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학교 축제. 단과대 안의 홀에서는 축제 이벤트인 포커 대회가 열리고 있다. 매년 열리는 행사이니만큼, 다른 학교 대학생들부터 시작해서 심지어 아마추어 포커 플레이어들까지 게임을 즐기러 온다고 한다. 뭐, 칩 갯수마다 상품이 걸려 있으니 사람들이 눈에 불을 켜고 오는 것이지. 이번 년도 상품은, 칩 만개에 무려 태블릿 PC라고 한다. 거기에 쓸 돈을 우리한테 나눠주는 게 어때? 현민은 입을 비죽인다.
현민은 세상에서 도박이 가장 한심스럽다고 생각한다. 게임에 중독되어서 자신의 돈을 다 탕진하는 꼴이란. 그런데 어떻게 국내 카지노가 불법이 되지 않는거지? 그리고 학교 내에서 저렇게 도박 게임을 해도 되는거야? 당췌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친구 놈이 불쑥 말을 꺼낸다. 야, 저거 재밌겠지 않냐?
"햄민! 우리 구경가자!"
"뭘 도박을 구경하러 가냐. 당구 한 큐나 하러 가자."
"야, 프로 포커 플레이어들도 온대! 언제 그런 사람들을 보겠냐, 아 가자아아아아아 - "
프로 포커플레이어들은 대체 뭐 하는 족속이야. 현민은 고개를 젓는다. 그런 도박으로 먹고 사는 것이 직업이 될 수 있다니. 그런 현민의 속도 모르고, 친구 녀석은 팔에 매달려 한번만 구경을 가자고 조른다. 아, 내가 오늘 술 살게!! 라고 녀석이 애원을 하고 나서야, 현민은 못 이기는 척 포커 대회를 구경하러 나섰다. 홀에는 기다란 칠판색 테이블 하나가 있었고, 그곳엔 학회장 선배가 서 있었다. 항상 거지처럼 때 낀 더러운 후드티를 입고 다니던 사람이, 정장을 쫙 빼입고 딜러 노릇을 하고 있다. 역시 사람은 정장 빨이야, 라고 생각하던 현민은 선배의 맞은편에 앉아있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그 곳엔 두 사람이 앉아있었다. 머리가 큰 남자와 얼굴이 새하얀 남자. 둘은 카드를 손 밑에 놓고 칩을 옆에 쌓아놓고 있었다. 머리 큰 남자는 다리를 달달 떨며 헤헤 웃고 있었고, 하얀 남자는 머리 큰 남자를 무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포커란 간단히 말해 딜러에게 카드를 받고, 정해진 족보 중 가장 높은 순위의 카드를 손에 넣은 플레이어가 이기는 게임이다. 이 때, 이기기 위해서는 운과 상대방을 속일 수 있는 블러핑 능력이 필수다. 현민은 이래서 도박이 싫어, 라고 생각한다. 온전히 자기 능력으로 이기는 게 아니잖아. 그런데 이 게임에 뭐 저리 돈을 많이 투자한담. 현민의 선배가 유현과 요환에게 카드 두 장씩을 주었다. 유현은 카드를 보더니 주저 없이 칩 열개를 펼쳐놓는다. 그러자 큰 머리 남자는 눈이 커지고, 주변 사람들이 열광한다. 오오오오!! 요환은 잠시 칩을 내려다보더니, 유현을 바라본다. 유현은 남은 칩을 만지작거리며 눈을 내리깐다. 야, 나 좀 봐바. 요환의 애원에도 유현은 피식 웃을 뿐, 전혀 고개를 들 기미 따위는 보이지 않는다. 이건 블러핑이겠지? 요환은 자신있게 10개의 칩을 떼내어 툭 베팅한다. 칩이 촤라락, 하고 펴지는 소리에 사람들은 더욱 흥분하기 시작한다.
"키야아, 야 완전 상남자다. 그냥 막 내지르는데?"
현민의 옆구리를 툭 치며 친구 녀석이 실실댄다. 상남자는 무슨. 저 칩 10개면 고작 3천원이구만. 현민은 어깨를 으쓱이며 딜러가 카드 세 장을 오픈하는 것을 바라본다. 스페이드 8, 하트 5, 하트 Q. 그러자 유현이 바로 칩 뭉치에서 열개 이상의 칩을 떼어내더니, 다시 펼쳐놓는다. 촤르륵. 요환도 마찬가지로 칩을 펼쳐 놓는다. 콜. 딜러는 다시 카드 한 장을 더 오픈한다. 스페이드 4. 유현은 생각한다. 지금쯤 요환은 머릿속으로 내가 가진 카드의 경우를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 내가 칩을 걸면, 분명 무언가 있다고 생각하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유현은 칩을 내던진다. 들어와라, 임요환. 들어와. 콜 해, 콜을....
"콜을 하겠냐, 머리라는 게 있는데."
순간이었다. 마음 속의 소리가 덜컥 나온 것도, 그리고 그 말 한마디에 분위기가 싸해진 것도. 유현은 천천히 몸을 뒤로 돌려 그 소리의 근원지를 눈으로 찾았다. 아니, 사실 굳이 좇으려고 하지 않아도 현민이 자신의 입을 손으로 텁 막고 있었기에 바로 알 수 있었다. 딜러의 표정은, 낭패 그 자체였다. 아니, 프로 포커 플레이어 두 명을 앞에 앉혀놓고 진지하게 게임을 하고 있는데, 찬 물을 끼얹어...??
"오현민, 나가. 지금 이게 무슨 방해야!"
"....아니, 그게요."
"죄송합니다. 아직 1학년이다 보니, 어려서 철이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학회장 선배는 테이블에 머리를 쿵 하고 박으며 요환과 유현에게 사죄한다. 요환은 이게 무슨 상황이지? 라며 분위기 파악 중이었다. 그리고는 유현을 바라본다. 저기, 우리 방해받은 건가? 그런 요환을 무시하며, 유현은 현민에게 묻는다.
"왜 안할 거라고 생각하지?"
"......................."
"그렇게 당차게 방해를 했으면 말을 해 봐."
"......누가 봐도 블러핑이잖아요. 보아하니 스트레이트나 트리플을 기대하신 것 같은데, 네번째 카드가 오픈되고 나서는 칩 만지는 손길이 잠시 멈칫하셨잖아요. 그건 지금까지 생각하던 계획이 어긋났다는 거 아닌가요?"
그 직후에 다시 칩을 거시는 거는, 동네 바보가 봐도 블러핑인데요. 현민은 이런 걸 설명해야될 정도로 내가 멍청해보이나 싶다. 프로 포커플레이어라더니, 그냥 한심한 도박쟁이잖아. 주변 사람들은 이런 현민이 학회장에게 맞아죽지는 않을까 겁에 질려 선배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안 그래도 현민이 말하는 동안 학회장은 분노로 일그러진 표정을 들고 현민을 계속해서 노려보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 햄미니, 이 분들이 가시고 나서 맞아 죽을거야... 그 전에 빨리 휴학을 신청하게 해서, 군대를 보내야 해!! 친구는 절망적인 생각에 빠져있었다. 바로 그 때, 유현이 발작적으로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하, 아하하하하하하!!!!!!!!!!!"
아, 1학년이라고 얘가? 대박인데? 유현은 학회장을 돌아보며 계속해서 웃어댄다. 요환은 현민을 바라보며 한 손으로는 칩을 계속해서 만지작거린다. 그러다 갑자기 칩 몇개를 탁 내려놓는다. 그리고 요환이 의자에서 일어섰다.
"유현아, 얘다."
이제서야 우리가 대학교까지 와서 굳이 포커를 하는 이유가 달성됐네. 요환의 말에 유현은 고개를 끄덕인다. 현민은 뭐야, 이 인간들. 이라는 표정으로 둘을 바라보고만 있다.
경훈은 눈을 떠 시계를 바라본다. 오후 한 시다. 아, 오늘은 절대 장딜러가 점심을 거르게 해서는 안 돼! 요즘 동민이 점점 살이 빠져서, 엉덩이에 살이 사라지고 있었다. 그 때문에 기승위를 할 때마다 자신의 허벅지가 동민의 엉덩이뼈에 부딪혀 너무나 아프다. 점심 잘 맥여서 살 좀 찌워야겠어. 결심하고 몸을 일으키는데, 자신의 팔을 베고 있던 동민이 부스스 눈을 뜬다.
".......아, 뭐야. 벌써 해가 중천이네."
"지금 한 시에요. 점심 먹고 슬슬 출근 준비해야지."
경훈이 동민의 머리를 다정스럽게 쓰다듬는다. 그러자 동민은 그 손을 야멸차게 탁, 쳐내더니 자리에서 일어난다. 나 먼저 씻는다, 라는 말 한마디와 함께 동민은 휑하니 화장실로 들어가버린다. 참 정도 없다, 경훈은 그런 동민의 뒤에다 대고 혀를 삐죽 내민다. 평소 동민의 모습은 저렇게 시크하고 쌀쌀맞다. 딜러라는 직업 특성상 냉정하고 감정을 숨기다보니, 사적인 영역에서도 그 모습이 이어지는 것이다. 아, 물론 침대에서는 빼고. 경훈은 어젯밤 자신의 밑에서 끙끙대던 동민을 떠올린다. 침대 위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귀여운데 말이야.
동민은 강원랜드 카지노의 딜러이다. 하루 7시간 3교대인 딜러라는 직업의 특성상, 동민은 오후 4시부터 11시까지 카지노에서 근무한다. 그리고 경훈은 강원랜드 호텔 내에 위치한 바의 매니저 겸 바텐더이다. 그는 동민이 출근하는 시간에 맞춰서 4시에 바 오픈 준비를 하고, 밤 12시에 동민이 살고 있는 호텔의 방에서 일주일에 3번 정도는 동민과 몸을 섞고 오늘처럼 함께 아침을 맞이한다. 그럼 이 둘이 연인이냐고?
"하, 그나저나 어제 바에 온 여자 두 명 진짜 몸매 좋던데. 옷 입은 걸 보아하니 관광객 같고..."
둘이면... 뭐 오늘 밤에 최소 두 탕이구만. 경훈은 만족한 듯 웃으며 1층 식당에 식사 예약을 한다. 방금 경훈의 한 말에서 추측할 수 있듯, 동민과 경훈은 단순한 육체적 쾌락을 함께 추구하는 관계일 뿐 그 이상은 아니다. 요즘 통용되는 저급한 표현을 빌어 말하자면, 섹파.
아, 나도 게임하고 시픈뎅. 경훈의 말에 동민은 스테이크를 입에 넣다 말고 그럼 하러 가. 라고 말한다. 아, 밥 먹고 준비하면 오픈준비시간 다 되잖아요. 아침에 일찍 가서 게임 좀 해. 동민의 말에, 경훈은 고개를 젓는다.
"내가 좀 바빠요."
"뭐하느라 바빠. 오늘도 낮까지 자놓고."
"어떤 딜러분이랑 홍콩 야경보러 다녀오면, 맨날 이 시간이더라구요."
게임보단, 홍콩이지. 경훈이 씩 웃자, 동민은 경훈의 얼굴에 들고 있던 포크를 꽂고 싶어졌다. 그러나 딜러라는 직업은 동민에게 엄청난 인내를 가지게했다. 내가 딜러여서 다행이지, 동민은 그렇게 생각하며 스테이크 조각을 입에 넣었다.
"아, 오늘은 나 장딜러님 방에 못 가요."
"................."
"어제 진짜 몸매 죽이는 여자들을 봤거든. 두 명인데, 둘 다 오늘 내가 꼬실 수 있을 것 같음."
내가 딱 보면 쾌남에, 엄청난 미남이잖아요. 경훈의 자뻑에 동민은 기가 차다. 섹파 주제에 항상 선을 넘으려는 것처럼 군다. 그래? 그럼 나도 한 번 선 주변에서 얼쩡거려주지. 동민은 수프를 한 입 먹더니, 혀를 내어 입가를 핥는다. 그리고 말한다.
"어차피 오늘 준석씨랑 일 끝나고 칵테일이나 한 잔 하고 자려고."
바카라쪽 딜러 있잖아, 키 작은 사람. 동민의 말에 경훈은 잠시 동민을 바라보더니, 흐응... 하고 시선을 다른 쪽으로 돌린다. 동민은 어깨를 으쓱하며 식사를 계속한다. 섹스는 안 돼. 경훈의 뜬금 없는 말에, 동민은 무표정하게 고개를 든다. 섹파는 한 명으로 족해요. 늘리지 마.
"... 누가 방금 두 명이랑 거사를 치룰 것 같던데."
"원나잇과 섹파는 달라요."
참 나. 어이가 없어진 동민은 그런 경훈을 무시하며 음식을 좀 더 덜어오기 위해 의자에서 일어나 뷔페 쪽으로 향한다.
왜 쓰고보니 찌장 느낌이 강한지는 모르겠지만
찌장은 절대 ㄴㄴ. 메인은 장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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