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하, 그런 날이 있었습니다눈을 뜨면 문득 한숨이 나오는그런 날이 있었습니다 이유도 없이 눈물이 나불도 켜지 않은 구석진 방에서혼자 상심을 삭이는그런 날이 있었습니다정작 그런 날 함께 있고 싶은 그대였지만그대를 지우다 지우다 끝내 고개 떨구는그런 날이 있었습니다그대를 알고부터 지금까지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한 적은한 번도 없었지만, 사랑한다사랑한다며 내 한 몸 산산이 부서지는그런 날이 있었습니다할 일은 산같이 쌓여 있는데도하루 종일 그대 생각에 잠겨단 한 발짝도 슬픔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그런 날이 있었습니다나해철, 그리운 이에게사랑한다고 말할걸오랜 시간이 흘러가 버렸어도그리움은 가슴 깊이 박혀금강석이 되었다고 말할걸이토록 외롭고 덧없이홀로 선 벼랑 위에서 흔들릴 줄 알았더라면세상의 덤불 가시에 살갗을 찔리면서라도내 잊지 못한다는 한마디 들려줄걸혹여 되돌아오는 등 뒤로차고 스산한 바람이 떠밀고가슴을 후비었을지라도아직도 사라지지 않은 사랑이꽃같이 남아 있다고 고백할걸그리운 사람에게.....이준호, 말하지 못한 사랑한번은 당신이"나를 사랑하느냐" 물은 적이 있습니다나는 답하지 않았습니다말해 버리고 나면내가 이 다음에 당신을 너무도 사랑하게 될 때당신에게 넌지시 건넬 말이없어지기 때문입니다내가 꼭 한 번당신을 내 무릎에 눕히고다정한 목소리로당신에게 하고픈 말이기 때문입니다한 번은 당신이"나를 사랑하느냐" 물은 적이 있습니다나는 말하지 않았습니다말해 버리고 나면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이고작 내가 한 말 정도로 작아져 버리기 때문입니다내가 표현해 버린 그 언어 이상의내 마음은 당신에게 전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한 번은 당신이"나를 사랑하느냐" 물은 적이 있습니다나는 말하지 않았습니다그리고는 당신이 없는 곳에 서서기도했습니다당신이 나를 먼저 떠나는 일이 없도록그래서 내가 당신 앞에서 먼저사랑을 꺾어야 하는 일이 없도록빌었습니다그리고내가 살아 있는 한당신이 내게 머물러 있게 해 달라고 기원했습니다최범영, 삶의 자리에서삶의 자리에서넌 나에게 진한 시선으로 보내지만나는 네가 보내는 눈길의 부담스러움에앞으로 발걸음을 못하고 멈추어 서곤 한다 내가 너의 손을 잡은 것이또 만나 사랑한 게 죄라면내가 너를 가슴저리게 보고 싶음은 벌이겠지 삶의 자리에 고삐를 매어두고밤새 치는 파도처럼 괴로워하는 이와훌훌 털고 물처럼 정처없이 떠도는 이오늘은 그게 나이고 너인 세월을 본다 사랑아 이제 외롭다는 말은 말아보고싶다는 말도 말아그런 말은 금방 전염이 되어파고드는 봄바람 요사스렁움에난 갈피를 못잡고 서버리니신광진, 가난한 사랑슬픈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잠에서 깨어나면 일을 해야 하고텅빈 머릿속은 아무 생각 없이새벽이 되면 습관처럼 눈물만지난날들이 너무나 그리워서눈물범벅이 되어 또 하루를 보낸다다가올 내일만 생각하면서일하는 노예처럼 내 몸을 던져 보지만왜 사는지 왜 살아야 하는지다가올 상처도 이별의 아픔도 모른 체애틋한 마음도 잘살라는 말도 없이어느날 갑자기 다가선 가난한 이별아무리 그리워도 가슴에 묻어야 하기에미련도 아쉬움도 현실 속에 묻었습니다세월이 지나서 아름다운 추억이 되어그녀의 가슴에도 추억 속에 예쁜 그림이 되어아픔도 없이 행복하길 눈물로 보내는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