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 얼마나 남았소, 주인양반. . 체념한 듯 파르르 떨리던 입술이 멈춘 소의 물음에 굳은 얼굴로 묵묵히 이송주니를 하는 오씨였다. . 내 어릴적에 말이오, 어미에게 우리도 언젠간 뛸 수 있겠냐는 질문을 한적이 있소. 그 모습이 불쌍해보였는지, 하하, 어미가 뭐라했는줄 아시오? . 뛸 수 있을거라 했소, 우리도 저 밖에 보이는 당신같은 사람들처럼 자유롭게 다닐 수 있을거라 했소. 그 말 덕분에 몸 돌리기도 힘든 울타리, 아니 작은 지옥안에서 희망을 갖고 살았지.. . 우리 어머니는 항상 말씀하셨소, 산책을 가자고 하면 절대 따라나서면 안된다고, 밖에는 큰소리로 울어대는 개, 고양이가 많아 위험하다며 말이오. 어릴 때는 그저 무서웠소, 따라가지 말라던 산책에 따라나선 뒤 다신 돌아오지 않는 어머니가 원망스러웠소, 이제는 당신이 나에세 산책을 가자고 하는구려.. . 나도 무엇인지 알고 있소, 내 처지가 어떤지 알고 있소.. 다만 난 당신에게 묻고 싶소, . 내가 무슨 잘못을 저지른 것이오? 우리가 무슨 잘못을 저지른 것이오? . 말 못하고 어리석은 개, 고양이가 짐승같소?? 당신들이 짐승이오!! 어머니가 돌아오지 못하고 며칠 뒤 당신 입에서 가득 내뿜던 그리운 어머니의 냄새는 한 순간에 역겨운 냄새로 바뀌었소. .우리 소들은 말이오, 평생에 이름이 없소. 근데 웃긴건 말이야, 죽고나면 내 모든 몸에 수십개의 이름이 생겨.. 참 웃긴 일이 아닐 수 없지
. 하하.. 다 넘긴줄 알았네만.. 흥분하고 말았구먼.. 다 된가 같은데, 뭐 무쪼록 그 동안 고마웠소, 딸아이가 나랑 동갑이던가..? 자유롭게 잘 자랐으면 좋겠구먼. . 짙은 먼지를 내며 실어내는 트럭 위엔 소 한마리가 먼지 때문인지, 슬픔 때문인지 모를 눈물을 짓는다. . 짧은 워낭소리가 먼지에 가리워 멀어진다.. . . 부여위 한 정육점의 분홍색 불빛 아래, 소고기들이 선홍빛을 뛰며 조각조각 들어있고 무거운 풍채를 지닌, 턱에 난 큰 점 만큼이나 어두운 기운을 뿜는 남성이 들어온다. . 이야! 얼마만에 소고기람!! 집에서가서 박살내고 페이스북에 올려주마!! 크크큭..!! 업진살! 살살 녹겠어!! . 씁쓸하게도 그토록 그리웠던 어머니의 냄새를, 죽은 뒤 정육점 냉장고에서 잠시나마 맡았던 한 소.. 아니 고기덩어리는 짙은 뿔테안경을 쓴 부여의 소문난 대식가의 손에 팔려나간다. . 부여 대식가의 손에 들린 검은 봉지는, 작은 지옥에서 겪었던 그 어떤 것보다도 어둡고 차가웠으리라. 페이스북에 업진살 먹는다는 글을 올린 친구의 게시물에 단 댓글이라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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