가 활활 어른거렸다.

그 불빛 속에, 집행인과 피형자, 두 사람의 실루엣이 떠올랐다.



긴토키는 잠깐, 손에 든 채찍을 군중을 향해 높이 들어 보였다. 흥분을 부추겨진 사람들의 함성이 일순 조용해진다.

묘한 분위기가 광장 일대를 뒤덮은 가운데, 긴토키는 히지카타의 등 뒤에 비스듬히 자리를 잡았다.

발을 크게 벌리고 채찍을 치켜들어, 드러난 매끄러운 흰 등을 향하여 가차없이 내리쳤다.



부웅



공기를 가르는 날카로운 소리와

철썩

육체가 강하게 맞는 둔한 소리가 울린다.



"윽……!"



히지카타는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단지 그 순간 등을 활 모양으로 휘어뜨리고, 아름다운 턱을 높이 들어올린 채 질끈 눈을 감았을 뿐이다.

선언한 대로, 긴토키는 일체 힘조절을 하지 않고 있다. 새하얬던 등은 순식간에 무참한 내출혈을 일으켜, 한 가닥의 자국을 뚜렷이 부각시켰다.



철썩



철썩



맞을 때마다 히지카타의 몸이 조금씩 흔들린다. 사슬과 가로대를 잇는 쇠 장식이 삐걱이는 소리를 울렸다.  그럼에도 히지카타는 한 번의 비명조차 지르지 않고, 그저 눈을 감고 입술을 깨물며 견디고 있었다.



철썩



열 번째.

채찍이 꺾였다.

군중이 오오, 하고 함성을 높였다.



긴토키는 붉어진 얼굴을 하고 하아하아 하며 조금씩 숨을 내쉬었다. 마치 자신이 맞는 쪽인 것처럼 지치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자신이 맞는 쪽이 더 나을 거라고 생각한다. 히지카타의 깨끗한 피부에 생긴 끔찍한 상처의 일부는, 아마도 평생 지워지지 않고 남을 것이다. 긴토키 자신에 대한 증오심과 함께.



그는 문득 자조를 띄우며, 소매로 이마의 땀을 닦고 다음 채찍을 가지러 갔다.

꺾일 것은 상정했다, 여분이라면 얼마든지 있었다.



다시 제자리로 걸어가며 긴토키는 히지카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긴 속눈썹을 내리깐 채 눈을 감고, 뺨이 살짝 붉게 상기된 채 어깨를 들썩이며 크게 숨을 쉰다. 부드러운 검은 머리카락이 여러 줄기 땀으로 이마에 달라붙어 있고 눈가에는 눈물이 고여 있다.



마치, 나에게 안긴 뒤 같다.

무심코, 속이 달아오른다.

정사 후 히지카타의 그 장절하게 요염한 얼굴은, 연인인 긴토키가 볼 수 있도록 허용되었던 것인데.



아니. 그것만이 아니다.

히지카타는 맞는 동안, 그렇게나 음란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때리고 있는 긴토키에게는 보이지 않지만.

미간을 찌푸리고, 입술을 깨물고, 칠 때마다 간신히 등을 휘어뜨리고─ 마치 긴토키에게 뚫려, 안쪽을 쳐올려질 때와 같은 표정을, 행동을, 지금은 긴토키의 채찍질을 받을 때마다 관중의 눈에 드러내보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빌어먹을!



그렇게 생각하니 창자가 부글부글 끓는 것 같다.

히지카타의 그런 얼굴을, 나 이외의 인간에게 보이게 되다니. 하필이면 이런 상황에서.

화악 얼굴이 붉어진다. 숨이 막히고 호흡을 할 수가 없다.

가슴이 답답하다.



그렇지만 히지카타. 네 영혼은 분명히 진선조의 것이지만, 너의 민감한 그 몸은 그날 분명히, 나만의 것이었다. 오직 나에게만, 너는 모든 것을 허락해 주었었는데.



괴로움에 긴토키는, 그의 마음 속에서, 지금 이곳에 존재하는 자신과 히지카타 이외의 모든 것을 내쫓아 무시하기로 결정했다.

주위에 있는 관리들도, 숨을 죽이고 우리를 지켜보는 많은 사람들도, 그런 것들은 모두 엿이나 먹으라고 해라. 전부, 존재하지 않는 것들이다.


지금 여기에 있는 것은 히지카타와 나, 두 사람 뿐이야.



마치, 나름대로 행복했던 그 날들의, 두 사람밖에 없었던 잠자리들처럼. 안기고, 안는, 그저 두 사람밖에 존재하지 않는 세계를. 연인들만의 시간을.

긴토키는 몽상했다.



철썩



철썩



한 번, 한 번 칠 때마다 긴토키의 호흡은 조금씩 빨라졌다. 전신의 피가 뜨겁게 끓어 역류하는 것 같았다.

히지카타의 몸을 관철하여 쳐올리고 있는 것처럼.

히지카타를 향하여 혼신의 힘으로 채찍을 휘두를 때마다

히지카타의 흰 등이 휘어지고 그 잘록한 허리가 몸부림칠 때마다

머릿속이 하얘진다. 관능에 온몸이 황홀하게 떨린다.

이를 악물고 비명을 견디고 있는 히지카타의, 괴로운 숨결이 느껴진다.



히지카타, 아파?

나도 아파.

아픈데, 기분이 좋아.

너를 좋아해.



좋아해. 사랑해, 히지카타.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



또다시, 채찍이 꺾였다.

새로운 채찍을 가지러 간다.

힘껏 채찍질을 재개한다.



마침내, 히지카타의 등의 살이 찢어졌다.

하얬던 피부는 흔적도 없이 무참히 검붉게 변해 선혈이 낭자했다. 튀어오른 피가 얼굴에 묻어, 그 어두운 붉은색과, 미지근한 감촉과, 코에 익은 피의 냄새가 긴토키의 가슴을 더욱 두근거리게 했다.



……아아, 흥분된다.

타오르는 흥분,  미칠 것 같은 애착, 가슴 속에서 날뛰는 독점욕.

스스로 포기한 사랑하는 연인에 대한, 미련.



서른 여덟번째, 세 번째 채찍이 피가 튐과 동시에 꺾였다.

긴토키는 조금이나마 제정신을 되찾았다.

앞으로 돌아 히지카타의 얼굴을 들여다보자, 그는 어느새 의식을 잃은 채였다. 그토록 강한 귀신 국장도, 백야차의 전력을 다한 채찍질에는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물, 가져와."

무대 아래의 관리에게 거칠게 지시하면 금세 통에 물이 담긴다. 긴토키는 그것을 받아 히지카타의 얼굴에 뿌렸다.

그리고 기절한 히지카타에게 자신의 얼굴을 가까이 하고, 두어 번 찰싹찰싹 가볍게 뺨을 때린다.


"……응…… 으……."

히지카타가 의식을 되찾고는 낮게 신음했다. 그러나 아직 몽롱한 상태였다.



"히지카타."

그의 뺨에 손을 댄 채 속삭였다.

"앞으로 열두 번이야. 견뎌?"



"……죽여."

눈을 감은 채 히지카타는 천천히 말했다.

그 쉰 목소리 속에서 아주 작은 망설임을 느끼고, 긴토키는 눈을 떴다. 조금 더 히지카타의 좋은 얼굴을 보기 위해 손으로 턱을 잡고 그를 들여다본다.



"히지카타. 괜찮아?"

"……죽여, 백야차. 나를 베어 버려."

고통에 떨리는 목소리로, 그러나 여전히 완고하게 자신을 백야차라 부르는 옛 연인의 의외로 조용한 어조에, 긴토키는 이번에야말로 확실한 위화감을 가졌다.



혹시.

……혹시, 이 녀석은, 아직.



하지만, 시간이 없었다.

너무 오래 이런 대화를 하고 있으면, 비록 내용은 들리지 않더라도 관중의 불신을 초래하게 된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설마 이 신정부군의 영웅 백야차와, 막부군의 지주, 진선조 국장이 과거 사랑하는 사이였다는 사실을 알 만한 사람은 이 안에 없다. 하지만, 자비를 베푸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그다지 유리한 계책이 아니었다.



긴토키는 잠시 생각하다, 히지카타의 등 뒤로 가는 것을 멈추었다.

이제부터는, 앞에서.

히지카타의 옆구리를 향해 채찍을 휘두른다.



철썩



너덜너덜히 찢어졌으면서도 아직 히지카타의 몸에 달라붙어 있는 셔츠의 잔해 때문에 때리는 소리는 둔탁했다. 그러나 약한 옆구리를 맞고 고통으로 몸을 뒤트는 히지카타의 얼굴이, 이번에는 정면에서 선명히 보였다.

긴토키는─

또다시, 흥분했다.



철썩



생각한 대로였다.

채찍을 맞는 히지카타의 얼굴은, 처절할 만큼 색정적이었다.



철썩



히지카타가, 고통으로 얼굴을 찌푸린 채, 눈물이 차오르는 눈을 뜨고 긴토키를 바라보았다.



철썩



그 열린 동공 속에.

아직 감정이 남은, 자신에 대한 끊을 수 없는 연정을.

이번에야말로 분명히 인지하고, 긴토키는 어지러울 정도의 답답함을 느꼈다.

이 녀석은, 지금도…….



이렇게 되어서도, 아직 나를 좋아하는 걸까.

내가, 아직도 이 녀석을 사랑하는 것처럼.

그래도, 아직, 나를.



철썩



"왜, 나를 죽이지 않는 거냐."



억눌린 목소리로 히지카타가 쥐어짜듯 내뱉는 말이 들렸다. 정확히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입술의 움직임만으로 십분 알 수 있다.



"왜, 이런 수고를 하고, 잔재주를 부리면서까지 나를 처형시키지 않으려는 거냐. ……나 따위가 살아서는, 신정부에게 좋을 게 없을 텐데."



"입 다물어, 혀 깨문다."



철썩



나쁜 곳을 맞았는지, 히지카타가 몸부림친다. 역시 옆구리를 치는 것은 부담이 크다.

하지만 등 쪽도 더 이상 무사한 곳이 없을 정도로 참담하다. 살이 터지고, 검게 변색되어 부어오르고 있다.



"이봐. 죽여라, 백야차. 나에게 더 이상의 지옥을 보이지 말아 줘. 곤도 씨를 죽이고, 진선조를 파괴하고, 나의 모든 것을 빼앗아 놓고, 이제 와서 목숨만은 빼앗지 않는다니, 그런 건 네놈의 자기 만족을 위한 위선일 뿐이야."



"다물라고 했을 텐데."



철썩



"나는 이제, 이 이상 살아서 치욕을 당하고 싶지 않아. 어서……."



히지카타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네놈이 없는 곳으로, 가고 싶어."



빠악

"우윽……!"



그 순간 손이 광기를 띤다.

긴토키가 잘못 히지카타의 늑골을 때리자, 둔탁한 소리가 난며 채찍이 또다시 부러진다. 물론, 히지카타는 호흡이 멎는 듯한 고통에 정신을 잃고 있었다.



이제, 남은 네 번.



새로운 채찍을 가지러 가면서, 긴토키는 히지카타의 말을 곱씹었다.



……'네놈이 없는 곳'이라고 말했다.



네놈이 없는 곳이라고, 히지카타는.

'곤도 씨가 있는 곳'도, '소고와 미츠바의 곁'도 아니라, 그 녀석은, 내가 없는 곳이라고 한 것이다.



"히지카타."

다시 한 번 히지카타의 정면을 향하여 자세를 갖추고, 긴토키는 조용히 이야기했다.

"살아라. 네녀석은 아직 할 일이 있어. 알고 있어? 지미 군은 아직 살아 있다고. 붙잡히지도 않고 빠져 나가서, 이 에도에서 몸을 숨기고 있어. 네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히지카타는, 고통과 눈물에 흐려지는 눈을 크게 떴다.



철썩



"살아남아. 그리고, 언젠가"



철썩



"이번에는, 네가"



철썩



"나를, 죽이러 와. 원수를 갚아, 히지카타."



철썩

오십.



채찍질을 마치고, 긴토키는 뒤로 쓰러질 듯 비틀거렸다.

하아하아, 하며 어깨로 크게 숨을 쉰다.

……어느새, 울고 있었던 것 같다.



오십 번의 고통을 받아낸 히지카타는, 매달린 채 이미 정신을 잃고 있었다. 앞으로 거꾸러지듯 고개를 푹 숙이고, 이제 움직이지 않는다.



그 상처투성이의 몸을 안아주지도, 부드럽게 위로해주지도 못한 채, 긴토키는 쏟아지는 눈물과 잔뜩 튄 피를 아무렇게나 소매로 닦아냈다.

그러나 눈물이 멎지 않는다.







바라건대, 히지카타.



마음 속으로 말했다. 지금은 의식을 잃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생애를 걸어, 이 나를 저주해.

원망하고, 증오하고, 복수를 다짐해.



그리고, 언젠가는, 반드시……





나를 그 손으로 죽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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닝겐1
헐 펑하몀 안듀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집 가서 볼꺼야ㅠㅠㅠ퓨슼스큐ㅜㅠㅠㅜㅜㅜㅜㅠㅠㅠㅠㅜ5
7년 전
닝겐2
와 진짜 이거 명작이닼ㅋㅋㅋㅋㅋ이 금손님을 왜 몰랐지?ㅠㅠㅠ쓰니야 미안한데 내가 지금 픽시브를 못들어가서ㅠㅠㅠ이 금손님 아직도 활동하셔??ㅠㅠㅠ
아 근데 진짜 내가 본 연성중에 젤 슬픈듯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진짜 번역해준 쓰니 고마워ㅠㅠㅠ추천버튼은 왜 하나임ㅠ

7년 전
글쓴닝겐
방금 확인해봤는데 2014년 9월 이후로 업로드가 없으시네....진심으로 안타깝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내가 느꼈던 슬픔을 닝들도 느꼈으면 좋겠다ㅠㅠㅠㅠㅠ 힘나는 댓글 고마워!

7년 전
닝겐3
아ㅠㅠㅠ진짜 아쉽다ㅠㅠ그래도 북마크보면 아직까지 기니지좋아하시는거같은데 많이 연성해주셔ㅕㅆ으면 좋겠다ㅠㅠㅠ번역해준 쓰니덕분에 인생님 만난듯
7년 전
닝겐4
아 진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ㅠㅜㅠㅠㅠ아ㅠㅠㅠㅠㅠㅠㅜㅠㅠ진짜 슬프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누가 얘네 좀 행복하게 해주세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헝ㅠㅠㅠㅠㅠㅠㅜ일어나자마자 보고 눈물뽑아내는중...툐르르...쓰니야 번역해줘서 고마워!!! 덕분에 좋은 작품 알고 간다ㅠㅠㅠㅠㅠㅠ
7년 전
닝겐5
ㅠㅠ 아껴보느라고 이제서야 다봤다ㅜㅠㅠㅠ 아 이런 명작을 모르고살았다니ㅠㅠ 계속 울면서 봤다ㅠㅠ 닝아 번역수고했고 이런글 알려줘서 고마워ㅜㅠㅠ 마음아프다 여운이 길게 남을거같아ㅜㅠㅠㅍ
7년 전
닝겐6
진짜 대박이다ㅠㅠㅜㅠㅜㅠㅜㅜㅠㅠㅠㅠㅠㅠㅜㅠㅠㅠㅜ아 눈물나ㅠㅠㅜㅠㅜㅠㅜㅜㅠㅠㅠㅠㅜㅠㅠㅜ고마워 쓰니야ㅠㅠㅠㅜㅜㅠㅜㅠㅜㅠㅠㅠㅠㅜㅠ
7년 전
닝겐7
아ㅠㅠㅠㅠㅠㅠ죽여야할운명이라니 엉엉ㅠㅠㅠㅠㅠㅠㅠㅜ 히지카타는 고문받으면서도 왜 이리 섹시한것인가 더 눈물나게ㅠㅠ
금손닝고마워ㅠ

7년 전
닝겐8
아ㅠㅠㅠㅠ대박ㅠㅠㅠㅠㅠㅠㅠ진짜 대박이다ㅠㅠㅠㅠㅠㅠ쓰니 수고했어ㅠㅠㅠㅠㅠㅠ
7년 전
닝겐9
아대박어뚜케이런명작을이제야알았다니ㅠㅠㅠㅠ이거일본어로올라온거지??.일본으를공부해야할이우가하나더생겼다...흐악...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센세너무고마워요ㅠㅠㅠㅠ
7년 전
닝겐10
아.....미쳤다 ................아 여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하...ㅠㅠㅠㅠㅠㅠ
7년 전
닝겐11
아니이게뭐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진짜 아 다시읽고 또다시읽어도 너무슬프다 쓰닝 번역 진짜 매끄럽다 ㅠㅠㅠㅠㅠㅠ 감탄.. 하 고마워 잘보고간다!!!
7년 전
닝겐12
ㅠㅠㅠㅠㅠㅠㅠㅠㅠ고마워 쓰니
찌통이다 너무 슬퍼 오늘 이거 생각하면서 잠안올꺼같아유ㅠㅠㅠㅠㅍㅍㅍ퓨ㅠ

7년 전
닝겐13
아 진짜 이게뭐야ㅠ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ㅜㅠㅜㅠ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7년 전
닝겐14
와....쓰니 진짜 고생했어ㅜㅜㅜㅜ완전 고마워ㅠㅠㅠㅠㅠㅜㅠㅠㅜㅜ
7년 전
닝겐15
아 찌토유ㅠㅠㅠㅠㅠ잘읽었어ㅜㅜㅜㅠ
7년 전
닝겐16
으아ㅏㅏㅠㅠㅠㅠㅠㅠㅠㅠ
7년 전
닝겐17
아뭐야이거ㅠㅜㅠㅜㅠㅜㅜㅜㅠㅜㅠㅠㅠㅠㅡ나야자중인데...죽을거같애...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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