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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글 원망4 l 팬픽
인티공식왕비 전체글ll조회 826l 3

 

그것은 확신이 아니었고 믿음도 아니었다. 사는것이었다. 그것과 다름 없었다. 심장이 뛰고 숨을 쉬는 것. 하루, 1초를 세밀하게 자른 그 작은 시간까지. 그는 내게 그런 존재였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었다.

내 청춘, 마음과 땀, 줄 수 있었던 건 모두 바쳤던 나를 그는 기만했다.

아직도 생생해.

합격 발표가 나오는 날이었다. 그 날에 사라졌다. 우리의 옥탑방은 늘 추웠지만 그 날은 특히 더 그랬다. 보일러도 안되는 그 곳에, 헤진 담요를 덮고 서로의 손등에 입김을 불어주던. 남루하고 볼품없지만 소중했던 공간이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아니었다. 추억할 옷 한 벌 없이, 작은 흔적까지 남겨두지않았다. 그는 홀연히 떠나가버렸다.

공중전화가 말해주던 없는 번호.

배신감?

아니.

그것은 세상이 무너지는 것이었다.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무릎이 닿자 얕은 청바지로 그 냉기가 전해졌다. 한 겨울, 그리고 나.

그리고 오직 나.

나는 또 한번 세상에 배신당했다. 

 

 

 

애초에 누군가는 탄생 자체가 원망의 씨앗이 될 수 있다. 나와 윤호형이 그랬다. 낳아준 부모 얼굴 한번 보지 못하고, 찬밥 덩어리처럼 자라는 아이들. 어딜가든 홀대받고 천시받는 고아라는 꼬리표. 왜 다른 사람도 아닌 나인지. 신이 무엇이며 그가 존재하긴 하는지. 설움과 답답합으로 태어났던 나는, 그리고 그는.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이끌렸다. 

 

그와는 스무살이 되던 해 같이 고아원에 나와 자취를 했다. 겨울이면 수도관이 어는 것은 예삿일도 아니던, 가난한 둘의 자취방. 그는 고등학교 때 전교권에서 놀던 수재라 서울의 명문대에 진학할 수 있었고 나는 그의 뒷바라지에 최선을 다했다.

학비이며, 전공 서적이니 하는 것들에 형은 내게 미안해했다. 그때쯤에 형은 고시공부를 시작했다. 나를 호강시켜준다면서.

밤마다 두런두런 앉아 그런 얘기를 하면서. 막막한 현실이나마 조금씩 보이는 희망에 가슴이 설레하던 그런 때가 있었다.

손빨래라도 하는 날이면 부르트던 손이 너무 못나서, 새벽 일찍 신문지를 돌리다가 동네 미친개에게 물리면 너무 서러워서, 그렇게 우는 날에도 그가 있었기에 참을 수 있었다.

 

그런데 다 소용없어.

그래서 끝 없는 물 앞에 섰다.

 

어렸을 때부터 사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봤지만 도저히 그 해답을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야 알았다.

 

사람은, 죽지 않으니 사는거다. 죽지 못하니까 사는거야.

그러니까 내가 죽으면 살 수도, 살 이유도 없다. 당연한 것이다.

 

이 당연한 걸 두고 무슨 환상에 젖어있었기에 멍청한 철학자라도 된 듯 고민했을까.

웃음이 난다.

 

얼마전에는 그와 연락이 닿았다.

스무살이었던 내가 스물 일곱이 되어서야 만난 그.

그가 짧은 안부를 건내고 내민 것은 하얀 봉투와 하얀 카드였다.

너무나 새하얘서 소름까지 돋는.

 

그는 내게 미안하다 말했다.

너무나도 미안해서, 감히 연락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뭐라고 답해야할지 알 수 없었다.

그는 이미 너무 변해있어서, 나는 한 겨울에도 여전히 옅은 청바지를 입지만 그는 값비싸고 세련되어보이는 정장바지를 입고 있어서.

그래서 눈물이 났다.

 

'나 결혼해. 창민아.'

 

그래서?

 

'믿지 않겠지만 나 정말 너 사랑했어.'

 

사랑?

 

'이기적인거 알지만... 네 축복 받고 싶다.'

 

축복?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축하해.

어떤 욕을 해도, 미친 듯이 웃어도, 모든 게 다 부족해서.

찢어지고 발겨진 마음을 표현할 수가 없어서 그래서 그냥 말했다.

축하해.

 

그 말이 면죄부라도 된걸까?

그가 조심스레 입꼬리를 올렸다.

구역질이 나.

 

 

청첩장은 버렸다.

흰 봉투 안에 담겨진 건 수표였다.

나는 그것을 버리고 싶었지만 버릴 수가 없었다.

찢어버리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돌려줄 수도, 자존심을 지킬 수도 없어서 또 하루종일 울었다.

이것마저도 없다면

오직 그를 위해서 아등바등 고생했던 그날의 시간들이 다 헛짓인 것 같아서.

그게 너무 무서웠고 싫었다.

 

낡은 조명 아래 수표들을 내려다보다가, 검게 적혀진 글씨를 보았다.

숫자 몇개가 나열되어있었고 또 몇글자 더 쓰여있었다.

힘든 일 생기면 연락해. 돕게 해줘.

 

정윤호.

정말 도와줄거야?

나 지금 너무 죽고싶은데.

죽을 수 있게 도와줄거야?

 

 

 

-

낮은 알림음이 울리고 남자는 그것을 받았다.

[윤호씨, 지금 TV 틀어봐요.]

여자는 남자의 약혼녀였다. 꽤 긴박해보이는 목소리에 남자는 습관적으로 되물었다.

"왜?"

[지금 당신 집 근처에 자살기도하는 사람이 있어요. **대교에서.]

"미친놈이군. 고작 그런것 때문에 전화했어?"

남자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너무 냉정해. 아무리 내 남자라고는 하지만.]

"솔직하게 말하지그래? 나랑 통화하고 싶어서 둘러댄 구실이라고."

[말이 너무 지나쳐, 윤호씨. 정말이라고. 빨리 TV 틀어봐요.]

그는 왼 손으로 머리를 쓸으며 탁자 주변에 올려둔 리모콘을 들었다. 전원버튼을 누르자마자 뉴스가 보도되고 있었고 낮익은 광경이었다.

매번 출퇴근하던 곳, 쇼 하고 있군. 남자가 생각했다.

그에게는 익숙한 곳이라 새삼스러운 기분은 있지만 연민도 동정도 들지않았다. 오히려 그가 가장 혐오하는 부류였다. 하지만 곧 브라운관에 익숙한 얼굴까지 나오자 그는 사색이 되어 잡고 있던 휴대전화를 놓치고 말았다.

[어, 윤호씨? 여보세요?]

심창민.

남자가 터져나온 숨처럼 그렇게 말했다.

창민아.

왜 네가 거기에 있어?

 

 

변명이라고 할 것도 없다. 남자는 그를 이용했고 배신했다. 하지만 그것이 진심은 아니었다. 그를 이용하고 배신할 만큼 그를 미워하지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남자는 그를 사랑했다. 단지 우선순위가 그 사랑이 아니었을 뿐이다.

그렇다고해서 밀려오는 죄책감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무려 6년 동안, 바보같이 오직 남자만을 위해서 모든 걸 줬다. 애정도, 진심도, 몸도, 마음도, 시간도, 청춘도.

 

창민아.

 

윤호는 옥탑방을 좋아했다. 분명 언젠가는 벗어나야할 지긋지긋하고 떼 묻은 곳이라는건 변함 없었지만, 그래도 그의 이름을 불렀을 때 살갑게 쳐다보는 두 눈이 너무 따뜻했다. 얼음장같던 방바닥도 그와 얽혀있으면 불이라도 난 듯 뜨겁기만 했다. 형, 형. 오늘도 고생했지? 내가 어깨 주물러줄게. 부쩍 애교가 는 그 역시도 바깥에서 돈을 버느라 하루종일 몸을 혹사시켰을텐데. 이제 막 소년 티를 벗어난 청년이 주물러주는 어깨는 사랑스러움과 안타까움을 동반했다.

 

그래, 창민아. 나만 잘되면. 내가 조금만 자리를 잡으면.

그때는 정말 내가 널 호강시켜줄게. 손에 물 한방울 닿지 않게 해줄게.

 

남자는 진심으로 이런 꿈을 꿨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남자는 안정적인 것을 원하고 갈구했다.

그것은 열등감에서 온 절대적인 갈망이었다.

태생의 시작부터가 남들과 같은 동일 선상에 놓지 못해, 모두가 꿈꿔와서 달리던 이상적인 그 어떤 것들에 열망했다.

그것은 사회적 지위와, 화목한 가정, 인정받는 직업, 쌓이는 부. 그 모든 것들을 동반했다.

그래서 그는 남자에게 적합하지않았다.

그는 사랑스럽고 따뜻했고 헌신적이였지만 그 뿐이었다. 그는 남자에게 사회적 지위도, 가정도, 그 어떤 것도 만족시켜줄 수 없었다.

 

 

미안해. 창민아.

아무것도 모른 채 새근새새근 잠든 그의 뺨을 쓰다듬으며 남자는 조금 울었다.

내가, 쓰레기라서 미안해.

아무 죄도 없는 너를 아프게 해서 정말로 미안해.

스물 여섯, 남자는 내내 울었다.

 

 

 

-

 

 

 

사이렌이 울리고 철제 사다리가 보인다. 너무나도 소란스럽고 화려한 풍경에 눈을 뗄 수가 없다.

내 인생에 이렇게 화목했던 날이 있었긴 했을까?

바람이 불고 형편없이 구겨진 와이셔츠가 요동친다.

주머니에서 종이 하나와 펜을 꺼낸다.

댈 곳이 없어 철조물에 대고 글을 쓴다.

뭐라고 써야할까?

이름 석자 적어줘야지.

검사 정윤호.

이렇게 적어서, 평생 죄책감 가지게.

나 기억하게.

 

그런데 내가 그래도 될까?

그럴만한 자격이 있을까?

돈도 줬잖아.

사과도 했잖아.

괜찮은걸까?

 

무언가를 쓰는 것을 포기하기로 했다. 허공에 대고 종이를 놓으니 빠르게 날아간다. 펜도 데구르르 굴러져 어딘가로 떨어진다.

그리고 나도.

나도 펜처럼.

 

떨어진다.

 

 

 

-

 

 

 

 

남자는 그의 이름을 목이 쉬도록 외쳤다.

온 몸의 피가 타들어갈것같다.

소방대원으로 보이는 남자들이 남자를 말린다. 하지만 남자는 아랑곳하지않고 계속해서 그의 이름을 불렀다.

 

창민아, 창민아. 제발. 제발 그러지마.

 

애타는 외침에도 그는 뒷모습을 보이고 있다. 잔잔해진 물살에서 최후를 맞이하고 싶은 사람처럼, 거친 물길을 조용히 보고만 있다.

무전기가 시끄럽게 울리고 남자는 차라리 정신을 잃고 싶었다.

이렇게 온 몸이 새까맣게 타들어가던 때가 있었나?

남자는 계속해서 그의 이름을 불렀다.

 

목에 핏발이 서는 대도, 그는 남자를 비웃기라도 하는 것처럼

아무런 예고도 하지않은체.

그렇게 뛰어내렸다.

 

 

 

요동치는 물살에,

잔잔해진 파동이 일었다.

 

 

남자는 무릎을 꿇었다.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차라리, 자신이고 싶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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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감정이입이 너무 잘되서 이새벽에 저도모르게 눈물이 나네여 ㅠㅠㅠ 좋은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9년 전
독자2
헐 안돼 창민아ㅠㅠㅠㅠㅠㅠㅠ 내 챠미 쥬그지마ㅏ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허류ㅠㅠㅠ 정윤호 나빴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내챠미 불쌍해서 어뜨케여ㅠㅠㅠㅠ
9년 전
독자3
호민은 사랑ㅠㅠ작가님 진짜 금손이세여♡♡♡♡♡♡
9년 전
독자4
님 제가 신알신함^~^♥ 앞으로 제꺼들 행쇼하는 글 많이 써주세염ㅎㅎㅎ 챰ㄴ미니 쥬그면 안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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