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커리어가 교사 중에서 많이 특이한 편이라 혹시 누가 알까봐 자세하게는 말 못 하겠지만...
교사가 꿈이어서 교대 들어가긴 했지만 막상 교대 다니다보니 교사가 적성에 너무 안 맞는 것 같았어
계속 망설이다가 얼렁뚱땅 4학년되고 졸업이 눈에 보이고 나서야 확실하게 생각 정리하고 취준 시작
NCS 자기분석 스터디 등 해가면서 공기업 금융권 대기업 넣을 수 있는 곳은 다 넣은 듯
운 좋게 대기업 hr이랑 마이너 공기업 붙어서 대기업 hr 입사
확실히 동기나 선배들에 비해서 버는 돈은 훨씬 많았음
동기들이 먹을 거 입을 거 살 거에 가성비 찾으면서 적은 돈으로 생활할 때 나는 그런 걱정 전혀 없었고 난 오히려 돈 불릴려고 제테크함
(교사 생애소득이 30억에 가까울 정도긴 하지만 교사는 저년차 때 대기업에 비해서는 연봉이 많이 적음)
반대로 워라벨은 동기나 선배들이 훨씬 좋았음
기본 4시 반 퇴근이고 금요일은 조퇴 써서 2시 반 퇴근
방학도 전교사 출근 3일 빼고는 말 그대로 방학
(근데 초임일 때는 생기부 요령도 없었고 들어야겠다 싶은 연수 찾아서 듣는다고 바빴다고 함)
각자 장단점이 있구나 생각하고 있으면서도 년차가 쌓일수록 동기들이 점점 부러워졌음
가장 크게 느낀 건 고용안전성
난 당장 40대 중반에 나올 수도 있는데 같이 졸업한 교사된 동기들은 그런 걱정 전혀 안 하더라
나는 년차가 쌓일수록 하는 일의 수준이 올라가는 반면
동기들은 했던 일 반복하는데 호봉은 자동으로 올라감
나는 갈수록 피폐해지는데 동기들은 초임일 때나 그랬지 연차가 쌓이면 쌓일수록 얼굴에서 여유가 보임
학교의 수평적 구조도 너무너무 부러웠음
더 늦으면 이런 고민도 못 하겠다 싶어서 충동적으로 교사가 되기로 결정
(조금 부연 설명을 하자면 당시 회사 일하면서 우울증 오기 직전이었던 때라 멘탈이 정말 약했음
교사가 되기로 결정한 흐름이
교사가 되고 싶으니까 퇴사하자! (X)
더는 못 버티겠어ㅜㅜ 이러다 정신병 걸리겠다! 퇴사하자! (O)
퇴사하기로 마음먹었는데 교대 나와서 취업할 수 있는 범위도 좁고 취준 2번은 정말 못 하겠다 싶어서 교사로 눈을 돌린 흐름임
진짜 너무 힘들어서 더 못 다니겠고
눈을 돌린 곳도 적성에 안 맞는 교사여서 교사가 된다고 해도 교사도 못 하겠으면 어쩌지?ㅜㅜㅜ 상태였음)
임용 준비하면서 애인을 만났고 애인한테 많이 도움 받으면서 초수에 붙음
교편을 잡고 n년차인 지금 나의 교사에 대한 직업 만족도는 그야말로 최상ㅜㅜ
(몇년차인지 적었는데 혹시나 해서 지웠당... 저년차는 아니고 부장교사도 해봤음)
만족도 최상일 수 밖에 없지
심적으로 가장 힘들었을 때가 초임교사 때였음
근데 그런 초임교사 때조차 대기업 다녔을 때 떠올리면 마음이 이내 평온해짐
가장 바빴을 때가 부장교사 했을 때였는데
부장교사 때 한참 바쁠 때가 대기업 다녔을 때 가장 한가했을 때 보다는 여유가 있는 편임
개인적으로 바쁨, 힘듦 정도가
대기업>>>부장교사>>평교사 같음
부장교사는 어떤 부장교사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평균적으로는...
방학도 말 해 뭐 해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좋지ㅜㅜ
당장은 월급이 적기는 하지만 당장 대기업 다니면서 진짜 정신병 걸리는 거 아닌가 싶었을 때만 생각하면... 월급 적고 일 강도나 압박감도 적은 지금이 훨씬 만족스러움
애당초 이 적은 월급 계속 가져가는 것도 아니고 호봉제라 일 똑같이 해도 계속 오를 건데...
그것도 이 낮은 월급으로 스타트해서 생애소득 30억 가까이 찍을 정도로 오름
물론 아직까지 많이 예민한 학부모님을 만나뵌 적이 없어서 이렇게 생각하는 걸지도 모르겠음
서론이 너무 길었당
본론임
우연히 나, 애인, 애인 부모님 이렇게 식사하게 되었음
(애인, 애인 부모님이 저녁 식사하는 자리였는데 내가 참석하게 됨)
애인 부모님 두 분 다 교사셔
내가 대기업에 있을 때랑 지금이랑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 물어보셨는데 난 솔직하게 말했음
정말 가감없이 솔직하게 말하고 지금 만족도 최상이라고도 말씀드림
(위에 있는 내용들)
애인 아버지는 그렇지 대기업이 괜히 돈 많이 주겠니... 자선단체도 아니고 그렇게 많은 돈을 주는 건 그 돈 이상의 이익을 가져다 줬기 때문이 아니겠니
고생 많았구나
OO(애인 이름)가 이렇게 능력있는 여자랑 만나니까 기쁘네
이런 눈물 핑 도는 말씀을 해주심...ㅠㅠㅠㅠㅠ
듣는 도중 울었음ㅠㅠㅠㅠㅠㅠㅠㅠ
근데 애인 어머니가 별 말씀 없으시고 그냥 식사하시길래 조용하신 분이시구나 했음
식사 다 끝나고 애인 아버지는 따로 갈 곳이 있으셔서 가시고
나, 애인, 애인 어머니는 애인 차 타고 우리집 쪽으로 가고 있었음
난 대중교통 이용하려고 했는데 도중에 내려다 줄 수 있어서 같이 타라고 해서 탐
차에서 애인 어머니가 혹시 학교를 편한 직장 정도로 생각하고 있냐고 물음
본인(애인 어머니)이 생각을 곰곰히 했는데 내가 학교를 도피처로 생각하는 것 같아서 그게 불편하다고 하네
그래서 확실히 전 직장에 비해서는 심적으로 훨씬 편하고 그 때 당시에는 도피처로 생각한 것도 맞지만, 지금의 나는 교사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교편을 잡고 있다고 확실히 말씀을 드림
근데 애인 어머니는 도피처에서 어떻게 책임감을 가지냐는 둥 아무리 전 직장과 비교를 하더라도 학교가 편하다면 일을 어떻게 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둥 이상한 말씀을 하심...
솔직히 내 입장은 도피처면 어떠냐는 생각이고... 도피처라도 잘하면 그만 아님..? 교직 생활 내내 죄의식을 가지고 살아야하나...?
학교를 도피처로 삼아서 죄송합니다ㅜㅜ 이러면서
그리고 학교 일이 편하다는 건 내가 대기업 다니다가 교사 된 후 그렇게 느낀 건데 어쩌라는 건지...
당연히 힘든 일 하다 '상대적으로' 쉬운 일 하면 편하다고 느끼지
둘 다 겪어본 내가 교사가 더 편하다고 하는데 왜 교사만 해보신 애인 어머니께서 그걸 언짢게 여기시는지 이해를 못 하겠음
(절대로 교사가 꿀이라느니 그런 식으로 말하지 않았음. 전직장에서 일 때문에 정신적으로 정말 힘들었는데 지금은 일은 편해서 너무 다행이고 만족하고 있다는 식으로 말씀드림)
전 직장이랑 비교했을 때 훨씬 만족도가 높아진 건, 둘 다 경험해본 내 개인적인 경험인데 이걸 왜 마음에 안 들어하시는지...
그래서 난 애인 아버지께서 물어보셔서 가감없이 제 생각을 말씀드렸을 뿐이라고만 말씀드림
(마음 같아서는 따지는 정도는 아니라도 좀 세게 말하고 싶었는데 참긴 했어... 좀 흥분 상태여서 혹시나 말 실수 할까봐)
그 이후로 대화 일절 없음...ㅎ
애인은 어쩔 줄 몰라하다가 애인 어머니가 자기랑 나랑 말하고 있는 거라고 하니까 조용히 하더라
(좀 어이가 없었음 조용히 할게 아니라 중간에 나서서 제지 해줘야지...)
나중에 애인이랑 통화하면서 듣기로는 애인의 어머니는 내가 교사를 우습게 본다고 생각하셔서, 내가 내 말에 대해 똑바로 사과하고 정정하기를 바라심
나는 사과할 것도 없고 정정할 것도 없다는 입장
내가 교사가 되기 전까지 겪고 느낀 경험들을 나 스스로 부정하는 건데 이걸 어떻게...?
애당초 내가 왜 교사를 우습게 본다는 건지도 모르겠음...ㅇㅇ
교사를 잘 모르는 사람이 하는 말이라면 모를까
다른 곳에 있다가 교사를 하고 있는 사람이 본인이 느낀 걸 말하는데...
왜 교사만 해보신 분께서 저러시는지...
혹시나 해서 더 쓰자면 같은 말도 아 다르고 어 다르잖아
난 절대 교사를 우습게 봤다고 느낄만한 말은 하지 않았음
애당초 그랬느면 애인의 아버지가 내 말을 듣고 저런 말씀을 해주셨을리가
본론은 내가 애인한테 난 사과할 것도 없고 정정할 것도 없으니까 중재를 해달라
그냥 사귀기만 할 사이면 몰라도 아직은 우리끼리지만 결혼 얘기도 하고 있지 않냐 이러니까
애인은 '내 생각도 존중하고 어머니 생각도 존중한다'고 함
이거 그래서 어쩐다는 건지...ㅋ
그래서 나도 사과고 정정이고 못 하겠고 애인 어머니한테 다시 저런 소리 나오면 우리는 더 못 만날 것 같다
우리 나이도 있는데 결혼까지 못 할 것 같으면 헤어지는 게 맞다고 확실히 못 박음
애인이 다시 말해볼테니까 그런 말 하지말아달라고 하는데 하 짜증나네...ㅜㅜ
애인 어머니가 교사라는 직업에 대해 굉장히 자부심이 강하신 분 같긴 한데 도통 무슨 사고방식으로 나한테 사과니 정정이니 그런 말을 한 건지 모르겠어
애인 아버지는 정말 좋은 분 같으신데...ㅠㅠㅠ
서론이 너무 길었네
원래는 많이 요약해서 쓰려고 했는데
이러면 전후사정이랑 내가 교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전달 안 될 것 같아서 요약은 적당히 했어
마지막에 또 적지만 난 절대로!
교사 너무 편해서 좋아요^^ 꿀이네요^^ 이런 뉘앙스로 말 한 게 아니고
교사로 직업 바꾼 선택이 틀리지 않아 너무 다행이에요ㅜㅜ (이전 직업에 비해서) 너무 편하고 만족스러워요ㅠㅠ 이런 뉘앙스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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