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뉴진스의 어도어 복귀 과정이 연일 논란을 낳고 있다. 전속계약 분쟁이 어도어의 승소로 마무리된 이후 다섯 멤버가 모두 복귀 의사를 밝히면서 겉보기엔 갈등의 실마리가 풀린 듯 보였다. 그러나 멤버별 복귀 방식 차이와 "뉴진스는 다섯일 때 존재" "발목 잡지 않겠다" 등의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의 잇단 입장 발표가 뒤섞이며 여론의 혼란과 피로도가 오히려 커지고 있다.
가장 먼저 복귀 의사를 밝힌 건 해린과 혜인이었다. 두 멤버는 어도어와 직접 만나 법원의 판결을 존중하고 팀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하지만 그 직후 민지·하니·다니엘은 법무법인을 통해 별도의 입장문을 발표하며 복귀를 선언했다. 이 과정은 어도어와의 협의 없이 이뤄졌고, 소속사는 "진의를 확인 중"이라는 입장을 내며 조율되지 않은 상황임을 에둘러 밝혔다.
대중의 시선이 세 멤버에게 특히 냉정하게 향한 이유도 바로 이 지점에 있다. 분쟁의 근거로 제기했던 신뢰 파탄이 복귀 과정에서도 동일하게 반복됐다는 인상을 남겼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 역시 "복귀 자체의 옳고 그름보다 레이블과 조율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절차가 문제였다"고 진단한다. 다시 말해 이번 논란은 복귀 방식이 갈등의 연장선으로 비친 데서 비롯한 측면이 크다.
여기에 민희진 전 대표의 발언이 새로운 층위를 더했다. 민 전 대표는 15일 노영희 변호사 유튜브 채널을 통해 "뉴진스는 다섯일 때 비로소 꽉 찬다" " 아이들을 이용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공개했다. 이는 한동안 분쟁의 후면에 머물던 민 전 대표가 다시 여론전에 등장, 팀의 활동 체제에 일정한 방향성을 제시하려는 움직임으로 비쳤다.
이에 그치지 않고 노영희 변호사의 입을 빌려 17일 또 입장을 내놨다. 노 변호사는 이날 '매불쇼'에 출연해 민 전 대표가 계약 유효 판결 이후 다섯 멤버 모두가 자연스럽게 어도어로 복귀할 것으로 판단했고, 그 과정에서 팀 활동을 지지하는 메시지를 냈다고 대신 입장을 설명했다. 그러나 어도어가 먼저 두 멤버만 복귀를 확인하자 민 전 대표는 일부만 받는 듯한 구조가 왜 만들어졌는지 궁금해했다며 그 속내를 전했다. "(멤버들의) 발목을 잡지 않는다"는 뜻까지 내비쳤으나, 정작 그의 말이 뉴진스와 어도어의 발목을 잡는 모양새가 되고 있다.
이러한 메시지들이 어도어의 선택권과 팀의 합리적 방향성을 좁히는 방식으로 작동해서다. 법적·조직적 판단은 레이블이 책임져야 할 부분이지만, 복귀 과정에서 뉴진스와의 조율 방식에 차이가 발생하고 그들과 밀접한 관계의 인물 발언까지 더해지면서 오히려 소속사가 끌려가는 것처럼 보이는 역전 구도를 형성했다.
중요한 것은 뉴진스라는 팀이 앞으로 어떤 안정성을 갖고 운영될 수 있을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도어와 멤버들이 어떤 방식으로 신뢰를 다시 쌓아갈 것인가다. 뉴진스를 향한 대중 관심은 여전히 크지만, 그 관심이 호감인지 불신인지에 따라 향후 활동의 방향은 전혀 다른 결과를 낳는다.
분명한 건 뉴진스가 다시 어도어로 돌아간 사실만으로는 향후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번 사태는 K팝 시스템이 아티스트 관리에 통제력을 잃는 순간 어떤 혼란이 펼쳐지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특히 어도어가 어떤 기준과 원칙으로 팀을 재정비할지, 그리고 뉴진스가 어떤 방식으로 자신들의 선택을 설명할지가 남은 논란의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민희진 전 대표의 추가적인 발언은 뉴진스에게 더 불리하고 불필요하다.
더욱이 어도어는 하이브라는 국내 최대 엔터테인먼트의 레이블이다. 국내 가장 큰 엔터사가 외부인이나 일부 멤버의 선택에 끌려가는 듯한 모습을 보이게 된다면 산업 전체에 또 다른 타격을 주게 된다. 레이블이 전략적 판단을 해야 할 순간에 외압에 밀려 결정한 것처럼 보이는 그림이 되기 때문이다. 다수의 매니지먼트 단체가 어도어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것도 이 사안이 산업 전체의 근간을 위협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해서다.
물론 아티스트의 의견을 존중하고 권익을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이번 사례만 놓고 보면 이야기가 단순하지 않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며 회사 이탈을 시도했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법적 분쟁에 법원이 어도어의 손을 들어준 상황은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한다. 즉 아티스트의 권익이 중요하다는 것과 별개로, 실제 분쟁에서 계약의 정당성과 절차적 타당성이 어도어에 있다고 법적 판단이 내려졌다는 점을 봐야 한다.
이 지점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법적 판단이 이미 내려진 사안에서조차 아티스트의 일방적 주장만을 근거로 회사가 방향을 수정하거나 외부 압력으로 끌려 가게 된다면, 이는 앞으로 레이블 운영 자체의 불안정성을 초래하는 문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장기 투자와 기획을 기반으로 돌아간다. 계약은 아티스트와 기업 모두를 보호하는 최소한의 장치다. 따라서 이번 사안에서 아티스트 권익이 덜 중요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법적 판단과 산업 흐름상 후순위로 고려될 수밖에 없는 맥락이 존재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지금 멤버들에게 필요한 게 분쟁 과정에서의 말과 행동이 왜 그렇게 흘러갔는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과 책임 있는 사과라면, 어도어는 이번 사태로 흐려진 아티스트·레이블 간의 경계를 명확히 재정립하고 동일한 상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할 새로운 운영 원칙을 세우는 것이다. 이러한 최소한의 구조적 정비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뉴진스의 복귀는 갈등의 종결이 아니라 또 다른 불화의 출발점으로 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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