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은 미끄럽고 속이 훤히 보이는 우산을 쓰고 빗속에 걸어간다. 멀고 먼 침실을 찾아가 비가 올까 창문을 닫아주고 떨면서 바스락거리는 눈가에 입을 맞추며 아득한 기억 속을 헤매이는 가슴을 다독이고는 기억 속 다시 네 이름을 불러 끌어와 덮어준다. 곧이어 네 미소가 입가에 맺히면 그것이 세상이 되고 네가 눈치채지 못하게 빗속에 걸어간다. 한 여름 밤, 네 이름에 새겨둔 빛 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