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백번의 추억'의 양희승 작가는 "사랑과 우정을 모두 지켜내는 두 주인공의 여정을 통해 깊이 있는 성장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는 그 어느 것도 제대로 지켜내지 못했다. 우정의 서사를 정교하게 쌓아 올린 뒤, 마지막에 로맨스로 허물어버렸다.
여성의 연대가 중심이던 이야기는 남자의 선택을 기다리는 멜로로 변했다. 그 변화는 성장이 아닌 퇴행처럼 비춰진다.
친구의 엑스와 연인이 된 이야기. 머리로는 이해가 안 돼도, 설레면 그만이다. 이건 드라마니까. 그러나 영례와 재필의 로맨스는 머리로도, 가슴으로도 이해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문제는 감정의 흐름이 아닌 타이밍이었다. 시청자는 그들의 사랑을 응원하기보단, "왜 지금?"이라는 질문부터 던지게 된다.
정현(김정현 분)의 등장과 종희의 선전포고가 없었다면, 이들은 여전히 제자리였을 것이다. 그렇게 우정의 여운은 사라지고, 사랑의 이유는 설득력을 잃었다.
미스코리아는 종희의 오랜 꿈이었다. 가난과 폭력의 굴레 속에서도 사람들을 울리고 웃기고 감동 주고 싶다는, 소녀의 바람이었다.
그런데 그 무대 위에 영례까지 서 있었다. 영례는 사랑에 이어, 이젠 친구의 꿈까지 끼어든 꼴이 됐다. 종희는 영례에게 "또 페어플레이 해보자"고 말한다.
서로의 결핍을 채워주던 친구가, 지금은 서로의 시험지가 됐다. 드라마는 이들을 어디까지 밀어붙이려는 걸까. 끝에서 다시 손을 잡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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