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글
식 올리고 헤어졌으면 파혼 VS 이혼
30대 직장인입니다
최근에 소개를 받았는데
상대 남자가 어이없는 말을 해서요
직업 외모 학력 다 멀쩡하고,
그쪽도 저를 그렇게 생각했는지
대화를 좀 진지하게 했어요.
결혼 생각할 나이다보니
집안 얘기까지 다 했죠.
첫만남치고 무거운 주제지만
저는 오히려 진지해서 좋았습니다.
근데 그러다가 그 남자가 얘기할게 있다면서,
파혼한 이력이 있다더라고요.
사실 저도 날 잡은 건 아니지만
상견례까지 갔다가 헤어진 적 있어서
파혼이야 뭐 그럴 수 있지, 하고 그냥 들었어요.
근데 날 잡거나 결혼 얘기 오가다 헤어진 게 아니라
식을 아예 올리고 신행가기 전에 헤어졌다더라고요???
헤어진 이유는 여자 쪽이 금전 문제로 속였다나?
결혼하고 다음날 신행 가기로 되어있어서
쉬고 있다가, 여자쪽 금전 문제를 알게됐고
그걸로 싸우다가 헤어졌대요.
근데 저는 듣자마자 그건 파혼 아니고
이혼이지 싶었어요.
그리고 속으로 '아, 시간 낭비했다...'라고 생각했어요.
씻고 약속 장소 나오고, 대화했던 모든 시간이
전부 아까워 미칠 것 같더라고요.
전 상대가 아무리 괜찮아보여도
재혼 대상이 될 마음이 전혀 없고,
무엇보다 제 기준에서 어마어마한 결점인 부분인데
본인은 자꾸 '파혼', '이별한 뒤에' 이런 말들로
가벼운 사안으로 만들려고 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도 짜증났어요.
더구나 제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자기가 잘 알아보고 결혼했었어야 했는데
스스로가 너무 한심하도 후회스럽다면서
약간 울먹(?) 거리는 바람에 뭐라 말하지도 못하고
가만히 있었습니다.
그냥 빨리 집에 가고 싶을 뿐이었어요...
그러다가 제가 아무말 없으니까 그남자가
'혹시 이런 제 경험이 마음에 걸리실까요?' 라고 하는데,
당연한 걸 물어보는 그 꼬라지가 넘 보기 싫어서
솔직하게 말했습니다.
- 상처주긴 싫지만
난 재혼 상대는 되고 싶지 않다. 죄송하다.
- 혼인 신고를 안 했는데 어떻게 재혼이냐.
그건 그냥 헤어진 거다.
- 나한테는 이혼이랑 다를 게 없다.
만약 우리가 잘 돼서 결혼한다고 쳐도
그쪽 하객들은 날 보며 '이번 여자가 더 낫네 마네',
'이번엔 잘 살아야할텐데' 이런 소리 안 하겠냐.
난 그런 말 들을 이유 없다.
- 식은 간소하게 하면 된다.
- 내가 왜 간소한 식을 해야하냐.
난 모든 이에게 축복받는 결혼 하고 싶다.
굳이 그런 위험 안고 결혼하고 싶지 않으니
우린 정리하자. 그만 일어나겠다.
이렇게 대화하고 일어섰습니다.
나가면서 주선자한테 바로 전화 걸었어요.
돌았냐고 따지려고요
근데 주선자도 이 남자를 안 지 2년 밖에 안 돼서
전혀 몰랐다더라고요.
남자는 이혼한 지 4년 됐다고 했고
주선자 회사로 이직한 거라
말 안했음 정말 몰랐겠다 싶긴 했어요.
무튼 주선자가 정말정말 미안하다고,
진짜로 몰랐고 너한테 큰 실례했다고 사과했어요.
이후로 그 남자가 문자가 왔는데,
혼인신고 정말로 안 해서 서류상으로 깨끗하다며
서류 떼와서 보여줄 수도 있다면서
개를 하네요??
내가 정말 정털린 부분은 네가 이혼한 것 보다,
별 거 아니라는 듯 축소하려는 태도,
내가 뭐라고 할까봐
일단 울먹이면서 말문 막으려고 시도한 거,
진짜 문제는 서류상 이혼이냐 마냐가 아닌 거
뻔히 알면서 모른척 하고 삐대는
그 마인드 때문이라고 쏴주고 바로 차단했습니다.
저한테 저 상황은 파혼 아니고 이혼이에요.
그리고 뭔가 하는 짓 봐선
여자 돈문제 아니었을 듯 싶기도 하네요.
여러분한테도 이거 이혼 아닌가요???
와 뭐야 이거 진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