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소녀 변백현
written by, A. Mare
1. 말하자면, 운명
[....ㅅㅔ요..]
아 뭐야...
[....일어나....]
나 진짜 방금 잔 거 같은데 벌써 아침이야? 아 진짜 딱 5분만 더 잘게...
[..어나세요.....녀여....]
이따가 일어난다니까... 나 어제 공부하느라 진짜 늦게 잤어...
[..눈...떠...소.......갈.......어....버.....려...]
아 진짜!!!
"엄마! 엄마는 대체 왜 그래? 아들이 공부하다가 좀 늦게 잘 수도 있지 늦잠 좀 잔다고 뭐, 눈을 떠서 갈아버려? 그게 할 말이야? 엄마 진짜 무지 무식하고 잔인한 거 알아? 엄마는 엄마 아드.... 응?"
사실은 게임하다가 늦게 처 잔 주제에 잘도 그짓부렁을 내뱉던 변백현의 주둥이가 턱 닫혔다. 사실 변백현이 자진해서 스스로의 의지로, 누가 강제로 입을 다물게 한다는 일없이 자의로 입을 닫는다는 것은 천지가 개벽한다던지, 해가 서쪽에서 뜬다던지, 내가 다이어트에 성공하는 것과 동률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니까 변백현은,
꿀잠을 자던 중간에 저것(...)에 의해 깨움을 당한 후, 밖이 아직도 캄캄하다는 것도 잊을 만큼 대단히 혼란스럽고 충격적인 상황과 맞닥뜨려있다. 자기 손바닥만하고 하얗고 날개까지 달린데다 동동 떠있는 빛나는 인형같은 뭔가가 소녀여 소녀여 해대며 자신을 깨운 것이다. 어릴 때 누나 어깨 너머로 훔쳐봤던 세일러문, 천사소녀 네티, 카드캡터 체리, 신의괴도 잔느, 마법소녀 도레미 뭐 이런 류의 소녀간지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요정같은 모습이었다. 요정. 그래. 요정. 그러니까 저게 요정... 요정?!
"으악! 너, 너, 너, 뭐야?"
변백현이 그것(...)에게 베개를 내던지며 파닥파닥 발악을 했다. 원래 겁이 많다. 사소한 장난에도 잘 놀라고 귀신도 무섭고 벌레도 무서워한다. 쫄보다. 다년간의 누나와의 삶에서 터득한 필사의 저항과 자신의 약함을 드러내지 않기 위한 페이크 모션에 본투비글인 성격의 결합으로 그래 보이지 않아서 그렇지 엄청난 쫄보다. 눈 앞의 것이 사라지자 겨우 진정하고 숨을 고르는 변백현 앞으로 베개 따위에 떠밀려 방 저쪽까지 날아갔던 요정이 구겨진 날개에 스팀 다리미질을 하며 다시 동동 날아왔다.
[이상하다;;; 여기 오면 막내딸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했는데.]
"막내 아들이거든 시발아? 너 누구냐니까."
변백현은 사실 상황 판단과 적응력이 빠르다. 이건 꿈이거나 꿈일 것이다. 꿈이 아니면 꿈일지도 모른다. 이런 류의 사리 분별을 보이며 그냥 본래 성격대로 하기로 한다. 어제 겜을 너무 마니 해서 내가 좀 이런 꿈을 꾼 걸지도 몰라. 근데 나 걍 미연시했는데. 이런 마법소녀물 말고 건전한 학원물로다가. DD를 삭제해서 그런가.
[여기 주민 소개 받고 온 거란 말예요. 빨리 막내딸 내놔요.]
"우리 집에 막내딸은 없고 존나 커다란 딸은 있는데. 우리 누나 저 옆 방에서 자고 있으니까 거기 가서 볼일 보던가. 아, 깨울 때 조심해라. 성격 더러움."
자비 넘치는 경고를 해준 뒤 이불을 뒤집어 쓰고 다시 잠을 청하려던 변백현은 엄청난 힘에 못이겨 다시 벌떡 일어나야 했다. 요정이 이불 반대쪽을 잡아당겨서 다시 원위치 시킨 것이다. 악마 조교같은 요정 새끼. 무슨 존마난 요정 주제에 힘이 이렇게 쎄!!!!! 씩씩거리며 일어난 변백현에게 난감한 표정으로 요정이 물었다.
[변백현씨 아니에요?]
"맞는데요. 누구세요."
[아, 맞으시구나. 잘 찾아왔네요.]
요정은 잡고 있던 이불을 놓고(동시에 변백현은 다시 침대에 눕게 되었다. 그래서 변백현 다시 빡쳐서 일어나 앉음.) 옷매무새를 다듬은 뒤 변백현에게 예쁜 포즈로 인사를 했다.
[전 준멘이에요. 마법소녀님을 만나게 되어서 정말 반가워요.]
"난 별로. 용건이 뭐야."
[변백현님은 오늘부로 마법소녀로 임명되셨어요! 축하드려요!]
"난 그런 거 신청한 적 없는데?"
[저는 마법소녀님을 도와서 앞으로 임무를 함께 수행할 마법요정이에요. 같이 힘내서 이 세계를 구해봐요!]
"싫어."
[네?]
신나서 변백현의 태클에도 꿋꿋히 설명하던 준멘 요정의 얼굴이 단호한 거절을 듣고 약간 창백해졌다.
[그, 그래도 마법소녀를 하시면 마법도 부릴 수 있고 예쁜 유니폼도 받는데다가...]
"싫다니까?"
[그.. 이게 되게 장점이 되는 게 자녀가 또 마법소녀면 부모님들도 자랑스러워 하실테고..]
"아들이 마법소녀인데? 아들이? 퍽도 자랑스럽겠다."
[...음.. 대학갈 때도 이게 또 포트폴리오 작성에 스펙으로서..]
"무슨 마법소녀 활동이 스펙거리야?"
[남들은 못해본 유니크한 경험이니까 당연히 스펙이죠!]
"속세에 찌든 요정일세. 다 필요없고 꺼지라니까. 잘꺼임."
또 누우려는 변백현을 힘으로 이긴 준멘 요정이 완전 띠꺼운 변백현 앞에 무릎!을 꿇고 간절하게 말했다.
[원래 마법소녀란 게,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안 되는 거라서요...]
"그런데?"
[제가 이미 변백현 씨를 마법소녀라고 소개를 해버리는 바람에...]
"마법 요정이라며? 기억을 지워 그럼 시발아."
[그게, 요정은 인간에게 힘을 쓰면 안 된다는 원칙이...]
"어쩌라는 거여."
[....걍 니가 하면 안 될까요?]
"싫어."
개 단호하시네요... 요정 준멘의 눈가에 눈물이 도로롱 맺혔다. 저 도로롱 내가 상상한 거 아님. 진짜 준멘 요정이 지 입으로 낸 소리.
[그게.. 한 번 마법소녀로 등록하면 고칠 수가 없어서요... 다음 마법소녀한테 인수할 때까지 임무를 수행하셔야..]
"등록이고 나발이고 난 그런 거 모르겠고. 걍 꺼져 지금 존나 졸리니까."
[진짜라니까요. 이거 보세요.]
준멘 품에서 변백현도 없는 아이패드 미니를 척 꺼내더니 크게 만들어서 변백현의 눈 앞에 들이댄다.
<전국 마법소녀 등록 현황>
....
ㅇㅇ동 변백현(17) 마여고등학교 1학년 입학 예정. 2남1녀 중 막내. 부모님 자영업.
"헐. 진짜 나네?"
[진짜라고 했잖아요. 존나 사람 말 안 믿어.]
"너 지금 나한테 한 말이냐?"
[아, 아뇨. 혼잣말인데요. 들릴 줄 몰랐어요.]
굽실거리며 준멘 요정이 다시 아이패드를 작게 만들어서 손에 쥐었다.
[아무튼 그래서 변백현님이 이 동네 마법소녀세요.]
"다른 동네에도 있음?"
[네 뭐. 네티도 있고, 잔느도 있고, 체리도 있고.... 각 도시 구마다 하나씩 있으니까.]
"마법소녀 존나 많네?! 나 안 해. 별로 안 유니크잖아."
[마법소년은 아마 혼자세요...]
"그래?"
팔랑귀 변백현은 다시 흔들렸다. 이랬다 저랬다 왕 변덕부리는 변백현의 비위를 맞춰주기를 어언 1시간. 준멘 요정은 슬슬 변백현을 다루는 법을 터득한 것 같았다. 요정직 117년만에 제일 어려운 상대를 만났어. 준멘은 운동하면서도 안 흘리는 땀을 뻘뻘 흘리며 변백현의 질문에 성심 성의껏 답해주고 있었다.
"그러니까. 내가 왜 마법소녀 따위가 된건데?"
[말하자면, 운명이랄까?]
"지랄. 니가 아까 초반에 주민 소개 받고 왔다 그랬거든? 내가 뭐 맛집이여 뭐여. 뭘 소개씩이나 받아."
[그랬지 참. 있어요, 그런 사람. 변백현 씨 참 아담하고 딱 마법소녀 체형이라던...데... 음. 어깨가 좀 그렇긴 한데... 수영을 많이 한 튼실한 소녀 컨셉으로 하죠.]
"수영 못하는데?"
[그럼 역도?]
"아령도 못드는데?"
[존나 무쓸모..]
"너 아까부터 잘 들리게 혼잣말 하더라?"
[착각이세요. 아무튼 체육 소녀라고 설정할게요.]
"운동 잘하는 게 없는데 체육 소녀라니.. 컬쳐랜드군."
컬쳐쇼크 임마. 무식미를 잔뜩 뽐내고 있는 변백현을 보며 준멘 요정은 운동을 열심히 해서 머리에 든 것이 없는 체육 소녀 이미지로 설정을 마쳤다. 어찌됐든 차기 마법소녀가 궁금해하는 것들, 어째 다른 애들은 안 물어보는 이상한 거나 물어보곤 했으나, 인수인계를 했으니 할 일을 다했다. 존나 힘들었음. 어느 새 변백현의 말투가 배어버린 채 준멘 요정은 뿌듯한 표정으로 아이패드 홀드 버튼을 눌렀다. 이제 집 가서 씻고 자야지. 퇴근을 하려는데 변백현이 잘 다려놓은 날개를 잡았다.
"그래서 날 추천한 동네 주민이 누군데? 말은 해 주고 가야지."
[도경수씨라고 그, 흡!]
퇴근 생각에 즐거웠던 준멘 요정은 극비 사항이라고 신신 당부를 하던 경수의 부탁을 잊고 주둥이를 나불대고 말았다. 동시에 변백현의 얼굴에 싸늘한 미소가 떠올랐다. 우리 옆집사는 방울친구..... 이 다정한 친구 샛끼. 지도 똑같이 아담한 마법소녀 체형인 주제에 날 추천했겠다?
[하하...그, 그럼, 안녕히.]
뿅! 소리와 함께 준멘 요정은 퇴근을 하고 커다란 부담과 의무를 떠안은 변백현은 내일 방울친구 도경수를 만나서 어떻게 죽여놓을까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방년 17세 변백현. 고등학교 올라가는 해 3월 2일. 마법소녀로 임명받다.
--
내가 사실은 다른 걸 찌고 있었거든?
근데 문득 이게 쓰고 싶어진 거야.
그래서 썼엉 ㅇㅅㅇ
내가 쓰고 싶을 때 쓸 거라서 후편도 있을 예정ㅋㅋㅋㅋㅋ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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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 = 걍 신혼임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