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애를 처음 본건 개학을 하고 한달쯤 지나서 였다
평상시와 다르게 복도가 시끄러웠다
내가 다니던 학교는 아이러니하게도 일학년의 끝반과 삼학년 문과반이 같은층에 있었고
소음의 원인은 그 일학년 반이였다
'야 왜이렇게 시끄러워?"
"박수영이 전학왔대"
"박수영?"
"응 박수영 그 뉴스 나오고 하는 걔"
"야 나도 알거든?"
우리 반에 말 많은 그 아이는 박수영이 우리 학교로 전학 왔다고 했다
박수영은 그림 하나로 천재라고 불리며 뉴스에 종종 나오곤 했다
나 또한 박수영의 그림을 보았고 그렇기 때문에 관심이 갖지만
고삼들에게 허락된 시간은 거기까지였다
소란스러운 분위기도 일주일이 지나자 자연스레 사그러들었고
난 그 아이를 자연스럽게 잊고있었다
그때 즈음일것이다
박수영이 내가 있던 사진부에 들어온 것이
"언니 왜요?"
"응?"
"아니 아까부터 나 보고 있지 않았어요?"
"아,응 별거 아니야"
난 박수영이 이리저리 사진기를 다루며 풍경을 담아내는 것이 신기했다
해괴한 그림을 그리던 손이 찍어낸듯이 이쁜 풍경을 담아내는것이
"수영아 근데 너 왜 예고에서 여기로 전학온거야?"
"그냥,관심 받는게 싫어서요"
난 그아이가 몹시 이상하다고 느꼈다
나중에 그 아이와 친해지고 들은 얘기로는 그 당시 박수영은 그림에 질려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괜히 사진부를 골랐다고
그 이후로 우린 꽤 많이 친해져있었다
부원이 몇되지 않는것도 우리가 친해지는데 한목했다
사실상 박수영을 제외한 부원들이 거의 고삼이라 해체된거나 다름없는 동아리였다
"언니는 나중에 뭐할거에요?"
"글쎄 사진이나 찍고 있으려나 그러는 너는"
"전 언니랑 결혼하려고요"
"뭐래"
박수영은 저런투의 농담을 많이 하곤했다
그것도 아주 담담하게
그때마다 나는 당황했지만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되받아 치곤했다
그렇게 낭비하듯 고삼을 보냈을땐 이미 졸업식이 코앞에 와있었다
난 간신히 이름 알만한 대학에 추가합격으로 붙었고 박수영은 졸업식에 와서 펑펑 울었다
내가 다 민망할 정도로
그 이후로 우리는 각자 대학교와 고등학교를 다니며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여느때와 다름없이 지루하게 사진기를 만지고 있을 때 였을것이다
22살의 봄 나는 박수영이 자살했다는 소리를 들었다
박수영은 워낙 유명했기에 내가 굳이 찾아보지 않아도 뉴스에는 하루종일 그 아이의 자살소식이 보도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