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롤을 들으며 그토록 슬픈 표정을 짓는 사람은 본 적이 없어.
누구에게라도 말을 걸고 싶은 눈치였지.
하얀 눈에 파묻힌 트리 앞에 서있다 눈사람이 되어버린 그 사람.
나는 그를 보고 있어.
그러나 말을 걸어주지 못했어.
나는 입을 잃어버린 맞은편 눈사람.
누군가 둘러준 목도리가 곧 흘러내릴 추운 한 사람.
온종일 눈을 맞춰도 목소리를 들을 수 없고 손을 흔들 수 없네.
우리는 웃는 게 가장 슬픈 사람들이야.
“오, 스노우맨.
그대에게는 이름이 있나요.
누군가의 품에 안겨본 적 있나요.
내가 춥다고 하면 아무도 믿지 않겠죠.”
가슴 한가운데 찍어진 발자국.
하얗기만 했던 마음에 생긴 회색빛 얼룩.
더는 사람들이 나를 찾지 않아.
못나진 건 내 탓이 아닌데 나만 또 외로워지네.
상처받고 겨울길을 서성이는 거기 빨간 장갑 친구.
어떤 이야기도 들어줄 수 있으니 내게 말을 걸어줘.
무슨 말을 해도 웃어줄게.
못다한 고백도 내 품에 새긴다면 난 영원히 간직할 거야.
“오, 스노우맨.
그대에게는 이름이 있나요.
누군가의 품에 안겨본 적 있나요.
내가 춥다고 하면 아무도 믿지 않겠죠.”
어릴 적 그 아이는 나를 냉장고에 넣어 여름을 보여주려 했지.
가끔씩 꺼내볼 때마다 그 따뜻한 손길에 점점 투명하고 딱딱해지는 나를 아껴주었지.
그 애와의 여름은 다정했어.
눈부신 꿈을 꾼 것 같았어.
하지만 이젠 나만 빼고 모두가 어른이 됐네.
산타를 기다리지 않네.
그렇게 나도 녹아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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