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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조회 469l 1
이 글은 4년 전 (2020/1/27) 게시물이에요
원하는 분위기 있으면 단어 옆에 적어줘도 괜찮구. 

난 보통 어두운 느낌의 글을 좋아해서 아무 말 없이 단어만 있으면 그런 느낌으로 쓸게!
추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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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자1
좀 특이한 것도 괜찮아? 놀리는 건 아니구...
4년 전
글쓴낭자
궁금해!
4년 전
낭자5
방광! 나 지금 화장실 가고싶어서 생각난건데 오해할까바ㅜ 별루면 스루해도돼..!
4년 전
글쓴낭자
화장실에 들렸다.
몇 시간이고 참았던 걸 다 쏟아내고 나니 모든 게 후련해졌다.
아니, 그럴 줄 알았는데 어딘가가 답답했다.
심장 쪽인가, 아니면 좀 더 아래에 있는 위? 장?
나는 닦은 손을 휴지에 대충 문지르고 고민하다 다시 칸막이로 들어갔다.
문을 잠그고 내 몸을 확인하다가 갑자기 느껴지는 따가움에 고갤 숙였다.
얕은 상처겠거니 하고 나가려는데 밖에서 귀에 익을대로 익어버린 목소리가 들렸다.
그 사람들은 화장실에서 웃고 떠들다 나갔고,
지난 시간만큼 내 아랫배에서는 옷 위로 흥건하게 피를 뿜어냈다.
나는 그 피에 신경도 쓰지 못하고 변기에 앉아만 있었다.
몸에 난 상처보다 마음에 난 상처가 더 쓰라려서 도저히 추스를 수가 없었거든.

4년 전
낭자2
행성
4년 전
글쓴낭자
나에게도 작은 행성이 있었다.
그건 아주 작았지만 아주 단단해서 그 누구도 부술 수 없었다.
어릴 때는 작은 손가락으로, 좀 커서는 발로, 온 생각으로 그걸 부숴보려 했었다.
순전히 호기심 때문에 시작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몇 십 년이 지난 지금은 아예 만질 수도 없게 됐다.
그건 내 어딘가에 살아있지만, 이젠 내가 눈으로 볼 수 없을 정도로 쪼개져버렸어.
부숴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시절은 너무나 빠르게 지나갔다.
순간이었다.

4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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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글쓴낭자
점인 줄 알았던 게 점점 커졌다.
겨울은 흔적의 계절이라지.
새하얀 눈에 내 발자국을 남긴 탓이었을까, 내 숨이 희게 빛난 탓이었을까.
자학하던 나약한 나도 죽음 앞에선 어린아이가 됐다.
그냥 살게 해달라고 빌까 고민도 했다.
어슬렁거리던 것이 가까이로 다가왔다.
푸른 눈동자를 가진 호랑이가 내 앞에서 나를 내려다보니 저절로 숨이 막혀왔다.
“자, 무로 돌아갈 시간이다.”
내 기억의 끝은 거기다.

4년 전
낭자4
종말
4년 전
글쓴낭자
붉고 푸른 것들이 내 눈 앞을 스쳐간다.
그 긴 꼬리를 쫓다가 비로소 문득 내가 어디 있는지에 대한 답을 찾았다.
나는 세상의 끝에 위태롭게 서 있는 나를 봤다.
내가 밟고 선 나무판자는 나를 지탱하기에 너무 작고 얇게만 보였다.
붉은 불길이 그 약하지만 커다란 내 온 사방을 둘러쌌다.
푸른 건 나의 눈에서 흘러내리던 눈물이었다.
나는 그 순간을 똑똑히 머릿속에 새겨넣었다.
다음 생에서도 잊지 않으리라고.
꼭 기억해서 다시는 반복하지 않으리라고.

4년 전
낭자6
파란
4년 전
글쓴낭자
어느 날에 내 머리에 파란색 새싹이 자라났다.
남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 모양인지 아무도 수군거리는 사람이 없었다.
비밀이 생긴 것처럼 심장이 두근거렸다.
매일 목욕을 하면서 물을 준다고 생각했고, 아침도 거르지 않고 챙겨먹었다.
비타민을 주는 느낌이었다.
곧 새싹에서는 꽃이 핀 것처럼 하얗고 보드라운 봉오리를 만들어냈다.
기분이 너무 좋아서 그 날엔 나를 지적하던 어른들의 말소리도 흘려보낼 수 있었다.
그리고 다음날이 됐다.
나는 감쪽같이 사라진 내 새싹을 찾아 헤매다 문득 달력을 봤다.
그리고 그게 꿈이라는 걸 알아차렸을 땐 이미 모든 게 거꾸로 뒤집혀있었다.

4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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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글쓴낭자
어떤 사람들은 말한다.
이 지구는 벌을 받기 위한 것들이 오는 행성이라고.
아무도 모르는 투명 감옥인 셈이다.
그리고 나는 지금 마지막으로 내 숨을 조여오는 불안들을 느꼈다.
‘지금이야.’
망설임이라곤 하나도 없는 몸짓으로 어딘가에서부터 떨어진 나.
마치 깃털처럼.
그리고 난 내 삶이 부메랑처럼 지구로 살아돌아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랬다.

4년 전
낭자8
심해
4년 전
글쓴낭자
비늘 갯수를 새던 나는 스멀스멀 피가 솜털처럼 흐르는 곳으로 고갤 돌렸다.
커다란 상어는 저 인어까지 다 잡아먹고 나면 나를 먹겠지.
꼬리는 비늘 때문인지 다시 뱉어내는 모습에 구역질이 났다.
인어로 살았던 내 시간들이 단 몇 분 만에 입 속으로 사라질거라고,
그런 생각에 엄청난 상실감이 밀려왔다.
상어는 똑똑했고, 그저 배가 고팠을 뿐이야.
남겨져버린 우리의 비늘이 그 증거겠지.
나에게로 헤엄쳐오는 상어를 마주하고서도 내가 웃을 수 있었던 이유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내 옆을 맴돌았던 용기의 온도 덕분이었다.
모두가 삶의 끝에서 놓아버렸던 용기는 시선을 마주보기만 해도 내 곁에 머물러주었다.

4년 전
낭자9
유리조각
4년 전
글쓴낭자
설거지를 하다 아끼던 접시를 깨버렸다.
내 손으로 했으니 누굴 탓할 수도 없이 나를 자책해야만 했다.
고무 장갑을 끼고 큰 조각들은 버리고, 작은 조각들은 물에 흘려보냈다.
하수구로 들어간 조각들.
장갑을 벗고 손을 씻다가 반짝이는 곳을 손가락으로 건드리자 내 살에 푹 박혔다.
물이 그것들을 모조리 집어삼킨 줄 알았는데 아니었구나.
나는 그 작은 조각이 내 손가락 끝을 피로 물들일 줄도 모르고 계속 건드렸다.
빼려고 할 때마다 더 깊이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결국 핀셋으로 상처를 쑤셔 조각을 빼내고 소독약을 발랐다.
그 날 밤, 내 손에 박혔었던 유리조각이 살 속을 파고들어 접시로 자라나는 꿈을 꿨다.

4년 전
낭자10
거울! (내 앞에 거울이 있어서,,
4년 전
글쓴낭자
은색으로 빛나는 줄만 알았던 건 내 착각이었나.
거울 안에 살고있는 내 모습이 낯설어서 나는 그 차가운 표면을 툭 건드려봤다.
왠지 내 손 끝에서부터 물결이 일렁거렸던 것도 같다.
가식으로 칭칭 둘러싸기 바빴던 내 얼굴이 원래 이렇게 생겼었나?
매일 단정하게 하려고 다듬던 머리카락이 이런 모양이었나?
나도 모르게 거울 속 내 얼굴을 쓰다듬던 나는 이제 거기서 손을 떼고 내 얼굴을 만졌다.
어?
이목구비가 붙어있어야 할 자리가 너무 매끈한데?
거울 속 나는 지금 눈을 만지고 있는데, 진짜 내 얼굴에서는 굴곡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때마침 울리는 알람소리를 듣고 후다닥 일어난 나는 도망치듯 화장대에서 벗어났다.
거울 속의 내가 진짜 나를 따라하지도 않고 가만히 있던 것도 모른 채로.

4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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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글쓴낭자
검은 너울로 얼굴을 가린 여인은 어딘가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이상한 그리움이 내 속을 파고들었다.
그녀의 시선을 따라하듯 고개를 돌리자, 검은 연못이 보였다.
다시 고개를 제자리로 돌렸지만 여인은 기척도 내지 않고 떠나 더 이상 그 자리에 없었다.
하지만 그 자리에 징표처럼 검은 너울이 놓여 있었다.
나는 그 너울을 들고 연못 근처로 향했다.
무릎을 꿇고 연못을 바라봐도 물에 검은 먹을 풀어놓은 것마냥 어두워 내 모습도 비춰지지 않았다.
궁금함에 손가락을 넣어 조심스럽게 휘저었더니 물결이 생겼다.
그 물결 틈새로 굽어진 여인의 모습이 언뜻 보인 것도 같아.
그래, 이 너울을 한 번 써보자.
그냥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 머리에 그걸 써보니 촘촘하고 얇은 너울 사이로 서서히 뭔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녀가 바라보고 있던 연못은 어느새 푸른 색을 띄었다.
바다같이 포근하고 맑은 물엔 온전히 너울을 쓴 내가 비쳐보였다.
그리고 난 누군가에게 또 이런 풍경을 전해주기 위해 그녀가 앉았던 자리에 갔다.
그리고 그 연못을 보며 기다렸다.
나와 같은 사람이 또 나타나길.

4년 전
낭자12
바다
4년 전
글쓴낭자
시원한 풀내음이 가득한 바다.
그런 곳이 이 세상에 있을리가 없지.
나는 내 앞에 펼쳐진 바다와 모래 대신 발을 간질이는 잔디를 마음껏 느꼈다.
꿈이라는 걸 알게 된 이상 내 몸이 현실로 돌아가기 전에 이 곳을 다 기억하고 싶어서였다.
여기에 사진기라도 가져올 수 있다면 좋을텐데.
난 그림에도 재능이 없고, 글 쓰는 것도 못해서 기록하기가 힘들다고.
바다로 성큼성큼 걸어가다가 그 밀려오는 파도 끝에서 저 먼 어딘가를 바라봤다.
시간이 멈춘 것만 같아서 기분이 이상했다.
누군가 살고 있는것만 같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고, 잠깐 자리를 비운 것 같은 파라솔 밑에는 몇 개의 젓가락과 도시락도 놓여있었다.
그냥 여기서 계속 이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맴돌았다.
바닷속으로 깊게 잠수한 나는 어디선가 들려오는 웃음소리를 향해 헤엄쳤다.
비웃는 것도 아니고, 기분 나쁘지도 않았다.
그리고 흐릿하게 보이는 인영들에게 점점 가까워질수록 물이 점점 따뜻해지는 게 느껴졌다.
반짝.
물을 뱉어내며 꿈에서 깬 나는 멍하니 피투성이가 된 내 욕실을 보고만 있었다.
오늘도 실패다.
욕조에 가득 담긴 물이 어느덧 내 피로 분홍빛을 띄었다.
나는 다시 그 바다를 보기 위해 조금 더 게을러지기로 하고, 다시 욕조에 몸을 맡겼다.
눈을 감았다.

4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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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글쓴낭자
눈이 왔다는 얘기가 얇은 창문으로 들려왔다.
나는 이불 틈새로 빼꼼 고개를 내밀어 창가를 봤지만, 굳게 닫혀있는 커텐만이 보였다.
나가고 싶지만 나갈 수 없다.
내 무기력은 자기 자신을 합리화하기 위해 날 거짓말쟁이로 만들었다.
어느 날은 몸이 아파서, 어느 날은 그냥 좀 쉬려고 나가지 않았던 걸 시작으로 이제는 어떤 핑계를 댈지 고민하지 않고서 술술 그 이유를 말할 수 있게 됐다.
나한테 온 벌은 자책이 아니라 자괴였다.
처음엔 어려운만큼 내일이 올거라는 생각이 있었다.
근데 이제는 쉬워진만큼 내일이 올거라는 확신마저 모래성처럼 무너져가고 있었다.
버텨낼 수 있나.
내가 과연 내일이 와도 멀쩡히 이불 속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
하지만 나는 눈을 좋아했다.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 난 그 이불을 걷어내고 커텐을 열었다.
우중충한 하늘에서는 눈도 비도 아닌 게 투둑거리며 내 창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순간 울컥하고 내 몸에서 뭔가 쏟아지는 게 느껴졌다.
너는 많은 사람들에게 수많은 감정들을 가져다주지만, 나는 나 자신에게조차 한 가지 감정밖에 가져다주지 못한단다.
그 후에 난 거기서 내 삶을 잘라버렸다.
어떻게 보면 그 눈은 내내 이불 속에만 있던 나에게 자유를 가져다 준 셈이었다.
죽음이란 자유를 만끽하며 마지막 순간까지 눈을 느꼈던 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나를 안았다.
구원이었다.

4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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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글쓴낭자
그렇게 느꼈다니 기쁘다.
좋은 공부가 된 것 같아서 뿌듯해!
단어 정말 고마워!

4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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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글쓴낭자
평소 글 쓰는 걸 좋아하기도 하구, 일기나 꿈일기를 반복적으로 쓰다보니까 문장 표현에 욕심이 나더라고.
글로 마음 표현하는 연습을 하고 싶어서 이 게시글을 올린 건데 다들 좋은 단어들을 줘서 더 예쁜 문장이 나오는 것 같아!
그렇게 말해줘서 정말 고마워! 기쁘다😊

4년 전
낭자15
한숨
4년 전
글쓴낭자
한 것도 없는데 괜히 피곤한 날이었다.
지하철, 버스.
사람들 사이에 끼어 기계적인 행동을 하던 내가 어느 날 길게 숨을 내쉬었다.
그 순간 신선한 공기가 내 폐를 가득 채우는 걸 느꼈다.
답답하던 모든 것들에게서 벗어나 잠시 휴식시간을 갖는 것처럼 심호흡을 했다.
누군가가 나에게 면박을 주거나 해도 그 긴 숨을 쉬고나면 모든 상념까지 바깥으로 빨려나와 흐려지는 것만 같았다.
나는 그걸 한숨이라고 불렀다.
누군가는 그 한숨에 우울을 담을 수도, 슬픔을 담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뭔가를 담는 숨이라는 건 그만큼 마음에 쌓인 짐을 이젠 버려도 된다는 위로였다.
더 이상 부정적인 것들을 마음에 담아두지 않아도 됐다.
한숨에 흘려보내면 그만이니까.
나는 종종 무엇을 생각하다가도 한숨을 쉰다.
모든 불안과 걱정들도 한숨에 섞여 조금은 날아가기를, 또 감정을 안아주고 공기중으로 흩어지기를.

4년 전
낭자16
대변, 무지개, 불사조, 콩나물
4년 전
글쓴낭자
무지갯빛 대변이 상상이나 가는가?
아니, 하라고 하면 상상 정도야 할 수 있겠지.
난 이제껏 살면서 세 번의 충격을 경험했다.
첫 번째는 내가 입양된 아이라는 것.
두 번째는 친아버지가 날 엄청나게 때렸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는 내 자신.
마지막 세 번째는 불사조가 무지갯빛 대변을 눈다는 거였다.
그걸 내가 어떻게 아냐고?
내가 봤거든.
정말이야.
아무도 깨어있지 않았던 새벽에 갑자기 눈이 떠진 것부터 이상했다.
내가 사랑하는 강아지 벨도, 새아버지와 어머니도, 사촌 누나도 모두 잠든 시간이었다.
나는 반 쯤 열려있는 창문을 보고서도 아무 의심 없이 다시 닫은 후에 침대로 들어왔다.
이불은 이미 내 체온으로 따뜻해진 후였다.
눈이 가물가물 감겨오길래 스르르 잠에 빠졌는데, 다시 뭔가에 의해 눈이 떠졌다.
약간 짜증이 났지만 잠을 자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중간에 뭔가가 나와 잠을 방해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 그 원인을 찾아 나섰다.
겁도 없이 지하실로 향했더니 거기에 아기 불사조가 삐약거리고 있었다.
헛 것을 보나보다 싶어 나가려는데 갑자기 그 소리가 뚝 끊겨서 다시 돌아봤다.
어느 새 아기 불사조는 내 다리 근처에서 나를 졸졸 따라다닐 기세로 강렬한 눈빛을 보냈다.
원래 있던 자리에는 무지개처럼 빛나는 그것이 있었다.
그것.
나는 군말하지 않고 휴지로 그걸 닦아낸 뒤에 쓰레기통에 내던졌다.
불사조를 들어올리자 가벼운 무게 때문인지 바람에도 날아갈 것만 같았다.
그래도 넌 독립을 해야한단다.
널 돌봐줄 사람, 아니, 보호자를 꼭 만나길 바랄게.
나는 맨 윗층에 있는 내 방으로 돌아와 창문을 열고 불사조를 안은 손을 밖으로 내밀었다.
그러자 아주 커다란 부리가 내 손에서부터 그 어린 걸 홱 채갔다.
삐약거리는 울음소리는 묘하게 기뻐보였다.
그래, 부모님인가보다.
나는 손을 닦고 마지막으로 아무것도 없는 칠흑같은 어둠을 보고 안심했다.
이불 속으로 들어가서 눈을 감자마자 강렬한 햇빛이 나를 비추는 바람에 몸을 일으켰다.
분명 정말 순간이었는데도 벌써 아침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도 밑에서 아무런 말소리가 들리질 않았다.
뭐지? 아직 자고 있나?
조심스럽게 안방 문을 열자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사촌 누나 방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식탁에는 갓 만들어진듯한 식사가 놓여있었고, 김을 모락모락 내는 코코아도 있었다.
괜히 먹기가 꺼림칙해서 그냥 바람이나 쐴 겸 바깥으로 나왔다.
바닥에는 어제 그 아기 불사조가 말라 비틀어진 채로 죽어있었다.
나는 너무 놀란 나머지 잠깐 생각을 하다가 이내 모종삽으로 정원 구석에다 구멍을 파고 그 시체를 거기다 묻어주었다.
불쌍한 아이.
다시 집으로 돌아와 문을 닫았는데 순식간에 바깥에서 들어오던 햇빛이 어둠으로 바뀌었다.
영문을 모르고 굳어있던 내 귓가에 이상한 목소리가 들렸다.
“고마워. 너를 위해 준비했어.”
화들짝 놀라서 주변을 경계했지만 눈에 보이는 게 없으니 답답하기만 했다.
식탁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먹으라는 듯이 맛있어보였는데, 지금은 또 아무것도 없으니 괜히 배가 고파졌다.
순식간에 벌컥 문이 열렸다.
나가보라는 듯 세찬 바람이 어디선가 나를 그 쪽으로 밀었다.
아까 작은 불사조를 묻어준 쪽에서 뭔가가 자라고 있었다.
물도 없는데 콩나물이 어떻게 자랄 수 있지?
하지만 내 의지와는 상관 없이 난 그 콩나물을 씻지도 않고 입에 넣고 있었다.
우걱우걱 쳐넣은 걸 목으로 넘기자마자 배고픔이 순식간에 가시더니 점점 어지러워졌다.
어, 어, 이상하다.
가물거리는 눈을 감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결국 다시 잠에 들어버린 나는 돌연 눈을 떴다.
주위를 둘러보자 이상하고 캄캄한 곳이었다.
누구 없냐고 소리를 쳐봐도 뭔가 귀에 익은 동물 울음소리만이 내 목에서부터 나올 뿐이었다.
갑자기 문이 열렸다.
“뭐야, 쟨?”
처음 보는 사람이 날 보다가 내 주변을 보고 헛웃음을 지었다.
“불사조도 모자라서, 이젠 무지개 똥까지 싼다?”
...이런.

4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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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글쓴낭자
커다란 정문을 지나고 오르막길에 들어서자 수많은 사람들이 보였다.
익숙한 친구들부터 아예 처음 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는 남들처럼 열심히 앞을 보고 찻길을 피해 보도블럭 위로 걸음을 옮겼다.
쌩하니 옆을 지나쳐가는 자동차들을 부러운 눈으로 볼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나에겐 목표가 있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앞으로 나아갔다.
점점 가까워져가는 건물을 보다가 문득 어딘가로 시선이 갔다.
남들처럼 앞만 보고 가는 건 같은데, 그 아인 전혀 다른 흙길 쪽으로 향했다.
그것도 거의 금기시 되어있는 이어폰을 끼고 흥겹게 리듬을 타며 웃기까지 했다.
나는 너무 놀라서 주변을 둘러봤지만 모두들 각자 자기 할 일을 해내느라 바쁜 것 같았다.
내가 잘못 본 건가 싶어 다시 내 길에 집중했지만 도저히 그 아이를 떨쳐낼 수가 없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흙길 쪽으로 걸어서 아이의 뒷모습을 흘겨봤다.
한 마리의 자유로운 새처럼 내딛는 걸음을 받쳐주는 그림자마저 가벼워보였다.
나는 단조로운 길목에서 벗어나 그 아이의 뒤를 따르기로 마음먹었다.
그러자 내 뒤에 있던 한 아이가 나에게 쟨 원래부터 이상한 애라고 말하며 절대로 따라가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애써 억눌러왔던 이 마음의 물꼬를 이미 터버린 상태였다.
그리고 그 아이의 뒤를 따라 숲으로 들어갔다.
뒤에서 느껴지는 한심하단 눈빛과 혀 차는 소리를 무시하고서 그 길로 나아갔다.
물론 고된 길이었다.
중간중간 나무 줄기에 걸려 넘어지거나, 벌레 때문에 소스라치게 놀라기도 했다.
하지만 모든 걸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절벽에 도착하자 이제껏 내가 해왔던 걸 다시 돌아보게 됐다.
내가 그토록 갈망하던 게 뭔지, 저 건물이 과연 내 목표였는지.
아이는 나를 보며 웃다가 망설임없이 낙하산을 메고 그 절벽에서 뛰어내렸다.
나는 그런 그를 말없이 보다가 다시 새로운 흙길을 따라 걸었다.
어디로 가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누군가가 아무리 비웃는들 나는 나만의 길을 새로 개척해나가기로 마음먹었다.
그 아이는 그 아이대로, 보도블럭을 걷는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나는 나대로.

4년 전
낭자19
묘비
4년 전
글쓴낭자
아주 어릴 때부터 난 내가 죽고서 무덤에 쓸 말을 생각했었다.
그건 어느 누구도 모르는 나 혼자만의 비밀이었다.
죽음이 막연하지 않다는 걸 너무 일찍 깨달아버린 탓에 애어른으로 불렸던 나.
크고 나니까 어릴 때 내가 했던 모든 어른 흉내들이 좋은 게 아니란 걸 알게되었다.
어릴 땐 어른스럽다는 말이 칭찬처럼 들렸지만, 이미 어른이 된 나에게 어린애같다는 말은 더 이상 칭찬이 아니었다.
나는 잊고 있었던 내 묘비명에 대한 생각을 저 밑에서부터 다시 끄집어냈다.
이번에야말로 완벽하게, 그 누구도 날 얕잡아보지 못할 정도로 멋진 문장을 만들어내겠어.
왜냐하면 난 이제 어른이니까.
몇 날 며칠을 고민하던 끝에 나는 내 손으로 유서를 써나갔다.
햇빛이 들어오지 않아도, 기운이 좋지 않아도 괜찮으니 그냥 무덤에 이 걸 새겨달라고.
그리고 결국 날 꺾어버린 어린 아이때문에 난 투명하게 이 세상에 남게 되었다.
내 의지대로 내 육신이 들어가있는 묘비에는 이 말이 남겨져 있었다.
‘어렸지만 어른 같았던 나에게, 어른이지만 어렸던 내가.’
아무도 공감하지 못하더라도 난 그 모습을 흐릿하게 마지막 기억에 남겼다.
내 주마등의 불이 꺼질 때까지 난 그 묘비를, 그리고 내 문장을 자랑스럽게 곱씹었다.

4년 전
낭자20
사진, 꿈 다 넣어서 써줘!
4년 전
글쓴낭자
어, 여기 어디선가 본 적 있는 곳인데.
기시감이 드는 곳은 다름아닌 우리 동네 자그만한 놀이터였다.
어린 시절을 통틀어 고등학생 때까지 이 마을에서 나고 자란 나에게 여긴 보물과도 같은 장소다.
지금은 없어져서 새로운 마트가 들어선 곳이지만.
이미 훌쩍 커버린 나는 모래를 신기하게 바라보며 손으로 훑었다.
한 웅큼 쥐고 바람에 날려보내는 것도 재밌었다.
어릴 때 많이 했던 놀이 있잖아, 주변에 지나가는 바람들이 속삭이듯 추억을 이야기해줬다.
두꺼비를 찾으며 터널을 만들었던 것, 미끄럼틀에서 떨어져서 엉엉 울었던 것.
찰칵 소리를 낸 휴대폰이 몇 번 더 그 소리를 내며 사진첩에 순간을 기록했다.
나는 거기서 한 아이를 만났다.
매일 그네에만 앉아 있던 아이가 나를 본 순간 기쁜 표정으로 달려들었다.
한참 작은 체구가 이미 커져버린 내 품 속에 쏙 들어왔다.
잘 있었냐고 내 머리를 쓰다듬는 그 손이 얼마나 그립던지, 나는 눈물을 꾹 참았다.
이게 꿈이 아니길 정말 간절히 바랬다.
하지만 곧 해가 뜨면 나는 다시 돌아가야만 한다는 걸 우리 둘 다 알고 있었다.
나는 마지막으로 아이를 한 번 더 안아주고 휴대폰을 들어 아이를 찍었다.
그리고 난 그 날 잠에서 깨자마자 납골당으로 향했다.
몇 십 년도 더 된 일이었지만 항상 그 엄숙하고 조용한 분위기는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나는 아이의 액자가 들어있는 창을 몇 번 매만지다가 눈에 익은 사진을 발견하고 입을 막았다.
이미 인화된 사진에는 내가 꿈에서 찍었던 그 놀이터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다.
휴대폰을 확인해도 그 사진이 있을리가 없었다.
나는 그 창에 기대어 한바탕 눈물을 쏟고야 말았다.
넌 언제나 거기서 날 기다린거구나.
작고 따뜻한 손이 내 눈물을 닦아준 것 같기도 했다.

4년 전
낭자21
상상력 최고다ㅜㅜㅜㅜㅜ좋은 글 써줘서 고마워!!
4년 전
글쓴낭자
앗 그렇게 말해주니까 너무 기쁘다!
고마워!

4년 전
낭자22
고래
4년 전
글쓴낭자
작은 음파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나는 그 따뜻한 품에서 낑낑거리며 안겨있다가 그 소리를 듣고 조심스럽게 밖을 살폈다.
무언가가 피어나는 음파 소리가 점점 작아졌다가 커졌다가 했다.
엄마는 그 옆을 커다란 몸으로 막아주며 어른이 되면 너도 할 수 있을거라고 말했다.
짜기만 했던 물에서 자유롭게 어딘가로 헤엄칠 수 있는 나이가 됐다.
엄마가 나에게 해줬던 마지막 인사는 어릴 때 들었던 그 음파였다.
우리는 잠깐 헤어지는거야, 언젠가 이 드넓은 곳을 다니다가 또 만나면 인사하자.
그러고서 우리는 각자 마음이 내키는 곳으로 떠났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정말 오랫동안 헤엄치는 바람에 엄마가 이미 바닷속에 없을 거라는 생각도 했다.
그동안 스쳤던 수많은 관계들이 내가 만들어낸 물결 한 번에 진정되는 게 느껴졌다.
엄마가 보면 좋아할텐데.
나는 내 옆에 꼭 붙어있는 아기에게 말했다.
저 멀리에서 들리는 음파소리를 궁금해하는 나의 작고 사랑스러운 고래에게.

4년 전
낭자23
깊은 바다
4년 전
글쓴낭자
숨이 안 쉬어진다.
꿈이라고 생각해서 무작정 바다로 뛰어든 것부터가 이상했다.
내 몸이 어딘가를 찾고 있는 게 느껴질만큼.
몽롱한 꿈과 현실 틈으로 헤엄쳐나온 나는 바닷속으로 성큼성큼 팔을 휘저었다.
죽기 직전 보인다던 내 인생이 눈 앞에 촤르르 펼쳐졌다.
나는 그것도 무시하고 계속해서 내려갔다.
더, 더.
더.
더 깊은 곳을 향해서.
나는 아주 어두운 곳으로 계속해서 나아갔다.
어둠 뿐인 곳으로 물장구를 치면서 물고기들을 뒤쫓았다.
풍덩 소리가 내 귓가에 선명히 들렸다.
나는 켁켁거리며 물을 뱉어나고 주위를 살폈다.
햇볕은 쨍쨍했고, 어린 아이들이 부모의 주의 아래 까르르 웃는 게 보였다.
왜지? 난 저 아래로 계속해서 나아간 게 맞는데.
다시 한 번 바닷속으로 헤엄치려고 얼굴을 들이민 순간, 커다란 무언가가 내 시야를 아예 가렸다.
‘한 번 더, 들어오면, 돌이킬 수 없다.’
돌이키고 싶은 인생따위 예전에 박살나버린지 오래였다.
나는 그 말을 무시하고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숨이 쉬어지지 않아도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지, 아니면 누가 날 끌어들이는건지 더 깊은 곳으로 갈 수 있게 됐다.
풍덩.
또 한 번의 소리와 함께 나는 콜록거리며 물을 뱉어냈다.
쨍쨍한 빛, 웃음소리.
또 아까랑 똑같았다.
나는 좀 분한 마음에 욕을 내뱉고서 물 속으로 다시 들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그 곳은 물이 아니었다.
내 손에 잡히는 거라곤 사막의 부드러운 모래들 뿐이었다.
‘어서 들어오라고. 네 죽음을 환영한다.’
메아리치는 목소리에 돋은 소름이 어떤 의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난 걸음을 옮겼다.
새로운 곳을 향한 첫 걸음이었다.

4년 전
낭자24
네편
4년 전
글쓴낭자
글을 잘 써야한다는 강박 관념 때문이다.
이 모든 건 그거 때문이야.
절대 내가 나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끄는 게 아니라고.
그렇게 합리화를 하며 한 달을 집에만 박혀있었다.
굳이 집 밖을 나가고 싶지 않아 집에는 택배 박스들과 냉동 식품이 한가득 쌓여 있었다.
자괴감에 허우적댈 무렵 누군가에게서 익명으로 편지가 왔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이라는 짤막한 안부로 시작된 편지는 그 때부터 나에게 주에 한 번씩 꼬박꼬박 전달되었다.
내 답장이 없어도 계속해서 편지는 왔다.
‘날이 많이 추워요, 그쵸?’ 라며 내 동의를 구하기도 했고,
‘전 홍차는 싫어요.’ 라고 자기 의사를 말하기도 했다.
일주일, 이 주일, 삼 주를 넘어 사 주째 되던 수요일에 아주 화려한 인장이 찍힌 편지가 도착했다.
그 실링 왁스를 떼어내다 종이가 찢어졌지만 아무렴 어때.
난 까슬한 종이 표면을 손으로 힘껏 느끼며 편지를 읽어나갔다.
이미 이 세상에 없는 이 사람은 아무도 사주지 않았던 내 첫 작품을 두 번씩이나 구입했다고 한다.
나를 처음 봤을 때 어떤 모습이 좋았고, 내 글 속에서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이 강하게 생겼다는 말도 덧붙여서 감사하다고 적었다.
그 잉크는 펄이 한가득 묻어있어서 마치 예술작품을 보는 것만 같았다.
나는 이 사람이 내 작품을 보고 자기 의지대로 삶을 마감했다는 게 너무나도 괴로웠지만, 그만큼 영향력이 있는 글을 쓸 수 있어 사는 동안이나마 행복을 느꼈다는 마지막 문장에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서 이야기를 적기 시작했다.
나는 이제껏 그렇게 글이 막힘없이 써질 수 있다는 걸 모르고 살았다.
작은 독립 출판사의 인연을 빌려 책을 내고, 일러스트와 디자인 작업도 꼼꼼히 검토했다.
사랑스럽고도 아름다운 생에 관한 나의 첫 에세이.
‘네편.’
네 통의 편지와, 불안에 휩싸인 나를 단단하게 지지해준 ‘편.’
첫 페이지엔 이런 말을 자필로 써 넣었다.
“매마른 나에게 향기로운 꿀을 가져다준 당신, 이젠 자유롭게 날아가게 된 당신께 바칩니다.’

4년 전
낭자25
나도 해도 될까...? 가능하다면 나는 꽃과 별!
4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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