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가 없는건지, 내가 티를 못내는 건지. 얼마전까지만 해도 그가 눈치가 없는줄 알았다. 쟤가 눈치가 없어서. 내가 아무리 눈치를 줘도 못 알아채는 줄 알았지. 그런데 이젠 후자인 것 같아. 연애를 많이 해봤어야 티를 내지, 그냥 내가 젬병인듯 싶다. * 너의 눈이 가물가물하다. 눈이 감길듯, 말듯. 고개가 꾸벅 기울다가 움찔거리며 정신을 차리길 여러번. 그는 재밌다는 듯 턱을 괴고 너를 본다. 이미 정신은 딴 세상에 가버린 네 얼굴을 지긋이 쳐다보며 웃음을 지었다. 너의 눈이 완전히 감기고 졸음에 빠져들자 그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가시고 묘한 표정이 돌았다. 몇분동안인가 그렇게 널 바라보다, 몸을 네 쪽으로 틀었다. 딱, 하고 울리는 손가락 튕기는 소리에 넌 화들짝 잠을 깼다. 혹시나 걸린건 아닐까 하고 급하게 수업에 집중하는척하며 무심코 고개를 돌렸더니, 그가 널보며 웃고 있었다. 이를 드러내며 씩 웃는 그가 당황스러워 시선을 곧바로 피해버렸지만. 아 졸려. 괜히 들으라는 듯 혼잣말을 하며 고개를 떨구었다. 딱히 의미없는건 알지만, 그래도. 그래도 그를 좋아하는데. 방금 웃던 모습이 다시 오버랩되어 너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었다. 미치겠어 정말. 자그마치 10년이었다. 알고지낸 시간이. 중학교 갓 입학하고 교복을 처음 입었을 때의 그는 너보다도 더 말랐었는데. 중학교를 졸업할때 즈음엔 키도 너보다 훨씬 자라버리고, 어깨도 그렇고 덩치자체가 달라져있었다. 야, 완전 남잔데? 그렇게 장난스레 말을 던졌었다. 그리고 공학이 아닌 각자 다른 고등학교로 가버렸다. 남고와 여고. 공부하랴 이래저래 바빠서 제대로 만나지도 못하다, 2년인가 전쯤에 다시 보고 쭉 지내온게 지금이었다. 언제부터였는지도 모르고. 아니, 분명 중학교때는 아니었는데. 다시 만났을때부터 였나? 이렇게 고민해도 소용없는 것이었지만. 너무 친해서 문제였다. 너무 편해서. 좋아하는데, 어떻게 대해야할지 몰라서 평소처럼 대한다. 물론 아까처럼 그러면 굉장히 당황하지만서도. 너의 집이든 그의 집이든 서로 자취하는 입장이라 편한 시간에 놀러오는게 일상이었다. 이렇게 막 들어와도 되냐? 언제부터 그런걸 따지셨다고. 너가 툴툴대면 그는 능청스레 말을 받는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누가봐도 친구겠지. 차라리 조금 어색했으면 싶었다. 야! 맥주 안 사놨어? 어휴. 그럴리가 없지. 그가 널 보면 설레다가도, 저럴때면 그저 중학교 때로 돌아간것 같아. 한참을 실랑이하다가 가위바위보해서 진 사람이 맥주 사오기로 했는데, 결국 네가 져서 궁시렁대며 슬리퍼를 신었다. 그는 널 약올리듯 소파에 털썩 누워 손을 흔든다. 하여간 저 얄미운 새끼. 내가 쟤를 좋아하는게 맞긴 한건지. 슬리퍼를 질질끌며 편의점에 가서 맥주를 사고 집으로 돌아왔다. 현관문을 열었는데 어째 좀 조용하길래, 그가 누워있는 쇼파쪽을 보았다. 얼마나 걸렸다고, 그 사이에 잠이 들어있었다. 한쪽팔을 머리뒤에 대고 잠들어있는 모습에 넌 야, 하고 그를 불렀다. 대답이 없었다. 고 사이에 깊게도 들었네. 피곤했나? 맥주를 냉장고에 넣어두고 소파쪽으로 다가갔다. 소파 앞에 앉아 잠들어있는 그를 내려다본다. 멍하니 내려다보는데, 괜히 설레서. 괜히 심장이 뛴다. 그래서 황급히 시선을 뗐다. 이게 뭐하는 거야. 모른척 고개를 돌렸다가, 다시 제자리. 그의 감은 눈을 보았다. 눈부터 코, 입까지. 또 이렇게 보니까 새롭네. 코에서 입으로 내려가다 시선이 멈췄다. 입술에. 또 이게 뭐하는거지 싶어서 눈을 돌렸다가, 또 다시 제자리. 너도 모르게 손을 뻗었다. 차마 입술은 못 만지겠어서 뺨을 따라 손가락으로 조심조심 얼굴선을 더듬었다. 그러다 행여 들킬까봐서 급히 손을 뗀다. 다행히 아직 자고 있었다. 원래 한 번 잠들면 깊게 드는 걸 알고있는데,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걸 알지만. 넌 조용히 숨을 내려놓았다. 진짜 좋아하나보다. 정말로. 너의 고개가 천천히 숙여졌다. 그 와중에도 몇번이고 망설이며. 한번도 이런 식으로 한 적 없었는데, 입술이 떨리고, 그 떨리는 입술이 그의 입술에 가만히 내려앉았다. 3초쯤이었나, 어쩌면 1초도 안되었을지 모른 몇초가 지나고 네가 급히 입술을 뗐다. 고개를 조심스레 드는데, 손이 네 뒤통수를 다시 눌러왔다. 그리고 다시 닿아오는 입술에 네 눈이 커지고, 그 눈이 나른하게 떠진 그의 눈과 마주쳤다. --------------- 77ㅑ 완전 오래망갑! 나 기억하는 독자있나여? 시험끝나고 돌아옴ㅠㅠ다들 시험은 잘 보셨나요 현실엔 절대 naver 일어나지않는 남사친 썰로 컴백(별) 사실 첫부분에 손가락 딱! 씩 웃음은 실화임..ㅋㅋ얼마전에...안물안궁이지만 걍 그렇다고여...겁나 설레더라ㅠㅠ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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