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_ 마음을 알아요!
![[EXO] 문제아들 속 나는 선생이 맞는가?! 16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052913/c05e03bf78389fe97bf37d2fd4e14c24.jpg)
복잡한 머리를 애써 하나씩 정리해봤어. 근데 정말 하나도 정리가 안 되더라. 민석이가 말한 그 누나가 무엇 때문에 그렇게 말했는지도 모르겠고,
왜 그랬는지도 모르겠어. 그냥, 이해가 안 돼 나는. 안 그래도 아픔이 있는 종대에게 자기 성격 죽이라고 하면서까지 가면을 씌우고,
민석이도 애들과 나이가 같은데 형 노릇을 시켜서 마음 고생하게 하고..
비번을 누르고 현관문을 열었어. 그리고 난 깨달았지. 엄마랑 아빠가 와 계시지...? 고개를 드니까 엄마와 아빠가 이쪽으로 오고 계시더라고.
더 무서운 건 뭔지 알아? 내 다리를 보며 오고 계셔... 워메야..
"누가 이랬어?!"
엄마가 먼저 스타트를 끊으시니까 아빠가 받아치시더라고.
"어떤 놈이야. 아주 아작을 내버려야지."
이럴때 보면 아빠가 아닌 것 같다니까..? 날 위해주시는 것은 고마운데.. 이건 좀.. 무섭다고 해야 하나..?
마치 내가 잘못한 게 아닌데, 그냥 엄마 아빠가 무서운 표정을 지으면 울게 되는 어린아이처럼.. 그냥 막연한 무서움이었어..
"아니, 아부지.. 이거 그냥 내가 걷다가 삐끗한 거야.."
"...정말?"
"응! 그럼! 알잖아, 나 엄마 닮아서 덜렁거리는 거.."
"어머 얘 좀 봐. 엄마가 왜 덜렁거려. 얼마나 침착한데."
그 말에 아빠가 비웃음을 흘리셨고 그렇게 분위기는 한결 나아졌어. 다행이다.. 두 분 다 단순하셔서..ㅎ
드디어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섰어. 아빠는 여전히 미심쩍다는 표정이시더라고..ㅎ
"왜요 또."
"발목 삔 것 치곤 너무, 초록초록한데?"
"그야, 발목 삔 것도 모르고 뛰어다녀서 그렇지요. 아, 정말 나 때문이니까 걱정 좀 하지 마요!"
"흠.. 알았어."
드디어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이셨어. 어휴.. 무섭다 무서워.. 그나저나 나 거짓말 좀 늘었는데?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이 상황에선 매우 좋은 일 같아. 나 원래 거짓말하면 온 몸으로 표 내던 사람이야.
친구들이 말하길 너는 거짓말을 하면 일단 동공이 흔들리고, 손이 갈 곳을 잃고, 말을 더듬고, 가만히 서 있는데.
막 길가다가 거짓말을 할라치면 그 자리에 서있는 거지.. 허허.. 허허허허허ㅓㅎ....
"근데 딸, 냉장고가 왜 이렇게 텅텅 비었어?"
"응?"
"딸 무슨 재난영화 찍어? 전쟁 영화 찍는 거야? 왜 딱 살 수 만 있을 정도의 물만 있어?"
"아, 밥은 아시다시피 학교에서 먹고 오죠. 그리고 주말엔 엄마아빠 댁에 가니까."
"이번 주엔 안 왔잖아."
"외식했씁니당. 학생들이랑.ㅎㅎ"
"아, 그럼 너 요즘 자주 안 오는게 주말에도 불러 내는 학생들 때문인 거니?"
....? 왜 이야기가 그렇게 가시나요, 아버지..? 하.. 숨이 막힙니다.. 오시자마자 잔소리 하실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그 학생들이 불러내는 게 아니라, 그냥, 내가 불러내는 거예요.."
"어떤 학생들인데?"
"그냥, 우리 반에서 조금.. 음.. 아픔이 있는 아이들..?"
"뭐 신체적으로 어디가 아픈 거야?"
"아니아니. 그냥, 마음에 상처가 있는 아이들이에요. 그래서 내가 더 마음이 가는 거고."
"도경수, 변백현, 박찬열.. 저기 저 애들인 거야?"
애들 이름을 읊는 아빠 덕에 놀라서 심장이 아픈 와중에 아빠가 가리키는 곳을 보니 인수포트폴리오가 있었어.
어휴.. 나 진짜 깜짝 놀라서 소름 돋았었어...팔을 문지르며 고개를 끄덕이니 엄마가 이제 그만하라며 아빠를 말리더라고..
됐다.. 살았다..ㅎ
오랜만에 가족끼리 외식을 하고 난 집에 왔어. 부모님은 본가..라고 하나..? 거창한데..? 아무튼 댁으로 들어갔고.
어쩐지 조금 피곤해서 씻자마자 누웠어. 내가 할 일이 있던가.. 왜 이렇게 나른하고 그르냐..
요즘 일이 많아서 그런가..? 멍하니 있다가 급 울리는 핸드폰 벨소리에 놀라서 보았어. 백현인데?
"여보세요?"
-쌔앰.
"응??"
-대박정보 하나 입수했는데 뽀뽀해주면 알려줄게요.
"뽀뽀? 됐어. 알고 싶지 않아."
-에이, 우리에 관한 이야기인데요?
"....뽀뽀 지금 못하잖아. 안되겠네.ㅎㅎㅎ"
-그럼 문 열어봐요.
???????????????? 놀라서 현관문을 열어보았어. 아무도 없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낚였닼ㅋㅋㅋㅋㅋㅋ
.....변백현...ㅂㄷㅂㄷㅂㄷㅂㄷㅂㄷㅂㄷ 다시 문을 닫았어. 삐로롱 하면서 잠기는 소리가 백현이에게까지 들렸나봐.
-쌤 비번 바꿔요. 도경수 말 들어보니까 비번 떠벌렸다며.
"아!! 맞다. 통화 끝내고 바꿔야겠다."
-당연하지.
"그래서 너가 알고 있는 정보가 뭔데??
-뽀뽀 안 해줬잖아. 안 알랴줌.
"소리로 어때? 쪽. 이렇게."
-....흐어ㅓㅓ.. 내가 무슨.. 무슨 짓을...
"응?? 왜??"
-오늘 잠자긴 글렀네. 쌤이 내 상상력에 불을 지폈어.
"쓰읍. 또 헛소리 하지."
-ㅋㅋㅋㅋ알았어요, 알았어. 어쨌든 뽀뽀 했으니까 알려줄게요.
병준인가 뭐시긴가 그 새끼 전학 간데. 그리고 현식이는 정학.
"아 진짜?? 오..."
좋은 건가? 일단 병준이가 갔으니까 좋은 거겠지..? 어휴.. 다행이야. 내가 전근을 갈까 했었는데..
-아 이건 특급비밀인데.. 아, 알려줄까, 말까?
"알려줘!!!"
-쌤이 뭐가 이쁘다고 내가 특급비밀을 알려줘.
"아 왜에에.. 평소에는 잘도 그러면서어어.."
-쌤은 귀여운 거지 이쁜 건 아냐.
"나 이쁘거든?! 나 인기 많았다니까??"
-어떤 놈이 쌤 이쁘데?
"누.. 누가 남자라 그랬어..?! 쌤 여자사람친구들이 나 이쁜 편이라고.. 그렇다고.. 그랬었어.."
그래.. 그랬었지.. 근데 그게 술에 얼큰하게 취했을 때..이긴 해. 그래도 이쁘단 소리 들으면 땡 아님?ㅎㅎ
예쁘다는데 뭐. 어쩔거여. 원래 나 자신부터가 날 사랑해야 하는 거야. 뻔뻔스럽게 말이지. 근데 왜 백현이는 반응이 없니?
간간히 끅끅 거리는 소리가 들리는데 나 비웃고 있는 중인거지..? 그치...??
-아오, 진짜. 웃느라 죽는 줄 알았네.
"아, 왜에.."
-아 그래그래. 쌤 예쁜 거 쌤 친구들이 인정했다고 하니까 알려줄게. 나도 이거 김준면한테 들은 건데.
병준이 새끼 여친 누군지 알아??
"여친 있어??"
-응응. 누군지 알아??
"여친 있는 거 지금 알았는데?"
-쌤 놀라지 마. 생과야 생과.
"응?? 생과?? 최선생님?????"
-응. 그 사람.
".....헐. 대박이다.. 아니 그럼 그 선생님은 학생이랑 연애하러 가면서 나한테 야자감독 시킨.. 와.. 이런 배신이 다 있나.."
와.. 나 진짜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 나오네.. 나는 무슨 직장이 있어서 이 시간 아니면 시간이 안나는 줄 알았어..;;
아니, 적어도 선생님이면 애가 야자를 하길 바라야지 무슨 같이 놀러 다니고 있어. 어휴.. 진짜.. 어이가 없으려니까.
-쌤은 아주 중요한 부분을 놓치고 있어.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그럼?? 뭐가 더 있어?"
-응. 바로 선생님과 제자 사이에 연애와 사랑은 있을 수 있다는 점이지. 그니까 시집 와 쌤.
"응 백현아. 밤이 깊었는데 어서 씻고 자.ㅎㅎ
-이럴 줄 알았지. 그래. 쌤도 씻고 자.
"응! 잘자 백현아!"
-응! 쌤도!
전화를 끊고 다시 한 번 놀란 가슴을 다독였어. 어머어머 최선생님 내가 그럴 줄 알았지. 애초에 옷차림새부터가, 어휴.
근데 최선생님 눈 되게 낮다.. 인성도 안 좋은 애랑 사귀다니.. 하긴 뭐 알았겠어? 아니 근데 이런 엄청난 비밀을 준면이는 어떻게 알았데?
역시, 비밀스러운 아이...
다음날. 학교로 향하는 길. 오늘은 세훈이와 함께하고 있어.
"아침부터 안 피곤하니..?"
"왜 피곤해여. 내 사람 지키는 건 피곤한 일이 아니에여."
"오글거려.."
"저두여.."
서로가 미식 거리는 속을 부여잡고 학교로 향했어. 내가 발 때문에 평소보다 느리잖아. 근데 세훈이가 그런 나보다 조금 더 천천히 걷더라고.
이거, 배려하는 거지..? 그치? 역시.. 착해.. 내 제자..♥ 세훈이를 올려다보고 있으려니 애들이 떠오르고. 그 중에 민석이가 떠오르니까 어제 그 누나가 또 생각나더라고.
"훈아."
"저 부르신 거예여?"
"응? 응. 있잖아. 너가, 저번에.. 선생님이니까 알 필요가 있다고, 다 물어보라고 했잖아.."
"아, 예. 그거 왜여? 물어볼 거 있어여?"
"오늘 끝나고.. 물어봐도 돼??"
"예. 다 대답해 드릴게여."
역시 든든하군! 원래는 그 누나에 대해서 민석이한테 물어보려고 했는데.. 민석이에게 물어보면 또 형 마음이 나올 것 같더라고..
그건 민석이에게도 뭔가 피해가 가는 거고, 그나마 세훈이가 낫다고 결론을 내렸었는데.. 저번에 페북에.. 유난히 더 보고 싶다고 올렸었네..? 아.. 앙대...
"아, 아니다 세훈아! 아니야."
"뭐가여? 물어본다는 거여?"
"응응."
"김민석이 어제 누나에 대해 말해줬다 며여. 그거 궁금한 거져? 물어봐도 돼여. 이제 아무렇지 않으니까."
나를 보며 싱긋 웃는 세훈이야. 정말.. 정말 아무렇지 않은 거니? 아니면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하는 거니?
아무리 그래도 너한테 묻는 거는 뭔가, 너한테 상처일 것 같아서..
"이제 잊었어여. 내 앞에는 쌤이 있으니까. 쌤한테 집중하려고여."
이 와중에 이야기가 왜 이리로 빠지는지 모르겠지만.. 그.. 음.. 그래. 일단 괜찮다는 거겠지..?
"쌤도 싫지여? 우리가 딴 여자 계속 말하는 거."
"아니, 내가 싫을 게 뭐가 있니.."
"알 텐데. 김민석이 마음 잘 읽는 거. 쌤 다 들켰어여. 이제 쌤 우리를 제자 그 이상으로 보고 있져?"
"아 몰라. 됐어. 들어가 봐 세훈아. 공부 열심히 하고! 빠이!!"
급하게 교무실로 들어왔어. 아.. 그때 표정에서 티 났었나? 아닌데.. 나름 포커페이스 유지했던 거 같은데.. 아유..
민망하다.. 그것도 많이 민망해. 왜, 나는 표정에 다 티가 나니.. 에휴... 자리에 앉으려고 걸어가는데 누가 내 팔목을 잡는 거야. 최선생님이었어.
뭔가 찔리는 게 있어서 조금 놀랐거든. 최선생님은 그런 나를 아는지 모르는지 귓가에 조용히 속삭였어.
"고마워 막내 쌤. 쌤 덕분에 남친이랑 헤어졌어."
.....예..? 아.. 저기.. 그게.. 그러니까.. 어.. 음.. 당황해서 동공이 머물러 있지를 못하는데 최선생님이 뜻밖에도 바나나우유를 건네주시더라고.
뭐지..? 그것도 내가 좋아하는 항아리 바나나 우유라니.. 뭘 넣은 것이 분명해.. 그러고 보니 최선생님 옷차림이.. 조금 나아진 것 같기도 하고...?
정말 고마운 건가..? 하긴 나 같아도 그딴 애랑은 헤어질 거야.
"맛있게 먹어."
활짝 웃은 최선생님이 자리로 돌아가시더라고. 응..? 흠... 흐음... 일단.
"감사합니다!"
우렁차게 인사해드리고 조례를 위해 냉장고에 그것을 넣었어.
그리고 반으로 가기 위해 출석부를 챙겨 드는데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를 준면이가 교무실 고정문에 기대어 있더라고.
이내 저벅저벅 걸어온 준면이가 출석부를 들어주며 말했어.
"왜요? 뭐라고 해요?"
"응? 아, 나 덕분에 남친이랑 헤어졌데."
"근데 왜 감사해요?"
"바나나우유 주셔서..ㅎ 가자 준면아!"
준면이를 뒤로 돌려 어깨잡고 한걸음씩 가니까 마지못해 가더라고. 교무실을 나오고 나서야 손을 내리고 준면이 옆에 섰어.
준면이가 나를 힐끔 보고는 묻더라고.
"쌤 요즘 키가 더 작아지셨어요."
"조용히 해. 깁스 풀면 굽 조금 있는 거 신고 올 거니까. 너네가 준 구두 또 신을 거야."
"ㅋㅋㅋㅋㅋㅋㅋ좋네요. 깁스 빨리 풀었으면 좋겠어요."
"나도.. 너무 불편해.."
이 시기에 깁스한 사람들은 알 걸? 이거 냄새도 장난 아니고, 답답하고 습하고.. 어휴 사람이 할 짓이 못 돼..
"선생님 먼저 들어가세요. 저 잠시 물 좀 마시고 들어갈게요."
"응응. 천천히 마시고 와."
"빨리 마시고 와야지."
어유.. 저 청개구리.. 달려가는 준면이를 보다가 웃으며 반으로 들어왔어. 백현이가 반갑게 손을 흔들더라고. 나도 흔들어 주며 말했어.
"좋은 아침이야 얘들아. 오늘은 수요일이네. 아쉽겠어."
"뭐가요?"
"오늘 우리 반 내 수업 없잖아."
아이들이 다 웃더라고. 그 모습을 보며 흐뭇해하다가 빈자리가 보여서 물었어.
"누구 자리야??"
"현식이요!"
아, 어쩐지 익숙하다 했더니.. 아.. 정학..! 그게 바로 오늘부터였어..? 원래.. 이렇게 빨리빨리 진행이 안 될 텐데..? 이상한데..?
"정학이라서 일주일동안 안 올 거예요."
경수가 확인 사살을 해주더라고. 그럼.. 맞겠지 뭐.. 학교 측 결정이니까..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살펴보았어. 빈자리가 하나 더 있네? 물을 마시고 들어오는 준면이야.
아하, 그럼 다 온 거네. 출석부를 내려다보다가 앞으로 넘겨보았어. 학기 초에는 완전 새까말 정도로 지각이나 결석이 많았는데, 넘길수록 깨끗해져서
현재는 아무런 표시도 없어. 크으.. 뿌듯하당.ㅎㅎㅎ
"그럼 오늘 하루도 공부 열심히 해! 화이팅!"
"쌤도 다른 반 수업 화이팅!!"
"응응!"
아이들과 빠빠하고 교무실로 향했어. 역시나 따라 붙더라고. 돌아가면서 하는지 이번엔 찬열이야.
"궁금한 게 있는데.."
"뭔데요?"
"너네, 무슨 순서로 오는 거야??"
"가위바위보해서 이긴 사람이요. 방금 전엔 제가 이겼어요."
아... 그런 엄청난 비밀이 숨겨져 있었구나.. 하하핳ㅎ.. 몰랐네.. 지면 오는 것도 아니고 이기면 오는 거라니..
새삼 너희들의 애정에 감동을 또 먹게 되는구나..ㅎ
점심을 먹고 경수 생각이 나서 빼꼼 우리 반에 들렸어. 다들 삼삼오오 모여서 즐겁게 이야기 하고 있더라고. 웬일로 우리 반 분위기가 이렇게 좋지?ㅎ 기분좋당ㅎㅎ
"경수야!!"
나의 부름에 아이들에게 파묻혀 있던 경수가 일어나서 나를 보았어. 손짓을 하니까 아이들을 재끼고 오더라고. 굳이.. 재끼고..?
무튼 내 앞에 선 경수가 웃으며 물었어.
"왜요?"
"어.. 어.. 잠시만 이리와 봐."
손을 잡고 나름 성큼성큼 상담실로 들어가서 문을 잠갔어. 그리고 자리를 가리키니까 웃으면서 앉더라고.
"선생님 박력 있으시네요."
"그럼. 원래 선생님들은 이런 박력 하나 쯤 가지고 있어야 해."
어이가 없는지 너털웃음을 흘리는 경수야. 왜에, 진짜 인데. 흠.. 뭐 그건 그거고. 본론을 말해야겠지..?
"있잖아.. 너가 스승의 날 때 거기를 나오도록 해 보겠다고 했잖아.."
"조직이요? 네."
"그거, 굳이 나랑 한 약속 지키려 무리 안 해도 된다구.. 음.. 기말고사 보고 곧 방학이니까 방학 때 선생님이랑 여러방면으로 알아보고,
나올 수 있도록 해보자. 어..때..?"
경수의 표정이 꽤나 심각해졌어. 그러더니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더라고. 다행이다..ㅎ
"애들한테 들었죠? 나 입양된 곳이 조직이라고."
"어? 아니.. 뭐.. 응.."
"제가 나오도록 해 볼게요. 들으신대로 조직이라서 위험해요."
"그치만..! 내 제자가.. 있는데.. 어떻게 내가.."
내 목소리는 점점 기어들어갔어. 경수도 그걸 느꼈는지 슬금슬금 웃더라고.
"제가 해보고 정 안되겠으면 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해볼게요. 그러면 됐죠?"
"요청 안 할 거잖아.."
"할 거예요. 나혼자 힘들면 당연히 해야죠."
"그래! 좋아. 약속해."
경수가 또 웃으며 약속을 했어. 서로 완벽하게 보관도 마치고 만족스러움에 경수를 마주보며 웃었지.
"귀엽다 진짜."
"아이! 아니라니까아. 쌤은 전혀 귀엽지 않아."
"그래요. 그럼 예뻐요."
"좋아. 차라리 그게 나아."
"그럼 예쁜 쌤 곧 종치니까 먼저 들어가 볼게요."
"어? 어.. 어... 공부 열심히 하고."
"네. 쌤 없던 홍조가 생기셨네요."
크게 웃으며 나가는 경수야. 아이씨.. 갑자기 얼굴은 빨개지고 난리야... 그나저나 저거 애들한테 또 말하겠지. 뛰어나가서 경수를 잡았어.
경수가 놀라서 날 보며 말하더라고.
"다리도 다치셨으면서 왜 뛰어요?! 부르지!"
"아.. 아.. 다음 부터는 부를게. 그리고 애들한테는 말하지 말아줘.."
"제가 왜요?"
"말하지 말아죠오.. 제발..."
"쌤은 예쁘니까 안 말해볼게요."
역시.. 끝까지 겁나 웃으면서 들어가는 경수야.. 그나저나 경수 저렇게 밝게 웃는 거 처음보는 거 같아.
맨날 미소짓는 거만 봤지. 아,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경수.. 진짜 안 말하겠지..? 점심시간 끝나는 종이쳐서 난 교무실로 향했어.
왜 이렇게 찝찝하고 그럴까..?ㅎㅎ 그래도 난 경수를 믿어..ㅎ
지금은 모든 수업시간이 끝나고 종례마저 끝난 시간이야.
나는 세훈이랑 둘이 상담실에 마주앉아 있어.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꺼내야 하나 막막해 하는데 세훈이가 먼저 물어.
"뭐가 궁금하신 걸까여?"
"음... 있잖아... 세훈이 너는 그 누나한테 들은 말 없어..?"
"음, 그래도 부모님이다?"
아.. 맞다. 그 누나라는 사람이 세훈이한테는 그런 말도 했었지? 아니 생각할수록 이상한 사람이네..
덕분에 세훈이는 아직 여기 멍도 안 나았고, 흉도 지고.. 아니, 뭐 고등학생 정도면 생각은 하고 말한 거겠지..? 나름대로..생각은 있었을 거야.
"그 누나가 한 말.. 말이야. 후회 안 해..?"
"예. 지금도 봐여. 아빠라는 사람이 그런 사람이어도 그 조그만 용기하나 못 내서, 나 아직도 신고 못 하잖아여."
"그래도.."
"그 누나는 날 잘 알았던 거겠져. 나보다 나를 더 잘 파악하고 있던 걸 거예여. 그 누나가 강제로 신고하자. 라고 했으면
난 아마 아빠 신고하고 평생 죄책감에 갇혀 살았을지도 몰라여. 지금에서야 이게 잘 못 됐다는 것을 깨닫고 신고를 하려고는 하지만, 아직도 용기가 안 나요."
그렇지.. 그 누나는 어쩌면 아이들보다 아이들을 더 잘 파악했을 수도 있어. 세훈이 말 들어보니 맞는 말 같기도 하네.
그래도 난 아직 모르겠어..
"음, 일단 그 누나 얘기 말고.. 세훈아. 너 혹시 민석이, 어떻게 생각해?"
"민석이여? 김민석이여. 그냥 걘 김민석인데."
"음, 뭐 별다른 건 없어?"
"왜여? 김민석이 나보고 별다른 말 했어여?"
"아니아니. 그건 아니구. 혹시 뭐, 민석이가, 뭐.. 리더십이 있다든지.. 뭐.. 그런 거?"
"아아, 그런 거여? 이건 뭐 내 개인적인 생각이니까. 김민석이 좀 형아부심이 있는 편인 것 같아여. 마음을 잘 읽어서 우리 상태가 어떤지,
우리 기분이 어떤지, 뭐 이런 것들을 가장 먼저 보는 편이니까 아무래도 츤츤대면서 더 챙겨주려고 하고, 마음도 깊고. 뭐. 그런 거 같아여. 제 생각에는."
"아, 그렇구나.. 다행이다."
진짜 다행이다. 민석이 노력을 알아주는 구나.
"뭐가 다행이에여?"
"아.. 그냥, 민석이 노력을 알아주는 구나 싶어서. 그 누나라는 분이 민석이한테 조금 더 차분한 민석이가 너희들을 잘 지켜보라고 말 했었데.
그렇게 지켜보다 보니까 너희들을 파악할 수 있던 거고. 혼자서 형 노릇을 하려니까 힘들었나봐.. 그래서 너는 민석이를 어떻게 생각하나 궁금했거든.
그렇게 생각해준다니 다행이라서..ㅎ"
"음, 이건 저만 아는 건데여. 그 누나가 죽기 전에 우리한테 다들 한 마디씩 해줬더라구요.
저 같은 경우는 아까도 말했다시피 그래도 부모님이다. 박찬열 같은 경우에는, 다른 의지할 것을 찾아라.
김준면 같은 경우에는 힘든 것을 잊을 만큼 다른 것에 몰두해라. 물론 이 두 새끼는 각자 흡연에 의지하고 음주에 몰두해서 문제지만.
아무튼 정말 어디 갈 것처럼 우리에게 한마디씩 해주더니. 얼마 후에 죽었어요."
"...아..?"
"마치 자기가 죽을 거란 걸 안다는 듯이. 그리고 더, 더 힘든 건.. 누나가 죽기 전에 계속 확인할거라 말했었거든여.
저는, 뭔지 모르겠어여. 누나 죽었다는 소식 들었을 때는 9살 그 어린나이인데도 죽음을 실감할 정도로 힘들었는데.. 아직도 누나가 왜 확인할 거라 했는지 모르겠어여.
누나는 왜 그런 걸까여, 쌤. 쌤은 알겠어여..?"
사실 나 되게 충격적이라서 지금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아. 뭔가 사고를 해야 되는데, 지금 그냥 텅 빈 느낌이야.
죽는 다는 것을 안 다는 듯이, 한마디씩 유언처럼 아이들에게 해주고, 그리고 계속 확인할거라 말했다?
정말.. 그 누나라는 사람은..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범주에서 노는 것 같아.
"나는, 조금 알 것 같아요. 유난히 누나가 보고 싶은 날이 있거든여. 애들이랑 과거 이야기 할 때, 누나 기일, 누나 나이 또래인 선생님을 볼 때."
"...아. 그럼, 힘들었겠다.."
"아니요. 좋았어여. 누나는 나쁜 추억이 아니니까. 이거 때문에 계속이라는 말을 쓴 것 같아요.
이렇게 시도 때도 없이 누나가 떠오르면 누나가 했던 말이 같이 떠오르거든요. 지금은 희미해졌지만 누나는 어록이 많은 사람이었어요.
아직 어린 저희에게 한 마디, 한 마디 신경 써서 말해줬었져. 마치 쌤처럼여."
"나..?"
"쌤 알게 모르게 저희한테 말할 때 되게 신경 써 주세여. 나한테 한 번도 부모님이란 말, 아빠라는 말 먼저 꺼낸 적이 없으시잖아여."
"아..."
그런 것을 다 알고 있구나.. 새삼 진짜 말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이제는, 뭔가 누나 말보다 쌤 말이 먼저 떠올라여. 하긴, 내가 아빠를 신고한다는 거 자체부터가 누나를 부정한 꼴이 되니까."
"아닐..! 껄..? 누나를 부정하는 게 아니라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잠깐 돌아보는 거야.."
"그래여. 그렇게 정정하져. 아무튼 난 그래여. 쌤이 더 좋아졌어여."
"...그렇게, 말하면.. 쌤은 아무런 말도 해줄 수가 없어. 쌤은 아직 초임이라서 어디까지가 제자라는 범위이고,
어디까지가 선생이라는 위치인지 잘 몰라. 그리고 아직은 교사라는 사명감이 훨씬 앞서 있는 상태고."
"무슨 말인지 알아여. 그럼 나도 쌤 존경이라는 말로 포장해볼게여."
"미안.. 나도 너에게 그 누나만큼의 영향력이 있는 사람인건 좋은데, 그 전에 나는 교사라서, 선은 있어야 할 것 같아.."
"다 알아여. 미안할 게 뭐있어여. 사람이 마음 가는데 이유 없는 거에여. 그것처럼 마음 안가는 데도 이유 없고.
그저 쌤이 저희를 호감으로 본다면 저희는 그걸로 만족해여."
세훈이가 활짝 웃더라고. 아까 살짝 눈물 고이더니 그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어. 뭐라고 해야 하나.. 아이들은 항상 그 누나를 떠올릴 때
눈물이 나는 듯 해. 세훈이가 말하길 나쁜 추억이 아니라고 했잖아. 나쁜 추억은 아니어도 아픈 추억은 맞는 것 같아.
그 사람을 떠올렸을 때 웃는 추억이 좋은 추억이지 이렇게 눈물이 나는 추억은, 그렇게 좋은 추억 같지도 않고.
그냥.. 내 개인적인 바람인데.. 아이들이 그 누나를 잊고,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어. 그게 안 된다면 적어도 좋은 추억만을 가진 채 그 누나를 떠올렸을 때 웃었으면 좋겠어.
이렇게 울지 말고.. 합격 했을 때의 기쁨의 눈물이 아닌 이상.. 난 내 제자가 우는 거 보기 싫어.
| 오우 종강!!!!! |
여러분 저 종강!!! 종!!!강!!!!! 종가아아아ㅏ아아앙!!!!!!!! 하.. 이게 꿈인가요..? 이게 꿈이라면 깨고 싶지 않습니다...★신나네요>< 뭐든 종강은 좋은 것이에여><
저번화에 민석이가 "아직 8살 뿐이 안 된 애들이, 고등학생 누나를 좋아한다고 표현하는 것이." 라고 말했었는데 이번화에 세훈이가 "누나 죽었다는 소식 들었을 때는 9살 그 어린나이인데도 죽음을 실감할 정도로 힘들었는데.."라고 말했죠? 아이들이 그 누나를 처음 본 것은 8살이었고 그 누나가 죽은 것은 9살이어서 그래요!ㅎㅎ
The Love...♥(언제나 받고 있으니까 가장 최근편에 [제로콜라]요런식으로 다가와 주세요!) 똥잠/콜덕/쌍수/매매/라임/체리/게이쳐/모카/빵/바람둥이/죽지마 코끼리/구금/메리미/세젤빛/나호/스젤졸/안녕/양양/체블/Luci 꽯뚧쐛뢟/찌즈/우리니니/뭉이/도비/곰탱이/하트./삼디다스/바닐라라떼 허니/타오네엄마/똥강아지/오호랏/우유퐁당/민석아찬열해/우유/워더 청포도/뀰/카프/세젤예/밍/홍합탕/까만원두/롤롤/해가빨리가장뜨는 시동/매쑝/설림/무민이/퐁퐁클린/4am/우럭우럭/네티첸/열페럿/이엘/여누 입꼬리/159/아말카
+그.. 이제 답글 달아드릴 수 있어욤..ㅎㅎㅎ오예!!! 스포할 것 같은 댓글만 아니라면 다 달아드리려고 노력하겠습니다!!ㅎㅎㅎ ++오늘 느낀건데, 전 이렇게 글 올리는 것을 1년 넘게 해 왔는데 왜 매번 떨릴까요..? 워메..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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