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1년전 저는 자살시도를 하고 실패해서 중환자실에서 1주일을 지낸 사람입니다.
종현군의 자살이 남일 같지가 않아서…..이 글 써봐요.
여기가 유동인구가 제일 많아서 여기에 남깁니다.
저는 외국에 있는 한 육사에서 졸업한 사람입니다.
일반 학교의 너무나 비싼 학비를 감당할 수가 없어서 택한 학교였습니다.
그런데 군대라는 곳이 정말 만만치가 않은 곳이더군요.
겉으로만 우리는 전우다 어쩌다 위선만 떨고 결국은 자기 밥그릇 챙기기 바쁘고.
밥먹는거, 옷입는거, 말하는거 뭐하나 자유가 없는 갑갑한 곳에서
저는 하루하루 메말라갔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무기력증으로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사소한 일로도 엄청 우울해지고 감정기복이 심해지더라고요 (날씨가 흐리다던가)
매일 아침 눈을 뜨는게 고통이였고 가장 행복한 시간이 잠들었을때였습니다.
그냥 무의식이니까요.
주말에는 14-15시간 죽은듯이 잤습니다.
계속 자고 싶었어요.
깨어있으면 너무 고통스러우니까.
군대라는 곳은 우울증을 섣불리 남에게 털어놓을 수 없게 되어있습니다
우울증이 있는 군인에게 총기를 주면 무슨일을 저지를지 모르니 엄청 경계하거든요.
또한 강인한 정신력이 중요시 되는 육사의 분위기에서 우울증이 있다는게 알려지면
장차 장교로서 임관하는데도 큰 차질이 있습니다.
종현군도 이런 심정 아니였을까요?
공인으로서 섯불리 자기 사생활을 공개할 수 없었던 그 심정.
누구에게 털어놨다가 혹시 몰아칠 후폭풍이 두려웠던 그 심정.
그런데 이대로 가다간 정말 무슨 일이 있을것 같아 3학년이 되던 해에
스스로 정신과 상담소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그런데 정신과 치료도 별 효과가 없었습니다.
기껏 해주는거라고는 제 푸념 들어주고 약 처방해주는게 다였습니다.
그런데 그 약을 먹으면 손이 미세하게 벌벌벌 떨리고
안절부절 하게 되서 먹는둥 마는둥 했어요.
어느날 한 새벽에 이대로 가다간 정말 죽을것 같아서
옆 방 친구를 몰래 찾아가서 걔를 붙잡고 한참 울었어요.
나 진짜 죽고 싶다고. 그냥 먼지가 되서 사라지고 싶다고.
한참을 그렇게 울다가 지쳐서 겨우 잠들었는데 그 다음날 중대장이
건장한 남생도 두명을 대동하고 제 방으로 쳐들어왔습니다.
무슨 사람을 연행하듯이 잡아끌고 정신과 의사 앞에 데려다놓더라구요.
그러면서 뭐가 그리 힘든지 말하래요.
무슨 사람 취조하듯이.
수치러웠습니다.
제가 무슨 죄졌나요?
알고보니 어젯밤 제 얘기 들어줬던 제 친구자 중대장한데 고했더군요.
제 정신상태가 불안하다고.
중대장이 다그쳤습니다.
뭐가 그리 힘드냐고.
육사는 너만 힘든게 아니라 생도들 다 너랑 똑같은 생활을 보내고 있는데
너랑 걔네들이랑 뭐가 다른것 같냐고.
육사가 힘든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인데 왜 좀 더 찬찬히 생각해 보고 지원하지 않았냐고.
그렇게 나약해서 장차 어떻게 장교가 될것이며 어떻게 부하들을 돌보겠냐고.
종현군이 유서에서 그렇게 썼죠.
“전부 다 내탓이고 내가 못나서야. 선생님 이 말이 듣고 싶었나요?”
제가 딱 그 심정이였습니다.
그래 내가 정신력이 약해빠져서 다른 생도는 잘만 훈련받고 이겨내는데
내가 이렇게 우울증에 걸려서 빌빌거리고 있다는 대답이 듣고 싶은건지 되묻고 싶었습니다
전 그 후로 아무한테도 제 감정을 손톱만큼도 내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냥 다 괜찮은척, 밝은척.
밖에서 항상 웃고 떠들고.
정말 죽을것 같아서 휴학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육사는 휴학도 맘대로 하지 못합니다.
어디 다쳐서 수술이라도 하지 않는 이상
속으로 문들어져가는 심정을 아무한테도 털어놓을수가 없어서
맨날 전화상으로 엄마만 붙잡고 하소연 했어요.
나 너무 힘들다.
죽고 싶다…….등등
엄마도 처음에는 열심히 들어주셨죠.
그런데 엄마도 제 감정쓰레기통에 되는거에 한계가 오셨습니다.
어느 하루 엄마가 신경질을 내시더군요.
“다른 집 자식들은 무슨 일 있어도 부모님 걱정하실까봐 일부러 숨긴다던데 어찌된게 너는 매번 연락할때마다 안좋은 소리니? 요즘 핸드폰 액정에 너 이름 뜰때마다 가슴이 철렁해”
그 소리를 들었을때 뭔가 안에서 툭- 끊어지는 느낌이였습니다.
그때 그냥 필사적으로 붙잡고 있었던 끈을 놔버렸던것 같아요.
세상에 의지할 사람이 없어진 기분에.
바로 그 다음날 교내 약국에 가서 아스피린이 300알 들어가 있는 통 하나를 샀습니다.
웃긴게 다른 방법으로는 죽을 용기가 안나서 기껏 생각한게 약물과다 복용이였어요.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약 중에 과다복용하면 죽는 약을 인터넷으로 검색했더니
아스피린 과다복용하면 내출혈로 사망한다고 나오길래 그렇게 죽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늦은 밤에 으슥한 숲에 들어가서 (산행훈련을 위해 캠퍼스에 숲이 많았어요)
미리 챙겨간 물 1통과 함께 그저 무작정 아스피린을 입게 우겨넣었습니다.
그리고 아스피린 300알을 다 먹었어요.
약 다 먹고 나서 진짜 하늘이 떠나가라 오열했습니다.
이게 직접 겪어보지 않고서는 모를 감정인데 좀 설명을 해보자면…..
죽고 싶어요. 근데 동시에 살고 싶어요.
이상하죠?
그런데 딱 기분이 그래요.
진짜 심적으로 너무너무 괴로워서 죽고싶은데 또 살고 싶다는 갈망이 어딘가에 있어요.
그래서 누군가가 나를 발견해줬으면.
누군가가 나를 마지막으로 너무 늦기전에 위로해줬으면.
나를 발견해달라고.
나 지금 이렇게 힘들고 슬프다고.
그렇게 도와달라는 외침으로 진짜 엄청 소리 크게 울었습니다.
그런데 그 늦은 시각 숲에 사람이 있을리가 만무하죠.
그렇게 숲속에서 1시간 정도가 지나니까
숨이 엄청 가파지고 귓가에 이이이잉 이명이 심하게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아스피린 중독일때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아 이렇게 죽는구나….싶었죠.
그런데 내가 이렇게 죽으면 누군가 내 시체를 발견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제 룸메이트한테 짧막한 유서를 써서 문자로 보내고 핸드폰을 꺼버렸습니다.
그렇게 또 1시간 가만히 숲에 앉아있었어요.
방금 마라톤 뛴 사람 마냥 숨 쉬는게 너무너무 힘들어지는게 죽음이 임박한건가? 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멀리서 인기척이 보이더니 헌병이 2-3명 나타나더라구요.
나중에 알고보니 제 문자를 받은 룸메이트가 신고해서
헌병들이 저 찾으려고 캠퍼스를 이잡듯이 뒤진겁니다.
그렇게 전 발견되자마자 헬리콥터로 대형병원에 이송되서 응급실로 직행했습니다.
조금만 더 방치했어도 내출혈이 있었을거라고 의사선생님이 그러더라구요.
위세척 하고 몸 추스리느라 1주일을 중환자실에서 보냈어요.
다행히 제가 나이가 어리고 몸도 건강해서 회복이 빨랐습니다.
제가 우겨넣었던 아스피린 성분을 몸에서 제거하느라 투여한
링거액만 10병이 넘었던것 같아요
그리고 몸이 회복하자마자 또 1주일을 정신병원에 강제입원해서 보냈어요.
정신병원에서 보냈던 시간…...
이건 또 쓰자면 엄청 길어질 글인데
이 글에 공감하시는 분이 많다면 또 글을 이어서 쓰겠습니다.
짧게 말하자면 정신병원은 정말 조심해서 골라야합니다.
어중간한 병원 고르면 오히려 없던 정신병까지 얻어서 퇴원하는 곳입니다.
아무튼 그렇게 병원에서 퇴원하고…….
거두절미하자면 겨우겨우 학교 졸업은 해서 졸업증은 받았습니다.
임관은 당연히 못했고 의가사 제대를 해서 지금은 취직 잘해서 지내고 있어요.
우울증은 독감이나 다른 질병과 같이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병입니다.
독감걸린 사람한테 넌 왜이렇게 약해!! 라고 안따지잖아요.
그런데 왜 사회는 유독 우울증 걸린 사람은 나약하다는 편견을 가지는 걸까요.
독감과 같이 우울증도 제대로 된 치료 받고 약 잘 복용하면 낫는 병입니다.
우울증에 걸리는건 가랑비에 젖는것과 비슷해요.
물이 몇방울 떨어져서 옷이 젖고, 좀 더 젖고, 그 젖은게 더 크게 번지고
자기도 모르게 어느새 옷이 흠뻑 젖어있어요.
그게 우울증이예요.
그리고 제가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몇가지………
1.우울증 환자에게 왜 힘드냐고 꼬치꼬치 캐물으려고 하지 마세요. 우울의 근본을 해결해야 우울증이 나을거 아니냐! 라고 하시겠지만 우울증이 걸린 사람은 도대체 왜 자기가 우울한지 근본적인 이유를 잘 몰라요. 그냥 조그만게 쌓이고 쌓여서 어느새부턴가 우울한 감정이 넘쳐 흐르고 있는거예요. 요즘 이러이러해서 우울하다 라고 두리뭉실하게 설명을 할 수는 있겠지만 무슨 수학문제 풀듯이 자! 이게 내 우울의 근원이야! 라고 콕 찝어낼 수는 없어요
2.우울증 있는 사람이 옆에서 힘들다고 하면 그냥 가만히 들어주세요. 그냥 공감해주세요. 그래 얼마나 힘들었니. 많이 힘들지? 내가 항상 너 곁에 있어. 무슨 일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해. 난 널 믿어 등등 그냥 묵묵히 곁에서 응원해주세요. 내가 너의 버팀목이 되줄거라는걸 보여주세요. 우울증 환자에게는 그게 생명의 버팀목이예요
3.이건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겠지만….절대로….절대로 우울증 환자를 탓하는듯한 말을 하지 마세요. 그건 그야말로 우울증 환자에게는 나가 죽어라는 말과 동일합니다
4.가족을 생각해라는 말도 하지 마세요. 정말 진짜 죽을만큼 힘들때는 가족이고 뭐고 눈에 안들어옵니다. 너무너무너무 고통스러워서 이성적으로 그런걸 판단할 능력이 없거든요
5.죽을 용기로 살아라, 죽자의 반댓말은 살자 등등 이런 말들도 다 우울증 환자에게는 “내가 약한게 문제구나” 라는 인식을 심어줍니다. 다시 말하지만 우울증 환자에게 최고의 약은 그저 옆에서 묵묵히 얘기 들어주고 가만히 안아주는겁니다.
6.주위에 우울증을 앓고 있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최대한 연락을 많이 해주세요. 우울증 환자는 자기도 모르게 계속 부정적인 생각, 슬픈 생각밖에 못하기 때문에 “오늘 날씨 좋다! 어디 산책 갈래?” “이거 영화 재밌데! 같이 보러가자!” 등등 끊임없이 옆에서 활기를 불어넣어주고 뭔가 같이 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물론 우울증 환자는 다 싫다고 하겠죠. 하지만 그래도 주위 사람들의 인내심과 꾸준한 노력이 중요합니다. 우울증 환자가 자기 비하가 담긴 말을 하면 “아니야 너는 소중해” 등 긍정적인 말을 되새겨 주는것도 효과적입니다.
7.우울증 환자가 죽고 싶다라는 말을 자주 하면 정말 조심하세요. 이게 위험한게 주위 지인들이 처음에는 이 말듣고 우왕좌왕 하다가 환자가 너무 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하니까 나중에는 무감각해지거든요. 그런데 죽고 싶다라는 말을 자주하는 우울증 환자는 시한폭탄과 같은 존재입니다. 정말정말 사소한 어떤 일 하나로 죽음을 결심할 수 있는 그런 불안정한 상태이지요. 그러니 항상 환자를 눈여겨 봐야합니다.
생각보다 너무 많은 분이 제 글에 관심 가져주셔서 너무 놀랐어요.
많은 분들이 제가 끝에 나열한 우울증을 대하는 방법에 대해 화를 내셨는데
해명을 하자면 그건 여러분들이 이렇게 해야합니다!! 하고 요구하는 차원에서 쓴게 아닙니다.
제 의도는 그저 요즘 우울증이라는 질병이 보편적인 편임에도 불구하고
이 질병에 대해 이해하는 분들이 별로 없는것 같고 주위에 우울증을 겪는 사람이 있을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모르는 분들이 꽤 있으시더라구요.
그래서 그런 상황이 닥쳤을때 이렇게 하시면 됩니다- 라고 알려드리는 차원에서 쓴거예요.
불쾌하셨다면 죄송합니다.
댓글 대다수가 우울증 환자의 감정쓰레기통 노릇하는 주위사람들도
너무 힘들다고 많이 써주셨는데 맞습니다….맞고요…..
우울증 환자도 알아요 자기가 주위 사람들에게 짐인거.
그래서 더더욱 자기 혐오가 짙어져요.
부정적인 감정을 주위 사람들에게 쏟아붙고 다음에는 그러지 말아야지…다짐했다가
자기도 모르게 울렁이는 파도처럼 감정을 주체못하고
또 주위에 하소연하고….그후에 자기혐오하고…악순환입니다.
그래서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거겠죠.
주위사람들도 못견뎌하고 자기도 더이상 버틸수가 없으니.
아 그리고 많은 분들이 저를 남자라고 생각하시던데….저 여자입니다.
이 글에는 제가 1주일에 정신병원에 강제입원했었던 경험을 쓸까 합니다.
한국에서는 정신병원에 입원하려면 보호자/가족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제가 있었던 곳은 본인/보호자/가족의 의사 상관없이 당사자가 자살시도를 하면
담당의사가 퇴원지시를 할때까지 정신병원에 강제입원시켜야 하는 법이 있었습니다.
제가 중환자실 입원하자마자 비행기 타고 달려온 엄마가
우시는 모습 보니까 저도 가슴이 찢어졌습니다.
댓글 중에 저를 불효자라고 하셨는데 맞아요.
제가 그대로 죽었으면 전 진짜 천하의 불효녀였겠죠.
중환자실에는 환자의 가족이 환자와 함께 있을수 있도록 침대 옆에 간이침대를 놔줍니다.
그런데 정신병동에 옮긴 그 순간부터 저는 외부의 모든것과 차단이 됬습니다.
아주 간단한 옷가지 몇개를 제외하고 모든 소지품을 압수당했어요.
환자의 가족도 하루에 1번, 1시간 동안의 면회 시간 외에는 일절 만날 수 없었습니다.
중환자실에서 정신병원으로 옮겨간 그날, 간호사가 엄마한테 “이제 나가셔야 합니다” 라고 해서 엄마가 차마 발길 못돌리고 발을 동동 거리실때 저도 울고 엄마도 울었습니다.
제가 있었던 정신병원 자체는 규모가 컸습니다.
하지만 제가 머물던 병동은 크기가 작았어요.
60평 아파트 정도?
거기서 12명 정도의 환자와 5-6명 정도의 간호사가 지냈습니다.
병동의 문은 24시간 굳게 잠겨 있어서 환자가 함부로 나가지 못하겠금 되어있습니다.
그냥 한마디로 우리 안에 있는 짐승처럼 갇혀있죠.
모든 방에는 문을 잠글 수 없게 설계되어 있었고 (문 잠그고 자해할까봐)
외부에서 가져온 샤워용품도 압수 당해서 샤워하고 싶다고 간호사한테 말해야만
잠시 돌려받아 샤워를 할 수 있었습니다.
샤워용품은 왜 가져가냐고 물었더니 가끔 자해하려고 하는 환자들 중에서
샴푸/린스를 마셔버리는 경우가 있어서 그렇다네요.
또한 어떤 종류의 끈도 반입 금지였습니다.
진기줄, 신발끈, 심지어 츄리닝 바지에 있는 허리끈도 가위로 자르게 했습니다.
환자들이 끈 가지고 목맬까봐.
가위/칼 같은 날카로운 물품도 당연히 반입 금지구요.
환자 면회 오는 모든 사람은 철저한 몸수색을 거쳐야 병동을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병동에는 공중전화 부스가 있는데 전화를 걸수는 없고 걸려오는 전화만
받을 수 있도록 설계를 해놨습니다.
그래서 면회 이외에 가족이 환자와 얘기를 하고 싶으면 전화를 걸수 있었어요.
정신병원에 입원한 첫날 저는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어렸을때 상상한 정신병원이 말그대로 미친사람만 가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여기에 입원해 있다니 그냥 폐인이 된 느낌이였거든요.
정신병원에서의 하루는 정말정말 느리게 지나가요.
할거라고는 그냥 멍- 때리거나 TV 보는거 이 두가지입니다.
기상 시간과 취침 시간이 정해져있고 하루 3끼 외부에서 식사가 식판에 담겨 들어옵니다.
자고 있을때도 1시간에 한번 간호사가 방에 들어와 인원수 체크를 했습니다.
탈출 시도하는 환자가 가끔 있어서요.
그리고 매일 아침마다 간호사들이 혈압/체온을 잽니다.
오후 4시부터 5시까지 면회시간이 있고 아침/저녁으로 약먹는 시간이 정해져있어요.
하루종일 할게 없다보니 면회시간을 손꼽아 기다리게 되더라구요.
엄마는 제가 정신병원에 있었던 1주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면회를 오셨습니다.
오실때마다 치킨/피자/김밥 등등 바리바리 싸들고 오셨어요 (병원밥이 맛없으니까)
그리고 면회시간 끝나서 떠나셔야할때마다 우셨어요.
그때 정말 자살시도 한거 후회 많이 했습니다.
제가 한 일로 인해 엄마가 자꾸 우시는거 볼때 제가
정말 못할짓 했구나 라는게 뼈저리 느껴지더라구요.
면회시간 동안 정말 이런 얘기 저런 얘기 많이 했습니다.
퇴원하면 어떻게 치료 꾸준히 받을지.
어떻게 이 우울증이란 질병을 가족이 힘을 합쳐 이겨나갈지.
학교에 돌아가서 어떻게 지낼지 등등
병원에서 주는 항우울제는 제가 평상시 처방받던 것보다 훨씬 센것 같았습니다.
약을 먹고 나면 오줌 마려운 강아지마냥 가만히 있지를 못하겠더라구요.
장기 입원하는 환자는 등급별로 구분합니다.
그리고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면 절대로 병동을 나갈 수 없어요 산책도 못하구요.
좀 안전한 등급으로 분류되면 하루에 30분 정도 밖에 나가서 산책할 수 있고
(물론 간호사 감시 아래에)
1주일에 3번씩 음악치료 동물치료 같은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병원에서 오래있을 환자가 아니였기 때문에 간호사들이 등급 분류를 안해줘서 자동적으로 “고위험”으로 취급받고 1주일 내내 병동 밖을 한발자국도 못나갔습니다.
확성기에서 “코드 레드! 코드 레드!” 라고 방송이 나올때마다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간호사가 슬쩍 알려준건데
코드 레드 = 다른 병동에서 환자가 난리치고 있으니 손이 비는 간호사들은 와서 도와달라- 라는 뜻이라고 했습니다.
각 병동에 있는 환자는 그냥 무작위로 분류한것 같았습니다.
저는 뭐 정신질환 종류대로 분류할 줄 알았는데 그런것도 아닌가보더라구요.
저와 같은 병동에 어떤 30대 후반 남자가 있었는데 자꾸 제게 말을 걸었습니다.
할 수 없이 대화에 응해주면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계속 횡설수설 했어요.
외계에서 탄생한 신종 바이러스가 있는데 하루는 자기가 여행하면서
그 바이러스가 들어있는 주사를 맞았고 어쩌고 저쩌고……
나중에 알고보니까 그 분은 조현증을 알고 있는 분이였습니다.
또 한 사람은 어떤 할머니였는데 혼잣말로 중얼중얼 거리다가
애꿎은 간호사들한테 “xx년! 나가죽어라!! ㅅㅂ!!” 등등 온갖 욕설을 퍼부었어요.
물론 저도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으로서 정상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저는 적어도 미치지는 않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 병동에 있는 대다수 분들이 정신을 놔버리신 환자들이라서
그 분들과 같은 병동에 살고 있으니
나도 저 사람들처럼 미친건가?막 의심을 하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정신병원에서 가장 힘든건 제 자신과의 싸움이였습니다.
물론 정신병원마다 다르겠지만 제가 입원해있던 정신병원의 경험에서 배운건
정신병원은 병을 고쳐주는곳이 아니라 그냥 정신질환 환자들을
외부에서 격리시키는 곳이라는 것입니다.
간호사들은 매일 같이 환자들이 부리는 히스테리에 지쳐서 환자가 난리치면
그저 짐승 다루듯이 힘으로 제압하고 약으로 취하게 해서 잠재웠습니다.
환자와 얘기를 한다거나 라포를 형성한다거나 그런거 전혀 없었습니다.
저는 정신병원에 가면 매일매일 의사외 면담 하면서 오늘은 증상이 어땠는지
차후의 치료계획은 어떻게 될지 등등 그런걸 상의할줄 알았어요.
그딴거 없었습니다.
제가 입원해있던 1주일 동안 의사를 본건 고작 20분이였습니다.
그저 퇴원을 할만큼 제 정신상태가 안정적이게 됬는지 확인하는게 다였어요.
의사도 만나주지 않고, 밖에 나갈 수는 없고, 사방에는 하는 환자들 뿐이고.
오히려 우울증이 정신병원에서 더 심해진 기분이였습니다.
다행히도 의사를 만날 기회가 주어졌을때
선생님을 필사적으로 설득해서 퇴원할 수 있었어요.
그러니 주위에 정신병원을 가야하는 가족이나 지인분 있으면 정말 조심해서 고르세요.
정신병원 특성상 외부에서 매우 격리된 곳이고
가족들조차 내부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 잘 알지 못해요.
자칫하면 좋은 의도로 입원 시켰다가 정신병 더 심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정신병원에 있었던 1주일은 정말 지옥같았어요
그런데 불행 중 다행인건 그 경험 덕분에 정말 우울증을 털어내야겠다라는 결심이 섰어요.
엄마가 면회 올때마다 우는 모습이 뇌리에서 잊혀지지가 않아서요.
가족을 위해서라도 내가 나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학교 겨우 졸업하고 졸업하자마자 좋은 회사에 취직해서 사회생활 잘 하고 있습니다.
회사사람들이 제게 자살시도나 정신병원 입원의 과거가 있을지
상상도 못할만큼 밝은 사람으로 지내고 있어요.
아직 우울증이 후유증이 남아있지만 그럴때마다 맛있는거 먹고, 사고 싶은거 사고
되도록이면 즐겁게 살려고 노력중입니다.
제가 이 글 쓰는 이유는 그저 여러분께 우울증이 어떤지, 그리고 정신병원이 어떤 곳인지
모르는 분들께 알려드리고 혹시나 도움이 될까 싶어서 입니다.
그럼 다들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