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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너/승윤태현] M V P -8- | 인스티즈 


 

[승윤ㅣ태현] 

MVP

제 8 화

w.이현웅






--

 

 







[부제] 나는 배우다.

 

 




원래 술을 못한다. 한입도 못 먹는다. 그에 비해 남태현은 술을 굉장히 잘 마신다. 술주정이 많다는 게 문제기는 하지만. 무슨 용기가 있어서 그랬는지 몰라도 나는 지금 포장마차에 앉아 소주 한 병을 놓고 남태현과 마주앉아있었다.

 

 




남태현이 먼저 소주병을 따 잔에 따르고 내 잔에 따랐다. 아, 몰라. 될 대로 되라지. 그냥 한 입에 마셨다. 목을 타고 내려가는 그 뜨거운 느낌에 몸서리를 쳤다. 남태현은 나를 흘기면서 벌써 두 잔째 마셨다. 너도 고백을 술에 힘에 빌려보자 하며 한 잔 더 따라 마셨다. 슬슬 정신이 헤롱헤롱해지기 시작했다. 

 

 




“태현 씨. 말 좀 해봐요, 예?”

“왜 또 존댓말이야. 니가 말을 해야 내가 말을 하지.”

“아, 맞다. 맞다. 태현아아- 그거 기억나아?”

“뭐.”

 




 

내가 뭐를 말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점점 정신이 내 몸 밖으로 나가는 게 느껴졌다. 

 

 




--

 




 

[태현 시점]

 




 

이거 봐라. 이거. 정신이 나갔구만, 정신이. 

 




 

“아, 맞다. 맞다. 태현아아- 그거 기억나아?”

“뭐.”

“니 생일 날에에- 너 내 차 탔을 때나 좋다고 마악 그랬짜나아. 구거 기억나냐구우..”

“뭐??”

 





 

내가 고백을 했다고? 강승윤 완전 멀쩡할... 때에? 이런. 젠장. 




 

 

“화 내지마! 근데 이짜나아-.”

“왜. 뭐.”

“그때 이후에 내가 막 이상하다구 느꼈거덩? 근데 오늘 알아써. 내가 너를 조아하는 거 같애. 으아아아, 말해버려써. 말해버렸다구!”

 




 

얼굴이 순간 화끈해졌다. 남자가 좋아하던 남자애게 고백을 받을 확률이 얼마나 될까? 오랜만에 느끼는 두근거리는 가슴에 설ㄹ....

 

 




쿵-. 

 




 

술 못한다더니, 사실이였네. 두 잔 마시고 쓰러지다니. 이미 강승윤은 식탁에 얼굴을 박은 채로 곯아떨어진 상태였다. 아, 씹. 이걸 어떻게 집에 끌고가. 

 




 

내가 강승윤에게 고백받았다는 사실보다는 이 새끼를 집까지 내가 끌고가야한다는 사실이 더 크게 와닿았다. 매니저 보내지 말 걸, 하는 마음이 아주 절실하게 들었다. 전에 강승윤이 취한 나를 어떻게 끌고 왔을지 대충 상상이 갔다. 

 




 

강승윤을 포장마차 아줌마의 도움을 받아 대충 등에 둘러업었다. 차까지 겨우겨우 가서 문을 열고 던지다시피 강승윤을 차 안으로 집어넣었다. 

 

 




항상 부르는 대리 기사에게 전화를 걸고, 밖에서 마음을 대충 추스렸다. 이제서야 고백을 받은 게 마구 와닿았다. 엄마, 나 어뜨카며는 조아아. 고백받았엉, 헤헿헤헤헤. 




 

어디 근처에 있었는지 대리기사가 자연스럽게 내 키를 받아들고 운전석에 올라탔다. 나는 보조석에 앉으려다가 뒷자석의 문을 열었다. 색색 잘도 자는 강승윤의 얼굴을 지켜보았다. 

 




 

“내비에 강승윤 숙소라고 치면 나오는 곳으.로 가주세요.”

 




 

혹시몰라 저장해둔 강승윤 숙소 주소가 이렇게나 쓸모 있을 줄이야. 안내를 시작하겠습니다- 내비게이션의 경쾌한 알람음과 함께 차는 아무도 없는 거리를 따라 쓩쓩 달렸다. 자꾸 고꾸라지던 강승윤의 머리가 내 어깨에 닿았다. 확 풍겨오는 강승윤의 향에 몸이 굳었다. 혹시 고개를 돌렸다가 실수로 드라마 같이 입술이라도 맞추면 나 혼자만이지만 좀 그럴까봐. 그냥 창문 밖을 내다보며 강승윤의 향수 냄새를 맡았다. 

 




 

강승윤을 좋아하게 된 건 <세상>을 찍으면서였다. 골목길을 달리다가 좁은 골목 안에 숨어 약간 이상한 분위기가 흐르는 씬에서. 나름대로 조연인 우리의 배역에 있어서 꽤나 중요한 씬이였기 때문에 몇 번 동안 한 그 스킨쉽에 어쩌면 반해버렸는지도 모른다. 

 




 

아마, 분위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 

 




 

내가 남자를 좋아하는 걸 깨닫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학창 시절, 키가 굉장히 크고 잘생겨서 인기가 많은 농구부 선배를 동경하다시피 좋아한 적이 있다. 그때 마침 성정체성에 대해서 배우고 있던 터라 엄청난 고민을 할 시간도 없이 나 혼자 그냥 사춘기 때 겪는 정체성 혼란이라고 생각했었다. 오히려 그게 당연하다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그저 한낱 사춘기 때만 오는 게 아니었다. 


 




 

내가 강승윤에 설렘을 느끼고 있다라고 생각하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옛날에도 무덤덤하게 넘어갓듯이 그냥 남자를 좋아하는 건 그때 끝난 게 아니구나- 했다. 

 




 

숙소 앞에 내려서도 문제였다. 강승윤 매니저는 어디갔나- 하고 그제서야 생각했다. 평소에 강승윤한테 관심은 있어도 번호 물어볼 배짱은 안됬기 때문에 돌고 돌아 강승윤의 번호를 알게 된 나인데 매니저 번호는 무슨 매니저 번호. 대리기사 아저씨의 도움을 받아 겨우 숙소로 들어왔다. 술 취한 사람은 무겁다더니 그게 사실인지 어깨가 빠질 것만 같았다. 내가 술 취한 날에도 강승윤이 데리고 지 집 갔을 때도 그랬으려나. 그래도 좋아하는 사람이 내 등 뒤에 업혀서 색색 거리는 건 참 좋았다. 무거워서 그러지. 겨우겨우 강승윤의 집으로 들어가 던지다시피 강승윤을 현관 앞에 내려놓았다. 얘는 왜 문을 안 잠그고 다닌데. 

 




 

으허! 하는 신음소리가 절로 나왔다. 죽겠다, 죽겠어. 

 




 

세상 모르고 잠을 퍼자는 강승윤의 두 팔을 잡고 거실로 질질 끌었다. 털썩 두 팔을 내려놓고 흐르는 땀을 닦았다. 휴. 신발을 벗겨 신발장이 있는 곳으로 던졌다. 이제 이걸 어떻게 매트리스 위로 올린담. 

 




 

매트리스 위에 있던 이불을 아래로 치우고 강승윤을 매트리스 바로 아래까지 굴렸다. 흐읏차-! 축축 쳐지는 강승윤을 겨우 매트리스 위로 옮겼다. 배게를 아래 배주고 이불을 끌어올렸다. 강승윤도 내가 취했을 때 이랬을까? 그때 기억이 나면 참 좋으련만. 내가 애교부리면서 고백도 했다 하니. 

 




 

나는 바닥에 앉아 매트리스에 얼굴을 기대어 강승윤의 얼굴을 한참동안이나 쳐다보았다. 술도 못하면서 술 마시는 꼬라지 하고는. 발그스름해진 얼굴이 귀여웠다. 생각보다 속눈썹도 길고. 입술은 동그랗고... 입술ㄹ... 아까 키스했는데. 내 입술을 만졌다. 좋아하는 사람과 이런 역할을 맡게 되어 너무 좋았다. 강승윤이 최현이 되어 연이가 된 나에게 연모한다 말할때, 내 사람이 되겠다고 말했을 때 강승윤이 남태현, 나에게 말하는 것만 같아 가슴이 미친 듯이 뛰었다. 혹여나 이 심장 소리가 강승윤한테 들킬까-, 하며 마음을 추스려도 심장은 제멋대로 굴었다. 

 




 

사랑은 유치하게 하는 거라더니 그때 농구부 선배를 좋아할 때와 같은 느낌이다. 이걸 어쩌면 좋아. 

 

 




강승윤의 볼을 쿡 찔렀다. 피부관리를 열심히 받았는지 피부가 되게 탱탱했다. 장 뻗은 코가 좋았다. 코 끝을 만지려 손을 뻗었을 때 강승윤이 재채기를 했다. 나는 놀라서 강승윤이 누워있는 그곳에서 멀리 떨어졌다. 혹시 갑자기 일어나서 내가 자기 코을 만지다가 걸린 그런 이상한 상황이 올까- 걱정한 것도 없지 않아 있었다. 




 

 

다시 새근새근 잘도 자는 강승윤의 콧소리에 엉덩이걸음으로 다가갔다. 한참늘 그렇게 강승윤의 얼굴을 봤다. 농구부 선배와는 또 다른 느낌이였다. 그 선배는 참 선이 굵었는데. 핸드폰을 꺼내 사진도 한 방 찍었다. 나중에 뭔일 생기면 써먹어야지, 하다가 SNS에 들어가 사진을 올렸다. [강승윤은 지금 잠을 자고 있어요-! 팬분들도 안녕~]

 




 

글쓰기 완료-! 곧 폭발적인 댓글들이 올라오겠지. 둘이 한 집에서 뭐하냐는 둥. 뭐 그러겠지. 강승윤의 얼굴을 한 번 올려다보았다. 잘생겼네, 핳하핳

 




 

갑자기 아까 술자리에서의 대화가 번뜩 생각이 났다. 으아아. 왜 또 생각이 날 게 뭐야. 




 

 

“그때 이후에 내가 막 이상하다구 느꼈거덩? 근데 오늘 알아써. 내가 너를 조아하는 거 같애. 으아아아, 말해버려써. 말해버렸다구!”

 




 

핸드폰을 내려놓으니 갑자기 피로가 쏟아졌다. 아, 씻어야 하는데. 더러운데. 냄새나는데 강승윤이 보면 안되는ㄷ….

 




 

--

 




 

[승윤시점]

 




 

아침햇살에 눈을 떴다. 오글거리지만 정말 그랬다. 간밤 처음 마셔본 나에게 있어서 엄청난 양의 술에 눈꺼풀이 너무 무겁다. 어제 필름이 나간 거는 말해주지도 않을 정도로 머리가 지끈지끈한 게 어제 내가 한바탕했구나였다. 멍하게 흰 천장을 바라보았다. 내 정신이 정신이 아닌 것망 같았다. 팔도 얼얼해오구. 

 




 

이제 슬슬 촬영장 갈 때도 된 것 같아서 팔을 아래로 쭉 뻗는데 무언가가 느껴졌다. 이게 뭐야. 고개를 내려다보니 내 팔을 베개 삼아 불편한 자세로 쿨쿨자고 있는 남태현이 보였다. 헐. 귀여워. 좋아하는 거라고 인정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남태현이 귀여워보이는지. 불편한 자세로도 잘만 자는 남태현이 혹시나 깰 새라 팔을 조심스럽게 뺐다. 팔에 느낌이 거의 없었다. 왜 내 팔을 베고 잤대. 

 




 

그제서야 내가 어디 있는지 확인했다. 색색대는 남태현을 보니 어제 나를 숙소까지 남태현이 데려다준 거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처언처언히 돌아오려고 하는 기억에 후딱 남태현을 살짝 안아 들어 내가 누웠던 그 자리에 눕혔다. 누가 업어가는 줄도 모르고 자네. 이불 밖으로 꼬물꼬물 나오는 손 끝을 톡 건드렸다. 

 




 

여장을 한다고 틈만 나면 손에 핸드크림을 바르던 남태현이 생각났다. 보들보들하네. 그러다가 살짝 올라가서 남태현의 얼굴을 보았다. 생각보다는 속눈썹이 긴 편이었다. 기네. 신기한 마음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갔다. 




 

“으으음...”

 




 

내 인기척이 느껴졌는지 홱 고개를 돌렸다. 씨이- 귀엽다. 계속 남태현만 볼 수는 없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아아- 나 어제 술 마셨지. 

 




 

내가 술을 마시고 난 다음날에는 항상 속이 쓰렸다. 한 잔을 마시든 한 방울을 마시든 항상 속이 쓰렸다. 망할 술 버릇이야. 천천히 부엌으로 걸어가 냄비에 물을 붓고 끓였다. 해장국하는 법 모르는데. 

 




 

“승윤 씨이...”

“어, 태현 씨 일어났네요. 아, 말 놓기로 하지 않았어요?”

“아, 맞다. 그냥 다시 존댓말 해요. 어색하다. 언젠가 다시 놓겠죠.”

“아… 그래요…. 근데 해장국하는 법 알아요? 저 속이 너무 쓰려서...”

 




 

남태현이 기포가 보글보글 올라오는 냄비 앞에 섰다. 텅 빈 부엌을 한참을 바라보다가 바로 옆에 있던 냉장고 문을 열었다. 냉장고는 텅 비어 있었다. 나는 괜히 무안해져서 뒷머리를 긁적였다. 남태현이 서랍을 열었다. 라면 두 봉지가 덩그러니 있었다. 남태현이 그 봉지들을 잡아서 흔들었다. 

 




 

“건강에 완전 안 좋기는 한데…. 그래도 괜찮으면 해장으로 모닝라면... 할래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남태현은 비닐 껍데기를 뜯고 수프를 잡아 뜯어 냄비 안으로 탈탈 털어넣었다. 

 




 

“면 먼저 넣어야죠!”

“수프 먼저 넣어야 맛있어요.”

“무슨 소리에요. 면 먼저 넣어야 더 맛있어요.”

“수프 먼저 넣어야 면 꼬들꼬들하게 할 수 있어요.”

 




 

푸우-. 면 먼저 넣어야하는데... 나는 라면을 끓이는 남태현의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평소의 머리와는 다르게 가라앉은 머리가 눈에 띄였다. 헐! 머리! 

 




 

내 머리 꼬라지가 갑자기 생각나자 나는 바로 화장실이 있는 쪽으로 뛰어들어갔다. 아주 머리 위에 까치집 하나가 있었다. 일어나서 밥 먹고 세수하는 버릇이 처음으로 미워졌다. 눈곱을 떼고 머리에 물을 묻혀 대충 가라앉혔다. 

 




 

“망했어…….”

 




 

좋아하는 사람과의 첫날밤이라고도 볼 수... 가 아니고 한 번 남태현이 우리 집 와서 자고 간 적 있구나. 부끄러움에 얼굴이 화끈화끈거렸다. 대충 찬물로 얼굴을 씻고 화장실에서 나왔다. 아, 옷은 또 어제 입던 거 그대로네. 

 




 

얼른 숙소에 딸려있는 작은 방으로 들어가 츄리닝을 입었다.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은 정말 츄리닝을 입어도 완벽했다. 나란 남자. 그러다가 아까 정장을 입고 있던 남태현이 떠올라 가방에 있던 츄리닝 한 벌을 꺼냈다. 키 대충 비슷하니까 맞겠지...? 






"면 먼저 넣어서 맛 없을 거예요."

"수프를 먼저 넣어야 더 맛있는 거라니까?"

"제가 26년 살면서 느낀 건 면을 먼저 넣어야 더 맛있는 거예요."

"받아 먹는 사람이 뭐 그렇게 말이 많아. 저도 26년 평생 살면서 수프 먼저 넣어야 더 맛있다는 걸 알았거든요?"

 




 

남태현은 라면을 다 끓였는지 라면이 담긴 냄비를 조심히 잡아들어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수프 먼저 넣으면 안 되는데. 이러니까 꼭 부부 같네...? 미쳤구나, 강승윤. 미쳤다, 미쳤어. 

 




 

“이게 뭐에요?”

“그거 옷 불편하니까 입으시라고. 오늘 촬영은 밤에 있으니까. 하루종일 그거 입고 있을 건 아니잖아요.”

“아…. 그러면 이거 먹고 갈아입을게요.”

 

 




남태현은 내가 건넨 츄리닝을 받아 바닥에 옆 의자에 걸쳐놓았다. 나는 젓가락을 남태현에게 건네주고 라면을 크게 한 입 먹었다.

 




 

“아, 뜨거!”

“푸하하하, 아, 웃겨. 괜찮으세요? 왜 급하게 드세요, 핳하하하. 아, 웃겨라. 안 뺏어 먹어요. 안 뺏어 먹어.”

 




 

순간 이게 뜨거운 라면인 걸 잊고 있었다. 아, 존나 뜨거워... 혀를 쭉 내밀고 손부채질을 하고 있으니 남태현이 나에게 물이 담긴 컵을 주었다. 나는 컵을 받아 바로 한 입에 물을 털어넣었다. 아. 디었다, 젠장. 

 




 

“스케줄이 있는 것도 아니고 뭘 그렇게 급하게 먹으려해요. 천천히 드세요.”

 




 

예… 예쁘다…. 

 




 

남태현이 내 앞에 앉아서 나를 빤히 보면서 미소를 짓고 있으니 왠지 정말 동거하는 커플 같았다. 정장 차림의 같은 거 달린 남자인데도 이렇게 예뻐보일 수가 없었다. 정말 천상게이가 된 건가- 싶었지만 남태현이라면 그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정말로 그랬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 한참을 멍하게 쳐다보다가 나를 보는 남태현의 눈빛에 얼굴이 순간 화끈해져 시선을 돌렸다. 남태현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지금 나 비웃었죠?”

“예?”

“나 막 호들갑 떠는 거 보고 비웃었잖아요.”

“웃기는 웃었는데 비웃은 거 아니에요.”

“그러면요? 왜 웃었어요.”

“그냥 귀여워서 한 번 웃어봤어요. 웃는 것도 안 돼요?”

 




 

아니, 아니, 그건 아니고…. 되려 반격하는 남태현에 내 대답을 얼부렸다. 쓸데 없이 저거는 무서울 때가 있어.

 





 

저어어엉말 어색했다. 할 말도 딱히 없고. 그냥 어색함에 라면만 계속 먹었다. 아오… 속쓰려라. 남태현은 국물까지 다 마시고 미 그릇을 식탁 위에 턱 놓았다. 입 다물고 트림 하는 거는 잊지 않고. 남태현이 일어나서 아까 누워있던 매트리스로 가 그 위에 털썩 누웠다. 내 집인데 지 집 마냥….

 




 

나도 얼마 안 가서 다 먹었고 남태현과 내 그릇을 싱크대 안에 넣었다. 나도 남태현처럼 트림을 하는 걸 잊지 않았다. 밥을 먹었으면 가스를 내보내야지. 물론 소리는 안 내고. 

 




 

남태현은 언제 옷을 갈아입었는지 내가 준 츄리닝 차림이었다. 지 옷은 거실 바닥에 허물처럼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지 집인줄 아나, 저게. 나는 그 허물들을 주워 식탁 의자에 걸어놓았다. 남태현도 미안했는지 멋쩍은 얼굴로 나를 보고 있었다. 미안한 줄 알았으면 지가 치울 것이지. 

 




 

“승윤 씨는 나중에 자상한 남편 될 것 같아요.”

“남편은 무슨…….”

 




 

괜히 마음이 상해 남태현의 다리만 보고 있었다. 털을 민 다리가 정말 여자같이 쭉 뻗어있었다. 남태현이 나를 놀리는 건지 아닌지 헷갈렸다. 처음인 것 같았다. 이런 생각을 하기에는. 남태현이 사랑하는 내 애인이면 참 좋겠다. 이런 생각은 아마 처음이었다. 그냥 마음도 착잡하고 해서 남태현 옆에 가서 드러누웠다. 리모콘을 잡아 TV를 켰다. 마침 연예가중계 : 강남편이 하고 있었다. 

 





 

마침 또 그때가 빼빼로 게임의 시작이었다. 나는 깜짝 놀라서 채널을 한 칸 내렸다. TV 화면에 이상한 성인야동을 상영하고 있었다. 이게 무...뭐...뭐야ㅑ!!! 

 




 

얼굴이 빨개지고 귀가 빨개진 것만 같았다. 놀라서 허겁지겁 버둥버둥 대는 나를 남태현이 꼬옥 잡았다. 그냥 봐요, 연예가중계. 남태현은 아는지 모르는지 내 허벅지 위 이불 위로 손을 올렸다. 내 허벅지를 살짝씩 어루만지는 것만 같았다. 

 




 

몸의 어느 부분이 불끈하고 살아있음을 나에게 알려주었다.

 




 

그 신체 부분이라 함은 존슨, 분신, 코끼리, 바나나, 아들래미 등등으로 다양하게 불리는 그곳. 남태현의 손길에 아주 불끈불끈 팔딱팔딱 거렸다. 나는 슬쩍 다리를 다른 데로 치웠다. 아무리 안 빼준지 오래됬다고 해도 그렇지, 지금 발동하면 어쩌자는 얘기야! 괜히 무안해져서 TV에 집중하자- 했는데 TV 속 나와 남태현은 입술이 거의 맞닿기 직전이었다. 오늘 왜 이래.

 




 

저걸 찍을 때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훅훅 지나갔다. 빼빼로를 입에 문 채 눈을 살짝 내리깔던 남태현의 가까운 얼굴과 더불어 옆에서 기대앉아있는 남태현의 모습이 겹쳐졌다. 잠깐 가라앉았던 것 같은 나의 아들이 또 불끈댔다. 그때 살짝 마주닿았던 입술, 영화 촬영하면서 진하게 맞닿았던 입술, 그리고 내 옆에 앉아있는 남태현의 입술…. 






얼굴이 괜히 화끈해져서 큼큼 기침을 했다. 남태현은 나에게 관심도 없는지 그냥 TV화면만 바라보고 있는 중이었다. (승윤은 모르지만 태현의 얼굴도 상당히 빨개져 있었다.)





"승윤 씨."

"예.. 예, 예_??"





갑자기 나를 올려다보는 남태현 때문에 말을 버벅거리고 말았다. 왜 이때 말을 버벅거리고 그러냐, 강승윤. 남태현이 나를 보고 씨익 웃었다. 왜, 왜, 왜 웃는 거지! 





"승윤 씨, 나 좋아하죠?"

"예-?"

"기억 안 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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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ㅠㅠㅠㅠㅠ사겨라(짝)사겨라(짝) 둘다 너무 뀨요워ㅠㅠㅠㅠㅠㅠㅠㅜㅜㅠㅠ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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