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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봄을 기억합니다. 새하얗게 벚꽃이 져 내린 그 길을. 콧망울을 간지럽히던 당신의 자그맣던 그 목소리도. 그 어느 하나 빠짐없이 모두 기억합니다. 당신은 너무도 사랑스러운 존재였습니다. 그래서 더 깊이 가슴에 남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시 한번 소리내어 당신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봄아. 봄아. 하고 상냥히 나를 부르던 당신의 목소리가. 다시 한번 나의 가슴 아래로 와닿았으면 좋겠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그를 처음 만난 곳으로 돌아가기 위해선, 꽤나 많은 시간을 되짚어가야만 합니다. 아마 그를 처음으로 만난 건 열 여섯의 봄이었을 겁니다. 나는 아직도 그 봄을 기억합니다. 잿더미가 내리는 시간이 되면, 느즈막히 골목길을 돌아 제 집으로 돌아가던 그의 모습을 또렷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의 손 아래서 쫄래 쫄래 따라가던 그의 조그마한 여동생은 언제가 되었든, 꼭, 그 고사리 같은 손에 벚꽃잎을 쥔 채였고. 그는 그런 아이의 머리를 뿌듯하다는 듯이 쓰다듬어주었습니다.

양갈래로 땋아내려 폴짝 폴짝 뛸 때마다 아이의 빳빳한 머리카락이 허공에서 휘청거리는 것이 아직도 눈 앞에 선하네요. 아, 그러고보니 또 하나 새로운 것이 기억납니다. 그 아이는 꼭 저답지 않은 성숙한 말투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마을에 답답한 일이 생기면 그 아이의 앞에 가야 해결을 본다는 말이 있었을 정도니 참 신기한 일이지요. 그 아이가 조그마한 입술로 옹알옹알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있는 것을 듣다보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그 말이 생긴 것도 아이의 그 따뜻한 목소리와 토실토실한 외양적인 요소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손가락으로 푹, 찌르면 들어가 따끈따끈한 김을 풍길 것 같은 아이의 얼굴에서는 언제나 하얀 분내가 풍길 것 같았습니다.

아아. 그러고보니 그와 저를 이어준 것도 아이였습니다.

 

 

-

 

나는 아직도 그 봄을 기억합니다. 시간이 지나 흔적이 지워지듯 하늘 아래 펼쳐지는 구름들이 우중충한 빛에 가려져도, 그를 떠올리는 일에 나는 게으름이 없었습니다. 그가 남겨주었던 편지를 잃고, 가슴에 품으며 소리없이 밤을 지세우고, 하염없이 떨어지는 별들을 바라보고 있노라 보면, 어느 새 봄이 지나가고 겨울이 흘러 새로운 하루가 창문 새로 깃들고 있었습니다. 당신은 여전히 잘 지내고 있으실련지요.

소리내어 당신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가슴에 다가와 서럽게 박히는 글자에 눈시울에 커다랗게 불길이 번집니다. 오늘 같은 날이라면, 날름거리며 밤하늘을 햝아대는 저 멀리의 불길도. 무서운 괴물을 이길 수 없으리라고. 나는 그렇게 믿습니다.

 

-

 

머리 끝을 쓰다듬는 손길에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두 손 안에 가득히 담겨진 단 것들에 그랬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생판 남과도 같아 보이던 당신을 따라갈 일이 없었을 것이 분명하니까요. 당신은 그런 내게 끊임없이 단 것들을 건네주었고, 나는 부끄러움도 실례라는 생각도 없이 그 것들을 받아들였습니다. 생각해보니 당신의 손에 쥐여진 지폐들도 그리 많은 양이 아니었습니다. 그 때라면 멈출 수 있었을까요.

가족들을 위해 밤을 지세워가며 장사를 하고 얻어오는 돈은 푼돈 몇 푼도 되지 않았고, 당신은 몇 되지 않는 그 것들을 쪼개고 쪼개어 내게 나누어주었습니다. 나는 부족함이 없었으나 당신은 내 마른 등을 보고 있다보면 언젠가 제게로 달려와 단 것들을 입에 물려주곤 했고 그 것은 어느 새 하나에서 둘이 되고 셋이 되어 우리 둘을 이어주는 길다란 인연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 때라면 멈출 수 있었을까요.

아마 그 때서 우리의 관계가 끝이 났었더라면, 나는 지금쯤 돌아오지 않을 당신을 그리며 울고 있지 않았을까요. 이리 주인없는 집을 지키며 우체통을 보기를 몇 번이나 반복하는 하염없는 일상들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요. 나는 이제서야 묻습니다. 당신은 그 어느 곳에 있는 걸까요.

 

 

 

 

아아, 님은 떠나갔으나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암호닉

겨울

 

 

 

 

오랜만에 왔더니 지난 번에 써뒀던 글의 대부분이 다 사라져버렸습니다... 거의 다 썼었는데...

가장 길게 썼던 두 글이 사라져버려서 급히 전에 써두었던 것의 일부를 빼내 올려봅니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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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너무 늦었네요. 겨울이에요. 노래 제가 진짜 좋아하는 노랜데... 글이랑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좋아요. 진기는 왜 지금 기범이 곁에 없는 걸까요. 마지막 문장이 마음에 걸리네요. 봄 느낌도 물씬 나면서 둘의 감정이 묻어나는 것 같아요. 울적해졌습니다, 가사랑 기범이의 말들이 너무 가슴에 파고들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돼요. 오늘도 잘 읽었어요. 'ㅂ' 늘 감사해요!
8년 전
독자2
사라졌다는 두 글도 읽어보고 싶은데... 아쉬워요. ㅠㅠ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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