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월, 제 친구가 극단적 선택을 하였습니다.
제 친구는 공부도 잘하면서 예쁘게 꾸미는 걸 좋아하고 재미있는 말과 행동으로 많은 아이들이 친구를 좋아했습니다.
친구는 중3 때인 2019년, 부산 동래의 A여중 학생회장이 되었습니다.
이제 더 바빠지겠다며 생글거리던 친구의 얼굴이 비극의 시작이었을 줄은 그때는 몰랐습니다.
친구는 그 해 6월 5일 첫 번째 자살 시도를 했습니다.
저희 학교 학생회는 학생회장이 회의를 진행하고 마지막에 담당교사가 종례를 하고 마치는데, 당시 학생회 담당이었던 가해 교사는 종례를 하지 않고 퇴근하는 경우가 자주 있었습니다. 이런 경우는 학생회장이 종례 없이 회의를 마치곤 했습니다.
5월 23일 학생회 때, 회의가 끝난지 20분이 지나도 가해교사가 오지 않자 제 친구는 회장으로서 학생 회의를 마쳤습니다. 그러나 가해 교사는 뒤늦게 와서 학생회를 마쳤음을 알고 제 친구에게 전화해 학생회를 다시 모으라고 하였습니다.
제 친구가 급히 학교로 올라가자 가해 교사는 길길이 날뛰며 내일 아침 8시까지 학생회 모두 모이라고 했고, 다음 날 아침에 가해 교사는 학생회를 교무실 앞 복도에 세워놓고 큰소리로 고함치며 혼냈습니다.
본인이 늦게 왔지만 학생들에게 오히려 화를 내고 큰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 목소리는 학교 전체에 다 울렸으며 방송실 방음벽까지 뚫고 들릴 정도로 컸습니다.
또, 가해 교사는 학생회 회의록을 찢어서 제 친구와 부회장에게 집어 던졌습니다. 이것을 본 학생회 임원 대부분이 공포감에 울음을 터뜨렸고 그날 이후 가해 교사만 봐도 심장이 두근거리고 얼어붙을 정도로 무서웠다고 합니다.
이 사건이 있고 2주 후, 제 친구는 스트레스와 압박감에 첫 번째 자살 시도를 했습니다.
이 학교는 자치 지도라는 명목으로 점심시간과 방과 후에 각반 부반장들이 담당구역에 서서 학생들의 복장과 행동 점검을 하는 제도가 있습니다. 학생회장과 부회장은 가해 교사와 함께 부반장들이 담당구역에 제대로 서 있는지 매일 점검을 해야 했는데, 담당구역이 비어있을 때마다 가해 교사는 제 친구에게
“네가 학생회장이라서 이렇게 펑크가 난다. 네가 무능해서 그렇다.”라며 소리지르며 혼냈고, 이 폭언들은 5월 23일 학생회 사건 이후에도 수없이 계속되었습니다.
6월 5일 첫 자살시도 후 제 친구는 중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지 10번의 자살시도를 했습니다.
6월 7일부터 우울증으로 정신과 진료를 받기 시작하며 제 친구는 학교에 제대로 가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엄마가 알면 걱정하실까 봐 우울증의 이유를 비밀로 해서 가해교사의 학대는 계속되었습니다.
이후에도 가끔 학교에 갈 때마다 가해 교사는 제 친구에게 사사건건 시비를 걸어 교무실이나 교무실 앞 복도에 세워 놓는 일이 많았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혼날 때마다 정신적 충격을 받아서 총 10번이나 자살시도를 한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학교에 온 친구가 방과 후에 친구들과의 약속으로 사복을 챙겨온 일이 있습니다. 정규수업을 마친 뒤, 방과 후 수업을 듣는 친구를 기다리며 화장실에서 사복으로 갈아입고 학교를 나가다 가해 교사와 딱 마주쳤습니다. 보통은 교복으로 갈아입고 검사 맡고 돌려보내는데, 가해 교사는 복도가 울릴 정도로 친구에게 소리치고는, 교무실로 데려갔습니다. 방과 후 수업 중이던 아이들이 무슨 일인지 놀래서 복도를 내다볼 정도였습니다.
친구는 따라가면서 하의를 체육복 바지로 갈아입고 교무실에 들어섰습니다.
가해 교사는 제 친구를 교사들이 있는 교무실 한중간에 세워 놓고 사복 치마로 바꿔입으라고 시켰고, 이를 너무 심하다고 여긴 생활부장 교사는 수치심에 싸인 친구를 교실로 올려보냈습니다.
16살 여자아이에게 교사들이 지켜보는 교무실 한중간에서 옷을 갈아입으라 하는 것이 말이 되나요?
이날 친구는, ‘(가해 교사 이름), 너는 우리 엄마가 지옥에 가든 천국에 가든 너한테 꼭 복수할 것이다’라고 일기에 썼습니다.
친구는 중학교 때의 트라우마로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도 계속 우울증에 시달려 학교에 잘 나가지 못했습니다. 병을 이겨보려고 노력했지만 우울증, 공황장애, 수면장애 등 병이 점점 깊어져서 4번의 자살 시도를 더 하다가
결국 2022년 2월, 19살의 어린 나이에 생을 달리하였습니다.
벌써 1년이란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 사이 저희는 친구의 억울한 죽음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수많은 증언들이 나오는데도 잡아떼는 가해 교사들, 사건을 은폐하려는 학교 측에 분개한 친구의 부모님은 한여름에도 학교 앞에서 1인 시위를 계속하셨고, 이들을 아동학대로 경찰에 고발하셨습니다.
작년 6월, MBC뉴스에서 친구의 억울한 죽음을 보도했고, 부산일보, KBS 9시 뉴스, 국제 신문 등에 기사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11월에 교육청에서 당시 저희 동급생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130명 중 60여 명이 친구가 당한 아동학대에 대해 자세하고 구체적인 진술을 해주었습니다.
학생끼리의 학교 폭력만이 학교 폭력이 아닙니다. 교사들에 의한 학교폭력은 더 치명적입니다. 교사는 어른이고 학생들에게 절대적 강자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학교측에서 덮으려고 하면 쉽게 은폐 가능하기에 드러나기가 어렵습니다.
친구의 부모님이 원하는 것은 가해 교사의 진정한 반성과 진심 어린 사과입니다. 16살, 그것도 제자에게 죽음을 떠올릴 만큼 폭언과 인격적 모욕을 주어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했음에 대하여 진심으로 사과를 해야 제 친구의 억울함이 조금이라도 풀리지 않을까요?
저는 아직까지도 가해 교사가 한 행동을 떠올리면 치가 떨립니다. 저희 동급생들은 그 교사의 만행을 모두 알만큼 가해 교사의 폭언은 빈번하고 심했습니다.
저는 아직도 작년 2월의 친구가 별이 된 날을 잊을 수 없습니다. 소식을 듣고 생전 믿지도 않던 신을 믿으려 애썼던 택시 안에서의 길고도 짧은 시간.. 도착해서 만난 친구의 얼굴은 주민등록증을 만들기 위해 함께 찍으러 간 사진이었습니다.
지켜주지 못해 정말 미안했습니다.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중3 때로 돌아가 친구를 꼭 구하고 싶습니다.
2월에 친구의 어머니는 교복에 꽃다발을 끼워놓고 혼자서 쓸쓸히 친구의 졸업식을 치러 주셨습니다. 그때 어머니의 모습을 잊을 수 없습니다.
스스로 짧은 생을 마감할 수밖에 없었던 제 친구의 괴로움과 억울함이 묻히지 않게 도와주세요.
제 친구같은 희생자가 또 생기지 않게 교사폭력에 관심 가져 주시고 널리 공유해 주세요.
부탁드립니다.
학교폭력 교사폭력 중학생 고등학생 학생 학교 중3 고1 고2 고3
https://m.pann.nate.com/talk/369620221?currMenu=talker&order=RAN&rankingType=total&page=2
트렌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