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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너 ll조회 1899l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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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우울을 쓰다듬고 손 위에 두기를 원해. 그게 찍어 맛볼 수 있고 단단히 만져지는 것이었으면 좋겠어 | 인스티즈

“감정의 물성?”

 

“그러니까 자기들 말로는 감정 자체를 조형화한 제품이래요.

종류도 꽤 많아요.

가장 기본적인 형태는 ‘공포체’, ‘우울체’ 하는 식으로 이름이 붙고,

파생되는 제품으로 비누나 향초, 손목에 붙이는 패치도 있고요.

지금 유진 씨가 구해 온 건 침착의 비누라는 건데,

진짜 비누처럼 써도 되지만 그냥 손으로 만지작거리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나봐요.

10분 정도 사용하면 마음이 차분해진다고……”

 

“그게 무슨 바보 같은 소리야?”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대체 왜 어떤 사람들은 ‘우울’이나 ‘분노’,, ‘공포’ 따위를 사려고 하는 거지?”

 

“저도 그쪽은 잘 모르겠네요.”

 

 

 

나는 이모셔널 솔리드의 물건들이 효과가 있다는 말을 믿지 않았다.

마음 치유 효과를 가진다는 아로마 오일이나 향초처럼

 어디까지나 쓰는 사람의 기분에 달린 물건이라고 생각했다.

그보다는 ‘왜 그런 물건들을 굳이 사려는 사람들이 존재하는가’ 쪽이

나의 주된 의문이었다.

어쨌거나 ‘행복’, ‘침착함’ 같은 감정이 주로 팔리고 있다면

대중들이 플라시보 효과에 의존하여 위안을 얻으려는 것이라고 이해해볼 수 있을 텐데,

부정적인 감정들조차도 잘 팔려나가고 있다는 것이 정말 이상했다.

 

나는 내 우울을 쓰다듬고 손 위에 두기를 원해. 그게 찍어 맛볼 수 있고 단단히 만져지는 것이었으면 좋겠어 | 인스티즈

나는 보현의 서랍장 위에서 수십 개의 감정의 물성 제품들을 발견했다.

하나같이 전부 ‘우울’이었다.

그 옆에는 병원에서 처방받아 온 항우울제가 있었다.

나는 이제 그녀가 우울에 빠져 죽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살아남고 싶은 것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널 이해 못 하겠어.”

 

보현은 딜레마에 빠져 있었다.

발목이 잡혀 있었다.

한때 사랑했던 사람들이 그녀를 억압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이런 방식으로 해결하려는 건 더더욱 이해할 수 없었다.

 

‘우울체’가 그녀의 슬픔을 어떻게 해결해주는가?

 

“물론 모르겠지, 정하야. 너는 이 속에서 살아본 적이 없으니까,

하지만 나는 내 우울을 쓰다듬고 손 위에 두기를 원해.

그게 찍어 맛볼 수 있고 단단히 만져지는 것이었으면 좋겠어.”

 

테이블 위의 휴대폰이 울렸다. 보현은 말을 이어갔다.

 

“어떤 문제들은 피할 수가 없어. 고체보다는 기체에 가깝지

 무정형의 공기 속에서 숨을 들이쉴 때마다 폐가 짓눌려.

나는 감정에 통제받는 존재일까? 아니면 지배하는 존재일까?

나는 허공중에 존재하는 것 같기도 아닌 것 같기도 해.

그래. 네 말대로 이것들은 그냥 플라시보이거나, 집단 환각일 거야. 나도 알아.”

 

 

 

잠시 머물렀다 사라져버린 향수의 냄새.

무겁게 가라앉는 공기.

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흐느끼는 소리.

오래된 벽지의 얼룩.

탁자의 뒤틀린 나뭇결.

현관문의 차가운 질감.

바닥을 구르다 멈춰버린 푸른색의 자갈.

그리고 다시, 정적.

 

물성은 어떻게 사람을 사로잡는가.

 

나는 닫힌 문을 가만히 바라보다 시선을 떨구었다.

 

 

 

 

 

/김초엽,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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