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희진-성희롱 피해자간 갈등서 여론 조작 정황
| "어디서 돈 받고 부탁받은 것처럼 논란 만드네"
| 4개 아이디가 동일 내용으로 댓글 작성
| 조직적 개입한 세력 누군지 특정은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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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아시아=고윤상 기자] 민희진 어도어 대표와 사내 성희롱 피해자 B씨간의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B씨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 댓글 등에서 조직적으로 여론을 선동하는 다수의 계정이 확인됐다. 같은 내용의 글이 다른 계정으로 4차례 올라오는 등 민 대표에 유리한 여론을 만들려는 조직적 시도가 포착된 것이다. 여론 조작 시도는 민 대표측에 유리한 여론을 만들고 싶어하는 '특정 세력'의 조직적 개입이거나 왜곡된 인식을 갖고 있는 일부 극성팬의 소행으로 볼 수 있다.
16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지난 14일 B씨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2차 입장문에는 같은 장문의 댓글을 단 4개의 각기 다른 계정이 있었다. 아이디 'ig*****', 'mi*****', 'kr*****', 'pu*****' 등을 사용하는 각기 다른 계정은 10줄이 넘는 장문의 댓글을 시간 간격을 두고 달았다. 이들은 "어도어 모든 구성원이 불만없이 잘만 다니고 있는데 정작 퇴사한 얘만 어디서 돈 받고 부탁받은 것처럼 계속 언론이랑 하이브 끼고 논란 만드네ㅋㅋㅋㅋㅋ"로 시작해 "얘처럼 부조리 당하고 인신공격당한 사람 있었으면 지금 시점에 진작에 터졌겠지ㅋㅋㅋㅋ"로 끝나는 내용이다.
이는 성희롱 피해자인 B씨가 돈을 받고 스스로 논란을 만든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댓글로, 갈등 상대방에 대한 근거없는 비난을 포함했다는 점에서 '역바이럴(상대에 대한 비난 등을 일반 대중이 작성한 것처럼 속여 인터넷 게시판 등에 게시하는 행위)'로 볼 수 있다. 이상한 댓글 흐름은 성희롱 피해자인 B씨도 인지하고 있었다. 그는 "반복적으로 다른 사람이 같은 댓글을 쓰거나 도를 지나친 인신공격성 악플이 보인다"며 고소 진행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핵심은 여론 조작을 누가 했는지다. 앞서 본지는 SM엔터테인먼트가 지난해 2~3월 하이브와의 경영권 분쟁 당시 여론 조작업체 '아스트라페'와의 계약을 통해 조직적으로 여론 조작에 나섰다는 점을 단독 보도한 바 있다. 이미 연예계에서는 역바이럴 업체를 통한 여론 조작이 관행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게 다수 연예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이 때문에 성희롱 피해자 B씨를 둘러싼 이상한 여론 흐름을 놓고 민 대표측에 유리한 여론을 만들고자 하는 '특정 세력'의 개입을 의심하는 시각도 있다. 다만 현재까지 드러난 4개의 동일 아이디만을 가지고 민 대표측 홍보대행사 등이 개입됐다고 단정할 순 없다.
또 다른 경우의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민희진 대표 개인 팬이나 뉴진스의 일부 극성 팬들이 '민 대표 구하기'에 심취한 나머지 여론 조작을 위한 자발적 집단 행동에 나섰을 가능성이다. 실제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뉴진스 게시판에서는 민 대표의 유리한 여론을 만들자는 일명 '회력지원' 게시글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다만 팬들의 집단 행동으로만 보기에는 일반적이지 않단 지적도 있다. 4개 아이디로 동일 내용을 시간차 두고 다는 이번 행위는 일반적인 팬들의 집단 행동과는 양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팬들은 통상 어떤 취지의 내용으로 반박하자는 의견 교환을 주로 한다. 토씨 하나 틀리지 않는 '동일 내용'으로 지령을 받아 움직이듯 댓글 작업을 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본지 확인 결과 같은 내용으로 장문의 댓글을 도배하자는식의 공개 게시글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화력지원 요청'과 같은 공개적인 여론 선동 작업이 아닌 '물밑 작업'에 의한 결과물이었단 얘기다.
여론 조작 시도가 있더라도 누가 명확히 이를 지시했는지 적발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인스타그램 같은 해외 기반 SNS는 특정 게시글 또는 댓글 작성자에 대한 정보를 수사기관에 제공하지 않는다. 때문에 가짜뉴스나 선동 댓글이 업무방해죄,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등에 해당되더라도 실제 처벌 사례는 거의 없다. 한 연계계 고위 관계자는 "해외 SNS나 일부 커뮤니티는 여론 조작에 취약한 구조고, 사실상 적발도 안되기 때문에 바이럴 업체들의 작업 대상이 되기 쉽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