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애인이 일이 잠시 쉬어서 여유로울 때 만났고, 그때의 다정한 모습에 크게 반했어.
근데 애인 말로는 원래 좀 무뚝뚝한 편이고, 갑자기 승진하면서 책임질 게 많아져서 정신적으로 힘들다 보니까 나한테 소홀했던 것 같다고 미안하다고 했어.
근데 사실 달라진 건 거의 없어.
내년 중순까지는 지방에서 일하고, 다시 이쪽 지역으로 와도 아침 6시~오후 5시 주 6일 근무고, 원래 잠도 많아서 밤 8–9시면 자.
일할 땐 바빠서 연락이 잘 안 되고, 퇴근하면 밥 먹고 씻으면 바로 잠드니까 우리 대화할 시간이 많이 없어. 통화는 하긴 하는데 예전 같지 않고 목소리도 힘 없어 보여서 더 서운하고.
내가 서운한 걸 말하거나 분위기가 조금이라도 안 좋아지면, 얘가 갑자기 엄청 불안해하면서 풀어보려고 하고, 마음 식은 거 절대 아니라고 계속 말해.
근데 나는 “난 행복하려고 연애하는데 왜 자꾸 마음이 힘들지?” 이런 생각이 자꾸 들어서 관계 자체를 다시 보게 돼…
그래도 하루 시간 내서 만나면 피곤한 건 느껴지면서도, 예전에 내가 하고 싶다고 했던 것들 해주려고 하고, 숙소나 밥도 다 나한테 맞추려고 하긴 해.
애인은 사랑 표현이 하고 싶은 거 같이 해주는 거, 돈 써주는 거 이런 방식인 것 같아.
사귀기 초반에 여러 질문하고 대화 많이 하던 걸 보면, 얘는 나름 결혼도 염두하고 연애하는 것 같고… 나도 결혼 생각 있으니까 초반엔 가치관도 맞고 좋았어.
근데 얘가 나름 최선을 다해도, 그 최선이 나한테는 충분하지 않은 것 같아서… 이 연애를 계속하는 게 맞나 하는 생각이 자꾸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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