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접견은 다른 정상회담과는 성격이 다르다. 가톨릭에선 교황과의 접견을 알현(audience)이라고 한다. 문 대통령과의 만남은 개인 알현(private audience)에 해당한다. 매주 수요일 성베드로 성당에서 교황이 방문객들과 만나는 일반 알현(general audience)과 달리 개인 알현은 배석자가 없는 게 원칙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이탈리아어와 스페인어 외의 언어로 대화를 진행해야 할 경우 통역자가 배석한다. 통역자 역시 비밀 엄수 서약을 하고 이를 지켜야 한다. 이 때문에 통역자는 무조건 교황청이 지정한다. 과거 다른 교황의 경우 통역을 두 명 배석시킨 경우도 있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보안 문제로 한 명만 쓴다. 이번 문 대통령과의 접견 때는 이탈리아어가 유창한 한국인 통역자가 배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타 정상회담들과는 달리 대화 기록도 남지 않는다. 기록원 자체가 배석하지 않으며 녹음기 휴대도 불가하다. 가톨릭 사정을 잘 아는 현지 관계자는 “중세 때 왕이나 그의 사절을 만날 때부터 지켜 온 오랜 전통”이라고 말했다. 교황과의 대화 내용은 문 대통령이 교황의 양해를 구해 일부를 공개하는 형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올해 들어서만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발언을 10차례 가까이 할 만큼 한반도 상황에 큰 관심을 보여 왔다. 교황청이 당초 20여 분간 면담하는 것으로 추진했으나 교황이 “많은 대화를 문 대통령과 나누고 싶다”며 직접 면담 시간까지 조정했다.
문 대통령에 대한 교황청의 배려는 파격의 연속이다. 17일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예정된 한반도 평화 기원 미사가 대표적이다. 그동안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4명의 전직 대통령들이 바티칸을 방문해 교황을 만났지만 한 번도 없었던 일이다. 파롤린 국무원장이 직접 집전하는 이날 미사에는 교황청 외교사절을 비롯해 로마에 있는 한국인 신부, 수녀, 신자 등 600여 명이 초대됐다. 이 미사는 바티칸 TV를 통해 생중계된다. 현지 관계자는 “바티칸 현지 담당 PD가 ‘40년간 일하면서 특정 국가를 위한 미사를 바티칸 방송국에서 생중계하는 건 처음’이라고 말할 정도로 이례적인 배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