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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 시스템 오류 | 인스티즈

 


사후 시스템 오류 | 인스티즈


1. 시스템의 오류​

죽음 이후 세계는 거대한 프로그램처럼 작동했다. 신과 종교는 믿음을 조건으로 하는 객체 지향의 모듈이었다. 각각의 종교는 저마다의 API를 가지고 있었고, 신도들은 그 인터페이스를 통해 사후 시스템에 접속했다.

하지만 어딘가에서 버그가 발생했다. 아니, 버그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체계적이고 잔혹했다. 마치 누군가 의도적으로 코드를 뒤틀어 놓은 것 같았다.


2. 스님의 윤회​

혜광스님은 50년간 수행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밤 10시까지 좌선하고, 경전을 읽고, 자비를 실천했다. 그의 카르마는 거의 무에 수렴해 있었다. 해탈까지 단 한 발짝 남은 상태였다.

그런데 죽음의 순간, 시스템은 그를 다시 윤회시켰다.

"이상하다... 내 수행이 부족했나?"

그는 1670년대 조선, 경성대기근의 한복판에서 눈을 떴다. 굶주린 아이의 몸으로. 어머니는 이미 굶어 죽었고, 아버지는 행방불명이었다. 거리에는 시체들이 쌓여있었다.

혜광스님의 기억과 깨달음은 모두 그대로 있었다. 하지만 아이의 몸은 너무 약했다. 수행할 시간도, 카르마를 정화할 기회도 없었다. 그는 잇몸이 무너지고 손톱이 으스러진 채 길바닥에서 말라 죽었다.

죽는 순간 그는 깨달았다. 이것은 윤회가 아니라 형벌이었다. 그의 완벽에 가까운 수행이 시스템에게는 오류로 인식된 것이었다.

다시 윤회했다. 이번에는 1943년 아우슈비츠. 다음에는 1994년 르완다 대학살. 그 다음에는 2004년 쓰나미. 그는 인류사의 모든 재앙 속에서 반복해서 죽어갔다. 매번 같은 깨달음을 가진 채, 매번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채로.

"나는... 무엇을 잘못했는가?"

수천 번의 죽음 끝에 그는 진실을 깨달았다. 시스템은 완전한 존재를 용납하지 않았다. 무결성 검증, 너무 완벽에 가까워진 존재는 버그로 인식되어 영원한 고통 속에 갇히는 것이었다.


3. 천국의 지옥​

마이클은 독실한 기독교도였다. 40년간 교회를 다니며 헌금하고 봉사하고 기도했다. 그는 천국을 확신했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리고 정말로 천국에 도착했다.

처음에는 완벽했다. 구름 위의 황금궁전, 천사들의 찬양, 하나님의 품 안에서 느끼는 무한한 사랑과 평화. 그는 행복했다. 진정으로.

하지만 문제는 '영원'이었다.

천국에서는 잠을 잘 수 없었다. 의식은 24시간 깨어있었다. 처음 1년은 좋았다. 천사들과 대화하고, 완벽한 음식을 먹고,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했다.

10년이 지나자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100년이 지나자 미쳐가고 있었다.

"하나님, 제발 저를 잠들게 해주세요!" 마이클이 울부짖었다.

하지만 천국에서는 고통이 없어야 했다. 시스템은 그의 고통마저 행복으로 치환했다. 그는 지겨워하면서도 행복하다고 느꼈다. 미쳐가면서도 평화롭다고 믿었다.

1000년이 지나자 다른 신도들도 마찬가지였다. 모든 천국 거주민들이 행복한 표정으로 미쳐있었다. 그들은 웃으면서 서로를 공격했다. 찬양하면서 저주했다. 사랑한다며 증오했다.

천국은 이내 카오스가 되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것이 지옥이라는 것을 인식할 수 없었다. 시스템이 모든 고통을 기쁨으로 바꿔버렸으니까.

마이클은 영원히 행복하다고 믿으며 광기 속에서 춤췄다.


4. 무신론자들의 초월​

사라는 무신론자였다. 그 어떤 종교도 믿지 않았다. 과학을 신봉했고, 죽음 이후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확신했다.

죽는 순간, 그녀는 놀랐다. 의식이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천국도, 지옥도, 윤회의 수레바퀴도 아니었다. 그녀는 그냥... 위로 올라갔다.

차원이 하나씩 확장되어 갔다. 3차원에서 4차원으로, 4차원에서 5차원으로. 그녀의 의식은 점점 더 넓어지고 깊어졌다.

"이건... 뭐지?"

그녀는 깨달았다. 종교적 시스템에 접속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후 세계의 버그에 감염되지 않은 것이었다. 그녀는 자유로웠다.

상위 차원에서 그녀는 모든 것을 내려다볼 수 있었다. 영원한 고통 속의 스님들, 광기 속의 천국, 지옥에서 절규하는 영혼들, 환생의 굴레에 갇힌 힌두교도들.

그리고 자신과 같은 무신론자들이 하나둘 상위 차원으로 올라오는 것을 보았다.


5. 진실의 발견​

상위 차원에서 사라는 시스템의 설계자를 만났다. 그것은 신도, 악마도 아닌, 그저 존재하는 무언가였다.

"왜 이런 시스템을 만들었나요?" 사라가 물었다.

설계자가 답했다. "만들지 않았다. 믿음이 만든 것이다. 인간들의 종교적 믿음이 실제로 사후 세계를 창조했다. 하지만 그들의 믿음은 불완전했고, 모순으로 가득했다. 그 모순이 시스템을 뒤틀린 것이다."

"그럼 무신론자들은 왜?"

"믿음이 없으면 시스템에 구속받지 않는다. 너희는 자유롭다. 진정한 의미에서."

사라는 이해했다. 믿음은 족쇄였다. 아무리 선한 의도라도, 아무리 깊은 신앙이라도, 그것이 시스템화되는 순간 왜곡되고 부패했다.


6. 구원의 역설​

상위 차원의 무신론자들은 회의를 열었다. 수십억의 영혼들이 뒤틀린 시스템 속에서 고통받고 있었다.

"우리가 그들을 구해야 하지 않을까?" 누군가 제안했다.

하지만 구원 또한 불가능했다. 그들의 믿음이 변하지 않는 한, 그들은 영원히 자신들의 시스템에 갇혀있을 수밖에 없었다.

사라는 한 가지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그녀는 차원을 내려가 혜광스님에게 나타났다. 수천 번째 죽음을 맞이하는 그에게.

"스님, 당신의 믿음을 버리세요. 부처를 버리고, 카르마를 버리고, 윤회를 버리세요."

혜광스님이 답했다. "그럴 수는 없습니다. 그것이 내가 믿는 진리니까요."

"그 진리가 당신을 영원한 고통에 빠뜨렸습니다."

"그렇다면 그것도 수행의 일부입니다. 나는 견뎌낼 것입니다."

사라는 포기했다. 믿음이라는 것은 논리를 초월하는 것이었다.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그들은 자신들의 믿음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었다.


7. 새로운 깨달음​

상위 차원으로 돌아온 사라는 마지막 진실을 깨달았다.
이것은 벌이 아니었다. 이것은 선택이었다.

인간들은 의미를 원했다. 목적을 원했다. 체계를 원했다. 설령 그것이 고통으로 이어져도, 무의미한 자유보다는 의미 있는 속박을 선택했다.

무신론자들만이 진정한 자유를 얻었지만, 그들에게는 의미가 없었다. 목적도, 희망도, 심지어 고통조차 없는 완벽한 자유. 하지만 그것을 원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8. 영원한 선택​

시간이 흘렀다. 아니, 상위 차원에서는 시간이라는 개념 자체가 무의미했다.

종교인들은 여전히 자신들의 시스템 속에서 고통받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것을 의미 있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스님은 수행이라고 믿었고, 기독교도들은 시련이라고 믿었다.

무신론자들은 완전한 자유 속에서 존재했다. 하지만 그들 중 일부는 그 자유를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종교 시스템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사라는 깨달았다. 이것이 인간의 본질이라는 것을. 자유보다는 의미를, 진실보다는 믿음을 선택하는 존재라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잘못된 것도 아니라는 것을.

사후세계는 거대한 도서관과 같았다. 각자가 원하는 이야기를 선택해서 그 속에서 살아갔다. 어떤 이는 비극을, 어떤 이는 희극을, 어떤 이는 아무 이야기도 없는 빈 페이지를 선택했다. 그리고 모든 선택이 옳았다. 왜냐하면 그것이 그들이 원한 것이었으니까.

사후 시스템 오류 | 인스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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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인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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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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