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나를 죽인 적이 있었어 이 죽음같은 파도 앞에서
가져온 수면제의 종류만 다섯
내 새끼손톱보다 작은 알약 열 개를 두 손으로 움켜쥐고
목구멍을 열어 털어넣었어
식도가 꽉 막혀 구역질이 나도
물기 하나 없이 녹아 내려가는 약의 쓴맛에
온몸이 경기를 일으키듯 뒤틀려도
무릎 꿇고 두 손으로 입을 꾹 틀어막았어
눈앞엔 창백한 파도의 포말 바다가 슬퍼보였어
삼켜지고 또 삼키는 게 전부 나 같았어
그래서 눈을 감았어 그렇게 잠들고 싶었어
그런데 그날 날 살린 그 아일 만나고서 나
다 그만두고 싶어서 시작한 짓을 그만두게 되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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