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21세기 대군부인'이 종영한 지 한 달이 가까이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작품을 둘러싼 잡음이 흘러나오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넘어 국회 국민청원까지 "폐기하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역사 왜곡 논란을 이유로 드라마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수백억 원이 투입되고, 촬영과 편집을 모두 마쳐 글로벌 플랫폼 방영까지 완료된 콘텐츠를 "불편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폐기하는 건 현실적으로도, 산업적으로도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중론이다.
실제로 한 제작사 고위급 관계자는 "'21세기 대군부인'의 사태는 역사를 소재로 삼는 많은 기획안들을 돌아보는 것에서 나아가 아예 입을 틀어막고 있다"며 "잘못한 건 잘못한 거지만, 조금만 자신들의 기준에서 벗어나면 '폐기하라'고 하는데 무서워서 만들겠냐"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몇년전 대체 역사 드라마를 제작했다가 역사 왜곡 의혹이 불거져 곤혹을 치렀던 또 다른 제작사 관계자 역시 "그때는 생각도 하기 싫다"며 "새로운 시도, 새로운 드라마를 선보이고 싶었을 뿐인데, 역사적으로 어떻고, 고증이 어떻고 하면서 욕을 하는데 너무 힘들었다. '브리저튼'을 보며 '역사왜곡'이라고 하지 않듯, 그냥 드라마적 허용, 판타지로 보면서 즐겨주셨으면 좋겠다"고 털어놓았다.
K드라마 제작비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편당 수십억을 훌쩍 넘는 대형 프로젝트가 즐비하고, 글로벌 OTT와의 공동 제작이 일상화되면서 총제작비가 수백억에 이르는 작품도 적지 않다. '21세기 대군부인' 역시 이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문제는 돈만이 아니다. 글로벌 플랫폼이 얽혀 있다. 국내 방송사와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해외 플랫폼이 공동 투자하거나 판권 계약을 맺는 구조에서, 한쪽이 일방적으로 콘텐츠를 '폐기'하면 계약 위반에 따른 천문학적인 위약금이 발생한다.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실질적인 위법 사항이 없는 상황에서 시청자 청원만으로 이 모든 걸 뒤집을 수는 없다. 명확한 위법 사항도 없이 폐기가 실행된다면, 그 비용은 고스란히 업계가 떠안게 된다.
비단 작품의 내용뿐만이 아니다. 출연 배우의 과거 이력이나 사생활 논란을 이유로 툭하면 폐기를 종용하는 사례도 최근 들어 걷잡을 수 없이 빈번해지고 있다.
최근에도 소년범 이력이 공개된 배우 조진웅이 정의로운 형사 역할로 출연하는 tvN 새 드라마 '시그널'의 경우, 모든 촬영과 지난한 후반작업까지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하차와 폐기를 외치는 일부 시청자들의 항의로 방송사가 눈치만 보고 있는 실정이다. 드라마 한 편을 만드는 데 투입된 배우, 스태프, 제작사, 투자자들의 노력과 자본이 "불편하다"는 이유 하나로 공중에 떠 있는 셈이다.
일부 목소리 큰 시청자들의 극단적인 민원에 너무 과민하게 반응해 사업 전체를 위축시킬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툭하면 튀어나오는 폐기 청원에 대해 뚝심 있게 대처하는 적절한 무시와 산업적 맷집이 절실한 시점이라는 것. 도를 넘은 엄숙주의와 무책임한 폐기 주장이 한국 드라마 산업의 숨통을 조인다는 우려의 시선이 업계에서 짙어지고 있다.
https://v.daum.net/v/20260606135915348
폐기가 힘들다는거 알았지만 극단적민원이라고 치부하고
적절한무시와 산업적맷집이 절실한시점이라는거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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