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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정의 7 

 

 

 

 

 

 

 

 

 

 

처음 겪는 기이한 현상이었다. 머리가 어지럽고 기침이 계속 터져나왔다. 꼭 멀미를 하는 기분이었다. 과로로 죽는다는 게 무슨 기분인지 알 것도 같았다. 소나무에 둘러싸여 드러누웠는데, 세상이 노랗긴 개뿔 파랗기만 했다. 옛말 맞는 말 하나 없다. 그까지 생각하고 나선 잠이 든 것 같다. 잠결에 썩을 이파리가 몇 개 떨어진 거 같기도 했다. 

 

눈을 떴을 땐 병원이었다. 기어코 병원까지 오는구나. 요 며칠 내내 밤을 새고 두 시간만 자고 했더니 피곤하긴 했나보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눈을 뜨고 처음 본 사람은 김유겸이었다. 이런 씨발스러운…… 그까지 생각하고 나선 다시 잠이 들었던 거 같다. 

 

그러니까 그게 어떻게 된 일이었냐면, 학교 운동장을 몇 바퀴 뛰다 생긴 일이었다. 며칠 내내 아파서 뒹굴긴 했지만 쓰러질 만큼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김유겸 말로는 뛰다가 갑자기 맥이 풀려 쓰러졌다고 했다. 그걸 옮긴 건 박진영이었다는데 그땐 아마 기절해서 움직이지도 못했단다. 

 

그래서 어떻게 업어서 보건실에 데려 왔더니 병원에나 가라고 그래서 택시를 타고 병원까지 왔는데, 공부도 좋지만 이렇게까지 하면 말려야 한다는 소릴 들었단다. 또 그걸 들은 박진영은 김유겸과 형에게 연락했는데, 형은 바쁜지 전화를 안 받았고 대신 한가로운 김유겸이 병원엘 찾아왔다는 거였다. 

 

박진영과 김유겸의 거창한 합동 설명을 듣고 난 후에 나는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무엇보다도 형이 오지 않은 게 실망스러워서 별 말을 하기 싫었다. 몸은 좀 괜찮냐는 말에 응 하고 답하니 김유겸이 걱정스레 인상을 찌푸렸다. 

 

 

"너 맨날 누구한테 시달리냐? 왜 이렇게 허약해 빠졌어." 

"그러려니 해." 

"넌 내가 모를 줄 알았어? 나도 눈치라는 게 있다, 이 멍청아." 

"됐으니까 집에나 가. 고등학생이 뭐하는 짓이야." 

"몰라, 너랑 같이 사는 그 형 오실 때까지 여기 있을 거야." 

 

 

하여간 김유겸 똥고집은 못 말린다. 시간이 몇 신데 집엘 안 가냐고 한 소리 하려다 그 옆을 버티고 선 박진영에 입이 다물렸다. 김유겸, 쓸데없는 소리 할 거면 집에 가라. 그리고 그 말에 김유겸의 입도 동시에 다물렸다. 째깍째깍 초침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렸다. 여섯 시를 넘긴 병원 창밖이 막 어두워지려던 참이었다. 

 

 

"야, 최영재." 

"어, 안녕하세요." 

 

 

형이 병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옆에 서 있던 박진영이 인사를 하자 김유겸이 따라 어정쩡하게 고개를 숙였다. 한편으론 안심이 됐지만 한편으론 모순되게도 마음이 불안했다. 혹시 박진영과 싸움이라도 벌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그 생각이 무색하게도 박진영에게 인사한 형은 내 옆으로 와 앉았다. 

 

 

"너 어디 아파? 내가 아프면 병신 같이 있지 말고 말하라고 했지." 

 

 

질타 섞인 형의 말애 나는 가만히 입을 다물었다. 형은 탄력 받기라도 한 듯 잔소리를 쭉 늘어놓다 말고 고개를 들어 옆을 쳐다봤다. 여전히 양 손을 포개고 선 박진영과 김유겸이 거슬렸는지 형이 다시 시선을 내게로 뒀다. 한숨이 튀어나왔다. 

 

 

"너희 늦었는데 이제 들어가." 

"어, 내일 학교에서 보자." 

"푹 쉬어." 

 

 

휘휘 손을 저어 인사해 주는 김유겸에 형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잔소리 몇 마디를 퍼붓던 형이 갑자기 입을 꾹 다물었다. 내가 너 때문에 진짜 못 산다. 형의 등 뒤로 노을이 지고 있었다. 

 

 

"형 걱정 시키지 말고 좀 알아서 잘 해. 응?" 

"알았어요." 

"하영이랑 있다가 연락 보고 급하게 나왔어." 

 

 

눈이 질끈 감겼다. 그 놈의 하영이 얘기는 질리지도 않는지 형은 기어코 조하영의 이름을 꺼냈다. 한참을 조하영과의 데이트 얘기를 하던 형이 퇴원은 언제쯤 할 거냐고 물었다. 내일 아니면 모레 알아서 할게요. 형은 그냥 걱정 말고 집에 있어요. 내 말에 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너희 부모님한테는 말씀 안 드려도 돼?" 

"네, 그냥 알아서 할게요." 

"너 요새 형한테 뭐 숨기는 거 있냐? 뭘 다 혼자 한대?" 

"아니에요 그런 거." 

 

 

형이 의아한 얼굴을 하며 주머니에서 젤리 한 봉지를 꺼내 내 손에 쥐어 줬다. 진짜지? 재차 물으며 봉지를 뜯어 주는 손을 빤히 쳐다보며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형이 웃었다. 사실 이거 먹으면 안 되겠지만! 너 주려고 가져 왔어. 좋아하잖아. 형의 말에 또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머리가 조금 어지러웠다. 

 

 

"먹여 줄까?" 

"먹여 줘요." 

"입 벌려 봐." 

 

 

형이 말하며 젤리 하나를 집에 들었다. 잘못 찍어낸 건지 곰 두 마리의 몸이 붙어 있었다. 형은 곤란한 얼굴로 내 입 앞에 젤리를 가져다 댔다. 문득, 삼 일만 더 입원을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딱 며칠만 더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 형과 떨어져 지내는 건 혼자 어떨까. 

 

그까지 생각이 미치자 생각 뿐인데도 찬바람이 가슴을 파고드는 느낌이 들었다. 젤리를 우물우물 씹으면서도 생각은 멈추질 않았다. 형은 조하영과 하루종일 붙어먹을 지도 몰랐다. 내가 없다고 그 여자와 섹스를 할 지도 몰랐고 다른 어떠한 선명한 기억들을 제조해 낼 지도 몰랐다. 

 

그래서 지금 당장으로서는, 형의 곁에 내가 있고 싶다고 생각했다. 형이 나를 위해 무언갈 해 줬으면 좋겠고, 조하영 대신 내가 온전히 형의 사랑을 받고 싶었다. 내게서 돌아앉아 창문에 시선을 둔 형에게 나는 시선을 뒀다. 해가 서서히 어딘가로 가라앉고 있었다. 

 

 

"형." 

 

 

내 부름에 형이 응, 하고 대답했다. 나는 그 목소리에게 무심코 묻고 싶었다. 우리 관계는 뭐에요? 그 뒤에 따라올 무수히 많은 대답들을 나는 하나하나 헤아려 보기 시작했다. 같이 사는 형, 섹스 파트너, 일방적인 짝사랑, 내 친구의 여자친구의 남자친구. 꼬이고 꼬인 단어 중 연인이란 단어가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내 생각을 끊고 형의 목소리가 고막을 파고 들었다. 

 

 

"왜 불러, 영재야."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마도 내 질문의 마지막 대답이 될 문장이었다. 형은 어깨를 으쓱하곤 의자를 조금 더 당겨 앉았다. 창밖의 해는 느릿하게 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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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45.167
눈물날꺼같아요...진짜ㅠㅠㅠ 재범이가 영재 실컷 괴롭히고나면 그만큼 행복해지는걸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1
아 진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최영재 멘탈 갑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 내가 영재면 진짜 우울해 죽ㅌ을텐데.... 빨리 재범이가 영재한테 사과했으면 좋겔어요ㅠㅠㅠㅠㅠㅠ 다음편도 기대할게요!
9년 전
독자2
영재야ㅠㅠㅠㅠㅠ 제발 임재범이 정신을 차리게 해주세요.. 엉엉엉어엉
9년 전
독자3
영재야ㅠㅠㅠㅠㅠㅠㅠㅜㅠ어휴 ㄱ안타까워 죽겠어요ㅠㅠㅠㅠㅠㅠ 재범아 정신차려 ^~^ㅠㅠㅠㅠㅠㅠㅠㅠ 빨리 뽐재 행쇼하길ㄹ 바랄게요
9년 전
독자5
하.... 영재야 보면볼수록 마음아프다ㅠㅠㅠㅠㅠㅠ 재범이가 눈치좀 키웠으면ㅠㅠㅠ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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