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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네ll조회 388l 1
이 글은 4년 전 (2019/11/13) 게시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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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처음 만났구나 | 인스티즈


곽재구, 처음

 

 

 

두 마리 반딧불이 나란히 날아간다

둘의 사이가 좁혀지지도 않고

말소리가 들리지도 않고

궁둥이에 붙은 초록색과 잇꽃색의 불만 계속 깜박인다

꽃 핀 떨기나무 숲을 지나 호숫가 마을에 이른 뒤에야

알았다

, 처음 만났구나







 아, 처음 만났구나 | 인스티즈


이기철, 새 해를 기다리는 노래

 

 

 

아직 아무도 만나보지 못한 새 해가 온다면

나는 아픈 발 절면서라도 그를 만나러 가겠다

신발은 낡고 옷은 남루가 되었지만

그는 그런 것을 허물하지 않을 것이니

내 물 데워 손 씻고 머리 감지 않아도

그는 그런 것을 탓하지 않을 것이니

퐁퐁 솟는 옹달샘같이 맑은 걸음으로

그는 올 것이니

하늘을 처음 날아 보는 새처럼

그는 올 것이니

처음 불어보는 악기소리처럼

그는 올 것이니

처음 써본 시처럼

처음 받아든 연서처럼

그는 올 것이니

화려하지는 않지만

어디에도 때 묻지 않은 새 해가

햇볕 누이의 마중을 받으며

작은 골목 작은 대문을 향해

종종 걸음으로 그는 올 것이니







 아, 처음 만났구나 | 인스티즈


김형영, 날마다 새롭게

 

 

 

나무들의 대성당에서

아침마다 새들은 노래한다

밤새 내려온 이슬방울은

하늘의 눈망울을 깜박거리고

바람은 마냥 흔들 불어

아침을 연다

 

그래, 오늘은 또 이렇게

하루를 시작하는 거다

맑은 공기로 가슴 부풀려

세상을 떠도는 거다

어젯밤 꾼 꿈을 찾아보는 거다

 

콧노래를 부르며

콧노래와 함께

콧노래에 맞춰

나는 다시 나를 찾아

내 노래를 부르는 거다

 

대성당의 나무들처럼

거기 깃들어 사는 새들처럼

나도 거기 깃들어

날마다 한결같이

날마다 새롭게 나를 사는 거다







 아, 처음 만났구나 | 인스티즈


김미정, 투명한 대화

 

 

 

어항의 입구가 벌어진다

그 넓이만큼 퍼진 귀의 식욕이 수면을 바라본다

물고기가 투명한 소리를 뱉는다 ; 삼킨다

 

언젠가 말하지 못한 고백처럼

우린 어항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어항이 꿈틀거린다

투명한 울림, 소리의 본적이다

입술을 떠나 어디론가 사라지는

 

힘껏 던져도 깨지지 않는 혀를

너는 내민다 ; 넣는다

 

입 모양만으로 알아들을 수

없는 당신의 말들이

쌓이고 쌓여 어항을 채운다

사다리가 늘어나고 큰 자루가 필요하다

소리가 움직인다 아래 ;

 

잎사귀들이 함께 넘친다

이제 귀는 떠난 소리를 그물로 떠올리고 있다

물고기들이 강을 따라 흘러간다

 

어항의 침묵이 시끄럽게 들리는 오후

누군가 유리컵을 두드리고

헐거워진 귀가 바닥에 떨어진다







 아, 처음 만났구나 | 인스티즈


김정경, 검은 줄

 

 

 

파업이 길어지고 있었다

주머니엔 말린 꽃잎 같은 지폐 몇 장

만지작거릴수록 얇아졌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으므로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시간

집으로 돌아와 문을 여니

방바닥에 검은 줄 하나 그어져 있다

특수고용자로 분류된 나는

노동조합이 철야 농성 중인 회사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출입문 위에

붉은 글씨로 쓴 부적들 나부끼고

제 이름 외치며 뛰쳐나온 노란 팬지꽃

화단 위에 삐뚤삐뚤 구호를 받아 적었다

나무 기둥의 몸을 열고 나온 날개미들

좁은 방에 검은 줄 늘려가고 있다

문 걸어 잠그고

쓰다 남은 살충제 쏟아 붓는다

혼자서 살겠다고

혼자만 살아보겠다고

고쳐 쓰고 또 고쳐 쓰던 자기소개서

개미들이 따라가며 밑줄을 긋는다

고쳐 쓰다만 자기소개서 위의 검은 줄이 흩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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