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부터 심드렁한 표정으로 수업에 집중은 커녕 딴짓만 하고 있던 이호원이 눈을 반짝이며 던진 지우개가 호선을 그리며 남우현의 뒤통수에 그대로 명중했다. 뭐가 그렇게 신나는지 낄낄거리다 선생님께 타박을 듣고 이호원은 이내 책상 위로 엎어졌다. 그와중에 남우현은 몸을 틀어 바닥에 떨어진 이호원의 지우개를 줍고 주춤거린다. 남우현이 그렇게 움직이니 남우현 뒤에 앉은 애가 타박한다. 야, 뒤쳐다보지마. 기분 더러우니까. 그러면 남우현은 미안. 미안. 하면서 다시 앞을 본다. 나는 그런 남우현을 쳐다본다. 머릿속에서 한마디가 떠오른다. 병신 새끼. "학, 학. 으!" "병신아. 조용히 안해?" 호…원아. 아, 아파. 씨발아. 누가 내 이름 부르래? 남우현을 도와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남들 다 떠들석할 쉬는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반에서는 이호원과 남우현의 목소리밖에 들리지 않는다. 수업시간에 자고 일어나 기지개를 핀 이호원이 맨 처음 한 짓은 자신의 자리에서 웅크리고 있던 남우현의 목덜미를 잡고 뒤로 끌고 오는 것이었다. 남우현이 놀라 주저앉으면 발로 걷어 찼다. 야 이 새끼야, 안일어나?! 라고 소리치면서. 난 교실 안을 둘러보았다. 분명히 이 현장을 듣고 있으면서 모르는 척을 한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지만. 그러다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바닥에 남우현의 부러진 무테 안경이 떨어졌다. 하지만 그거에 굴할 이호원이 아니었다. 이호원은 장난스럽게 웃었다. "야. 남우현. 이거 내가 부러뜨린 거 아니다? 그냥 체육 하다 부러진 거야. 알겠냐?" 오늘은 체육도 안들었는데 저런다. 이호원도 병신이다. "으, 응. 알았…." "답답한 새끼. 대답 존나 느리네." 아악! 으, 으윽. 흑. 윽. 어억. 어? 우냐? 울어? 씨발. 찌질한 새끼, 하하. 방금 건 좀 심했다. 저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이호원은 남우현이 대답할 시간도 얼마 주지 않고 그대로 남우현의 어깨를 찼다. 뻑 하는 소리와 함께 남우현이 뒤로 넘어가 의자에 머리를 박았으니 아플만도 했다. 이호원은 그런 남우현의 머리를 검지로 쿡쿡 찌르며 안경 부러진건 테이프로 붙이던가. 누구냐, 그 해리포터도 그렇지 않냐? 존나 남포터네, 남포터. 하더니 자기 혼자 크게 웃는다. 그러더니 남우현 앞에 쭈그려 앉는다. 남우현이 몸을 덜덜 떠니 이왕 이렇게 된 거 네 이마에 번개모양 흉터라도 남겨줄까? 한다. 저 미친 새끼가. "이호원." "엉?" "수학 숙제 했냐?" "어? 수학? …헐!!! 명수야!!! 나…" "내꺼 봐." 사랑한다, 새꺄!!!! 하며 이호원이 남우현 머리를 한대 치곤 바로 내 옆에 앉는다. 남우현은 아직도 그 자리에 앉아서 떨고 있다. 그런 남우현을 쳐다보다 눈이 마주쳤다. 난 입모양으로 말했다. 가. 그러니 남우현이 서둘러 일어나 자리로 가다 다시 돌아와 부러진 안경 잔해를 줍고 자리로 돌아간다. 어벙한 놈. 그러니까 이호원한테 괴롭힘이나 당하지. 나는 내 옆에서 열심히 수학 숙제를 베끼는 이호원을 보다 다시 앞자리를 봤다. 애써 부러진 안경을 쓰려는 남우현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아무도 도움을 주지 않는다. 분명히 남우현 짝인 애한테 테이프 빌렸던 기억이 있는데 하는 생각을 하다 들려오는 종소리에 책상만 두드린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명수야. 오늘 가족 모임 있는 거 알지?] "알아요." [선생님한테 잘 말씀드리고.] "네." 차 보내줄테니까 그거 타고 와. 네. …꼭 와야되. 알았지? 네. 뚝 하고 끊는 소리가 매정하다. 한참동안 액정을 쳐다보다 바지 주머니에 넣고 자리에서 일어나니 이호원이 반쯤 감긴 눈으로 어디 가냐고 물어본다. 교무실, 이라고 대답하고 교실 밖으로 나갔다. 말이 가족 모임이지 그 안에선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갑자기 내 약혼자가 생길수도 있고, 본의 아니게 이상한 상황들도 마주칠수 있다. 그래서 피해왔던 자리인데 이번은 어쩔 수 없다. 얼마 안있으면 사회인이 되니까 연줄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는 말과 가족들의 압박에 오랜만에 참여하는 가족모임. 깽판이라도 쳐야하나, 하는 생각을 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교무실에 도착했다. 눈으로 훑으며 담임 자리를 찾던 도중 덥수룩한 더벅머리를 발견했다. 어, 남우현이다. 하는 생각을 할 무렵 남우현은 축 쳐진 걸음으로 등을 돌려 나가고 있었다. 저기가 담임 자리겠네. 그 자리로 가 선생님, 하고 말을 걸자 선생님이 어? 그래. 명수야! 하며 반기신다. 대충 사정을 얘기하니 알았다고 가보라고 하신다. 근데 뭔가 좀 걸렸다. 뭐지. 아. "선생님." "어?" "아까 우현이 왜 온 거에요?" ※ 다음주 주말에 이을게용~ 그때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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