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주소 복사
모바일 (밤모드 이용시)
댓글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김남길 몬스타엑스 강동원 이준혁 엑소
스청? 마이베이비 전체글ll조회 891l 1
다시 정리해서 올리는 거고 내용은 같으니까 크게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 그래도 그전에 쓴 것보단 이걸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끝부분을 조금 수정했어요. 

모든 외국어는 번역기에 힘을 빌렸어요! 

 

 

 

 

 

 

 

 

 

 

 

 

 

 

 

 

 

 

 

 

 

1. 세계여행하기. 

2. 먹을 거 왕창 쌓아서 먹기. 

3. 혼자서 영화 보기. 

4. 외국인 남친 사귀기. 

 

 

 

 

 

 

 

 

 

 

나는 죽을 거야.  

이유는 없어. 

 

 

 

 

노트 앞에선 생각이 많아졌다. 무얼 써야 보람차게 인생을 끝낼 수 있을까. 그렇게 고심 끝에 쓴 목록은 고작 4번까지 쓰고 펜을 내려놓았다. 밑줄 쳐 놓은 건 쉽게 할 수 있는 사소한 것들뿐. 이제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만 남았다. 그리고 그 결과는 현재 준희를 캐나다로 이끌었다. 

 

 

벤치에 앉아 노트를 꺼냈다. 펜을 들었을 때 옆에서 단풍잎이 떨어졌다. 슬쩍 보고 다시 노트를 폈다. 

 

1. 세계여행하기. 

 

밑줄을 주욱 긋고 그 밑에 작은 글씨로 다시 써 내려갔다. 

 

말고, 캐나다만. 

 

 

 

 

산타의 고향이 캐나다라서 그런가.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니 조용한 동네였음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북적였다.  

자연이 아름다운 곳. 캐나다는 그런 곳이었다. 하지만 준희는 사람이 많은 건 싫었다. 사람이 없는 곳을 찾는 게 더 힘들겠지만 열심히 이동했고 겨우 한적한 마을을 찾았다. 정작 직접 지 발로 찾아온 당사자도 여기가 어딘지 모른다. 위험하고 한심해도 어쩌겠어. 준희는 오늘만 사는데. 

 

 

 

 

노트를 팔 안쪽에 끼고 걸었다. 사람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조용한 마을은 괜스레 소름이 돋게 했다. 하지만 준희의 마음은 한없이 편안했다. 걷다 보니까 발길을 멈추게 하는 가게가 나왔다. 고개를 옆으로 돌린 준희의 앞머리가 흩날렸다. 

 

 

" 시티 베이커리.. " 

 

 

' City bakery ' 라고 쓰여있는 작은 빵집이었다. 유리로 된 창문 안에서는 희미하게 빵을 포장하는 손이 보였다. 일주일 뒤가 크리스마스라 그런지 가게 앞에는 작은 트리가 있었다. 딸랑- 

 

문을 열자 위에 달려 있던 종이 울렸다. 포장을 하느라 바삐 움직이던 손이 멈추고 30대 정도로 보이는 주인이 고개를 들었다. 눈이 마주치자 미소를 지었다. 

 

 

" Bienvenue! " 

(어서 오세요!) 

 

 

프랑스어로 인사를 건네는 주인에 당황한 준희는 고개만 살짝 끄덕이고 빵이 있는 코너로 자리를 옮겼다. 프랑스어, 대충 읊어보기만 했지. 불어를 완벽히 해낼 자신은 없었다. 

 

 

준희의 어릴 적 꿈은 특이했다. 아니, 꿈이라기보단 로망에 가까웠다. 영화 속 여주인공처럼 단풍나무가 가득한 이곳에서 바게트 빵을 안고 조용한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원 없이 웃어보는 로망. 여러 빵들이 있었지만 준희는 바게트가 보이는 곳으로 곧장 직진했다. 바게트를 집으려고 했지만 그 순간 주인과 눈이 마주친 준희는 고개를 뻣뻣하게 돌렸다. 혼자 찔린 준희는 아무래도 마카롱이라도 같이 사야 할 거 같았다. 

 

에그 타르트와 치즈 타르트 등등이 있는 칸에는 마카롱이 있었지만 딱 초코맛만 빼고 진열되어 있었다. 취향이 확실한 준희는 초코 마카롱이 아니면 안 먹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주인에게로 눈을 돌린 준희는 망설이다가 주인을 불렀다. 기다렸다는 듯이 반응한 주인은 바로 준희에게로 다가왔다. 

 

 

" Excusez.. moi... chocolat 마카롱.. Oui..? " 

 

 

저 기억 너머 뇌를 더듬어 본 준희는 겨우겨우 한 글자씩 말했다. 주인은 처음엔 못 알아듣는 거 같은 표정을 지었지만 얼마 안가 아! 하고 깨달았다는 듯이 프랑스어로 뭐라 말하더니 안으로 들어갔다. 

 

 

" Je n'ai pas de macaron, mais j'ai quelque chose de similaire ▁! " 

(마카롱은 없지만, 비슷한 것은 있어요!) 

 

 

얼마 안가 주인이 들고 나온 건 울퉁불퉁한 동그란 과자였다. 마카롱과 비슷해 보이긴 했지만 마카롱은 아니었다. 주인이 자신의 말을 못 알아들은 건가? 싶었지만 굳이 정정하진 않았다. 핸드폰도 없어서 번역을 할 수도 없었다. 

 

 

" Dacquoise " (다쿠아즈) 

 

 

물음표를 띤 표정을 의식했는지 과자를 가리키며 말하는 주인이었다. 준희는 정확히 이해하진 못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같은 초코는 초코였기에 아까 봐놓은 바게트를 같이 올리고 계산했다. 

 

주인은 영화에서처럼 황토색 종이봉지에 빵들을 넣어줬다. 티는 안 냈지만 내심 설렌 준희는 숙소로 돌아가면서 한 입 먹어야지 하고 다짐했다. 

 

 

" Merci " 

 

 

문을 열고 나오려는데 뒤에서 딸랑- 소리가 났다. 분명히 아무도 없었는데. 이상함을 느낀 준희는 뒤를 돌아봤다. 흑발을 한 잘생긴 남자가 문 앞에 서있었다. 자신도 모르게 멍을 때리고 쳐다본 준희는 스치듯 마주친 눈에 민망해져 빵을 품에 안고 서둘러 나왔다. 남자는 순간 흠칫하는 거 같더니 문 앞으로 다가오자 옆으로 피했다.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나가서도 뒤통수가 따가웠다. 

 

 

 

 

 

 

 


사진 터치 후 저장하세요 

 

버킷리스트 

[이마크] 

 

 

 

 

사면서도 예상은 했지만 바게트를 다 먹지는 못했다. 하다못해 발라먹을 잼도 없어서 퍽퍽하고 딱딱한 바게트는 최악이었다. 그래서 조금 잘라서 접시에 그대로 두고 밖으로 나왔다. 이틀이나 같은 빵집을 찾아가는 여행객은 아마 드물 거다. 

 

딱히 정해놓은 일정이 없었기에 가능했다. 계획 없이 무작정 떠난 여행은 준희의 목표인 외국 땅 밟아보기 정도만 이뤄줬다. 당연한 거였지만 즉흥적으로 떠난 여행. 돌아가는 날도 즉흥적이었다. 그게 새벽이든 저녁이든. 

 

 

딸랑- 

짐작한 거였지만 역시 어제 봤던 사람은 주인이 맞았다. 준희를 알아봤는지 반갑게 맞이하는 인사에 고개를 끄덕였다. 태생이 소심해서 똑같이 반갑게 맞대응하지는 못했다. 

 

이번에는 초코 마카롱도 진열되어 있었다. 다쿠아즈는 맛있었지만 식감이 준희 취향에 맞지 않았다. 그렇게 초코 마카롱을 집으려다가 다시 거뒀다. 그리고 다시 손을 뻗었다. 약간 비스듬하게 뻗은 손은 초코 다쿠아즈를 집었다. 중독되는 맛이었다. 

 

 

사람이 드문 동네 빵집이었음에도 장사는 잘 되는 거 같았다. 왜냐하면 이번엔 자신이 찾는 잼이 없었다. 오렌지, 망고 등등 다른 잼들은 있었지만 준희는 딸기잼이 먹고 싶었다. 아쉬운 마음이 들어서 주인에게 여쭤보려고 고개를 들었다. 딸기잼이 아니면 안 됐다. 

 

입을 벌리려던 그때 뒤에서 딸랑- 종소리가 들려왔다. 어제와 같은 느낌. 준희는 고개를 돌렸다. 역시나 같은 남자였다. 저번부터 느낀 거지만 정말 존재감이 없었다. 

 

남자는 또 준희와 눈이 마주치더니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너무 쳐다봐서 그런가 싶어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깜짝 놀라서 다시 남자를 돌아봤다. 

 

 

"That's all our jam. " 

(우리 가게 잼은 그게 다예요.) 

 

 

잼 찾는 건 어떻게 알았는지 낮은 목소리로 말하는 남자였다. 남자는 주인과 다르게 영어를 썼는데 준희는 괜히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영어라면 자신 있었으니까. 

 

 

" Is that right? (그런가요?) "  

" That's too bad... (아쉽네요...) " 

 

 

준희가 작은 목소리로 말하자 남자는 살짝 웃는다. 그러곤 말했다. " How about cream cheese, not jam? (잼 말고, 크림치즈는 어때요?) " 

 

옆에 있는 작은 크림치즈를 가리켰다. 길쭉한 바게트에 비하면 한없이 작았다. 고민하는듯한 준희의 표정을 봤는지 다시 입을 여는 남자다. 

 

 

" Two cream cheeses can take over the Eiffel Tower. " 

(크림치즈 두 개면 에펠탑도 점령할 수 있어요.) 

 

 

말도 안 되는 남자의 말을 듣고 웃음이 터졌다. 입을 가리고 안 웃은척해 보지만 남자는 준희를 보고 다시 입을 열었다. 묘한 눈빛으로 저를 쳐다보는데 왠지 모를 소름이 돋았다. 

 

 

What's your name? 

(이름이 뭐예요?) 

 

 

 

 

 

 

숙소로 돌아와 넓은 침대에 누워 명찰을 만지작거렸다. 마크.. 남자의 이름은 마크였다. 간질 거리는 마음 한구석에 이불을 한 움큼 안으며 소리 없는 아우성을 내질렀다. 다시 본 명찰은 아무리 봐도 짜릿했다. ' Malk Lee ' 그의 이름이었다. 

 

 

준희, It's 시준희. 

(준희, 시준희에요.) 

 

준희? Your name is pretty. 

(준희? 이름 예쁘네요.) 

 

What is your name? 

(당신은 이름이 뭐예요?) 

 

 

Mark, Mark Lee. 

(마크요, 마크리.) 

 

 

뜬금없는 질문이었지만 준희는 자연스레 받아쳤다. 그러자 마크리라는 남자는 웃으며 말했다. 

 

 

" So you're going to buy cream cheese, right? " 

(그래서 크림치즈는 살 거죠?) 

 

 

 

 

영업왕 덕분에 크림치즈의 설득력에 넘어간 준희는 결국 두 개를 사고 나온다. 그런데 그가, 그러니까 마크가 따라나왔다. 

 

 

" This is a present. " 

(이거 선물이에요.) 

 

뜬금없이 선물이라며 손가락만 한 흰색 플라스틱을 내미는 마크다. 아, 자세히 보니 그의 이름이 새겨져있는 명찰이었다. 이걸 왜 주냐는 듯한 눈빛으로 올려다보자 그냥 웃는 마크다. 

 

 

I'm a Mark Lee, not a Malk Lee. 

(저는 몰크리가 아니라 마크 리거든요.) 

 

 

 

 

뭐, 명찰을 준다고 누군가에게 해가 되는 것도 아니지만 단순히 마크의 허전한 흰 셔츠가 눈에 띄었다. 그래도 주는 걸 보면 여러 개가 있나 보다 하고 가져왔다. 아까 마크가 한 말이 귀에 맴돌아서 자세히 들여다보니까 r이 아니라 l로 되어있는 이름이었다. 그제서야 준희는 아까 그 말이 이해가 되었다. 

 

" 몰.. 크리.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크는 초면인데도 자꾸 준희를 웃게 했다. 

 

 

 

 

 

 


사진 터치 후 저장하세요 

 

 

 

 

 

빵도 다 안 먹었고 크림치즈도 남아있었지만 다시 시티 베이커리를 찾아갔다. 마크가 한 말이 과장은 아니었는지 크림치즈 두 개가 은근 양이 많았다. 신기했지만 시티 베이커리만 이런 거 같았다. 그런데도 빵집에 매일 가는 이유는 말할 수 없었다. 마크의 휑한 흰 셔츠가 거슬렸다고 말할 수도 없었고. 마크의 잔잔하지만 높은 목소리를 한 번 더 듣고 싶다고도 못했다. 

 

그래서 말없이 찾아갔다. 가면 항상 마크가 의자에 앉아있었고 주인은 빵을 포장하다가도 준희가 오면 반겨줬다. 내가 귀찮지도 않은가. 이럴 때 보면 정말 둘이 닮았다. 저 둘은 가족도 아닌데. 

 

 

그날 이후로 빵집은 준희의 일상 중 하나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주인아주머니와도 - '세라'라고 한다. - 조금 친해졌다. 아직까지 프랑스어를 어려워하는 준희를 보고 세라는 영어를 유창하게 했다. 옆에서 마크는 벙찐 준희의 표정을 보고 깔깔 웃었다. 재밌나. 

 

 

 

 

" 오우~ 한국 사람이었어? " 

 

 

그러다가 준희가 한국인이라는 건 일주일이나 지난 시점에야 알아챘다. 오히려 편견 없는 마크가 출신지도 안 물어보기에 알고 있는 줄 알았던 준희는 몰랐다는 사실이 더 신기했다. 슬프지만 이곳까지 오면서 인종차별을 몇 번 겪어서 더. 

 

준희의 말을 들은 마크는 표정이 굳어지며 그런 놈들은 길 가다 얼음 물에 빠져봐야 한다면서 진심으로 위로해줬다. " 그래도 여기는 그런 사람이 적으니까 안심해~ " 아예 없을 수는 없지만. 

 

 

" 그래도 나는 이 동네가 좋아. 그래서 " 

 

 

조금 망설이다가 다시 말하는 마크는 덤덤했다. " 쉽게 떠날 수가 없어. " 그건 의미 있는 여행을 바라고 온 게 아닌 준희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원래 이런 애였나? 싶은 부분을 마크와 친해지는 며칠 동안 많이 발견했으니까. 무엇보다 편안했다. 

 

 

마크가 한국어를 잘하는 이유는 부모님이 한국 분이셔서 였고, 이 모든 건 마크가 스스로 해준 말이다. 마크의 대해 알아가는 게 좋았고,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면서 서로의 대해 알아가는 게 즐거웠다. 그럼에도 모순적인 건 서로의 나이를 몰랐다. 그런데도 말을 놓은 이유는 제일 기본적인 나이가 서로에게 중요하지도 않고, 상관도 없어서 일까. 

 

 

 

 

 

 


사진 터치 후 저장하세요 

 

 

 

 

 

" 준희, 내일모레 크리스마스이브잖아. " 

" 그날 광장에서 불꽃축제하는데 너도 올래? " 

 

 

어느새 크리스마스이브가 다가왔다. 챙겨온 옷들을 뒤적이다 가장 마음에 드는 옷을 꺼냈다. 무조건 따뜻하게 입는 준희였지만 크리스마스이브라서 그런가. 분위기를 내고 싶었던 건지 유일하게 가져온 치마를 꺼내들었다. 이 날씨에 얼어 죽으려고 작정한 거 같아 보일 수도 있겠지만 한겨울에도 내내 교복 치마를 입고 다니던 한국인이 시준희였다. 

 

살구색 스타킹을 신고 코트를 걸치고 빨간 목도리를 둘렀다. 평소에 안 하던 볼 터치까지 해서 더 추워 보였지만 상관없었다. 

 

 

 

 

광장에서 만나자고 했던 마크는 멀리서부터 손을 흔들었다. 광장엔 사람이 굉장히 많았는데 다른 쪽에선 한국인으로 보이는 커플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곳을 몇 초 바라보다 마크가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마크는 준희를 보고 놀란 표정을 했다. " 헤엑? 너 설마 치마 입고 온 거야? " 

너 얼어죽어!! 

 

 

마크의 말에도 뒷머리만 긁적이는 준희였다. 결국 한숨을 푹 쉰 마크는 겉옷을 벗어 다리에 덮어줬다. 그런데 갑자기 의문점이 생겼다. 마크는 처음 봤을 때부터 지금까지 흰 셔츠 외엔 한 번도 본 적이 없던 거 같다. 자기는 안 추운가. 

 

 

그때 하늘에서 펑- 펑- 거리는 소리가 났다. 사진을 찍던 커플도. 바닥에 돗자리를 펴고 앉아 있던 노부부도, 개를 데리고 조깅을 하던 모녀까지도 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바라봤다. 준희도 큰 소리와 하늘을 밝게 적시는 불꽃에 잡생각을 멈추고 고개를 뒤로 넘겼다. 

 

노란색, 분홍색, 빨간색 등등 여러 색깔이 섞여 터지는 불꽃은 너무 아름다웠다. 흰 눈 덮인 타지에서 보는 첫 크리스마스이브이자 불꽃이었다. 

 

 

" 예쁘다. " 

 

무의식적으로 내뱉은 말이었다. 마크가 고개를 돌려 준희를 쳐다봤다. 그러곤 혼잣말처럼 뭐라 말했는데 불꽃에 집중한 준희는 제대로 못 들었다. 

 

 

Toi aussi. 

(너도.) 

 

 

 

 

 

 


사진 터치 후 저장하세요 

 

 

 

 

 

그렇게 오지 않을 거 같던 크리스마스가 되었다. 그러나 광장에 가도 마크는 없었다. 아주머니께 묻고 싶었지만 하필 시티 베이커리는 불행하게도 크리스마스 날에는 문을 열지 않았다. 보통 크리스마스에 더 장사가 잘되지 않나. 이상했다. 

사정이 있겠지만. 아무것도 건지지 못한 채 숙소로 돌아왔다. 

이럴 때만큼은 핸드폰을 가져오지 않은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결국 오늘 저녁엔 혼자서 불꽃을 감상했다. 어제 봤던 커플도 다른 곳으로 간 건지 보이지 않았다. 아름답던 불꽃이 더 지루하게 느껴졌다. 괜히 더 춥게 느껴지는 날씨에 패딩을 꽁꽁 싸맸다. 혼자 봐서 그런가. 

 

 

크리스마스 바로 다음날이 되었다. 어제와 다르게 시티 베이커리는 문이 열려 있었다. 이번엔 마크가 있겠지 하고 달려갔다. 고작 하루인데 왜 보고 싶은 걸까. 

 

코앞까지 달려오다 급 브레이크를 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지 않아도 마크가 바로 앞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굳어있는 표정이 준희를 발견하자 무슨 일 있었냐는 듯 평소처럼 웃으며 반겼다. 

 

 

 

 

 

 

 

 

 

 

 

 

 

 

" 마크, 내가 비밀 하나 알려줄까? " 

 

 

벤치로 가 앉은 준희는 가방에서 다이어리를 꺼냈다. 그리고 마크에게 보여줬다. 수많은 작대기가 그어져있는 숫자 속에서 유일하게 그어져있지 않은 4번이었다. 마크는 바람 빠지듯 웃었다. 

 

 

" 왜 이건 안 그었어? " 

 

마크가 가리킨 건 4번이었다. 

 

4. 외국인 남친 사귀기. 

 

 

다이어리에 꽂혀있던 펜을 뽑아 슥슥 그었다. 그런 마크를 멍하니 쳐다보다 얼빠진 소리를 냈다. 뭐? 

그러자 마크는 준희를 보며 말했다. 

 

 

" 여기 외국인. " 

손가락을 자신을 향해 세웠다 . 

 

 

" And your boyfriend. " 

(그리고 네 남자친구.) 

 

갑자기 영어를 쓰며 손등으로 얼굴을 받쳤다 . 자기 자기 하더니 정말 자기가 되어버린 걸까. 2분 정도 벙 쪄있자 다시 입을 여는 마크였다. 

 

 

" 몰랐어? 내가 너 좋아하는 거. " 

 

아.. 설마 안 받아줄 거야..? 

 

 

자신만만할 땐 언제고 아차 싶은 표정으로 목소리가 작아지더니 입을 다물고 우물대며 말했다. 고양이를 볼 때도 무덤덤했는데. 귀엽다는 의미를 알게 되었다. 어떻게 그런 마크를 보고 안 받아줄 수가 있을까. 

 

 

준희는 턱 끝까지 벅차오르는 기분에 아무 말 없이 마크를 안아줬다. 그리고 서로를 멍하니 응시했다. 

" 나도야. " 

 

" 사랑해. " 

좋아한다 말하기 전에 사랑을 먼저 말해도 될까. 

 

 

그 말을 끝으로 둘은 서서히 가까워졌다. 잊지 못할 입맞춤은 차가웠다. 눈 오는 저녁, 서로는 서로에게 처음이었다. 

그러나 자꾸 속에서 울컥거리는 슬픈 입맞춤이었다. 

 

 

 

 

 

 

[이마크] 버킷리스트 | 인스티즈 

 

 

 

 

 

크리스마스를 기점으로 이 주일이 지났다. 어느새 모아놓은 알바비가 다 떨어져갔다. 이제서야 이곳에 계속 있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그러나 이제 슬슬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었다. 돌아가서 뭐 할지 대책도 없었다. 앞에서 말했듯이 준희는 버킷리스트를 지우고 죽을 예정이었으니까. 예상하지 못한 욕심은 소소했다. 이곳에 그러니까 마크와 함께 있고 싶다고.  

 

프랑스어도 많이 수월해진 상태였다. 마크가 많이 알려준 덕분에. 아쉬운 마음이 들 때쯤 세라가 한가지 제안을 했다. 

 

" Tu n'as pas envie d'être impliqué dans notre magasin ? " 

(우리 가게에서 아르바이트하고 싶은 생각 없어?) 

 

" En fait, c'était dur d'être seul. On dirait qu'il est temps de jouer avec quelqu'un. " 

(사실 혼자.. 하기도 힘들었고. 슬슬 누군가와 같이 할 때도 된 거 같거든.) 

 

혼자..? 무언가 이상하다고 느낄 때 뒤에서 누가 저를 불렀다. 돌아보자 마크가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또 기척 없이 다가온 너였다. 

 

 

이제야 모든 걸 알 거 같았다. 이렇게 바로 앞에 있는데도 세라가 마크를 쳐다보지 않는 이유와 세라와 함께일 때면 말을 잘 안 하던 마크. 

자꾸 위로 올라오는 울먹임과 슬픈 첫 키스. 크리스마스 날 사라진 너. 

그래, 이제야 알 거 같았다. 

 

 

 

 

 

 

 

 

[이마크] 버킷리스트 | 인스티즈 

 

 

 

 

 

 

 

" 마크, 내가 비밀 하나 알려줄까? " 

 

 

벤치로 가 앉은 준희는 가방에서 다이어리를 꺼냈다. 그리고 마크에게 보여줬다. 수많은 작대기가 그어져있는 숫자 속에서 유일하게 그어져있지 않은 4번이었다. 마크는 바람 빠지듯 웃었다. 

 

 

" 왜 이건 안 그었어? " 

 

마크가 가리킨 건 4번이었다. 

 

4. 외국인 남친 사귀기. 

 

 

다이어리에 꽂혀있던 펜을 뽑아 슥슥 그었다. 그런 마크를 멍하니 쳐다보다 얼빠진 소리를 냈다. 뭐? 

그러자 마크는 준희를 보며 말했다. 

 

 

" 여기 외국인. " 

손가락을 자신을 향해 세웠다 . 

 

 

" And your boyfriend. " 

(그리고 네 남자친구.) 

 

갑자기 영어를 쓰며 손등으로 얼굴을 받쳤다 . 자기 자기 하더니 정말 자기가 되어버린 걸까. 2분 정도 벙 쪄있자 다시 입을 여는 마크였다. 

 

 

" 몰랐어? 내가 너 좋아하는 거. " 

 

아.. 설마 안 받아줄 거야..? 

 

 

자신만만할 땐 언제고 아차 싶은 표정으로 목소리가 작아지더니 입을 다물고 우물대며 말했다. 고양이를 볼 때도 무덤덤했는데. 귀엽다는 의미를 알게 되었다. 어떻게 그런 마크를 보고 안 받아줄 수가 있을까. 

 

 

준희는 턱 끝까지 벅차오르는 기분에 아무 말 없이 마크를 안아줬다. 그리고 서로를 멍하니 응시했다. 

" 나도야. " 

 

" 사랑해. " 

좋아한다 말하기 전에 사랑을 먼저 말해도 될까. 

 

 

그 말을 끝으로 둘은 서서히 가까워졌다. 잊지 못할 입맞춤은 차가웠다. 눈 오는 저녁, 서로는 서로에게 처음이었다. 

그러나 자꾸 속에서 울컥거리는 슬픈 입맞춤이었다. 

 

 

 

 

 

 

[이마크] 버킷리스트 | 인스티즈 

 

 

 

 

 

크리스마스를 기점으로 이 주일이 지났다. 어느새 모아놓은 알바비가 다 떨어져갔다. 이제서야 이곳에 계속 있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그러나 이제 슬슬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었다. 돌아가서 뭐 할지 대책도 없었다. 앞에서 말했듯이 준희는 버킷리스트를 지우고 죽을 예정이었으니까. 예상하지 못한 욕심은 소소했다. 이곳에 그러니까 마크와 함께 있고 싶다고.  

 

프랑스어도 많이 수월해진 상태였다. 마크가 많이 알려준 덕분에. 아쉬운 마음이 들 때쯤 세라가 한가지 제안을 했다. 

 

" Tu n'as pas envie d'être impliqué dans notre magasin ? " 

(우리 가게에서 아르바이트하고 싶은 생각 없어?) 

 

" En fait, c'était dur d'être seul. On dirait qu'il est temps de jouer avec quelqu'un. " 

(사실 혼자.. 하기도 힘들었고. 슬슬 누군가와 같이 할 때도 된 거 같거든.) 

 

혼자..? 무언가 이상하다고 느낄 때 뒤에서 누가 저를 불렀다. 돌아보자 마크가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또 기척 없이 다가온 너였다. 

 

 

이제야 모든 걸 알 거 같았다. 이렇게 바로 앞에 있는데도 세라가 마크를 쳐다보지 않는 이유와 세라와 함께일 때면 말을 잘 안 하던 마크. 

자꾸 위로 올라오는 울먹임과 슬픈 첫 키스. 크리스마스 날 사라진 너. 

그래, 이제야 알 거 같았다. 

 

 

 

 

 

 

 

 

[이마크] 버킷리스트 | 인스티즈 

 

 

 

 

 

 

 

" 마크, 내가 비밀 하나 알려줄까? " 

 

 

벤치로 가 앉은 준희는 가방에서 다이어리를 꺼냈다. 그리고 마크에게 보여줬다. 수많은 작대기가 그어져있는 숫자 속에서 유일하게 그어져있지 않은 4번이었다. 마크는 바람 빠지듯 웃었다. 

 

 

" 왜 이건 안 그었어? " 

 

마크가 가리킨 건 4번이었다. 

 

4. 외국인 남친 사귀기. 

 

 

다이어리에 꽂혀있던 펜을 뽑아 슥슥 그었다. 그런 마크를 멍하니 쳐다보다 얼빠진 소리를 냈다. 뭐? 

그러자 마크는 준희를 보며 말했다. 

 

 

" 여기 외국인. " 

손가락을 자신을 향해 세웠다 . 

 

 

" And your boyfriend. " 

(그리고 네 남자친구.) 

 

갑자기 영어를 쓰며 손등으로 얼굴을 받쳤다 . 자기 자기 하더니 정말 자기가 되어버린 걸까. 2분 정도 벙 쪄있자 다시 입을 여는 마크였다. 

 

 

" 몰랐어? 내가 너 좋아하는 거. " 

 

아.. 설마 안 받아줄 거야..? 

 

 

자신만만할 땐 언제고 아차 싶은 표정으로 목소리가 작아지더니 입을 다물고 우물대며 말했다. 고양이를 볼 때도 무덤덤했는데. 귀엽다는 의미를 알게 되었다. 어떻게 그런 마크를 보고 안 받아줄 수가 있을까. 

 

 

준희는 턱 끝까지 벅차오르는 기분에 아무 말 없이 마크를 안아줬다. 그리고 서로를 멍하니 응시했다. 

" 나도야. " 

 

" 사랑해. " 

좋아한다 말하기 전에 사랑을 먼저 말해도 될까. 

 

 

그 말을 끝으로 둘은 서서히 가까워졌다. 잊지 못할 입맞춤은 차가웠다. 눈 오는 저녁, 서로는 서로에게 처음이었다. 

그러나 자꾸 속에서 울컥거리는 슬픈 입맞춤이었다. 

 

 

 

 

 

 

[이마크] 버킷리스트 | 인스티즈 

 

 

 

 

 

크리스마스를 기점으로 이 주일이 지났다. 어느새 모아놓은 알바비가 다 떨어져갔다. 이제서야 이곳에 계속 있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그러나 이제 슬슬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었다. 돌아가서 뭐 할지 대책도 없었다. 앞에서 말했듯이 준희는 버킷리스트를 지우고 죽을 예정이었으니까. 예상하지 못한 욕심은 소소했다. 이곳에 그러니까 마크와 함께 있고 싶다고.  

 

프랑스어도 많이 수월해진 상태였다. 마크가 많이 알려준 덕분에. 아쉬운 마음이 들 때쯤 세라가 한가지 제안을 했다. 

 

" Tu n'as pas envie d'être impliqué dans notre magasin ? " 

(우리 가게에서 아르바이트하고 싶은 생각 없어?) 

 

" En fait, c'était dur d'être seul. On dirait qu'il est temps de jouer avec quelqu'un. " 

(사실 혼자.. 하기도 힘들었고. 슬슬 누군가와 같이 할 때도 된 거 같거든.) 

 

혼자..? 무언가 이상하다고 느낄 때 뒤에서 누가 저를 불렀다. 돌아보자 마크가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또 기척 없이 다가온 너였다. 

 

 

이제야 모든 걸 알 거 같았다. 이렇게 바로 앞에 있는데도 세라가 마크를 쳐다보지 않는 이유와 세라와 함께일 때면 말을 잘 안 하던 마크. 

자꾸 위로 올라오는 울먹임과 슬픈 첫 키스. 크리스마스 날 사라진 너. 

그래, 이제야 알 거 같았다. 

 

 

 

 

 

 

 

 

[이마크] 버킷리스트 | 인스티즈비디오 태그를 지원하지 않는 브라우저입니다
사진 터치 후 저장하세요 

 

 

 

 

 

어릴 적부터 보면 안 될걸 보고 자랐다. 보통 사람이라면 보지 못해야 했다. 하지만 매일 보는 건 아니었다. 복불복의 확률로 보는 그것들은 준희를 만질 수 있었고, 그뿐만 아니라 다른 사물들도 만질 수 있었다. 그래서 어릴 적엔 그것들이 사람인 줄 알았다. 

 

주변에서 이상하게 보기 시작했을 때. 그때 깨달았다. 사람처럼 생기고, 사람처럼 행동하는 이것들은 사람이 아니었다고. 

그리고 3년 만에 다시 보기 시작했을 때. 올라오는 슬픔은 그걸 겪은 3년 전의 본능이 보낸 신호였다. 그는 사람이 아니야. 제발 사랑하면 안 된다고. 

 

 

" Sarah, tu connais Mark ? " 

(세라, 마크를 알아요?) 

 

놀라 동공이 커진 세라는 입을 벌렸다. 어떻게 아냐는 표정이었다. 항상 차분하고 친절하던 세라의 흔들리는 표정은 처음이었다. 

 

 

" C'est à cause de Mark que vous n'avez pas ouvert le magasin à▁Noël ? " 

(크리스마스에 가게를 열지 않는 이유가 마크 때문인가요?) 

 

세라에게 제작년 크리스마스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진실이었다. 당장이라도 준희를 내쫓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떨리는 목소리를 최대한 감춘 채 어색한 프랑스어로 묻는 그녀는 도저히 자신을 골탕 먹이려 질문하는 거 같지 않았다. 

 

 

 

 

산타가 태어난 날이면서도 누군가를 잃은 날이었다. 

 

바닥엔 피로 물든 명찰만이 유일하게 금도 가지 않고 멀쩡했다. 

 

 

다쿠아즈를 굽는 법을 배우기 위해 재료를 사러 갔던 소년이 있었단다. 바쁜 크리스마스 날에 주인인 세라보다 더 바쁘게 일을 하던 아이였다. 언제나 열심히였지만 힘들지도 않은지 언제나 씩씩하던 그 소년. 

 

어느 날 갑자기 선물처럼 나타난 소년. 

세라가 말하는 소년은 마크였다.
 

 

 

 

 

세라는 긴 얘기를 마치고 준희에게 파란색 다이어리와 깨끗해진 명찰을 내밀었다. 'Mark Lee ' 'l'이 아닌 'r'이었다. 제대로 새겨진 이름이었다. 몰크 리가 아니라 마크리. 

 

 

그녀가 한 말들을 온전히 믿을 수는 없었다. 마크의 형상을 한 귀신이 바로 옆에 있다는 말은 쉽게 믿을 수 있는 말이 아니었다. 

하지만 세라는 짧은 시간이라도 사람 보는 눈은 정확했다. 처음 봤을 때부터 확고했다. 저 아이는 사기를 칠만한 인물이 아니다. 그런 사기를 칠 이유도 없었다. 그리고 저 눈빛은 거짓말을 할 아이가 아니란 걸 알려줬다. 그걸 세라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건넸다. 그 다이어리를. 마크는 말없이 둘을 바라봤다. 다이어리를 받고 인사를 한 준희는 밖으로 나왔다. 세라도 혼자 있을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밖으로 나온 둘은 벤치로 가 앉았다. 버킷리스트를 수정했던 곳이기도 했고, 준희가 제일 처음 앉은 장소이기도 했고, 둘의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알고 있는 의자이기도 했다. 옆으로 단풍잎이 떨어졌다. 마크의 머리 위로 내려앉았다. 사물과 접촉이 가능한 존재. 그게 준희가 보는 무언가였다. 

 

 

bucket list 

 

크게 쓰인 글씨는 서툴렀지만 완전히 악필은 아니었다. 

 

01. I went to Korea to watch a movie that was released recently. 

(01. 한국 가서 최근 개봉한 영화 보기.) 

 

02. Traveling domestically in Korea. 

(02. 한국에서 국내 여행하기.) 

 

03. To realize your dream in Korea. But anything is fine. 

(03. 한국에서 꿈 이루기. - 뭐든 좋다. -) 

 

04. Invite your parents to the wedding! 

(04. 결혼식에 부모님 초대!) 

 

 

마지막 문단을 보고 눈물을 참지 못해 쏟았다. 딱 마크다운 리스트였다. 생각이 멈추는 거 같았다. 눈물이 더 터져 나왔다. 

참아왔던 눈물이 울컥 터졌을 땐 멈추는 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마크는 그런 준희의 등을 토닥여주고 싶어도 하지 못했다. 

 

 

파란색 다이어리가 눈물에 젖어 남색이 되어갔다. 옆에는 마크가 있었지만 이번엔 단풍잎 통과하며 떨어졌다. 만질 수도 없으니 닿을 수가 없었다. 그저 옆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밑으로 써지는 글씨. 

 

 

05. 준희와 같이 불꽃놀이 보기. 

 

06. 준희와 손잡기 

 

07. 준희와 포옹하기 

 

08. 위에 있는 모든 거 다하기. 

 

 

" 준희야, 모든 소원을 이루고 가는 건 불행하지 않아. " 

 

 

무덤덤하게 말하던 마크도 결국 고개를 숙였다. 그전부터 마음의 준비를 해왔다. 혼자 해왔다. 뒤늦게 깨달은 게 있었다. 그날의 고백과 차가운 온기. 그리고 옆에서 오열하는 준희를 보고 알았다. 내가 이기적이었다. 모두에게 상처를 줬다. 

 

" 다가가서 미안해.. 미안해... " 

 

 

울지마. 

 

점점 희미해져가는 마크가 무서웠다. 안고 싶어도 통과하는 팔이 무서웠다. 뺨에 닿지 않는 손이 화가 났다. 

그때 마크와 눈을 맞췄다. 그건 평생 마음에 담고 갈 울음을 참으면서도 확고하고 단단했던 눈빛이었다. 

어릴 때부터 그런 것들을 봐온 게 원망스러웠고, 후회스러웠다. 그러면서도 그를 사랑하게 해준 것에 감사해야 하는 건지 헷갈렸다. 

 

어린 나이에 그렇게 된 네가 안타까워서 나는 울었다. 귀신을 사랑해버린 내가 멍청해서 울었다. 앞으로 보지 못한다는 사실에 한스러워 울었다. 그래도 그와 함께 그의 마지막을 내가 배웅할 수 있다면. 그거라도 좋았다. 

 

 

마크야, 좋은 추억 만들어줘서 고마워. 처음이 아닌 마지막을 장식해줘서 고마워. 다음엔 꼭 나를 먼저 만나러 와줘. 나도 너를 잊지 않을게. 

 

그럼 안녕. 

 

 

 

 

 

 

 

 

[이마크] 버킷리스트 | 인스티즈 

 

 

 

 

 

그가 펜을 들어 줄을 그었다. 동시에 내 마음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그를 보내고 생각했다. 살아야겠다. 어떻게든 살아서 그의 버킷리스트를 이뤄줘야겠다.  

 

왜 몰랐을까. 이제야 이상했던 부분들이 퍼즐처럼 맞춰지기 시작했다. 

 

 

4. 외국인 남자친구 만들기. 

5. 남자친구 버킷리스트 이뤄주기. 

 

06. 준희와 같이 불꽃놀이 보기. 

 

07. 준희와 손잡기. 

 

08. 준희와 포옹하기. 

 

09. 위에 있는 모든 거 다하기. 

 

그가 새로 쓴 리스트는 다 나와 관련된 것들이었다. 후회란 없었다. 그는 그렇게 갔다. 

 

 

왜 나였을까. 짧은 시간이었음에도 사랑이란 걸 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긴 이별을 했다.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미지수였다. 하지만 그는 말했다. 희망을 잃지 말라고. 

 

이제는 내가 대신해줄 수 있는 거 밖에 남지 않았다. 

 

 

10. 한국 가서 최근 개봉한 영화 보기. 

 

11. 한국에서 국내여행하기. 

 

12. 한국에서 꿈 이루기. (뭐든 좋다.) 

 

13. 결혼식..에 부모님 초대. (이건 지운다.) 

 

내 차례였다. 마크는 불행을 보기 전에 행복을 찾으라 했다. 행복이 사라지면 떨어지는 덩어리라도 잡으라 했다. 그 덩어리라도 좋았다. 조금이라도 밝은 빛이 내 옆에 있어준다면 그걸로 됐다. 

 

 

사랑해, 마크야. 

 

Dear. My last love 

 

 

 

 

 

 

 

 

 

 

 

 

 

 

 

 

 

 

 

 

 

 

 

 

 

 

 

 

 

💚💚

이런 글은 어떠세요?

 
독자1
오랜만에 좋은 작품 잘읽엇어요!!! 감사합니다!!
4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분류
  1 / 3   키보드
필명날짜
      
      
      
      
      
엔시티 [정재현/나재민] 호구를 자처 12 네오시리 09.15 11:15
엔시티 [정재현/나재민] 엔딩을 부탁해 1 네오시리 03.12 00:09
엔시티 [정재현/정윤오] 내 남자친구에게 야옹아앍 03.04 21:51
엔시티 [정재현/나재민] To my first3 네오시리 03.04 16:32
엔시티 [엔시티드림/이제노] 기억의 너 011 하프은 01.30 01:11
엔시티 [NCT/도영] Hate Everything3 이도시너와나 10.26 15:17
엔시티 [엔시티/정재현] 오빠 친구 中 12 차이기 10.02 03:25
엔시티 [엔시티/정재현] 오빠 친구 上4 차이기 09.18 18:00
엔시티 [nct/정재현] 가슴아픈 나쁜남자... 정윤오가 보고 싶어요1 jayjayjay 09.13 02:17
엔시티 [nct/정재현] 나 그 짝남이랑 연애해 jayjayjay 03.13 05:00
엔시티 [NCT/정우] 모든 기억이 지워진다고 해도, 너를 사랑할게 02 이도시너와나 02.25 14:28
엔시티 [nct/정재현] 3년 동안 짝사랑한 짝남이랑 썸타게 됨6 jayjayjay 02.14 03:06
엔시티 [NCT/재현] 당신은 이별을 해요. 나는 사랑을 할 겁니다 183 이도시너와나 10.22 13:45
엔시티 [NCT/도영] 다시 여름이었다 061 이도시너와나 10.22 12:38
엔시티 [NCT/이민형/김정우/문태일] 유자플레이버 084 루총총 10.02 18:03
엔시티 [NCT/태일] 킬러뱅뱅 특별편 ; IF ; 태일편 上 루총총 09.27 22:15
엔시티 [NCT/홍일점] 얼레벌레 공대 건축학도 TALK 52 덩우두둥탁 09.18 13:33
엔시티 [NCT/재현] 당신은 이별을 해요. 나는 사랑을 할 겁니다 173 이도시너와나 09.12 14:13
엔시티 [NCT/홍일점] 얼레벌레 공대 건축학도 TALK 45 덩우두둥탁 09.09 20:29
엔시티 [NCT/홍일점] 얼레벌레 공대 건축학도 TALK 36 덩우두둥탁 09.04 13:10
엔시티 [NCT/홍일점] 얼레벌레 공대 건축학도 TALK 24 덩우두둥탁 09.01 20:54
엔시티 [NCT/홍일점] 얼레벌레 공대 건축학도 TALK 16 덩우두둥탁 09.01 09:40
엔시티 [NCT/홍일점] 얼레벌레 공대 건축학도 TALK Pro5 덩우두둥탁 08.28 18:59
엔시티 [NCT/?] 환승연애 TALK 023 뚜슈 08.28 16:47
엔시티 [NCT/?] 환승연애 TALK 019 뚜슈 08.27 00:02
엔시티 [NCT/재현] 당신은 이별을 해요. 나는 사랑을 할 겁니다 1610 이도시너와나 08.25 01:21
엔시티 [NCT] 재민이랑 연애하면 이런 느낌일 거 같다 2 글은못쓰지만짤.. 08.01 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