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대를 끝내고 카지노를 빠져나온 동민은 고개를 이리저리 꺾으며 호텔 지하의 바로 향한다. 오늘따라 진상들이 많아서 그런가, 피곤하네.
이렇게 피곤해도 동민이 딜러 일을 끝내자마자 바로 가는 것은 한 잔의 칵테일. 동민은 언제나 이 바에서 공짜로 칵테일 한 잔을 마시곤 한다. 일류 카지노의 호텔에 속해 있는 이런 바에서 공짜로 칵테일을 얻어마시다니. 물론 동민이어서라는 이유도 있지만, 사실상 이 남자가 바텐더여서 가능한 일이었다.
"오늘도 시간 한 번 칼같네."
머리를 정교하게 왁스로 세운 경훈은 터덜터덜 내려오는 동민을 보며 웃는다. 그러나 동민은 대답도 하지 않는다. 그저 바텐더와 가까운 곳에 위치해있는, 항상 앉던 2인용 소파에 무너지듯 앉을 뿐이다. 경훈은 미소를 지우지 않으며, 동민의 상태를 빤히 바라본다. 동민의 상태를 보면 오늘 하루의 피로도를 알 수 있는 경훈이었다. 장난도 치지 않고 미간을 구긴 채 오셨다, 라... 멋진 미남 바텐더의 달콤한 위로 한 잔이 필요한 상태겠네. 경훈은 우아하게 몸을 돌려 잔을 꺼낸다. 그리고는 웻지로 잘린 라임 한 조각을 글라스 가장자리에 부드럽게 문지른다. 동민은 그것을 보더니 살짝 인상을 쓴다.
"또, 너 잔 주변에 설탕 묻힐라고 그러지. 그냥 쓴 거 줘라."
"우리 딜러님께서 하루종인 술보다 더 쓴 진상 플레이어들을 겪고 오셨을 텐데, 달달한 것으로 기분 전환을 하셔야지."
아니면 달콤한 내 키스라던가.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고 말하는 경훈에 동민은 고개를 돌린다. 경훈은 그런 동민을 곁눈질하며 글라스 입구에 설탕을 가볍게 바른다. 슈가리밍. 동민이 저기압일때마다 경훈은 항상 글라스 주변에 설탕을 리밍했다. 내가 여자냐, 라며 동민은 항상 투덜대도 결국 주는대로 마시기는 한다.
"오늘은 뭐 때문에 저기압이실까."
"항상 그렇지 뭐. 게임 쥐뿔도 모르면서 소리나 버럭버럭 지르고. 고객만 아니라면 얼굴을 잡아 찢고싶은데 말이야."
"거, 이쁜 입으로 말 한 번 험하게 하네."
내가 이쁘냐. 어두운 데서 일하다 보니 눈이 삐었네. 동민이 핀잔을 주자, 쉐이커를 신나게 흔들던 경훈이 눈웃음을 지어보인다. 콩깍지가 괜히 대단한 거겠어? 콩깍지 같은 소리하지마라. 동민이 날카로운 어투로 낮게 중얼거린다. 우리 고양이, 얼른 기분 풀어줘야겠네. 경훈은 쉐이커를 열고 글라스에 술을 따른다. 루비처럼 붉은 술이 쏟아져나와 글라스 안에서 찰랑인다. 잠시, 나 자리 좀 비울게. 옆의 바텐더에게 양해를 구하고, 경훈은 글라스를 들고 동민의 옆으로 향한다. 경훈이 옆에 딱 달라붙어 앉자, 동민은 자동적으로 다리를 오므린다. 항상 자신이 다가가면 조개가 닫히듯 다리를 오므리는 동민이었다. 참 재밌네, 나한테 다리 벌린지는 꽤 되었으면서 이럴 때는 처녀처럼 군단 말이지. 경훈은 슬쩍 눈썹을 치켜올린다.
"자, 마셔요, 딜러님. 딜러님을 볼 때마다 만들어 주고 싶은 칵테일이야."
"...또 저번처럼 알콜 낮은 거 아니지? 나 오늘 좀 취하고 싶은데."
보드카니까, 걱정 말고 마셔. 경훈이 손짓하자, 미심쩍은 듯한 표정의 동민이다. 그러나 이내 글라스에 입을 가져다댄다. 그리고 한 입 마셔보더니, 동민은 꽤 만족스러워한다. 생각보다 도수가 높다. 게다가 달콤한 설탕과 떫은 듯 쓴 술의 맛이 잘 어우러진다. 동민이 살짝 고개를 끄덕이자, 경훈은 환하게 웃으며 팔을 뻗어 동민을 은근슬쩍 품에 가두려한다. 그러나 이내 동민에게 밀쳐진다. 뭐하냐.
"아, 또 왜 그래. 한 잔 줬으면 그만한 보상이 있어야지."
"수작 부리지마. 보상은 밤으로도 족하잖아."
동민의 말에 경훈이 그건 그렇지만.. 이라며 불쌍한 척 표정을 지어보인다. 깔끔하게 즐길 때만 즐겨. 침대 밖에서는 이러지 말자고 했잖아. 동민의 말에 경훈은 허, 하고 웃는다. 이 딜러님, 아주 이중생활에 능통해지셨어?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오른다고. 침대에서는 아주... 경훈이 동민을 원망스러운 듯 째려보자, 동민은 그를 무시하며 칵테일을 다시 한 잔 마신다.
"이건 이름이 뭐냐? 저번처럼 이상한 이름인 거 아냐?"
저번에는 경훈이 동민에게 잠자는 숲 속의 공주라는 이름의 칵테일을 주었다가, 뺨을 맞을 뻔했다. 지 같은 이름의 술을 주다니. 동민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경훈은 고개를 저으며 동민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키스 오브 파이어."
침대에서 딜러님이랑 나누던 키스가 생각나서 말이야. 그 말에 동민은 경훈을 빤히 바라본다. 경훈이 눈웃음쳐 보이자, 동민은 경훈의 왼손에 묶인 시계를 내려다본다. 너 일 끝나려면 2시간 남았네. 이거 천천히 먹고 먼저 방 가서 씻고 있을게. 동민의 말에 경훈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다 무언가 생각난 듯 엄지손가락과 중지손가락을 마찰시켜 딱, 소리를 내 보인다. 장딜러님, 희소식 하나 있는데. 나 잠깐 귀 좀 빌려줄래요? 경훈이 손가락을 까딱, 한다. 동민은 뭔데 그래, 라며 경훈에게 귀를 가져다 댄다.
"나 콘돔, 4개 있다."
오늘 다 써버리자. 경훈의 말에 동민은 등에 받치고 있던 쿠션을 경훈의 안면에 메다꽂았다.
그냥 육체적 관계인 바텐더와 딜러
서로 지금의 쾌락을 즐기자는 주의여서 이익관계가 맞아 이러고 지내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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