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부터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운명이 틀어져 버렸다.
당연히 황제가 되었어야 할 왕소가 아니라 왕욱이 그자릴 차지하였다. 혜종의 병세가 갈수록 심해졌고 황제가 쓰러진 후 욱은 자신의 세력들에 힘입어 비상하였고 기어이 혜종을 친 왕소를 역모로 죽이고 황좌에 앉았다.
어떻게 되가는 형국인지 모르는 이때에 욱은 막대한 그의 세력에 황실의 규율정도는 쉽게 바꾸었고 연화공주가 방해할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녀 자신이 원하던 대로 자신의 오라비가 황제가 되었으니 연화공주의 방해도 더이상은 없었다. 수를 다시 귀족으로 신분을 상승시켜주고 북방의 국경을 지키는 홍하진 해씨를 달랜다는 그럴 듯한 명분을 만들어 수를 자신의 곁에 묶어버렸다.
-마마, 이제 더이상 지체하실 시간이 없습니다. 어서 옷을 갈아입고 황후 책봉식에 가셔야 합니다. "..싫습니다. 그분이 아닌 황제의 황후따위 되고 싶지 않습니다" -피할 수 없으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시는 분께서 왜 이러십니까..어서 마마를 뫼시거라 나의 말은 아무런 힘도 없이 묵살되어버렸고 이렇게 되었어야 했다는 듯이 나를 데려다가 그 끔찍한 황후따위가 되어 그에게 속해져 꼼짝할 수 없이 온전한 그의 여인이 되어버렀다.
그렇게 뭘 했던지도 기억나지 않는 책봉식을 끝내곤 멍하게 앉아있다가 너무도 예전과 같은 미소를 지으며 들어와 다가오는 욱을 보곤 감정을 숨길 수 없이 표정이 일그러져 버렸다.
"수야, 어여쁘구나..그 옷 잘어울린다. 혹, 기억하니? 너를 예전으로 돌려놓겠다 약조했었지, 당연히 이렇게 되었어야 했어..그러니 넷째는 어서 잊고 기운을 차리거라" "..." 그의 말이 들리지 않는다는 듯이 무표정하게 대하다 차오르는 그에 대한 미움과 경멸감에 말을 잊은 듯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네가 나를 탐탁치 않아한다는 것도 나는 그저 괴물로 보일 거란 것도 안다, 허나 이제 그런 건 상관없다, 그 누구도 널 욕심낼 수 없는 온전한 내 여인이 되었으니 되었다" 그는 별상관 없다는 듯이 입꼬리에 온화하게 그려진 호선을 지우지 않고 답했다 "정말..저는 폐하가 끔찍하게 싫습니다" 그사람에게 미안해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서 내 자신에게 화가 나서 눈물이 맺혀 흘러내리는 걸 멈출 수 가 없었다. "수야..미안하지만 은애한다, 미치도록..내가 나를 주체할 수 없을만큼" 손을 들어 부드럽게 눈물을 닦아주고 귀부터 얼굴선을 따라 부드럽지만 집요함을 담아 흘러가던 손가락이 턱에서 정확히 멈추곤 숨결이 다 느껴지는 아찔한 거리에서 나에겐 소름돋는 웃음이지만 다른 이들이 보면 너무도 매력적이였을 웃음을 지으며 그가 아랫입술을 진득하고 집요하지만 다정하게 매만져오다가 입술을 집어삼켰다. 만약 내가 그 때 이 사람을 만나지 않았다면, 내게 구원처럼 뻗어왔던 손을 잡지 않았다면, 따뜻하게 날 달래고 위로해주던 그 품에 안기지 않았다면, 지금 나는 그 사람과 함께 할 수 있었을까? 눈을 질끈 감고 입을 꾹 닫고있자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듯이 조금 거칠어진 숨을 뱉어내며 소름끼치도록 달갑지 않은 듣기좋은 낮은 목소리로 귓가에 그가 속삭였다. "네가 어떤 심정일지 안다..허나 오늘만은, 지금만이라도 내게 집중해.." "싫습니다, 싫어요..그분이 아니라면 싫습니다. 이것만큼은.." "하아..수야, 제발 나를 한번만 바라봐 주면 안되겠니? 그래..안될 것 안다, 내가 그렇게도 싫다면 나를 소라고 생각해도 좋다" "..." 이때까지 있었던 일들과 어울리지 않는 상처받아 애잔한 표정에 모든게 없어진 일 같아서 아무리 피하려고 해도 피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아버려서 무력감에 빠져 더이상은 저항할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저 그사람만을 생각하고 그리워 하는 것 밖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는 일방적인 나에 대한 사랑을 담아 나를 너무도 조심스럽게 예전의 그 모습처럼 아껴주었지만 나에겐 그사람 뿐 이었던 슬프고 아렸던 밤이 지나고 쓰러지듯이 정신을 잃고 잠에 들었다 눈을 떠보니 내 머리를 조심스레 쓰다듬으며 있던 먼저 일어난 그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일어났구나, 수야..피곤하다면 좀 더 자도 괜찮다, 수라가 오면 깨워줄테니" 미소를 지으며 다정한 목소리로 내게 말해주었지만 전혀 반갑지도 원하지도 않았던 나는 그의 손길을 조금 피하며 몸을 일으키려하자 그가 도와주려고 뻗는 손길을 살짝 쳐내고 허리에 느껴지는 약간의 고통에 미간이 찌푸려졌다. "수야, 좀 더 누워있으래도.." "..." 그는 나의 거부에도 싫은기색없이 받아들이며 드러난 작고 여린 어깨 위로 겉옷을 입혀주면서 나를 걱정해왔다. 이런 그가 어떻게 자신의 형제들을 죽일 수 있었는지 정말 나 때문인지 궁금하면서도 조금은 불쌍해보였다. 잠시 그를 보며 생각하던 중 수라가 왔다는 소리에 그는 표정을 풀고 수라를 들였고 그의 등쌀에 떠밀려 앉았다. 그가 내가 좋아하는 반찬들만을 준비해오라 시켰는지 모두 내가 좋아하는 것들 이였지만 전혀 식욕이 나지 않았다. "어서 들지않고..수, 네가 좋아하던 것들이지 않으냐?" "..전혀 식욕이 나지 않습니다, 그러니 폐하께서라도 어서 드시지요" 누가 들어도 쌀쌀맞은 투로 답했지만 그는 아무렇지 않게 나를 걱정해왔다. 대충 식사를 마치고 시간이 좀 더 지나 조례에 참석하기 위해 내게 미안해하며 일어나선 그는 다미원으로 가야했다. . . . 그의 옆에서 황후로 지낸지 2년이 조금 넘었지만 그에게 별다른 반응도 하지않고 가시가 돋힌 말투로 그를 대했지만 그는 내게 한결같았고 일방적인 나에 대한 애정이 깊어지면 깊어졌지 얕아지지 않았고 더이상은 버틸 수가 없었다. 정말로 내게는 아무도 남아있지 않았고 결국 내 곁에는 이런 사랑이라도 날 사랑해 줄 사람은 이사람 뿐이니까. 누군가 나를 욕하더라도 사람은 누구나 자신에게 줄 사랑이 없으면 견딜 수 없으니까. 내가 생각해도 미친 짓 이지만 그사람에게도 너무도 미안한 일이였지만 나는 그 혼자만의 차디차고 고독한 외로움을 견뎌낼 자신이 없었다. "폐하..저 좀 안아주세요, 외롭다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 "수야..그게 무슨" 그는 놀라고 당황스러워 하다 기분 좋은듯 조금 상기된 표정으로 나를 꼭 껴안아왔다. "은애한다..수야, 정말로 깊이 은애하고 있어.." "저도 은애합니다" 나도 놀랄 정도로 나는 자연스럽게 은애한다는 말이 나왔다. 설령 거짓이라도 이렇게 말한다면 날 혼자 두지 않을 그 라는 걸 사랑해줄 거라는 걸 아는 나는 그를 이용했다.
"진심 인거니, 수야..아니다 되었다 진심이든 설령 그것이 거짓이든 상관없다. 내가 널 은애하는 건 변하지 않을테니"
그는 기쁜듯 웃음을 지으며 날 끌어안고 있다가 문득 내게 물었지만 거짓이든 진심이든 상관없어 보였다. 그저 그의 사랑을 받으면서 그의 옆에 있어주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그러면 그럴수록 공허해지는 마음을 모르는채 날 껴안고 사랑을 속삭이는 이사람이 그 라고 생각하면 되는 일 이었다. . . . 보기 불편할 수도 있겠다..ㅠㅠㅠㅠ퇴폐적인걸 원했는데 전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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