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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로맨스
w.챼리




박지민, 전정국. 이 양심도 없는 새끼들.

남의 집에 쳐들어와서 남의 침대에 올라와 남의 이불까지 덮고 잤으면 양심상 적어도 해장 할 라면 정도는 지들이 알아서 사와야 하는 게 아닌가? 라면 사오기 내기 가위바위보라며 굳이 나를 낀 두 놈들은 미리 짜기라도 한 듯이 둘 다 주먹을 냈다. 그 사이에서 혼자 가위를 낸 나는 둘의 손에 밀려 찌뿌둥한 몸을 이끌고 밖으로 나와야만 했다. 박지민은 진짬뽕 아니면 안 먹는다고 했고 전정국은 진라면만 아니면 된다고 했으니까, 나는 둘을 모두 생각해서 진라면을 사가야지 생각했다. 아직도 지끈거리는 머리를 잡고 터덜터덜 걷는 중에 핸드폰 알림이 울려 확인해보니 윤기 선배에게서 온 문자였다.




- 잘 잤어?




넹 선배는요? 라고 짧게 답장을 하고 주머니에 손을 꽂았다. 종종 걸음으로 편의점을 향해 걷는데 아직 술이 다 깨지 않아서인지 스텝이 살짝 꼬였다. 평소보다 느리게 돌아가는 머리가 스텝이 꼬였단 걸 알아챘을 땐 이미 몸이 바닥 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어어, 하면서 주머니에서 손을 빼고 그나마 날렵하게 손으로 바닥을 짚으려는 순간, 앞에서 튀어나온 팔 하나가 내 몸을 잡더니 나를 쑥 일으켰다.




“정신 좀 차려.”
“어?”




뭐지? 꿈인가 싶어서 눈을 부비고 앞을 보니 방금 전까지 내게 문자를 보냈던 윤기 선배가 서 있었다.




“해장 시키러 왔어.”




저 해장 시키러 주말 아침에요? 내가 놀라 묻자 선배는 내 어깨에 팔을 턱 얹고 말했다. 그럼 내가 여길 왜 와. 나는 선배의 집과 내 자취방 사이의 거리를 가늠해보았다. 버스를 탔다면 두 시간이고 차를 타고 왔다고 해도 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분명 두 시간 걸리는 버스를 타고 왔을 것이었다. 선배는 술을 마신 다음 날엔 운전을 하지 않는다고 했었기 때문이다.




“어제는 별 일 없이 잘 들어갔어?”




입꼬리를 부드럽게 올려 웃은 선배가 눈을 마주쳐 오며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어제 날 데려다 준 건 김태형이었구나.




“근처에 해장국집 있나?”
“저 안 그래도 라면 사러 가고 있었는데. 아, 그럼 이렇게 된 거 저희 집에 가서 감자탕같은 거 시켜 드실래요?”
“너희 집? 자취방?”




윤기 선배가 재차 되묻더니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쳐다봤다. 불편하시면- 하고 내가 입을 다시 떼자 다소 큰 동작으로 손을 내저은 선배가 어색한 발걸음으로 앞서 걷기 시작했다. 선배는 로보트처럼 다리와 팔을 동시에 움직이고 있었다. 나는 이 선배 왜 이래, 하면서 뒤따라 걸었다. 윤기 선배가 그런 이유는 5분 뒤 내 자취방 문을 열고 나서야 알 수 있었다.




“엥?”




윤기 선배는 자취방 문을 열고 바로 보이는 두 사람, 머리는 산발을 해서 퉁퉁 부은 눈으로 무슨 라면을 사왔냐 소리지르며 달려나오는 그 두 명을 보고 현관에 서서 한참 웃음을 터뜨렸다. 생각해보니 얘네가 집에 있다는 걸 말하지 않았던 거였다.




“아, 얘들은 어제 같이 논 친구들이요. 저 없어져서 걱정 된다고 왔다가 여기서 잤대요. 박지민은 아시죠?”
“형! 오랜만이네요.”
“어어, 그래.”
“얘는 전정국. 스포츠과학과고, 태형이 사촌 동생이예요.”




윤기 선배는 한참을 웃다가 느긋한 동작으로 신발을 벗고 들어오며 정국이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정국이는 나와 선배를 번갈아 보며, 라면 사오라고 내보냈더니 남자를 데리구 들어왔네여. 했다. 장난스러운 말투에 윤기 선배가 풉 하고 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안녕하세여. 저는 전정국이에여. 알고는 있었지만 여주 누나는 주변에 진짜 남자밖에 없네여.”
“그런가?”
“넹. 집에 있던 우리도 남자, 데리고 들어온 사람도 남자, 이제 곧 올 사람도 남자.”
“누가 또 와?”




내가 선배를 따라 들어가며 묻자 정국이가 대답했다.




“아, 제가 방금 태형이 형도 불렀어여.”
“걔는 왜?”
“어제 같이 놀았는데 따돌리는 것 같자나여.”
“걔가 온대?”
“몰라여. 오겠져. 집도 근천데.”




정국이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문 밖에서 우당탕탕 하는 소리가 들렸다. 정국이가 어깨를 으쓱이면서 왔네여. 하자 마자 누군가 우리 집 문을 체감상 1초만에 다섯번을 두드리더니 도어락을 열어 비밀번호를 누르기 시작했다. 내가 놀라서 얼어있는 사이에 도어락이 풀렸고, 문이 열리고 까만 머리통이 쑤욱 들어왔다.




“전, 하아, 전정국 여기 있어?”




뛰어온 건지 숨을 몰아 쉬던 김태형이 놀란 표정으로 집을 둘러보더니 이내 문을 확 열고 집 안으로 들어왔다.




“…형은 또 왜 이 아침부터 여기 계세요.”




씻다가 나오기라도 한 건지 머리에선 물기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돌려 정국이를 쳐다봤다. 도대체 뭐라고 했길래 쟤가 저렇게 유난을 떨면서 뛰어온 거야? 라고 눈으로 물었지만 정국이는 알아듣지 못한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 했다.




“나는 여주 밥 사주러 왔다가.”
“아…”
“너 근데 여주 집 비밀번호는 어떻게 알았어?”




윤기 선배가 조금 굳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래. 그건 나도 궁금하네. 내가 고개를 돌려 쳐다보자 김태형은 이마를 긁으며 대답했다.




“김여주 니 생일이잖아. …뭐, 그냥 혹시나 해서 카톡 프로필 보고 눌러봤더니 맞던데. 야. 안 그래도 그 얘기 하려고 했다. 요즘 누가 비밀번호를 자기 생일로 하냐? 아주 그냥 아무나 들어오세요, 하지 그러냐. 애가 겁이 없어. …그래서, 다들 여기 왜 있는데?”




잔소리를 잔뜩 늘어놓으며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온 김태형은 어쩐지 민망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어느새 침대 뒤에 숨어 얼굴만 빼꼼히 내놓고 있는 정국이는 김태형의 차가운 시선이 닿자 허허 하고 웃었다. 정국이가 우리는 여주누나가 갑자기 없어졌길래-로 시작해서 상황을 주절주절 설명하는 동안 박지민은 냉장고에 붙은 책자를 뒤적거렸다.




“그럼 감자탕 시킬까?”
“어, 이미 내가 시켰어. 좀 전에.”
“오올 윤기형. 대기업 플렉스.”




주소는 어떻게 알았냐는 내 물음에 선배는 들어오면서 몇 번지인지 봐두었다고 대답했다. 형님 되게 세심하시네여. 박수까지 쳐대며 선배를 띄우는 정국이는 여전히 김태형의 차가운 시선을 모른 척 하고 있었다. 너는 이따가 보자. 김태형의 잇새로 화가 난 듯한 작은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도대체 뭐라고 한 건지 나도 좀 알아야겠어. 나도 정국이에게 눈빛을 보냈지만 정국이는 내 눈빛도 못 본 척 했다.

박지민은 자연스럽게 마리오 카트 cd를 찾아 꺼냈다. 쟤는 우리 집만 오면 저거 하더라. 나는 아직도 속이 좋지 않아서 꿀물을 한 잔 타서 침대에 걸터 앉았다. 잠시 뒤 정국이와 김태형이 박지민의 양 옆에 앉았고, 부스터를 쓰라느니 지름길로 가라느니 하면서 끼어들기 시작했다. 박지민이 계속 구렁에 빠지자 보다 못한 김태형이 조이스틱을 빼앗는 순간 집을 구경하던 윤기 선배가 물었다.




“여주야, 나 이거 봐도 돼?”




윤기 선배의 손에는 작은 앨범이 들려있었다. 나도 어디에 놨는지 기억도 안 나는 앨범이었다. 보나마나 어릴 때 사진이나 몇 장 있을 거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윤기 선배가 침대에 걸터 앉아 앨범을 펼치자 게임에 집중하고 있던 정국이와 김태형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tv 화면의 캐릭터는 진즉에 벽에 부딪혀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와, 완전 애기네. 엄청 귀엽다.”
“그러게여. 역시 여주누난 어렸을 때부터 완성형 미모.”
“헐. 이것 봐. 존나 귀여워… 중학교 입학식이래.”




어느새 박지민까지 껴서 남자 네 명이서 손바닥만한 작은 앨범을 구경하고 있었다. 나는 널어두었던 빨래를 걷으려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 순간, 귀엽다거나 웃기다는 말이 섞여있던 모두의 말이 동시에 끊겼다. 나는 빨래를 향해 손을 뻗다 말고 몸을 돌렸다. 남자 네 명이 전부 나를 쳐다보고 있었고, 그 중에서도 정국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한 손으론 입을 가린 채였다. 내가 왜? 하고 입모양으로 물으니 정국이가 손을 오버스럽게 달달 떨며 앨범을 내 얼굴 앞에 가져다 댔다.




“누나… 이게 대체 뭐예여……?”




정국이가 내밀은 앨범의 왼쪽 페이지에는 고등학교 교복을 입고 웃고있는 내가 있었다. 그리고 다들 놀란 표정인 이유인, 오른쪽 페이지에는, 서로 이마를 맞대고 카메라 쪽을 쳐다보며 장난스럽게 웃고 있는 김태형과 나의 사진이 있었다. 순간적으로 앨범을 확 뺏어 이불 밑으로 숨겼지만 이미 다들 사진을 정확히 본 뒤였다. 김태형은 다른 곳을 쳐다보며 볼을 긁었고, 윤기 선배는 헛기침을 했고, 박지민은 웃음을 참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정국이는 여전히 입을 떡 벌리고 있었다. 그렇게 몇 분간 계속 된 정적을 깬 것은 또 정국이었다.




“누가 설명 좀?”




정국이가 그렇게 말하며 우리를 번갈아 쳐다봤다. 다들 딱히 놀라지 않은 걸 깨달은 정국이의 눈에 배신감이 반짝 스쳐 지나갔다.




“너 몰랐구나. 몰랐을 거라고 생각 하긴 했어.”
“다들,”
“둘이 고등학생 때 사귀었잖아.”
“다들 알고 있었어여…?”




박지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허얼! 하고 소리를 지른 정국이는 몇 번 더 헐, 말도 안 돼, 그럴리가 따위의 말들을 중얼거리면서 뒷걸음질을 치더니 갑자기 고개를 갸우뚱 하고 그랬다.




“태형이형 고등학생 때 여자친구 한 명이었는데?”
“그니까 그게,”
“헐! 그럼 설마 누나가 그 썅년…?”
“썅년?”




정국이는 말을 하다 말고 다시 손으로 입을 가렸다. 썅…뭐? 내 물음에 급하게 반응한 건 김태형이었다.




“3년이라고 한 거 아냐?”
“맞아여. 3년. 3년 사귀었잖아여.”
“썅년이라고 한 것 같은데.”
“아닌데… 진짜 아닌데.”




정국이가 어색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하지만 그 순간에 나는 보았다. 김태형이 팔꿈치로 정국이의 옆구리를 찌르는 걸. 그랬구나. 나 썅년이었구나. 김태형이 지 사촌 동생한테 날 그렇게 소개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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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는 모르는 이야기2




“형, 또 울어?”
“느그르(나가라)…….”
“형. 세상에 여자는 많아.”




정국이 문지방에 서서 말하자 베개에 얼굴을 묻고 있던 태형이 얼굴을 들었다. 화난 표정의 얼굴은 눈물 자국으로 엉망이었다.

이제 중학교 3학년에 올라가는 전정국은 과고를 목표로 하는 모범생이었다. 그리하여 빡세게 1년 공부하기 전 마지막 겨울 방학을 누구보다 알차게 보내리라 생각했다. 또래에 비해 어른스러웠던 정국은 저보다 네 살 위인 사촌형 태형과 정신연령이 얼추 맞았다. 태형은 무뚝뚝하긴 해도 정국이 가장 좋아하는 형이었다. 그래서 이번 방학엔 형과 게임도 하고 인생 얘기도 좀 나누면서 보낼 생각이었다.

올 해 대학에 들어간 형의 자취방에 놀러온 정국은, 기대했던 알찬 겨울 방학을 보낼 수 없게 되었음을 알게 되고 얼굴도 모르는 여자를 마구 저주했다. 얼마 전 태형은 3년이나 사귄 여자친구와 헤어졌다고 했다. 정국은 스무살 씩이나 되어서 하루종일 침대에 누워 훌쩍이고 있는 형이 너무 어색했다.

왜 차였는데? 형이 바람 폈어? 형이 연락 안했어? 형이 때렸어어어어? 정국은 당연히 태형이 무언가 잘못을 했을거라고 여겼다. 그렇지 않다면 무지 잘생긴 데다가, 착하고, 인 서울로 대학도 갔으니 능력도 이만저만 좋은 형이 여자한테 실연을 당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아 나도 몰라아… 그냥 갑자기 헤어지재. 너 빨리 나가.”




태형의 말을 들은 정국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오호라. 갑자기 헤어지자고 했단 말이지.




“그 누나가 다른 남자 생긴거 아냐?”
“득츠그 느그르그 흤드….(닥치고 나가라고 했다)”




팔짱을 끼고 생각에 잠겨있던 정국이 콧등의 안경을 중지 손가락으로 올렸다. 정답 나왔어. 그 누나… 정국의 말에 태형이 베개에 파묻었던 얼굴을 다시 들었다.




“썅년이네.”
“……뭐?”
“그 누나. 썅년이라고.”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정국을 쳐다보는 태형의 얼굴은 눈물과 콧물로 푹 젖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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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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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잘 먹을게요!”
“야야. 집주인부터.”




윤기 선배는 박지민의 손등을 때리고 제일 큰 덩이를 집어 내 그릇에 놓아주었다. 나는 별로 입맛이 없었지만 성의를 봐서 고기 한 덩이를 크게 입에 앙 물었다. 그러자 선배가 웃으며 내 머리를 살짝 쓰다듬었다. 부쩍 자연스러워진 스킨십에 적응하지 못하고 눈알을 도로록 굴리다가 김태형과 눈이 마주쳤는데, 김태형은 어색하게 내 시선을 피했다. 

아직도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정국이는 박지민이 먹고 버린 뼈다귀를 집어 들고 쪽쪽 빨고 있었다. 내가 정신을 차리라는 의미에서 꿀밤을 살짝 때리자 이마를 문지르던 정국이가 갑자기 테이블을 탁 치고 일어나더니 말했다.




“잠깐만, 근데 그럼 지금은 뭐야?”




그렇게 말하는 정국이의 두 손이 나와 김태형을 가르켰다.




“둘이 지금 썸 타는 거 아니었어? 그럼 설마 재결합?!”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고 앉아서 밥이나 쳐먹어.”




김태형은 아직도 정국이에게 앙금이 풀리지 않았는지 쳐다보지도 않고 차갑게 말했다. 내가 먼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하려고 했는데 이게 선수를 치네. 괜히 기분이 상해 원래도 없던 입맛이 뚝 떨어지는 것이었다. 속이 안 좋다는 핑계를 대고 자리에서 먼저 일어나니 윤기 선배의 걱정어린 시선이 따라붙었다. 나는 괜찮다는 의미에서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그릇들이 거의 비워지고, 내가 테이블을 치우기 시작하자 다들 자기가 먹은 그릇을 정리하고 자연스럽게 다시 tv 앞으로 가서 앉았다. 나는 다 먹었으면 집에 좀 가라고 소리를 질렀지만 누구도 듣는 척도 하지 않았다. 그나마 윤기 선배만 내 눈치를 조금 봤다.

테이블을 다 치우고 가니 내기병에 걸린 박지민이 또 내기를 하자는 얘기를 하고 있었다. 이름하야 김여주와 그녀의 남자들 배, 소원 들어주기 내기. 종목은 마리오 카트 개인전 이란다. 말 그대로 내기는 마리오 카트 개인전으로 진행 되고, 꼴등이 1등의 소원을 들어주는 내기라고 했다. 나는 뭐 그딴 걸 하냐고 했는데 날 제외한 나머지는 이미 손가락을 풀고 있었다. 나는 참여하지 않으면 자동 꼴등이라는 말에 어쩔 수 없이 그 옆에서 손을 풀었다.

경기는 꽤나 치열했다. 이런 게임엔 젬병이었던 내가 꼴찌를 한 건 놀랍지도 않았고, 1등은 아주 치열한 접전 끝에 나왔다. 첫 경기에서 정확히 동 시간대에 들어온 김태형과 윤기 선배가 재경기를 진행했다. 도대체 이게 뭐라고 손바닥의 땀을 연신 닦아내며 집중하는 둘을 한심스럽게 쳐다보는 건 오로지 내 몫이었다. 결국 1등은 0.02초 차이로 민윤기를 꺾은 김태형이 가져갔다.




“아싸!!”
“참… 좋기도 하겠다.”




허공에 주먹을 내지르며 좋아하던 김태형은 내 반응을 보고 머쓱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윤기 선배는 부루퉁한 표정으로 팔짱을 끼고 앉아있었다. 스물 여섯살이 고작 게임에서 졌다고 저런 표정을 하고 있는 게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왔다.




“형, 소원 뭐야?”
“…아직 안 쓸건데.”




김태형의 대답에 갑자기 윤기 선배가 손바닥으로 침대를 팡 하고 쳤다. 아니, 마리오 카트 좀 진 게 저렇게 화날 일인가? 나는 내가 알던 윤기 선배가 맞는지 혼란이 오기 시작했다. 윤기 선배는 부채질을 해달라든지 물을 떠오라든지 그런 소원을 쓰라며 억지를 부렸지만 김태형이 그 말을 들을 위인이 아니었다. 김태형은 분명 언젠가 아주 적재적소에 소원을 쓸 것이다. 생각보다 엄청 똑똑한 놈인 걸 알고 있는 나는 마음을 비웠다.

내기가 끝나고도 박지민과 둘이서만 2차전을 진행하던 정국이의 핸드폰이 울렸다. 정국이는 언젠가 한 번 본 적 있었던 얼굴로 전화를 받으러 나가더니 울상이 되어 돌아왔다.




“또 집합이래. 진짜 죽고싶다….”
“그럼 나도 가야겠다. 너무 찝찝해서 집 가서 씻어야겠어.”




정국이와 박지민이 일어서는 걸 보던 윤기 선배가 시간을 확인하더니 따라서 몸을 일으켰다.




“나도 이만 가봐야겠다. 오늘 저녁까지 보내야할 파일이 있어서.”
“넹. 다들 가보세요.”




드디어 해방이라는 생각에 엉덩이가 가벼워져 배웅을 하기 위해 따라서 일어서는데 윤기 선배의 시선이 내 뒤쪽에서 멈추었다. 뒤를 돌아보니 김태형이 이 쪽을 쳐다보고 멀뚱히 앉아있었다. 자기는 나갈 생각이 없다는 표정이었다.




“넌 안 가?”
“저는 딱히 할 거 없는데요.”
“없어도 가지. 애들 갈 때.”




김태형은 나른한 얼굴로 눈을 몇 번 깜빡거렸다. 나는 엉덩이를 차서라도 보낼 생각으로 다가갔지만 내 손을 덥썩 잡아 앉힌 김태형이 대답했다.




“생각해보니까 김여주랑 할 거 있어요. 우리 마케팅 수업 팀플 있잖아.”
“아, 맞다.”




중간고사 끝나고 바로 시작하기로 했던 팀플 과제가 떠올랐다. 윤기 선배는 김태형이 지금 나가지 않기 위해 둘러댄 핑계라고 생각하는 듯 했지만 사실은 사실이었다. 내가 맞다는 의미로 살짝 웃으며 선배를 쳐다보자 못마땅하단 표정으로 우릴 쳐다보던 선배가 연락 하라는 말을 남기고 집을 나갔다.

다들 나가고나니 안 그래도 좁은 자취방에 남자가 네 명이나 들어와있었다는 게 크게 실감이 날 정도로 허전했다. 자취방은 어색한 공기로 가득했다. 멀뚱히 앉아 핸드폰을 보고있는 김태형을 보니 이불 속에 숨겼던 앨범 속 사진이 다시 떠올랐다.




“김여주.”




김태형은 여전히 핸드폰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로 나를 불렀다. 그리고는 조금 뜸을 들이다가 말을 이었다.




“나 지금 소원 써도 돼?”
“어?”




고개를 돌려 나와 눈을 맞춘 김태형이 늘 그랬듯 나른한 목소리로 물었다. 나는 어어, 그러든가. 하고 대답했다. 또 무슨 말로 나를 당황스럽게 하려고 저런 표정일까. 내가 손톱을 물자 내 손을 잡아 내린 김태형이 살짝 웃으며 말했다.




“사진 나 줘.”
“응?”
“아까 그 사진, 나 달라고.”









+) 김태형이 미친듯이 달려온 이유

[방탄소년단/김태형] 어쩌다 로맨스 06 | 인스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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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꾸어앙앙앙ㅇ잼나욥!!
3년 전
독자3
귀여워 아줔ㅋ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
3년 전
독자4
앜ㅋㅋㅋㅋㅋㅋ네남자들이 아주 귀엽네요ㅠㅠㅜㅜㅜㅠㅠㅠㅠㅠ
3년 전
독자5
내가 진짜 미쳐요! 으어 ㅠㅠㅠㅠㅠㅠㅠㅠ작가님.글을 너무 잘쓰셔서 내가 미침! ㅠㅠㅠㅠ3년ㅋㅋㅋㅋㅋ빵터지고 ㅠㅠ여주는 모르는 이야기랑 카톡넘나 귀여운것 ㅠㅠ정국이가 아주 귀엽게 태형이랑 여주를 이어주는군요 ㅠㅠㅠ아 둘이 남아서 태형이가 소원쓴다고 할 때 진짜 저는 진짜 뭐가꼈나 요망한 생각을 했지만 ㅋㅋㅋㅋㅋ사진 달라그래서 웃음나왔어욬ㅋㅋㅋㅋㅋㅋ 아 증맬루 우리 작까님 밀당을 너무 잘하셔서 탈이에요 ㅠㅋㅋㅋ 다음화 언능 보고싶어요잉 끼야아아앙 ❣️
3년 전
독자6
자주 와 주셔서 너무 좋아요~~
새 글 알림 보면 두근두근

3년 전
비회원120.86
아 넘 설레욬ㅋㅋㅋ ㅠㅠㅠ태형아 스릉흔드!! 봄이 온걸 알려주는거 마냥 글이 넘 달달구리해서 심장이 두근두근했네용!! 더 보고싶다 더!!
3년 전
독자7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여기서 잤어에 뛰어온거야??? 귀여워ㅓ어어
3년 전
독자8
탱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최고에요 정말ㄹ류 나는 체리에이드가 제일 좋고 베라가서 체리어쩌구 묵고 체리마루 좋아하고 체리사탕 아무튼 체리 jonh me 좋아해....
3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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