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고등학생들 만나면 공부 열심히 하라는 말 밖에 안나와.
나는 수시 올킬로 대학입시에 실패해서 2년제 전문대 다녔다가 졸업했고, 지금은 편입 준비하고 있어.
서울권에 있는 전문여대에 다녔고 2년 내내 후회했어. 재수를 하던가 차라리 영어 배우는 학과로 갈걸, 하면서.
전문여대에 재직하는 교수님이라도 다 4년제 나온 분들이고 은연중에 우리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어.
맨날 우리한테 하는 말이 너네는 여자니 돈 많이 벌 필요 없으니 빨리 취업해서 돈 벌고 결혼해서 살아라, 였지.
난 이게 너무 싫었고 또 학교 다니면서 주변에 4년제 다니는 친구들이 너무 부러운거야.
전문대는 한 학기당 20학점 이상을 채워야 겨우 졸업이 가능한데 4년제는 20학점 이하로 4년동안 들을 수 있으니 그만큼 여유로워 보였거든. 또 동아리 활동도 3학년 넘어서 하는 거 보니까 너무 부러웠어.
그리고 2학년이 되고 나서 취업 생각하니까 너무 막막하더라.
현실만 말하자면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창업이나 해외취업을 하지 않는 이상 국내에선 4년제 애들은 넘는건 물론 동등하게 대우를 받을 수 없어.
한국에선 너무 슬픈 현실이고 또 누군 당연하게 여기는 거겠지. 쟤네는 고등학교 3년을 대학을 위해 열심히 공부했고 난 걔들보다 못해서 여기에 온거니까.
가족들도 4년제에 가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고, 졸업 후에 3월달엔 내가 수술 받을게 있어서 시작을 못하고 4월달부터 시작했어.
편입도 기본 베이스가 있어야 돼. 문과 편입은 영어로만 보거든. 근데 난 영어 베이스가 하나도 없었어.
학원에서 영어 좀 잘한다 싶은 애들은 다 영어 2등급 이상 받던 애들이었고 ㄱ/ㅜㄱ ㅅ/숭/ㅅ ㅔ /단 라인이 특히 많았어
내가 걔네를 따라갈 수 없었어. 편입 영어는 수능 영어는 물론 공무원 영어 단어집까지 달달달 외워야해.
진짜 웬만한 편입영어책 다 읽었어. 진짜 죽도록 공부하고 남들 놀 시간에 단어 보고 독해 문제 하나라도 더 풀고 그랬어. 나는 남들을 따라가야 하니까.
그러다보니 8월달에 기적처럼 점수가 오르기 시작했고 또 저번달에는 합격 컷이 나오는 학교가 나오기도 했지.
그래 저번달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남들 놀 시간에 공부하고 그랬어도 단기로 외운게 한계가 있었나봐. 이번달부터 성적이 반토막 나더라고.
당장 다음달이 시험인데 나는 합격컷에서 뚝 떨어지고, 진짜 공부를 할 수가 없더라.
내가 뭐한거지 싶기도 하고, 너무 한심해서 눈물도 안 나와.
난 진짜 왜 이지경까지 왔을까. 고등학교 때는 뭐 했고 또 전문대 다녔을때는 왜 영어 할 생각을 못 했을까.
진짜 그냥 내가 공부머리가 없는거 아닐까, 어떻게 지금 해야할지 모르겠어.
편입학원 다니는 사람들한테 말하면 더 멘탈관리 안돼. 왜냐면 지금 성적은 나만 떨어지고 남들은 오르고 있거든ㅋㅋㅋㅋㅋㅋㅋ
여기 갈 수 있녜 없녜 말하는 사이에 나는 혼자 바닥을 기고 있어.
멘탈 상태도 이런데 몸 상태는 더 안좋아지더라. 감기 걸려서 지금 개고생 하고 있어. 독하게 걸렸는지 몇 주동안 안 떨어지더라.
진짜 어떡할까. 나 진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 재수를 준비하고 싶고 원서비도 너무 아깝게 느껴져.
당장 다다음주가 원서철이야 근데 진짜 어떡해야할까.
고등학교 때 좀 열심히 할 걸 그랬어. 매일 잠들기 전에 타임머신 타고 고1때로 돌아가는 상상 하면서 후회해.
남들한테 아무도 못 말하겠어. 이 글 쓰면서 너무 스트레스 받는데 분출을 안 하면 더 스트레스 받을 거 같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