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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이준혁 김남길 몬스타엑스 강동원 윤도운 엑소 이재욱
부재불명 전체글ll조회 864l 2
등장인물 이름 변경 적용




인생은 삼





W. 부재불명



세상은 좆같음과 후회의 연속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비교적 최근의 좆같음은 이젠 구가 된 구남친과 알바 동기가 눈이 맞았다는 거다. 물론 입도 맞았다. 그렇담 후회는? 구남친의 생일 주려고 모든 알바비를 꼴아서 조온나게 비싼 시계를 샀다. 씨발, 이것도 그냥 좆같은 거잖아. 원필은 잔뜩 취해 물미역같은 손짓으로 등을 토닥이며 남자는 많다, 지금 이 자리에만 잘생긴 남자가 넷이나 있다는 망언을 뱉었다. 술맛 떨어지게 진짜. 제형은 행사장 풍선마냥 휘적거리며 잘못된 만남을 개사해서 부르는 원필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야, 벌써 가?"


"술맛 떨어지니까 먼저 감."


"삐진 거지, 저거."



제형의 가운데 손가락을 마지막으로 원필과 제형은 술집 밖으로 사라졌다. 영현에게 시계를 팔아넘기면 손해는 있어도 지금 당장에 자금은 괜찮을 테지만 앞으로가 문제였다. 제 성격상 알바 동기를 보는 순간 무슨 짓을 할지 몰라 둘이 입 맞는 것을 봄과 동시에 이별과 퇴사를 빠르게 이루었다. 그러니까 나는 지금 돈도 잃고, 돈 나올 구멍도 잃었다는 거잖아.



"그 와중에 성격은 알아서 관두기까지 했어?"


"시비 걸지 마시죠, 강영현 씨."


"뭐? 강영현 씨? 강~ 영현~ 씨~?"


"고마해라, 둘 다."



영현은 애초에 제 구남친은 마음에 안 들었다면서 김원필에 빙의해 남자는 많다며 말만 하면 제 앞에 남자를 100명은 더 대령할 수 있다는 식의 되도 않는 허세를 부리기 시작했다. 취했죠. 취했네. 개가 된 강영현 씨가 제 왼쪽 팔뚝에 달라붙어 볼을 부비적거리기 시작했다. 아이고야, 난리 났다야. 오늘은 내가 먼저 취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는데 제대로 들은 건 기본적으로 술이 센 성진과 술이 싫은 제형이라니. 괜스레 차오르는 분노에 손바닥으로 시원하게 까넘긴 강영현 씨의 이마빡을 연타했다. 성진은 가만히 바라보다 강영현 씨의 이마빡이 빨개지기 시작해서야 강영현을 내게서 떼어냈다. 아, 손바닥 겁나 아프네.



"아, 그럼 하루 니 과외 함 안 할래?"


"과외? 갑자기?"


"원필이 걔보다는 니가 낫지 않나?"


"아, 이 오빠가 당연한 소리를."



그럼 일단 낼 연락 주께. 강영현 씨를 챙기는 성진의 말을 끝으로 내 이별 파티는 끝이 났다. 만약 시간을 돌려서 이별 파티 날로 갈 수 있다면 파티 시작과 동시에 클래식을 간을 때려박고 과외를 하겠다는 말은 절대, 절대로 꺼내지도 않았을 것이다.






과제를 하는 도중에도 계속해서 반짝거리는 핸드폰과 나를 번갈아본 원필은 본인 앞에 놓은 먹다 남은 쿠키를 슬쩍 내게로 밀어주었다. 동정하냐, 니. 아, 아니.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핸드폰을 뒤집어 놓았다. 원필이 이리도 내 눈치를 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팀플 때문에 내가 빡쳐 있고, 하나는 윤도운 때문에 내가 조온나 빡쳐 있어서.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원필은 제가 과외를 채간 사실을 알고 얼굴만 봐도 금방이라도 물 것처럼 으르렁거렸었다. 물론 전혀 무섭진 않았다. 그냥 좀 거슬리는 정도? 성진과 꽤나 친근한 사이인지 처음 보는 사람임에도 어머님께서는 살갑게 맞아주셨다. 페이도 일반 과외들 치곤 센 편이었고, 과외 학생인 도운의 성적도 그리 나쁘지 않아 크게 문제될 건 없는 듯 보였다. 과외는 수요일과 금요일, 이틀 진행하는 조건이었지만 도운에게 모르는 게 있다면 언제든지 연락하라는 사람 좋은 말을 건넸었다. 아주, 아주 큰 실수였다. 용케도 잠드는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에 카톡이 오는데 질문들이 다 개인적이라는 거다.

[DAY6/윤도운] 인생은 삼세판 上 | 인스티즈



눈치가 없는 편은 아니었지만 복잡하게 생각하고 싶지 않아 깊게 생각하지 않았었고 도운은 정말 이래도 모르는 척할 거야? 라고 말하듯이 수작을 걸어댔다. 진부하게 손 크기를 재보자며 손을 맞대다 깍지를 껴 잡으려고 하거나 문제를 다 맞히면 주말에 만나달라거나 연하 남자친구는 어떻게 생각하냐 묻는 정말 뻔한 수작들을 계속해서 걸어왔고 적당히 거절의 의사를 표현하며 잘 넘어가왔지만... 오늘은, 오늘은 윤도운이 빠져나갈 구멍을 시멘트로 다 막은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금같은 금요일에 과외를 하는 것도 짜증 나는데 할 게 있다며 30분 정도 늦게 오라는 도운의 말에 더 크게 짜증이 치솟았다. 지가 갑이라 이거지. 건방진 놈. 기존 과외 시간보다 20분 정도 지나 도운의 집 앞에 도착해 초인종을 눌렀지만 안에서는 답이 없었다. 전화라도 해 볼까 싶어 핸드폰을 꺼내 들자 덜컥, 하고 대문이 열렸다. 집 안으로 걸음을 옮기는 내내 내부가 소란스럽다는 느낌이 들었다. 손님이 왔나?



"야, 윤도운. 너 문을 왜... 누구세요?"


"아, 저 도운이 친구... 도운이가 문 열어주라고 그래서요."



문을 열고 저를 맞이한 사람은 도운이 아니었다. 어디까지 건방지게 굴 생각이지. 저절로 찌푸려지는 미간을 억지로 눌러대며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려고 노력했다. 노력이 부족했던 건지 입꼬리가 파르르 떨리는 게 느껴졌고, 꽤나 무서웠던 건지 도운의 친구는 빠른 걸음으로 도운의 방으로 들어갔다. 도운의 친구가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들어가야 하나 고민했지만 배려심이 바닥이 난 차라 지체없이 도운의 방문을 열었다.



"윤도운."


"아, 어, 누나. 야, 지금, 지금!"



도운의 친구는 도운이 주는 신호에 맞춰 무엇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윽고 익숙한 전주가 들렸고 설마 하는 마음에 도운과 도운의 친구를 번갈아보았지만 도운은 간주에 심취해 있었고, 도운의 친구는 시선을 회피했다. 씨발, 맞구나. 고딩 시절 옆 아파트 중딩이 고백하겠다고 부르던 노래였다. 그때 이후로는 간주만 들려도, 한 소절만 들려도, 학을 떼고 싫어하던... 이승기의 내 여자라니까.



[DAY6/윤도운] 인생은 삼세판 上 | 인스티즈




도운의 거친 후렴과 개빡친 내 자신과 그걸 지켜보는 도운의 친구까지, 이 얼마나 환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가. 눈치가 빠른 건지, 도운과 약속된 건지, 도운의 노래가 끝나자마자 도운의 친구는 빠르게 방을 빠져나갔다. 아, 안 돼요. 이렇게 둘이 두고 가지 마세요. 제발요, 학생! 마음같아선 당장이라도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고 싶었지만 이틀 전 어머님께 도운의 성적이 최상위권을 차지했다며 보너스를 주셨는데 그 보너스가 아른거렸다. 그래, 얘는 보너스다...



"누나."


"어... 그래, 도운아."


"저 누나 좋아해요."



그래,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여기서 어떤 대답을 한들 내 고수익 과외는 끝이 날 것이니 최대한 도운을 달래는 방법밖엔 없었다. 머릿속에서 여러 상황을 대비해 롤플레잉을 진행했지만 끝은 텅텅 빈 지갑을 부여잡고 우는 내 자신밖에 보이지 않았다. 엄마는 날 왜 이렇게 예쁘게 낳아서...!



"누나가 진짜 특출나게 예쁘거나 그런 것도 아닌데... 진짜, 누나가 진짜 너무 좋아요."



저 산통 깨는 자식을 어쩌면 좋지? 고민의 골은 깊어져만 가는데 도운은 아는지 모르는지 신나게 무드 없는 고백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도운아. 그, 잠깐만."


"네?"


"어, 그... 일단 선생님은 지금 누굴 만날 생각이 없고..."



도운은 세상에서 처음 차여본다는 표정을 지었다. 도운이라면 정말 처음 차여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대로라면 과외는 정말 끝이다 싶어 급하게 머리를 굴렸다. 이러려고 대학 간 건 아니었지만 대학에서 늘어난 거라곤 눈치랑 잔머리밖에 없었으니까.



"그리고 도운아, 그, 나는 너 만나면 안 돼."


"왜 안 돼요?"


"어?"


"누나는 선생이고, 나는 학생이라서요?"


"아니, 도운아. 그게 아니라 내가 지금 나이에 고등학생 만나면,"


"개꿀이죠."


이새기가진짜사람말은좀끝까지들어


[DAY6/윤도운] 인생은 삼세판 上 | 인스티즈




과제를 하는 도중에도 계속해서 반짝거리는 핸드폰과 나를 번갈아본 원필은 본인 앞에 놓은 먹다 남은 쿠키를 슬쩍 내게로 밀어주었다. 동정하냐, 니. 아, 아니.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핸드폰을 뒤집어 놓았다. 원필이 이리도 내 눈치를 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팀플 때문에 내가 빡쳐 있고, 하나는 윤도운 때문에 내가 조온나 빡쳐 있어서.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원필은 제가 과외를 채간 사실을 알고 얼굴만 봐도 금방이라도 물 것처럼 으르렁거렸었다. 물론 전혀 무섭진 않았다. 그냥 좀 거슬리는 정도? 성진과 꽤나 친근한 사이인지 처음 보는 사람임에도 어머님께서는 살갑게 맞아주셨다. 페이도 일반 과외들 치곤 센 편이었고, 과외 학생인 도운의 성적도 그리 나쁘지 않아 크게 문제될 건 없는 듯 보였다. 과외는 수요일과 금요일, 이틀 진행하는 조건이었지만 도운에게 모르는 게 있다면 언제든지 연락하라는 사람 좋은 말을 건넸었다. 아주, 아주 큰 실수였다. 용케도 잠드는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에 카톡이 오는데 질문들이 다 개인적이라는 거다.

[DAY6/윤도운] 인생은 삼세판 上 | 인스티즈



눈치가 없는 편은 아니었지만 복잡하게 생각하고 싶지 않아 깊게 생각하지 않았었고 도운은 정말 이래도 모르는 척할 거야? 라고 말하듯이 수작을 걸어댔다. 진부하게 손 크기를 재보자며 손을 맞대다 깍지를 껴 잡으려고 하거나 문제를 다 맞히면 주말에 만나달라거나 연하 남자친구는 어떻게 생각하냐 묻는 정말 뻔한 수작들을 계속해서 걸어왔고 적당히 거절의 의사를 표현하며 잘 넘어가왔지만... 오늘은, 오늘은 윤도운이 빠져나갈 구멍을 시멘트로 다 막은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금같은 금요일에 과외를 하는 것도 짜증 나는데 할 게 있다며 30분 정도 늦게 오라는 도운의 말에 더 크게 짜증이 치솟았다. 지가 갑이라 이거지. 건방진 놈. 기존 과외 시간보다 20분 정도 지나 도운의 집 앞에 도착해 초인종을 눌렀지만 안에서는 답이 없었다. 전화라도 해 볼까 싶어 핸드폰을 꺼내 들자 덜컥, 하고 대문이 열렸다. 집 안으로 걸음을 옮기는 내내 내부가 소란스럽다는 느낌이 들었다. 손님이 왔나?



"야, 윤도운. 너 문을 왜... 누구세요?"


"아, 저 도운이 친구... 도운이가 문 열어주라고 그래서요."



문을 열고 저를 맞이한 사람은 도운이 아니었다. 어디까지 건방지게 굴 생각이지. 저절로 찌푸려지는 미간을 억지로 눌러대며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려고 노력했다. 노력이 부족했던 건지 입꼬리가 파르르 떨리는 게 느껴졌고, 꽤나 무서웠던 건지 도운의 친구는 빠른 걸음으로 도운의 방으로 들어갔다. 도운의 친구가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들어가야 하나 고민했지만 배려심이 바닥이 난 차라 지체없이 도운의 방문을 열었다.



"윤도운."


"아, 어, 누나. 야, 지금, 지금!"



도운의 친구는 도운이 주는 신호에 맞춰 무엇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윽고 익숙한 전주가 들렸고 설마 하는 마음에 도운과 도운의 친구를 번갈아보았지만 도운은 간주에 심취해 있었고, 도운의 친구는 시선을 회피했다. 씨발, 맞구나. 고딩 시절 옆 아파트 중딩이 고백하겠다고 부르던 노래였다. 그때 이후로는 간주만 들려도, 한 소절만 들려도, 학을 떼고 싫어하던... 이승기의 내 여자라니까.



[DAY6/윤도운] 인생은 삼세판 上 | 인스티즈




도운의 거친 후렴과 개빡친 내 자신과 그걸 지켜보는 도운의 친구까지, 이 얼마나 환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가. 눈치가 빠른 건지, 도운과 약속된 건지, 도운의 노래가 끝나자마자 도운의 친구는 빠르게 방을 빠져나갔다. 아, 안 돼요. 이렇게 둘이 두고 가지 마세요. 제발요, 학생! 마음같아선 당장이라도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고 싶었지만 이틀 전 어머님께 도운의 성적이 최상위권을 차지했다며 보너스를 주셨는데 그 보너스가 아른거렸다. 그래, 얘는 보너스다...



"누나."


"어... 그래, 도운아."


"저 누나 좋아해요."



그래,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여기서 어떤 대답을 한들 내 고수익 과외는 끝이 날 것이니 최대한 도운을 달래는 방법밖엔 없었다. 머릿속에서 여러 상황을 대비해 롤플레잉을 진행했지만 끝은 텅텅 빈 지갑을 부여잡고 우는 내 자신밖에 보이지 않았다. 엄마는 날 왜 이렇게 예쁘게 낳아서...!



"누나가 진짜 특출나게 예쁘거나 그런 것도 아닌데... 진짜, 누나가 진짜 너무 좋아요."



저 산통 깨는 자식을 어쩌면 좋지? 고민의 골은 깊어져만 가는데 도운은 아는지 모르는지 신나게 무드 없는 고백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도운아. 그, 잠깐만."


"네?"


"어, 그... 일단 선생님은 지금 누굴 만날 생각이 없고..."



도운은 세상에서 처음 차여본다는 표정을 지었다. 도운이라면 정말 처음 차여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대로라면 과외는 정말 끝이다 싶어 급하게 머리를 굴렸다. 이러려고 대학 간 건 아니었지만 대학에서 늘어난 거라곤 눈치랑 잔머리밖에 없었으니까.



"그리고 도운아, 그, 나는 너 만나면 안 돼."


"왜 안 돼요?"


"어?"


"누나는 선생이고, 나는 학생이라서요?"


"아니, 도운아. 그게 아니라 내가 지금 나이에 고등학생 만나면,"


"개꿀이죠."


이새기가진짜사람말은좀끝까지들어


[DAY6/윤도운] 인생은 삼세판 上 | 인스티즈




과제를 하는 도중에도 계속해서 반짝거리는 핸드폰과 나를 번갈아본 원필은 본인 앞에 놓은 먹다 남은 쿠키를 슬쩍 내게로 밀어주었다. 동정하냐, 니. 아, 아니.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핸드폰을 뒤집어 놓았다. 원필이 이리도 내 눈치를 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팀플 때문에 내가 빡쳐 있고, 하나는 윤도운 때문에 내가 조온나 빡쳐 있어서.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원필은 제가 과외를 채간 사실을 알고 얼굴만 봐도 금방이라도 물 것처럼 으르렁거렸었다. 물론 전혀 무섭진 않았다. 그냥 좀 거슬리는 정도? 성진과 꽤나 친근한 사이인지 처음 보는 사람임에도 어머님께서는 살갑게 맞아주셨다. 페이도 일반 과외들 치곤 센 편이었고, 과외 학생인 도운의 성적도 그리 나쁘지 않아 크게 문제될 건 없는 듯 보였다. 과외는 수요일과 금요일, 이틀 진행하는 조건이었지만 도운에게 모르는 게 있다면 언제든지 연락하라는 사람 좋은 말을 건넸었다. 아주, 아주 큰 실수였다. 용케도 잠드는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에 카톡이 오는데 질문들이 다 개인적이라는 거다.

[DAY6/윤도운] 인생은 삼세판 上 | 인스티즈



눈치가 없는 편은 아니었지만 복잡하게 생각하고 싶지 않아 깊게 생각하지 않았었고 도운은 정말 이래도 모르는 척할 거야? 라고 말하듯이 수작을 걸어댔다. 진부하게 손 크기를 재보자며 손을 맞대다 깍지를 껴 잡으려고 하거나 문제를 다 맞히면 주말에 만나달라거나 연하 남자친구는 어떻게 생각하냐 묻는 정말 뻔한 수작들을 계속해서 걸어왔고 적당히 거절의 의사를 표현하며 잘 넘어가왔지만... 오늘은, 오늘은 윤도운이 빠져나갈 구멍을 시멘트로 다 막은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금같은 금요일에 과외를 하는 것도 짜증 나는데 할 게 있다며 30분 정도 늦게 오라는 도운의 말에 더 크게 짜증이 치솟았다. 지가 갑이라 이거지. 건방진 놈. 기존 과외 시간보다 20분 정도 지나 도운의 집 앞에 도착해 초인종을 눌렀지만 안에서는 답이 없었다. 전화라도 해 볼까 싶어 핸드폰을 꺼내 들자 덜컥, 하고 대문이 열렸다. 집 안으로 걸음을 옮기는 내내 내부가 소란스럽다는 느낌이 들었다. 손님이 왔나?



"야, 윤도운. 너 문을 왜... 누구세요?"


"아, 저 도운이 친구... 도운이가 문 열어주라고 그래서요."



문을 열고 저를 맞이한 사람은 도운이 아니었다. 어디까지 건방지게 굴 생각이지. 저절로 찌푸려지는 미간을 억지로 눌러대며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려고 노력했다. 노력이 부족했던 건지 입꼬리가 파르르 떨리는 게 느껴졌고, 꽤나 무서웠던 건지 도운의 친구는 빠른 걸음으로 도운의 방으로 들어갔다. 도운의 친구가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들어가야 하나 고민했지만 배려심이 바닥이 난 차라 지체없이 도운의 방문을 열었다.



"윤도운."


"아, 어, 누나. 야, 지금, 지금!"



도운의 친구는 도운이 주는 신호에 맞춰 무엇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윽고 익숙한 전주가 들렸고 설마 하는 마음에 도운과 도운의 친구를 번갈아보았지만 도운은 간주에 심취해 있었고, 도운의 친구는 시선을 회피했다. 씨발, 맞구나. 고딩 시절 옆 아파트 중딩이 고백하겠다고 부르던 노래였다. 그때 이후로는 간주만 들려도, 한 소절만 들려도, 학을 떼고 싫어하던... 이승기의 내 여자라니까.



[DAY6/윤도운] 인생은 삼세판 上 | 인스티즈




도운의 거친 후렴과 개빡친 내 자신과 그걸 지켜보는 도운의 친구까지, 이 얼마나 환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가. 눈치가 빠른 건지, 도운과 약속된 건지, 도운의 노래가 끝나자마자 도운의 친구는 빠르게 방을 빠져나갔다. 아, 안 돼요. 이렇게 둘이 두고 가지 마세요. 제발요, 학생! 마음같아선 당장이라도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고 싶었지만 이틀 전 어머님께 도운의 성적이 최상위권을 차지했다며 보너스를 주셨는데 그 보너스가 아른거렸다. 그래, 얘는 보너스다...



"누나."


"어... 그래, 도운아."


"저 누나 좋아해요."



그래,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여기서 어떤 대답을 한들 내 고수익 과외는 끝이 날 것이니 최대한 도운을 달래는 방법밖엔 없었다. 머릿속에서 여러 상황을 대비해 롤플레잉을 진행했지만 끝은 텅텅 빈 지갑을 부여잡고 우는 내 자신밖에 보이지 않았다. 엄마는 날 왜 이렇게 예쁘게 낳아서...!



"누나가 진짜 특출나게 예쁘거나 그런 것도 아닌데... 진짜, 누나가 진짜 너무 좋아요."



저 산통 깨는 자식을 어쩌면 좋지? 고민의 골은 깊어져만 가는데 도운은 아는지 모르는지 신나게 무드 없는 고백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도운아. 그, 잠깐만."


"네?"


"어, 그... 일단 선생님은 지금 누굴 만날 생각이 없고..."



도운은 세상에서 처음 차여본다는 표정을 지었다. 도운이라면 정말 처음 차여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대로라면 과외는 정말 끝이다 싶어 급하게 머리를 굴렸다. 이러려고 대학 간 건 아니었지만 대학에서 늘어난 거라곤 눈치랑 잔머리밖에 없었으니까.



"그리고 도운아, 그, 나는 너 만나면 안 돼."


"왜 안 돼요?"


"어?"


"누나는 선생이고, 나는 학생이라서요?"


"아니, 도운아. 그게 아니라 내가 지금 나이에 고등학생 만나면,"


"개꿀이죠."


이새기가진짜사람말은좀끝까지들어


[DAY6/윤도운] 인생은 삼세판 上 | 인스티즈비디오 태그를 지원하지 않는 브라우저입니다





끝이 나지 않을 것 같던 도운의 고백 사건은 결국 합의를 끝으로 우선적으로는 일단락되었다. 과외가 아닌 목적으로 세 번 만나기로 합의했다. 한 번을 고집하던 나와 다섯 번을 고집하던 도운이 합의하에 세 번으로 정했지만 사기당하는 기분은 지울 수가 없었다. 과외가 아닌 목적이라 함은 완전하게 데이트를 하자는 뜻이었던 것 같은데 내가 소맥 뒤지게 말고 있을 때 초졸이었던 애랑 무슨 데이트를 하냐고. 영현은 제 말에 말고 있던 소맥을 슥, 제 앞으로 밀어주었다.



"그러니까 너는 열여덟이랑 세 번이나 데이트를 해야 한다는 거네?"


"재밌어요?"


"개꿀잼."



개꿀 금지, 이 인간아. 얄밉게 강냉이를 집어먹는 제형의 뒤로 반쯤 죽어가는 원필이 부랴부랴 달려왔다. 제 얼굴을 보자마자 술집이 떠나가라 너 고딩이랑 데이트한다고? 하고 소리를 질러댔다. 혹여나 누가 들을새라 강냉이를 한주먹 쥐어 원필에 입에 우겨넣었다. 넌 그걸 또 어디서 듣고 왔어, 진짜.



"그래서 세 번 데이트하고 다음엔?"


"일단 데이트해 보고 정하기로 했어요."



원필은 미쳐 다 씹지 못한 강냉이를 이리저리 뱉어내며 미친 거 아니냐고 웃어대기 시작했다. 어우, 드러버라. 급하게 성진이 휴지를 꺼내들고 원필에 입을 틀어막았다. 제형은 쟤만 오면 정신이 없다면서 사이다를 한손으로 까 잔에 따랐다. 가뜩이나 심란한데 정신 사나운 모임에 괜히 나온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크게 들었다. 이 인간들한테 말한 내가 잘못이지. 그나마 정상적인 성진이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그래서 어쩌려고?"


"안 보면 되잖아?"


"뭔 말이야, 그건. 만나기로 했다며?"


"시간이 없다고 하면 되지."



기껏 잔머리 굴려 나온 생각은 [도운이 제안하는 날마다 약속이 있다고 하기]였다. 넷 중 유일하게 원필만 좋은 생각이라며 동의했지만 셋은 그냥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이후로 30분 동안을 원필에게 놀림을 받고 참다 못한 내가 소주병을 거꾸로 들고 난 후에 대화 주제는 다른 곳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이후엔 정말 내 나름 최선의 방법대로 도운이 제안하는 날마다 선약이 있다고 거절했다. 처음 한두 번은 심한 자괴감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고딩이랑 데이트하는 건 정말, 진짜로 아니라고 생각해서인지 이후론 꽤나 능숙해졌다.



"아니, 누나. 무슨 약속이 그렇게 많아요?"


"대학생은 다 그래. 누나가 아주 바빠요."



씩씩거리는 수요일의 도운을 뒤로 하고 과제에 영혼을 갈기 위해서 동방으로 향했다. 먼저 영혼을 바치고 있었던 건지 가뜩이나 뼈밖에 없는 제형이 헬쓱해진 채로 동방에서 걸어나왔다. 잠시 화장실을 가기 위해서 나왔던 건지 저를 보지 못하고 반대편으로 걸음을 옮겼다. 과제가 사람 죽이네. 동방 문을 열자마자 훅 끼쳐오는 담배 냄새에 짜증도 같이 훅 올라왔다. 금연이라고요, 이놈들아... 동방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일들이 늘어나자 돈을 모아 매트리스와 버너를 장만했고, 구석에 놓인 매트리스는 음침하기 짝이 없어 동아리 사람들 중에서도 제가 가장 많이 이용하곤 했다. 장점은 정말 편하게 과제를 할 수 있다는 것이고, 단점은 잠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제형이 돌아와서 구석에 있는 저를 보고 기겁한 지 몇 분 지나지 않아 결국 잠이 들었던 것 같다. 아침에 동방에 들어온 원필이 소리를 지르며 깨우기 전까지는 잠들었다는 사실도 전혀 몰랐다.



"아침부터... 왜 지랄이야..."


"너 이럴 때가 아니야, 이놈아."


"아, 왜!"


"너 대나무숲에 고딩이랑 데이트한다고 박제됐어!"


"뭐, 씨발?"



원필이 내미는 핸드폰을 거의 빼앗아들고 대나무숲에 올라온 글을 눈이 빠져라 읽었다. [안녕하세요, ㅁㅁ대학교 님들. 저는 OO고등학교에 다니는 2학년 윤도운이라고 하는데요. 그 김하루 누나 있잖아요. 무슨 과였는지는 제가 지금 기억이 잘 안 나는데 아무튼 그 누나랑 약속 좀 그만 잡아주시면 안될까요? 저랑 세 번 정도 데이트하기로 약속했는데 제가 얘기하는 시간마다 자꾸 선약이 있어서 못하고 그러는데 제가 진짜 좋아하는 누나거든요. 한 달 정도만 누나랑 약속 안 잡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누나는 페북 안 하니까 누나 친구분들은 비밀로 약속 잡지 말아주세요. 감사합니다. 저 여기 대학교 입학하고 싶어요. 누나 때문은 아니고 어차피 저 입학할 때 누나는 졸업하고 없을 거거든요.]




"너 지금 완전 파렴치한 됐어."



윤도운, 이즈아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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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글들에 비해서 이건 상중하 세 편으로 나눠져서 업로드 될 예정이라 평소보다 양이 좀... 많죠?

아니면 어쩔 수 없지만 아무튼 그렇답니다! 입원 중에 기분 전환으로 쓴 글이라 아무래도 분위기가 좀 둥둥 뜨는 느낌이 있는 것 같아요

오늘도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글은 어떠세요?

 
독자1
저 오늘도 뜨자마자 왔어요 ! 보고 오겠습니다 !
3년 전
독자2
윤도운 귀여워 ...... 18세라니.............. 도운이 18살은 또 익숙하지 않네요 ㅠㅠ 귀여워ㅠㅠㅠㅠㅠㅠㅠㅠ 잘생긴 남자 4명이랑 술 목는 하루 인생 최고다
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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