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은지 (31세/고등학교 역사 교사) 💔 고윤정 (28세/유치원 교사)
- 3년 연애, 이별한 지 1년 -
언니네 부부가 오랜만에 데이트한다고 저한테 조카를 좀 봐달라더라구요. 그래서 애 조금 일찍 하원시키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려고 유치원에 데리러 갔다가 윤정이를 만났어요. **이 이모라고 아무리 말해도 안 믿길래 언니한테 전화를 했는데 안받더라구요. 조카가 우리 이모예요! 라고 해도 부모 허락 없인 안된다나 뭐라나. 하는수 없이 전화 올 때까지 기다렸죠. 한시간 조금 지났나? 언니한테 전화왔길래 통화 시켜줬더니 그제서야 죄송하다면서 조카 가방을 챙겨주더라구요. 근데.. 제가 원래 진짜 그런 사람이 아닌데 그날따라 뭐에 씌인 건지 “저 한시간이나 기다렸는데. 죄송하단 말로 끝내시려구요?” 이런말을 해버린 거예요. 내뱉자마자 아차싶어서 ”아, 농담.“ 하고 가려는데 윤정이가 머뭇거리다 ”커피.. 사드릴게요.“
분명 커피 마시려고 만났는데 은지가 자기는 카페 가는 거 질색한다고 술을 사달라하더라구요. 그러면서 자기가 자주 가는 단골집이 있다고 거기로 데려갔어요. 제가 술을 잘 못 마실 거라 생각했는지 “알아서 조절해서 마셔요. 내 페이스 따라오지 말고.” 하더니 자기가 먼저 취해서.. 어휴.. 그뒤로 몇번 더 만나서 술 마시고 그렇게 싫다던 카페도 가고 영화도 보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사귀게됐어요.
왜 헤어졌냐구요? 모르겠어요. 아직도 몰라요 우리가 왜 헤어졌는지. 갑자기 연락도 두절되고 집에 찾아가도 없고.. 그렇게 며칠을 전전긍긍하며 기다렸는데 전화가 왔더라구요. 만나자고. 그래서 나갔더니 펑펑 울면서 헤어지재요. 이유는 묻지 말아달라고. 뭐 어쩌겠어요. 당장 죽을 것처럼 울면서 헤어져달라는데 내가 무슨수로 잡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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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여기서 재회고 환승이고 할 마음 없어.“
”상관없어 네 마음이 어떻든. 이제 네 마음같은 거 신경 안 쓸 거야.“
2. 문가영 (29세/주얼리 디자이너) 💔 이청아 (35세/변호사)- 4년 연애, 이별한 지 2년 -
제가 만든 디자인을 도용 당했었어요. 그때 변호사를 찾아갔는데 그게 청아 언니였죠. 제가 진짜 심한 얼빠거든요. 언니가 저랑 막 상담하다가 안경을 벗는데 순간 심장이 쿵 하더라구요. 그러니까 첫눈에 반한 거죠. 재판 끝날 때까진 티 안 냈어요. 승소하고 고맙다는 핑계로 밥 한끼 하자고 했더니 거절하더라구요. 값을 받고 일한 건데 뭐가 고맙냐면서.
오랫동안 만났던 첫사랑이랑 헤어지고 연애를 안했어요. 일만 했죠. 그러다 가영이를 만났는데.. 작업을 너무 대놓고 걸더라구요. 몇번 거절했는데 그 예쁜 얼굴로 두번 세번 지치지도 않고 잊을만하면 찾아와 “변호사님 저랑 밥 먹어요.” “변호사님 나랑 영화볼래요?” 하면서 웃는데 사람 참 돌겠더라구요. 한번만 더 찾아오면 그땐 진짜 단호하게 말하자 다짐했는데 아니 글쎄 술을 마셨는지 다 꼬인 혀로 “나랑 밥 한번 먹어주는 게 그렇게 어려워요 언니?” 그러더니 또 웃어요.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따라 웃었는데 갑자기 울더라구요. 자기는 나때문에 마음이 아파 죽겠는데 왜 그렇게 웃냐고. 오늘도 거절 당하면 진짜 잊으려고 했는데 그렇게 웃어버리면 내가 언니를 어떻게 잊겠냐고.
제가 원래 진짜 막 질척거리고 그런 스타일이 아닌데. 언니한텐 쿨하게가 안되더라구요. 그렇게 열번 백번 찍어 넘어온 언니랑 평생 행복하기만 할줄 알았는데 아니였어요. 언니는 너무 심한 워커홀릭이였고 그 옆에 있는 저는 항상 외로웠죠. 이대로 더 만나다간 제가 결국 언니를 미워하게 될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헤어지자고 말했어요. 좋은 감정이 미운 감정보다 더 많이 남아있을 때 끝내는 게 나을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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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냈니?“
”아니.“
3. 최성은 (28세/강력계 형사) 💔 배수지 (28세/사회부 기자)- 6년 연애, 이별한 지 3년 -
제가 성은이 3년동안 짝사랑했어요. 공부밖에 몰랐던 성은이는 저랑 친구로도 안 지내줬는데.. 뭐 제가 조르고 졸라서 점심정도는 같이 먹는 사이가 되었죠. 한번씩 하교도 같이 하고.. 이마저도 못하게 될까봐 고백도 못하고 3년 내내 속앓이하다 수능치고 대학 붙고 저는 다른 지역으로 가게 됐는데 그 말은 즉 더이상 성은이를 볼 수 없다는 거잖아요? 내 마음도 모르고 책이나 읽고있는 최성은이 너무 밉더라구요. 그래서 눈물을 막 뚝뚝 흘리면서 말했죠. 넌 서운하지도 않냐고, 그래도 3년동안 붙어있었는데 어쩜 잘가라 잘지내라 종종 보자 이런 빈말조차 안하냐고. 한참동안 대꾸도 않고 책만 보던 애가 고개를 들고 저를 쳐다보는데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서는, ”영영 안 볼 것도 아닌데 무슨 인사를 해.“ 하는 거 있죠.
무뚝뚝한 성은이는 연애를 시작하고도 변하지않았고 그래서 싸우기도 참 많이 싸웠지만 그래도 한번씩 툭 “사랑해. 그리고 항상 미안하고.” 이렇게 말해주면 쌓여있던 서운함이 눈 녹듯 사라졌죠.
수지한테 항상 미안했어요. 날이 갈수록 사랑하는 감정보다 미안함이 더 커졌죠. 일 핑계로 자주 만나지도 못하면서 같이 있는 날에도 피곤해 죽으려하고 수지는 괜히 눈치보고. 싫었어요. 내가 뭐라고 저러나.. 차라리 화를 내고 서운하다 말하면 좀 나을 것 같은데 왜 항상 웃으면서 괜찮다고만 하는지. 그때의 저는 못되고 비겁했어요. 더 잘해줘야지라는 생각보다 왜 나를 나쁜 사람 만들지 이제 그만하고 싶다 라는 생각이 더 컸어요. 그래서 헤어지자했어요. 솔직하게 말하면 충동적이였는데.. 수지가 잡아줄 거라 생각했거든요. 근데 그냥 그러자고 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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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네요 배수지 씨.“
”.. 많이 변했네 최성은. 장난을 다 치고.“
4. 박지현 (33세/법의관) 💔 한효주 (35세/외과 의사)- 1년 연애, 이별한 지 1년 -
지현이는 제 대학 후배였는데 그때도 참.. 똑똑하고 당찼어요. 가만히 있어도 저절로 눈길이 가는 그런 애였죠. 물론 저도 지현이에게 눈길을 주는 사람들 중 하나였구요. 다른 사람들이랑은 다 친하게 지내는데 이상하게 저한텐 거리를 두더라구요. 서운했어요. 티는 못 냈죠. 그렇게 졸업하고 동기들 통해서 간간히 근황 듣고. 그러다 우연히 일때문에 다시 만나게됐는데 여전하더라구요. 여전히 똑똑하고 당차고. 좋았어요 그 애의 여전한 모습이. 용기를 냈죠 공적으로 말고 사적으로 만나자고.
선배는 따뜻하고 편안한 사람이였어요. 가까이가면 늘 포근하고 달큰한 향이 났는데 그게 참 좋았어요. 친하게 지내고 싶었는데 이상하게 선배 앞에만 서면 입이 안 떨어지더라구요. 선배가 웃는 걸 보면 마음이 막 간질거리고 하여간 이상했어요. 뭐.. 졸업하고나서 선배 소식은.. 일부러 안 들었어요. 행여나 결혼을 했다거나 그런 소리 들리면 좀 슬플 것 같아서? 그러다 제가 일때문에 자문을 구할 일이 좀 생겼는데 선배가 ㅇㅇ병원에서 외과의사로 근무한단 소릴 들었어요. 그래서 바로 부탁했죠. 우연인 척 선배랑 자리 좀 만들어달라고. 선배는 아마 아직까지도 저랑 다시 만난 게 우연이라 생각할 거예요.
딱 일년 만났어요. 일주년 기념으로 여행을 갔는데 지현이 가방에 약봉지가 있더라구요. 우울증약이였어요.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어요. 돌아오는 길에 물었죠 요즘 힘든 일 있냐고. 말을 안하더라구요 그냥 별 거 아니라고. 일때문에 스트레스 받아서 그런 거라고. 더 말하고 싶지 않는 눈치길래 그냥 넘어갔는데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에 지현이 어머님이랑 통화하는 걸 들었어요. 저랑 지현이 관계를 아시는 것 같더라구요. 수화기 너머로 어머니의 화난 듯한 음성이 들리고 지현이는 제 눈치 보느라 안절부절하고. 그때 알았죠. 나때문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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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책 아직 가지고 있네.“
”그럼. 누가 준 건데.“
혐오주의) 어릴적 주입당한 곧 다가올 끔찍하고 사악한 미래.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