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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화 下


著 맠둥이











[NCT/이마크] 낙화 下 | 인스티즈



























오래전 그 날, 아직도 생각만하면 눈을 질끈 감게 되는 그 때. 나는 가장 사랑하는 여인의 아버지를 죽였다. 명확히 말하면 내가 아니라, 나의 아버지가.



















우리집 대문의 문지방은 먼지가 쌓일 틈이 없었다. 주상전하가 조금만 아파도, 주상전하가 조금만 이상해도 문 앞에 사람들이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참으로 이상하고 기이한 일이었다. 아버지는 정치적 발언을 해서도, 조짐을 보여서도 안될 세자가 아닌 대군이었다. 삼촌, 주상전하는 아무래도 왕권을 꽉 쥐지는 못하신 것 같았다. 우리집 앞이 매번 문전성시를 이루는 것을 보니말이다.








장날이라 수많은 사람들이 있는 저잣거리에서 처음으로 들꽃같은 그 아이를 마주보았다. 살랑살랑 마치 가까이가면 꽃향기가 날 것만 같은 그아이. 그리곤 몸종에게 아이의 이름을 알아오라 시켰다. 흔하지만 예쁜 이름이었다. 여주. 그 아이를 마주치기 위해 수십번을 저잣거리를 나갔고, 그 후에는 목소리를 떨며 인사했고, 그보다 더 뒤에는 마주보고 웃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집 밖을 잘나가지 못하는 날 대신해 매번 쪽문으로 뛰어들어오는 너를 보면, 익숙하다는 듯이 한아름에 안아주는 것. 그것이 내가 해야할 도리이자, 운명이자, 사랑이었다.









































깜깜한 밤, 사랑채 앞을 지나가고 있을 때,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구체적인 날짜와 함께, 영의정의 집을 친다. 자네는 누구, 자네는 누구의 집. 고관대작들이 사는 북촌의 반을 불살라버리는 계획이었다. 그랬다, 아버지는 권력욕을 이기지 못하고, 반란을 택했다.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아버지는 자신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는 사람이었다. 한참이 지나고서야 알았다. 함께 가야한다며 지도를 던져주고나서야, 영의정 영감의 집이 여주 너의 집인 것을, 귀하다 생각한 네가 정말 귀한 집의 딸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죽여야 할 사람의 목록안에, 식솔들과 함께 내가 부르는 것 조차 힘들어했던 귀한 이름이 올라가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아버지께 부탁을 드렸다. 영의정의 집, 그의 딸은 죽이지 말아달라고. 나약해 빠진 놈이라며 욕을 먹었다. 아버지에게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한 나지만, 그 날은 무슨 깡인지 내 목에 검을 대고 말했다. 그 아이를 살려주지 않는다면 이 자리에서 자결하겠다고. 옆에 있던 어머니가 놀라 쓰러지셨다. 은빛 칼 끝에 내 새하얀 피부가 비쳤다.














"만약 그 아이가 반란을 일으킨다면?"

"어린 여자아이가 일으킨 반란 따위도 막지 못하실 거라면, 이나라의 왕은 더더욱 되시면 안됩니다."












터무니 없는 질문을 하시는 아버지에 어이가 없어 실소가 나왔다. 화를 낼 줄 알았던 아버지가 크게 웃으셨다. 좋다고. 그 아이만은 살려두겠다고. 하지만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어야 한다며 말하는 그에 정말 피도 눈물도 없으십니다. 하며 검을 칼자루 속에 집어넣었다.











이내 나는 어머니를 잃었다. 너를 살린 대신에, 나의 어머니는 버려졌다. 아버지는 사랑하던 어머니를 눈깜짝하지 않고 내친 다음, 자신을 권력을 위해 권세높은 집안의 여자와 다시 혼인했다. 어머니는 떠나기 전 눈물로 얼룩진 내 손을 붙잡고 말하셨다.












"아가, 내 아가 민형아."

"네... 어머니..."

"네 잘못이 아니란다."

어머니의 말에 목놓아 울었다. 어리기도 했지만, 마치 더 어린아이처럼.

"민형아, 니가 그렇게 사모하는 아이라면 분명 좋은 아이일 것이야. 나중에 구중궁궐 생활이 지루해지면... 그러면..."

"........"

"이 애미가 고향에 있을테니 언제든지 돌아오렴"











힘없는 자신이 미웠다. 그렇게 어머니가 떠난 날, 여주는 어김없이 나를 찾아왔다. 작은 니가 또 내 품속으로 들아왔다. 예쁘게 차려입은 너의 형체를 내 눈속으로 하나하나 담았다. 그리고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너의 입술을 훔쳤다. 항상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놀던 우리였지만, 그날은 먹도 제대로 갈아지지 않았고 필체도 심히 흔들렸다. 나를 잘 아는 여주는 이상함을 느꼈다. 그 애의 치마에 글자를 새겼다. 까맣게 번지는 먹이, 온통 멍들어버린 제 마음과 같았다.








이기적인 나는 그 아이에게 청혼을 했다. 언젠가 다시 만난다면, 내가 그 아이를 찾는다면 이 약조가 우리를 묶어주길 바랬다. 이 약조로 인해 얽힌 우리가 풀리지 않았으면 했다. .....그리고 그 아이를 살리기위해 저녁에 항상 보던 뒷산의 호숫가에서 만나자고 이야기 했다. 돌아가는 그 아이를 다급하게 껴안았다. 마음 속에서 미안하다는 말이 수천번, 수만번을 맴돌았다.















그 날 저녁, 온통 까만 옷을 입고 아버지와 함께 집을 나섰다. 눈으로 직접 사병의 규모를 보았다. 일이 틀어지지만 않는다면 오늘의 해와, 내일의 해는 다른해가 뜰것이라는 건 어린 아이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손 끝에 쥔 칼자루가 오늘만큼 무겁게 느껴지는 날이 없었다. 모든걸 원망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무술 수업을 게을리할걸. 아니 받지 아니할걸 그랬다. 엄청난 횃불과 함께 그 아이의 집으로 향했다. 식솔들이 낫이나 방망이를 들고와 지켰지만 날카로운 칼과 뜨거운 불 앞에서는 역부족이었다. 가엾게도 같이 계셨던 여주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내 아버지의 칼질 한 번에 붉은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피비린내에 속이 미식거려서, 차마 볼 수가 없어서 거리를 두고 저 멀리에 서 있었다. 안채로 이어진 문 뒤에서 소리가 났다.











"안채에 사람이 있는 것이냐? 빨리 가보거라"

"예, 알겠습니다."

"제가 가겠습니다 아버지."






























황급히 다가가 옆에서 아버지에게 공신역할을 하고 있는 사람대신에, 칼을 뽑고 안채로 향했다. 별당의 쪽문 옆에 있는 창고에서 숨을 억지로 참는 소리가 났다. 일부러 더 크게 터벅터벅 다가가 그 창고 앞에 섰다. 분명히 누군가가 있었다. 왜, 안갔어. 어찌 여기로 돌아왔어. 도망가라고 천천히 걸어온 내 발걸음이, 너의 종종거리는 발걸음 보다는 한없이 빨랐나보다. 미처 도망가지 못한 내 모든 의문에 정답을 말해줄 그 아이가 창고 안에, 이 얇은 나무판자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서있었다. 바람이 불자 쥐고있는 칼에선 처연한 소리가 울렸다. 그에 맞춰 미처 다 감추지못한 치맛자락이 창고의 문을 가린 발 사이로 흩날렸다. 평소 어여쁘다 칭찬해준 의복이었다. 연보랏빛 치마에, 아마 흰색 저고리겠지. 네 모습을 머리에 그리며 뒤돌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꼭 살아남거라. 내가 너를 찾아갈테니 꼭, 꼭 살아남거라. 살아남아 나를 옥죄어도 좋으니 너만은 살아남거라. 바윗돌 사이, 투박한 땅에서도 살아남는 들꽃처럼 살아있거라.

















































-
























































그 날로부터 닷새가 흘렀다. 시종일관 한숨을 쉬거나, 얼굴이 붉어졌다 괜찮아지는 나를 보던 어연이가 무슨 일이 있으신겝니까? 하고는 물어봤다.











"아니 그런것이 아니다."

"저에게 거짓말일랑 할 생각도 마셔요"

"그럼 그냥 말을 하지 않을터이니-"

"아니 저도 알려주셔요."












손을 붙잡은 어연이에게 내 일을 털어놓았다. 털어놓으면 털어놓을 수록 어연이의 표정이 굳어져갔다. 설마 그 분이 세자저하는 아니시죠? 맞아. 어연이가 들고 있던 옷가지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어찌그러니? 물으며 어연이가 떨어뜨린 옷가지를 손으로 하나하나 주웠다.










"진짜... 진짜 질긴 인연입니다."

"응?"

"아니에요 아씨. 일단 옷 저 주셔요."










잠시 멍하니 입술을 뜯던 어연이가 나에게서 옷가지를 가져갔다. 어연은 사실 하나도 집중이 되지 않았다. 얽히고 섥힌 인연이 끊겼다 생각했으나 아니었다. 그 얽힌 인연의 실이 다시 팽팽하게 풀려가고 있었다. 정말 가혹하십니다. 차라리 다시는 못만나게 하시지. 아무도 듣지 않는 하늘을 원망했다. 그리곤 자기가 모시는 아가씨의 얼굴을 한 번 쳐다보았다. 어찌 또 좋아지신겝니까. 기억을 잃고도 결국 그분입니까. 무의식적으로 반지를 손가락으로 돌리며 만지고 있는 여주를 바라보았다.












"유모에게는 말씀하지 마셔요"

"응"











입조심을 시키는 그녀에게 대답을 해주고는 다시 반지를 굴렸다. 예전보다 겉이 거칠어진 반지가, 계속 매만지는 나의 손길에 반짝 빛이났다. 아무 신경도 안쓰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하루가 지난 날부터 하루하루 며칠이 지났는지 새는 자신이 처량했다. 기약없는 기다림이었다. 가만히 앉아 서책을 펼치려는데 갑자기 방문이 열렸다. 행수였다. 병풍을 찾기 위해 일어났다.











"어찌 기별도 없이 발걸음 하셨습니까. 병풍을 내어오겠습니다."

"아니요. 오늘은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누가 찾아오셨어요 아가씨."












[NCT/이마크] 낙화 下 | 인스티즈



행수어르신의 말을 끝으로 그 날 달빛이 비춘 눈 모양이 둥그렇고 새하얬던, 날밝을 때 만날 모습을 머릿속에 수십 번을 그렸던 그가 푸른 용포가 아닌 도포를 입고 서 있었다. 입가에 살짝 미소가 걸렸다. 당장이라도 튀어나가고 싶었지만 꾹 참고는 일어나 절을 올렸다. 행수어르신은 적잖이 당황한듯 했다.









"이미 서로 일면식이 있으신가 봅니다. 그럼 쇤네는 나가도 될런지요?"










고개를 끄덕이자 행수 어르신이 나가고, 나는 요가 있는 내 자리에서 나와 반대편 바닥에 앉았다. 그것이 웃전을 뵙는 예의였으니까. 하지만 저하는 고개를 내저으며 다시 요위로 올라가라고 하셨다. 당황해 주춤거렸지만 다시 요위로 올라갔다. 그제서야 자리에 앉으시는 저하셨다.








저하가 찬찬히 나를 살펴 보셨다. 닿는 눈길이 부끄러워 눈을 살짝 감았다 떴다. 의외의 말이 돌아왔다. 머리칼에 대한 의문이었다.
















"머리를 올리고 있구나. 기부(기둥서방)가 있는 것이냐"



"아니요!! 아닙니다. 그런 것 없습니다.. 그저.."







어르신들께서 계속 소인을 데려가고자 하시기에.. 무서워서.. 그래서 머리를 올리는 것 뿐입니다. 질문에 놀란나머지, 완전 크게 아니요! 한 제 목소리에 제가 놀라, 점점 목소리가 줄어들고 말 끝이 흐려졌다. 왠지 모르게 저하의 낯빛이 환해진 건 기분 탓인가.









"너를 찾는 것이 그리 어렵지는 않더구나, 꽤나 유명하던데"

"재주를 찾아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그렇습니다. 그것도 그 뿐입니다."








차분하게 말하는 내 목소리에 이번에는 정말로 입꼬리가 둥글어지셨다. 그리고는 손을 잡아오셨다. 맞잡아진 손이 꼭 제자리를 찾은 것 처럼 익숙했다. 다른이들을 항상 밀어내고 도망갔던 때와는 다르게, 따뜻한 손을 되려 포개었다. 포개진 손에서 반지가 빛났다. 그 반지에 시선을 둔 저하의 까만 눈동자가 흔들렸다.











"어찌.... 그러십니까?"

"가락지가.... 가락지가 어여쁘구나."

"아.. 돌아가신 부모님이 주신 것입니다."












부모님이 주었다는 말에 나를 한 번 쳐다보는 그였다. 부모님이? 하며 살짝 눈썹을 찡그리는 그였다. 저하의 입에서 또 다시 나와선 안될 이름이 나왔다. 여주야. 다시 나온 아무도 알아서 안될 그 이름에 손을 거두고 몸을 움츠렸다.













"소인을... 소인을 의금부에 넘기실 것입니까?"

"그것이 무슨...."

"제 이름을... 그 이름을 어찌 알고 계시는 것입니까. 소인은 욕심을 내는 것이 없습니다. 그저, 그저 이렇게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고개를 들어 보거라"













의금부에 넘어간다면 참수를 당해야 하는 자신이었다. 어머니 아버지는 선대왕에게 충신이셨다. 때문에 반역에 참가하지 않아서, 반대세력이 된 채 역모죄라는 명목을 뒤집어쓰고 죽었기 때문이었다. 왕의 아들인 세자가 가르쳐준적도 없는 내 이름을 두번이나 불렀다. 저번 만남에는 아니라고 잡아땠지만, 확신에 차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이번에는 불안함이 눈덩이처럼 커졌다. 눈물이 고인 얼굴을 들었다. 그의 손이 내 눈가를 스쳐지나갔다. 그리곤 잠긴 목소리로, 조용히 말해왔다.

















"네 기억 속에 내가 없구나."

"......"

"너무 힘겨운 나머지 네 기억속에서 나를 지웠구나."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제 기억 속에서 어떤 사람이셨나이까?"

"네가 나 같은건 잊을 정도로, 아주 나쁜 사람이었다."















그럴리가 없습니다. 라고 말하는 다정한 내 목소리에 저하는 놀라신 듯 했다. 동그랗던 눈이 더 동그랗게 뜨여진채로 나를 쳐다보셨다. 그 큰 눈에 내가 비쳤다. 그것도 아주 환하게.










"저는 한 번도 후회할 인연을 만든 적이 없습니다. 또
소인은 악한 사람이 이렇게 손을 떠는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떨리고 있는 그의 손을 잡았다. 다시 볼 수 있을 정도로 길한 인연이었나봅니다. 생긋 웃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손아귀에 힘을 줘 오는 그였다. 이상하게 가슴이 시렸다. 차를 몇모금 마신 후에 별 말 없이 그가 떠나갔다. 저하가 궁금해졌다. 내 기억 속 어딘가에서 살아가고 있는 그가.
























하루종일 신기루같이 다녀간 그를 회상했다. 그 날 저녁 화려한 치마를 입고, 오랜만에 가야금을 들었다. 고위댁 자제들의 연회가 있는 날이었다. 행수가 찾아와 나를 말렸지만, 오늘은 꼭 가야만했다. 온갖 소문이 모이는 이곳, 기방에서 저하의 이야기를 조금은 더 들을 수 있을까하는 욕심이 났다.



마루에 켜져 있는 홍등이 치맛자락과 입술을 더 붉게 만들었다. 고관대작들이 모여있는 정자에 도착했다. 계단을 조심히 하나씩 밟았다. 서서히 머리끝부터 보이는 형체에, 술을 먹으며 왁자지껄 말을 하던 이들이 조용해졌다. 기생이라기엔 수수한 양반집 여식같은 얼굴에 다들 시선을 빼았겼다. 저고리에 악기를 들고있지 않은 한쪽 손을 올리고 인사를 올린 뒤에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연주를 이어나가기 시작했다.최대한 조용히, 마치 나는 없는 사람이 되어야 했다. 그래야지만 편안한 이야기들이 나올 수 있으니까. 연주를 시작한지 반시진이 지났을까. 술에 거하게 취한 영감들 입에서 이야기들이 흘러나왔다.













"중전마마께서 곧 출산을 하신다지요? 감축드리옵니다 부원군 대감"

"허허허... 놓아봐야 아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만약 원자라면, 앞으로의 날을 도모해봐도 괜찮겠습니까?"













손은 가야금 줄을 뜯기에 여념이 없었지만, 귀와 정신은 그들의 입에 가 있었다. 드디어 왕실의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가운데 수염을 길게 기르고 갓을 쓴 사람이 국구, 즉 부원군이었다.










"그것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일이네. 지금 세자는 너무 물렀어. 아마 원자가 태어나면 몇년 이내로 이 나라의 국본은 바뀔걸세."

"어찌보면 세자도 참 가엾습니다. 자신의 아버지가 왕좌를 위해 어머니를 내친 것 아닙니까."






'탁'







가야금의 안족이 넘어져 큰 소리가 났다. 손은 허공에 머물러 움직일 수가 없었다. 자신의 기억 속의 중전마마를 생각했다. 어쩐지, 감히 이런 말을 하는 상상조차도 무섭지만 젊고 예뻤다. 생각의 끝에 미치자 가만히 있는 나를 쳐다보고 있는 시선들이 느껴졌다.












"송구하옵니다. 다시 연주할터이니,"

"대감님들 오늘도 오셨나이까. 이 아이가 피곤해보이니 돌려보내고, 제가 직접 기예를 보여드리겠사옵니다."

"허허 행수! 그래 그것도 좋지. 어디 한번 보여주게나."












행수어르신이 나를 밀어내고 춤사위를 보여주기 시작하셨다. 넘어진 안족을 세우고 가야금을 들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돌아가는 발걸음이 바닷속의 진흙을 밟고 걷는 것 처럼 무거웠다. 들어서는 안될 것을 들은 것 처럼 마음이 불안해져왔다. 처소에 도착하자마자 의복을 갈아입고 요 속으로 들어갔다. 혼란스런 머릿속을 정리하고 싶었다.

















또 다시 화원이 나왔다. 요즘따라 매일 반복되는 꿈, 달려가 안기고 함께 북촌 저잣거리를 가고 내 손의 반지를 끼워주는 사람, 그리고 그 다음 장면은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장면이 나올 순서였다. 처음으로 꿈속에서 의지대로 눈을 감았다. 하지만 아무 느낌도 들지 않았다. 서슬퍼런 칼의 소리도 이리저리서 느껴지던 피비린내도, 타닥타닥 타오르던 뜨거운 열기도. 정말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아 꽉 감고 있던 눈꺼풀을 서서히 치켜올렸다. 우리집이었다. 우리집 사랑채 앞, 그 날이 오기 전 그 모습 그대로의 집에 햇살이 눈부시리만큼 내리쬐고 있었다. 그리고 사랑하는 아버지가 처음으로, 환하게 웃으며 서계셨다. 아버지!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은채로 아버지에게 달려가 안겼다. 우리 여주, 항상 잘 지내고 있는 것이냐. 소녀 보고싶었습니다. 너무나도 보고싶어요. 감은 눈꼬리 옆으로 눈물이 한줄기 흘러내렸다.











"우리 여주, 이제는 모두 다 용서하고"

"....."

"네가 하고픈데로 남은 생을 살거라."

"....."

"이미 없는 사람인 네 애미애비 생각은 하지 말고."











무조건 우리 여주의 행복을 먼저 챙기거라. 아버지의 말씀이 귓가에 내려 앉았다.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그럴게요.. 그러니까 가지마셔요. 저만 이리 두고 가지마셔요. 가지말라는 말이 무색하게, 빠져나가지 못하게 꽉 붙잡았던 내 팔 속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고요했다.









"아가씨! 아가씨!!!!"

"흐억!"









괜찮으십니까? 땀이 범벅입니다. 어연이 나를 깨웠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식은땀이 나 있었다. 흥건하게 젖은 적삼을 보더니 어연이 나가서 새 옷을 가지고 오겠습니다. 하고는 밖으로 나갔다. 아버지의 도포자락의 촉감이 선명했다. 이런 꿈이라면 깨어나지말걸. 영영 잠들어버릴걸. 누운채로 천장을 바라보았다. 천장에 아버지의 얼굴을 그렸다. 이렇게라도 찾아와주셔서 소녀는 너무 행복합니다.






























-




































저하가 오는 횟수가 많아졌다. 닷새에 한 번 정도 오시던 분이 벌써 사흘에 한번씩 기방을 들리고 계셨다. 궐에서 귀한 다과를 들고오시기도 하고, 때때로 장신구를 가져오시기도 하셨다. 이리 귀한 것들을 받아도 되는건지 한웅큼이나 되는 선물 꾸러미를 함에 담아놓기 바빴다. 가장 마음에 드는 은장도 하나를 노리개 옆에 달아 놓는 것 빼고는 모두다 함 속에 넣어놓았다. 이 날도 저하가 어김없이 찾아오셨다.









"여주야"

"예 저하"

"오늘도 어김없이 달이 밝구나."









하루 일과를 마치고 항상 저녁에나 느즈막히 들리시는 저하께서 말씀하셨다. 오늘은 만월이었다. 꽉 차오른 보름달이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하얀 달빛이 우리를 비췄다. 어둠속에서 그의 옆선이 달빛에 그려졌다. 달빛을 닮아 하얗게 그려지는 그의 얼굴을 무의식적으로 매만졌다. 그리고 이내 해선 안될 짓을 했다는 것을 깨닫고는 손을 내리려하자 다급하게 내 손을 붙잡는 그였다.








"괜찮다. 괜찮으니, 나를 보거라."









그 말에 저하의 얼굴을 가까이 마주보았다. 상당히 짧은 거리였다. 이마부터 턱끝까지 하나하나 말끔하지 않은 곳이 없었다. 품어서는 안될 상대였다. 지금 저는 기생이고, 그는 나라의 국본이었다. 저는 어쨌거나 역적이 된 사람의 자식이고, 그는 수많은 사람들을, 자신의 집안을 밟고 올라간 왕실의 사람이었다. 서글픈 마음에 눈을 감았다. 아무도 인정해주지 못하는, 보일 수도 없는 마음이 어느 한 곳에서 쓰라리고 있었다. 이런 자신이 우스웠다. 낙화라는 별칭을 가르쳐 줄 때 부터 이렇게 되길 바랬는지도 모른다. 닷새에 한 번 발걸음 하시던 분이 찾아드는 횟수가 점점 잦아질 때 모진말 한마디 하지 못한 제가 후회스러웠다.





살짝 깨물고 있던 제 입술위로, 따뜻한 체온이 흘러들왔다. 따뜻한 온기에 감고있던 눈이 빠르게 뜨였다. 시선 위에 눈을 감고 내 입술 위에 고개를 기울여 입을 포개어 있는 저하가 보였다. 밀어낼 힘도, 밀어내고 싶지도 않았다. 이런 것이 불행의 시작이라면 불행이 숨통을 옭아매도 좋았다. 머리 끝까지 불씨가 되는듯한 느낌이었다. 저하의 손이 목으로 오면서 파란 도포의 소매자락이 내 붉은 저고리를 덮어 가렸다. 이내 아랫입술을 살짝 베어문 그가 심알을 이었다. 야하기 보다는 다정했다. 마음이 느껴질 정도로 조심스러웠다.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얇은 벽이 무너졌다. 나는 그를 사모하고 있었다.














그가 돌아가고, 붉어진 뺨을 진정시키느라 우물가에 앉아 손을 내젓고 있었다. 살랑살랑 손 끝에서 오는 바람도, 얼굴 주변에서 이리저리 흩어져 열을 식혀주진 못했다. 차가운 물이 나를 식혀줄까 싶어 우물의 물동이를 끌어올렸다. 달빛이 비친 우물의 물에, 내 모습이 아닌 다른 사람의 모습이 비쳤다. 모든 행동이 멈추고 바짝 긴장한 그 순간 큰 손이 나의 입을 막았다. 읍.....으읍... 발버둥 쳐봤지만 까만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물동이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내 누군가 내 뒷목을 쳤다. 눈 앞이 캄캄해졌다.
























-





































머리를 감싸쥐며 일어났다. 퀘퀘하고 말린 목초 냄새가 코 끝을 찌르는 답답한 창고 안이었다. 입구를 찾아 마구 흔들었지만 당연히 열릴리가 없었다. 빛이 새어들어오는 조그만한 창으로 바깥을 보았다. 여기가 어디지.... 아무도 지나가지 않는 곳을 하염없이 바라보자, 진한 초록색 당의를 입은 사람이 앞을 지나갔다. 궁녀?





그래, 여기는 궐이었다. 다리에 힘이 풀려 털썩 주저앉았다. 누군가 나를 고발했나? 아니면 알아챈 것일까? 몇시진이 지난 것인가, 아니면 며칠이 지난 것인가? 오만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여기서 이리 죽는 것인가. 나무선반에 머리를 기대었다. 올 때 얼마나 험하게 데려왔는지 보여주듯, 치마 끝이 이리저리 찢겨있었다. 한참을 쭈그려 앉아 있을 때, 끼익 거리며 창고의 문이 열렸다. 나가기 위해 앞으로 뛰쳐 나갔다. 빛을 짓눌러 그림자를 만들고 들어온 사람은, 다름아닌 중전마마였다.





당당하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한걸음 걸어올 때 마다, 한걸음씩 뒤로 물러났다. 힘없는 다리로 인해 휘청거리며 붙잡은 옆의 물건들은 힘없이 쓰러졌다. 포졸 한 명이 의자를 들고왔다. 그리고 그 의자에 나를 묶었다. 이게 뭐하는 짓입니까! 소리를 쳤지만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요즘 세자가 잠행이 잦다던 풍문을 이 사람이 들었지 뭡니까? 실소와 함께 날카로운 목소리가 내 고막을 찔렀다. 언젠가 들었던 말이 생각났다. 원자가 태어나면 곧 세자를 폐위시킬 것이라 말하던 부원군 대감의 말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그제서야 본 중전마마의 치마가 위로 크게 솟아있었다. 정말 산달이 얼마 남지 않아보이는 그녀가, 나를 세자의 약점으로 만들려 하고 있었다.

















"기생에게 놀아났다니, 좋은 먹잇감이 되지 않겠느냐?"

"소인은 모르는 분입니다."

"그래?"




'짝'








한 번도 맞아보지 않았던 뺨이 쉽게 부어올랐다. 입 안쪽에서 비릿한 피 맛이 났다. 입속에 고인 피를 앞에 뱉었다.












"이리 하셔도 소용이 없습니다. 저같이 천한 것이 어떻게 그리 귀하신 몸을 만난단 말입니까."











원하는 대답이 나오지 않자 온 몸에 멍자국을 남길 것 처럼 때리는 사람들이었다. 볼이 퉁퉁부어 눈이 잘 떠지지 않느 것이 느껴졌다. 찍힌 정강이에서는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한참을 몸에 생채기를 내던 사람들이 밖으로 나갔다. 독한년. 하는 소리를 들었다. 제가 무엇에 이리 독해본적이 없어서, 그래서 이러는 것입니다. 속으로 되내었다. 흔들려 살짝 느슨해진 매듭에 한쪽 팔이 빠져나왔다. 노리개를 대신해 달려있던 은장도를 꺼내 밧줄을 잘랐다. 줄이 두꺼워 오래걸렸지만 그래도 몸을 가눌수 있게 되자, 겨우 볏집이 놓여진 바닥에 머리를 기댔다. 쫓겨나더라도 기생과 엮여 쫓겨나는 것은 제가 용서할 수가 없었다. 저하까지 불행해지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간간히 물과 마른 밥 한 덩이를 가져다 주는 그들이었다. 한 모금도 축이지 않았다. 그리고 한 입도 먹지 않았다. 그러자 물을 강제로 입속으로 부어넣는 그들이었다. 여기 온지 몇일이 된 걸까. 이미 말할 힘도 없고, 붉은 저고리는 검붉게 물들여져 있었다. 배고픔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속이 뒤틀렸다. 낮에는 음식을 가져다주고, 저녁에는 고문을 하러 오는 이들이었다. 저녁, 그들이 들어오는 찰나에 문이 열렸지만, 힘이 없어서 도망칠 수가 없어 포박을 당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밖에서 빗소리가 들렸다. 오늘은 비가 오는구나. 뜨기힘든 눈에 힘을 주며 창을 바라보았다. 비가 내리는 데도 불구하고 눈이 부셨다. 지금 처한 상황보다 밝아서일까.









".....저하... 보고 싶습니다."









작은 목소리를 입 밖으로 내뱉었다. 너무 작아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을 소리였지만, 미약하게 나마 아직 자신이 의식이 붙어있다는 것을 느꼈다.














"보고싶습니다, 저하"

'보고싶습니다, 도련님'

"!!!!!!!!"

'언제 저를 보러 다시 오실 것입니까. 저를 찾아주시긴 하실 것입니까?'

"으윽..."

'불행하고, 또 허망한 이 삶에서 살아 남은 것은 도련님 하나뿐인데, 어찌하여 발걸음하지 않으시는겝니까.'









'도련님 또한..... 저를 두고 떠나신 것입니까.'














아파오는 머리 위로, 어린시절의 내가 보였다. 익숙한 기방에서, 지금보다 더 작은 단칸방에서 몇 날 며칠을 자지 못하고 울기만해 퉁퉁 부어있는 눈을 하고는 약조하셨지 않습니까. 하고 옥가락지를 만지는 어린 나는 그대로 바닥으로 힘없이 쓰러졌다. 지금 손가락에 끼워져 있는 가락지와 똑같은 것이었다. 스쳐지나간 장면과 흐려진 의식 속에서, 또다시 꽃이 가득 핀 정원이 보였다. 내 손에 가락지를 끼워주는 사람을 다시 천천히 바라보았다. 발 끝에서, 도포자락을 넘어 어깨까지 시선을 올렸다. 아버지라기엔 너무나도 젊은 남성이었다. 두려운 시선으로 목, 턱, 그리고 눈을 마주했다. 지금과 똑같이 얼굴의 반을 차지하는 두눈.



















[NCT/이마크] 낙화 下 | 인스티즈






이민형, 이제 부르지못할 세자의 존함이 생각났다.






















눈물이 가득고여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가 되어서야 커다란 눈물방울이 아래로 떨어졌다. 너무나도 제 자리 같았던 그 손이, 그 품이 왜였는지 이제야 이유를 찾았다. 창고의 벽하나를 두고 마주하던 그 얼굴이, 자신을 살려두고 뒤돌아가는 그의 발걸음이 생각났다. 애지석지, 글자가 적혀있던 속치마를 제 손으로 태우고 먹이 퍼져있는, 미처 불이 다닿지 못해 갈색으로 그을린 하얀 천을 뜨거운 줄도 모르고 화로에서 꺼내 붙잡고 울었던 자신이 생각났다. 자신의 정인의 가문이 부모님을 죽인줄 알면서도 자신을 찾아와주길 빌고 또 빌었던 사람. 몇주를 겨우 식사 한숟갈을 뜨고는 기다렸던 사람. 그리고 항상 달려가 안기던 품 속에서 올라오던 난향. 그의 향이 떠올랐다.











"진짜 보고싶어..."











울음이 섞인채 갈라진 목소리를 내뱉었다. 큰 소리를 내며 창고의 문이 열렸다. 시작인가 싶어 눈을 감았다. 꽉 감아 내가 만든 어둠 사이로, 흰 빛이 일었다. 창고의 쾌쾌한 향 그 위로 난향 덮어졌다. 그제서야 눈을 뜬 내 앞에, 저하가 서 있었다. 여주야- 하고 부르며 뛰어오는 그가 나에게 손을 뻗어왔다. 하지만 문밖 저 멀리서 걸어오는 중전이 보였다. 마지막 남은 힘을 쏟아 소매속에 숨기고 있던 은장도를 꺼내 쥐고 일어났다. 짧은 칼이었지만 은빛이 반짝였다. 당황한 저하가 그대로 멈춰 왜그러는것이냐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물어왔다.














"오지마십시오."

"뭐?"

"다가오지마세요."

"...왜... 왜...."

"소인은 이제 세자저하와 모르는 사람입니다. 아시겠습니까?"

"그게 무슨 말도 안되는.."














은장도를 바짝 내 목 앞까지 가져다댔다. 안다고 말하시면, 이 자리에서 제 숨통을 끊겠습니다. 피딱지가 이리저리 붙어있는 얼굴로 악에 받쳐 말하는 나에, 그 큰 눈이 흔들렸다. 그래 알겠으니, 칼 좀 내려놓거라. 내가, 내가 괜한 것을 너에게 주었구나. 아픈 그 사람을 보고싶지 않아서 감은 눈에서 눈물이 나와 두 뺨 위로 흘렀다. 아니요, 누구보다 좋은 선물을 주셨습니다. 이 작은 쇳덩이 하나로, 저하를 구할 수 있지 않습니까. 하고 생각하는 여주였다. 민형은 자신의 목에 칼을대어 여주를 구했던 자신이 생각났다. 어찌 이런 것도...




중전이 이 곳을 들이닥쳤다. 그리곤 상황을 보며 아주 환하게 웃었다. 현장을 잡은 것인가? 하며 경박한 웃음 소리를 내는 중전이었다. 아니요, 일면식도 없는 사이입니다. 그저 제가 낸 소리에 이 곳에 발걸음 하신 것입니다. 뭐라? 세자 답해보세요. 저 아이의 말이 사실입니까? 중전의 말에 불안한듯 나를 쳐다보는 그였다. 그럴수록 더 목 가까이 가는 칼에, 모르는 아이입니다. 하고 대답하는 그였다.









"사실을 고하지 않으면, 저 아이는 자신의 손이 아니라 내 손에 숨통이 끊길걸세 세자."

"모르는 아이라 했습니다! 무엇을 위해 이리하시는겝니까? 어마마마"









중전의 얼굴을 바라보던 그가 이내 손으로 감싸쥐고 있는 그녀의 배로 시선이 향했다. 항상 내 앞에서 온화하게만 웃던 그가, 한쪽 입고리를 올리며 냉랭한 비소를 얼굴에 띄었다. 그리고는 자신이 들고있던 칼자루를 빼내어 정확히 중전마마의 올라온 배 위로 겨누었다. 오히려 더 놀란 내가 들고있던 은장도를 바닥에 떨어뜨리고 입을 감싸쥐었다. 이....이보시오 세자! 중전이 뒤로 배를 감싸쥐고 개걸음치듯 물러났다. 저하가 입을 떼었다.










"이 아이는, 지금 당신이 죽이려고 한 이아이는, 내 어머니와 맞바꾼 아이입니다."

"....뭐..뭐라 말하고 있는 것입니까 세자"

"이 아이가 죽어 없어졌다면, 당신이 이 자리에 있을수도, 있지도 않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오."

"이게 지금... 부모에게 무슨 짓입니까!"

"한 번이라도 당신이 나에게 부모였던 적이 있나?"










칼로 세개 바닥을 찍어, 무거운 쇠가 흔들리는 소리가 났다. 쓰고 있던 익선관을 바닥으로 내팽겨치는 저하였다. 갑자기 알게된 사실과, 지금 상황에 놀라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고 그저 바라보았다.









"애초에 세자자리 따윈 관심도 없으니 얌전히 기다리시오. 그럼 알아서 내려갈테니. 저 아이를 다시 털끝하나 건드렸다간, 잃을 것 없는 내가 당신의 원자를 찾아가 죽일테니."









힘없는 나를 끌고 나온 그였다. 문 밖에는 그의 호위무사가 있었다. 눈빛을 한 번 주자 상황을 정리하러 들어간 호위무사를 두고 내 손을 잡아 이끌고 비를 맞지 않는 곳으로 들어가는 그였다. 그제서야 힘이 풀린다리에 앞으로 몸이 기울었다. 하지만 넘어가지는 않았다. 그가 지탱해주었기 때문이다. 어디에 좀 몸을 앉혀야겠구나. 기둥아래 나와있는 기단을 손으로 청소하더니 나를 앉히는 저하였다.








"거짓이라 말해주세요"

"뭘 말이냐?"

"저를.... 저를 살리고 어머니를 잃은 것이 거짓이라 말해주세요."








잘게 떨리는 입 안을 꽉 깨물었다. 자신을 버리고 갔다고 원망하며 울던 지난날의 나에게 그 화살이 돌아오는 순간이었다. 아무도 강요하지 않았지만, 그로 인해 상처가 아물어가던 가슴에 다시 스스로 비수를 꽂았다. 전부 헤아리지 못한 것이 미안해서. 빗소리가 소리내어 울지 못하는 저 대신에, 투둑투둑 소리를 내며 부서지고 있었다.











"우리 함께 어머니께 가는 것은 어떠냐?"

"예?"

"궐 생활이 지겨워지거든 자신의 고향으로 오라고 하셨다. 먼 곳은 아니니 너만 괜찮다면 함께 그곳으로 가자꾸나."











그 전에 너를 기적에서 빼야겠구나. 이제 재주같은거 부리지 않아도 괜찮아. 이리저리 헝클어진 머리칼위로 그의 귀한 손이 올라왔다. 아직 매마르지 못한 눈에 뜨거운 눈물이 맺혔다. 그리고 오랫동안 부르고 싶었던, 부르지 못했던 너무 꽁꽁 감추어두려고 해 잊어버리고 말았던 그 말을 떨리는 목소리로 입 밖으로 내뱉었다.


도련님, 민형 도련님-


머리칼을 쓰다듬던 그의 손이 멈추었다. 나를 바라보는 그에게 말했다. 참으로 늦게 오셨습니다. 그래서 매일 칠흑같던 밤 지옥 속에서 헤매던 소인이 그리움을 쌓다, 그 그리움이 산이 되어 눈 앞을 가려 기억조차 잊었지 않습니까. 빗물과 똑같이 맑은 물이, 눈에서 떨어져 내렸다. 그의 입이 들썩이고, 이내 굵은 눈물들이 말간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끓어오르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겨우 겨우 숨을 내쉬며 말했다. 사모합니다. 못다한 그날의 대답이었다.












"내가... 내가 밉지 않은 것이냐"

"원망했습니다. 소인을 찾아와 미안하다 해주실 줄 알았습니다. 어찌 이리 발걸음이 늦으신겝니까"













그의 얼굴위로 흐르는 눈물에 손을 가져다 닦아내었다. 하지만 저하의 잘못이 아니십니다. 더이상 미워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기억속의 얼굴보다 훌쩍 커버린 그의 얼굴을 매만졌다. 기억을 잃고도 결국 저하였나봅니다. 미안함에 나보다 더 크게 흐느끼는 위로해 주었다. 그리곤 품에서 눈을 감았다. 제대로 자지 못한 지난 밤의 잠들을 한꺼번에 가져오듯이 깊은 잠이었다.
























-
















































눈을 뜨니 기방에 와 있었다. 내 바로 앞에 양옆으로 쭈그려 자고 있는 유모와 어연이 보였다. 꿈, 며칠을 잔 것인지 몰랐다. 꿈, 설마 꿈은 아니었겠지? 놀라 몸 이곳저곳을 만지자 아직 쑤셔오는 곳들이 만져졌다. 이리저리 멍이들고 패여있던 곳에는 흰 천이 감아져 있었다. 머리에 올려진 물수건을 내리고 감겨져 있던 흰 천도 풀었다. 꽤 아문 상처들이 보였다. 분명 시간이 좀 흘렀을 것이다. 뒤척이는 소리에 유모가 먼저 몸을 들썩이며 일어났다.












"아니 아가씨! 괜찮으신겝니까?"











일어난 내 모습을 보더니 이리저리 나를 살핀다. 괜찮아 유모. 진짜 괜찮아. 괜찮긴 뭐가 괜찮습니까! 처음 보는 유모의 눈물이었다. 애지중지 키우던 자신의 아이가 다쳐왔을 때 속상한 어머니처럼, 그렇게 울었다. 유모를 안아주었다. 미안해 이렇게 다쳐와서. 앞으로 이렇게 다치치 않을게. 소란스런 소리에 어연이도 일어나 잔소리에 가세했다. 어디 갈 때 꼭 저를 데리고 가라 했지 않습니까! 알겠다. 알겠으니 지금은 혼내지 말거라. 말로는 핀잔을 주면서 흰 천이 풀린 곳을 이리저리 살피는 어연이었다. 자신의 의지는 아니었지만, 마음대로 없어져 버린 것이 미안해 한동안 그들을 안아주었다. 그 뒤에 보이는 보따리들. 저게 다 뭐야?













"아기씨가 이제 기적에서 없어지셨습니다. 그래서"

"뭐? 그렇게나 빨리?"

"오늘 사람을 보낼테니, 그곳으로 이동하라 하셨습니다."










누군지 말하지 않아도 저하의 지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초조하게 사람을 기다리는 도중, 식사가 방으로 들어왔다.











"행수어르신!"

"제 얼굴은 보지도 않고 떠날 생각이셨습니까."











행수가 상의 맞은편에 앉았다. 오랜만에 네명이 함께 먹는 밥이었다. 오늘이 함께지내는 마지막 날이 아닌 것 처럼 웃었다. 처음 치마끝에 피를 묻히고 도망왔을때, 유모와의 친분으로 여기에 살게 해 주었을 때도. 시간이 지나 기억을 잃고 나서 첫걸음마 떼듯이 춤과 악기를 혼나며 배웠을 때도 지금 창살로 들어오는 햇살 때문인지는 몰라도, 모두 따뜻한 기억이 되었다. 수많은 양반집 사람들이 와 나를 데려가려고 했을 때도 항상 막아주던 행수가 고마웠다. 기방에 신세진 것이 많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아니요, 소인이 훨씬 감사하지요. 짧은 시간 안에 그리 재주가 일취월장해 그리 기방을 알릴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오히려 예인 하나를 잃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좋은 피를 타고나신 아가씨가, 재주까지 잘한다니 원.. 이리 불공평해서야"











웃으며 괜히 얄밉게 말하는 그녀였다. 투덜거리는 것 처럼 보였지만, 그녀의 잘가라는 인사였다. 안에 계십니까? 식사가 끝나는 시간에 딱 맞춰 온 사람이었다. 문이 양 옆으로 열리고, 저하가 보낸 사람이 들어왔다. 어... 저번에 본 그 호위무사.... 창고를 나가던 급박한 순간에 스쳐간 얼굴이 기억이 난다. 그래도 저 분이 오신걸 보면 저하는 잘 계신가봅니다. 안도의 웃음이 입가에 지어졌다. 앞에 와서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시더니 나에게 비단을 한 보따리 건내주신다. 이게 무엇입니까?









"저하께서 보내셨습니다. 저도 내용물은 잘 알지 못합니다."









상에서 잠시 일어나 몇걸음 떨어진 뒤에 뒤돌아 앉았다. 펼친 붉은 비단안에, 노란 저고리와 다홍치마, 꽃이 수놓아져있는 흰 저고리와 연보라색 치마가 있었다. 결혼을 약속한 날 입었던 옷 색깔과, 평소 어여뻐하던 옷이 함께 들어있었다. 이리 다 기억하고 계셨구나. 잠시 건넛방으로 가 노란 저고리에 다홍치마를 입었다. 그리고 오랫동안 올리고 있던 머리칼을 드디어 아래로 내렸다. 드디어 제 모습을 찾은 여주는, 눈가에서 빛이 났다.










기방을 나가며 기방 식구들과 인사를 했다. 그동안 너무 잘 지냈습니다. 그러자 다시 눌러 앉을 것이면 다시는 근처에도 얼씬하지 말라는 기방사람들이었다. 기방 문을 나오자 너무 오랜만에 보는 가마가 있었다. 가마를 타본지가 언제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오랜만에 가마에 올라탔다. 꽤 오랜시간을 이동했다. 가마의 작은 창을 열었다. 들판에 노란 꽃들이 피어있었다. 기분좋은 꽃내음이 맴돌았다. 온 시간만큼 더 이동해 다리가 아릿아릿 저려올 때 쯤 가마 문이 열리고, 햇빛이 얼굴을 쬐였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마을. 예쁘게 자리잡은 적당한 한옥앞에 지긋이 나이가 드신 부인이 한 분 서계셨다.












이내 눈이 마주쳐, 단정하게 인사를 올렸다. 그러자 잠시 뚫어져라 보시더니 가까이와 손을 잡으셨다. 깜짝 놀라 손을 빼내었다가, 이내 다시쥐어지는 손에 눈을 둥글게 뜨고 쳐다보았다.










"우리 민형이가 그토록 사모하던 여식이 너였구나."

"........"

"참으로 곱구나. 이리 들어오거라."









우리를 짐과함께 안으로 안내해주시는 저하의 어머니었다. 그제서야 바라본 얼굴은 큰 눈부터 시작해, 조목조목 닮지않은 구석이 없었다. 집에 들어서자 마자 안채에 딸려있는 별채를 내주셨다. 너무 과분한 대접입니다. 하며 살짝 찡그리자 다시 한 번 손을 잡아오며 아니요, 아씨를 이리 힘들게 크게한 제 잘못을 갚는 중입니다. 그리고 이 몸은 압니다.








"민형이는, 그 아이는 정말 좋은 사람을 사모하고 있다는 것을. 아무 이유없이 자리에서 물러난 것이 아닙니다."

"예?"

"그러니 잘 머물러주세요. 그리고 내가 용서가 된다면, 결례가 아니라면 어머니라 여기고 대해주세요."












저하의 안온함이 어디에서부터 시작된 것인지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그 따스함이 나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당신을 쫓겨나게 만든 저를 미워할 법도 한데, 따스히 맞아주시는 모습에 마음속이 따뜻해졌다. 이내 어연이와 유모에게도 작은 별채를 내어주는 부인이었다. 이 가옥은 부모님이 쓰던 곳입니다. 이제는 제가 제일 큰 어른이니 드린 공간은 마음껏 눈치보지 않고 쓰셔도 됩니다. 그리고는 유모의 손을 붙잡으셨다.












"저리 잘 키워주셔서 고맙습니다."

"아이고 마님 어찌 쇤네에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여주에게 어머니 같은 분이시지 않습니까."












한 명 한 명 소중하게 대하시는 마음가짐을 보니, 나도 모르게 모든 것을 소중하게 여기는 태도가 옮아왔다. 이리저리 짐정리를 마치고, 시작된 생활 속에서 새로운 경험을 함께 나누기 시작했다. 천에 수 놓는 법도 가르쳐주시고, 서책도 읽고, 가끔 푸르른 뒷동산에 음식을 가지고가 앉아 먹곤 했다.

꽃내음이 나는 봄, 푸르른 여름, 단풍이 떨어져 자꾸만 밟히던 가을도 가고, 벌써 겨울이었다. 찬 공기가 창가에서 떠나지 않고 머물렀다. 그 동안 중전마마가 원자를 놓았다는 소식이 전해져왔다. 이제 곧 오시겠지, 하던 저하는 서찰로 달에 두 번 정도 소식을 전하는 것 이외에는 볼 수가 없었다.















"그곳이 아니라 조금 더 옆으로 놓아야한다."

"어...."

"그렇지 잘 하는구나."















아무래도 여기에는 소질이 없나봅니다 어머니. 아니다. 저 옷도 만들었지 않느냐? 옆에 어머니와 함께 몇주를 고생해 만든 푸른색 도포가 있었다. 아무도 입지 못해 걸려만 있는 도포가 무슨소용입니까. 입 밖으로 아쉬움을 내뱉었다. 아까까지만해도 만천하의 신들께 빨리 보게해달라 빌었는데, 이제는 아니었다. 뭐가 그리 미워 이리 떨어뜨려 놓으신겝니까. 중간에 몇년을 못 보았는데, 이리 또 떨어뜨려 놓으니 속이 시원하십니까? 원망하며 허공에 눈을 흘겼다.














"이리 어여쁜 처자를 두고 멀리있는 저하는 어떻겠느냐."

"그런말씀 마셔요 어머니!"

"그냥 더 늦어지면 좋은 혼처를 알아봐줄터이니 확 그곳으로 가버리거라."

"그럼 유모와, 어머니와 평생 살겠습니다."













얄궂은 어머니의 말에 크게 웃었다가, 또 괜히 속이 상했다. 기약없는 님을 기다리는 건 정말 힘든 일이었다. 밖에서 서찰이 왔습니다. 하는 소리가 들렸다. 벌떡 일어나 서찰을 문 앞까지 마중나가자, 서찰을 이리 마중나가는 것은 너 밖에 없을 것이다. 하며 웃으시는 어머니었다. 붉은 비단봉투와, 연두색 비단봉투가 있었다. 하나는 어머니를 드리고 연두색 비단 봉투를 조심히 열었다. 백의 서찰 위로 비치는 흑색의 글씨가 아주 정갈했다.














그간 평안하게 지내고 있느냐.

혹시나 내 걱정을 하였다면, 나는 덕분에 평안하게 지내고 있구나.

손끝이 아려오는데 그 손에 네 손이 없는 것이 아쉽구나.

여기는 눈이 왔는데, 설화를 보니 절로 네 생각이 나더구나.

하얗고 어여쁜 것이 너와 닮아서,

쥐고 싶지만 쥐어지지 않는 것도 닮았더구나.

많이 사모하고 있다.


빨리 들꽃이 피는 계절이 왔으면 좋겠구나.

너와 닮은 것들이 이리저리 피어있는 그 날들이 계속 되었으면 좋겠다.



정월의 만월에는 꼭 소원을 빌러 나가거라




李敏炯

















언제온다는 기약이 없어 서운하기도, 실망스럽기도 했지만 잘 갈아 녹인 먹으로 꾹꾹 눌러쓴 글을 찬찬히, 다시읽고 닳아질 때 까지 읽었다. 마지막에 새겨져 있는 귀한 이름 세 글자는 번질까, 닳아 없어질까 두려워하며 살살 매만졌다. 이리 서찰이라도 보내는 날이면 밤새도록, 동이 틀 때까지 그 서찰을 붙잡고 읽었다. 하지만 시무룩한 표정은 감출 수 없었다. 아직도 언제온다고 확답을 받지 못한터이니, 속상하기 그지 없었다. 하지만 어머니는 서찰을 읽으시더니 저하와 똑같이 입꼬리를 말아 웃으시며 말하셨다.
















"곧 올 것 같구나."



"어찌아십니까?"













내 말에는 답을 해주시지 않은채로 창을 여셨다. 하얀 눈이 삭막한 풍경을 포근하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소복소복 쌓이는 눈에, 우와- 하며 창 밖으로 손을 뻗었다. 뻗은 손위로 올라탄 작고 하얀 차가운 기운이, 따뜻한 체온에 녹아 투명하게 없어졌다. 추위도 따스함에는 이기지 못하니, 언젠가 또 화원의 꽃들이 만발하는 날이 오겠지.

























-


























































아가씨! 다 준비하셨어요? 어연아 잠시만!







정월대보름이었다. 까만 하늘에 큰 보름달, 만월이 차 있었다. 한 번도 입지 않았던 꽃이 수놓아진 저고리와 연보랏빛 치마를 입었다. 그리고 양 옆으로 하얀 진주로 장식된 머리 장신구를 꽂았다. 오랜만에 해보는 장신구가 여주의 머리 위에서 마치 원래 자신의 것처럼 빛났다.












함께 사당패의 탈춤과 외줄타기, 풍물을 구경했다. 그리고 지나가다 보이는 달큰한 사탕도 입에 물었다. 정말 나온 사람들이 많았다. 이리저리 예쁜 장신구도 구경하다가, 다들 등을 날릴 준비를 하는 것을 보았다. 우리도 저런 것을 하는 건 어떻습니까? 내 물음에 네명이 각자 흩어져 자신이 원하는 색의 풍등을 고르러 갔다. 사람들 속에서 이리저리 치이며, 안쪽까지 흘러들어갔다. 저 멀리 제비꽃의 색을 담은 풍등이 있었다. 상인에게 이걸로 주시오. 하자 마침 마지막으로 남은 것인데 아주 잘됐습니다. 하고는 얼른 넘겨주는 상인이었다. 풍등에서 보랏빛이 돌았다. 역시 보라색이 좋아 -










주변을 두리번 거리다 빈 붓과 먹을 찾았다. 먹을 곱게 갈아 붓에 먹였다. 까맣게 물든 붓으로 종이에 한자 한자 적어갔다.











相思相見只憑夢그리워라, 만날 길은 꿈길밖에 없는데
濃訪歡時歡訪濃 내가 님 찾아 떠났을 때 님은 나를 찾아왔네
願使遙遙他夜夢 바라거니, 언제일까 다음날 밤 꿈에는
一時同作路中逢 같이 떠나 오가는 길에서 만나기를

相思夢 상사몽














황진이의 시 였다. 기방에 있을 때 배운 것인데, 이리 써먹을 줄이야. 시 한 줄 한 줄에 마음이 아려왔다. 마치 내 이야기와 다를 것이 없구나. 오늘 꿈에서는 꼭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다함께 등을 위로 날리고는, 보름달이 밝힌 하늘을 바라보았다. 별이 보이지 않는 밤이었지만, 등불이 올라가 작은 별처럼 하늘을 수놓았다. 예전에 함께 풍등날리기를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 때는 하늘색 종이에 영원히 함께 하게 해달라 적었었는데. 오른편을 바라보니, 많은 사람들 대부분이 자신의 가족, 정인과 함께하고 있었다. 가족들은 본의아니게 떨어졌고, 정인은... 속상한 마음이 들어 한숨을 내쉬며 왼편을 바라보았다.
























"저하"















움직이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서, 움직임을 보이는 단 한 사람. 그토록 보고싶어했던 사람이 시선 끝에 있었다. 이제 저하가 아니라, 도련님이다. 다정한 목소리가 귓가에 머물렀다. 잠시 멈춰선 그를 바라보았다. 단단히 굳어 움직이지 않는 나를 대신해 도련님이 다가왔다. 다정한 목소리가, 달빛에 비친 하얀 피부가, 큰 눈이, 날아오는 그의 향이 모든 것이 도련님이라고 말해주었다. 으스러질듯이 그를 껴안았다. 반대로 그는 행여나 내가 사라질까 뒷통수를 살살 매만졌다.









"그리도 내가 보고싶었느냐, 등에 적어 소원을 빌 정도로"

"......."

"정월의 만월에 꼭 소원을 빌라고 했지 않느냐"







그냥 오신다고 말해주시지 미워요. 정말 밉습니다. 주먹으로 콩콩 가슴을 내리쳤다. 그리곤 다시 품 속에 안겼다. 쌀쌀한 날씨에 빨개진 코끝보다, 이제는 볼이 더 붉어졌다. 주위의 시선은 신경쓰지 않았다. 오랫동안 껴안고 있자 그의 향이 나에게로 옮겨왔다. 다들 하늘을 바라보느라 정신 없는 그 때, 입술위로 자신의 입술을 살짝 포개어오는 도련님이었다.











이제 어디 가지 않을테니 옆에 꼭 있거라. 힘들었던 네 삶을 내가 보듬어줄테니. 서로의 눈속에 서로가 가득 담겼다. 맞잡은 손에서는 옥가락지가 청아하게 빛났다. 유난히 길고 추운 겨울이었지만, 앞으로 길게 따스함만 있었던 겨울로 기억에 남았다.





떨어진 꽃은 이듬해에 더 많이, 예쁘게 피어났다. 그 자리에서.




































낙화 Fin


























한 번 날려먹고 기운을 다시 차린 맠둥이의 말!!




안녕하세요 여러분!

드디어 복기를 해냈습니다.

처음이랑 완전 똑같지는 않아서,, 좀 속상한 마음에

포인트는 안받아요 헤헷

완전 만족은 못하겠어요 ㅠ.ㅠ 단편이 더 그래서 아쉬운 것 같아요



공지사항에서도 말씀 드린 것처럼 현생이 너무 바빠서 좀 늦어지고 있어요!


다른 작품들은 ! 정우는 70퍼 전후(여러분이 행복한걸 원하셔서,,, 담편은 좀 행복할지두,,), 민형이는 아직 좀 남았습니다!



이거 번외 쓸까 말까 고민중에 있습니다.

보고 싶으신 장면 있으시면 마구마구 적어주세요,,

최대한 다 넣어오겠습니다.



항상 읽어주시고 댓글 달아주시는 여러분 항상 감사합니다!




♥ 사랑하는 암호닉 분들 ♥


[1학기조지자] [치토스] [재구] [백설공주] [치킨닭다리] [말랑콩떡] [구슬몬] [모건] [무민] [냥냥]



암호닉은 댓글로 말씀해주시면 됩니다! ♥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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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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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ㅠㅠㅠㅠㅠㅠ 작가님... 진짜 너무 대작이에요.... 단편이지만 엄청난 분량도 너무 감사하고.... 진짜 내용도 글 분위기도 너무 좋았습니다... 사극 민형이 정말 너무 좋은것....♡ 작가님 글 한 번 날아가서 복기하시느라 너무 수고 많으셨어요ㅠㅠㅠ 작가님만 괜찮으시다면 번외도 보고싶어요...♡ 신혼생활, 육아, 첫날밤(...ㅋㅋ) 등등... 작가님 편하실때 그냥 부담 가지지 마시고 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ㅎㅎ 하지만 시간이 안 되시면 안 써주셔도 정말 괜찮아요ㅎㅎ 다시 한번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해요!♡
•••답글
맠둥이
꺄 첫번째 댓글 너무 감사합니다🥰 정말 소중히 읽었어요! 번외편도 시간 나면 꼭 써오겠습니다 >_< 의견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후후 제가 잘 쓸 수 있을지 의문이네요 헤헤 아니 대작이라는 수식을 주시다니,, 저는 넘 감동인 것,,,

독자님 읽어주시고 댓글 달아주셔서 항상 감사합니다 오늘 좋은 밤 되세요💚

•••
독자2
1학기조지자예요!

선생님 필력은 어떻게 뭐 더 좋아질 수가 없다 싶을 정도로 늘 완벽하다 생각했는데 오늘 정점을 찍으셨읍니다ㅠㅠㅠㅠㅠ 최고예요 진짜 대작... 정말 잘 봤어요 글 작가님 ㅠㅠㅠㅠ 사랑해요💚💚💚

•••답글
맠둥이
1학기조지자님 안녕하세요 💚💚💚

세상에,, 감사합니다ㅠㅠㅠㅠㅠ 이 새벽까지 안주무시는군요! 칭찬에 정말.. 몸둘바를 모르겠어요.. 저희 독자님들은 항상 저를 기분좋게 해주시네요 ㅎㅎㅎ 항상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하고 찾아와주셔서 감사해요! 오늘 좋은 밤 되세용 저도 사랑합니당💚💚

•••
독자3
작가님,,,💚 저 댓글 쓰는 거 넘 부끄러워하는 인간이라 맨날 작가님 글 읽고 혼자 속으로 앓고 있었거든여,,, 낙화 상 보자마자 이제부터 댓글 쓰려고 다짐하고 뭐라 쓸지 고민하던 찰나에 작가님이 막 폭풍 업뎃 하셔서 최신 글 아닌 거에 댓글 달기 민망해서 또 머뭇대고 있었는데 드디어 씁니다 껄껄,,, 이번 작품 분량 만큼은 아니지만 초큼,,, 낭낭한 댓글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 ㅎㅅㅎ 일단 사극처돌이+과몰입인간이라 낙화 첨 보자마자 앞구르기로 지구 오조오억바퀴 돌았습니다,,, 작가님 올리신 모든 글이 사랑스럽고 좋아서 광대가 남아돌지 않았는데 낙화는 진짜 제 취향 때려박은 글이라 눈물로 아마존 강 만들었어여 ㅠ̑̈ 표현력의 한계로 그럴싸한 감상평은 못 쓰고 그저 좋다는 말만 외고 있는데 작가님은 그저 천재,,, my love,,, 갑자기 작가님 뽕에 취해서 이상한 주접이랑 말을 하는 것 같은데 너그럽게 용서해주세요... ヾ(。>﹏<。)ノ 아 그리고 암호닉 신청두 하고 가겠슴다! ㅎㅅㅎ [묭]으로 신청해여💚 그냥 1학기 글 읽고 갑자기 떠올랐던 단어였는데 발음이 넘 귀여우니까 작가님이 제 암호닉 보고 귀여워해 주셨으면 해서여...^^ ㅋㅋ꙼̈ㅋ̆̎ㅋ̐̈ㅋ̊̈ 새벽이라 의식의 흐름대로 댓글을 쓰게 되네요 꺄륵,,, 아무쪼록 작가님 좋은 주말 보내세요오 저는 다음 글 얌전히 기다리다가 신알신 울리면 파블로프의 개 마냥 침 대신 눈물 흘리면서 달려오겠습니당 항상 글 재밌게 잘 보고 있어요! 건강 조심하세요 •͈ᴗ•͈💚
•••답글
맠둥이
묭님 안녕하세요 ! 💚

1학기부터 다 읽으신 독자님이라니 넘 감사해요ㅠㅠㅠㅠ 저는 최신글 아니어도 항상 답댓으로 찾아가니까 부끄러워 하지말고 오셔도 돼요! 근데 댓글 내용을 고민하셨다니 넘나 귀여우신걸요😊 낭낭한 댓글 감사합니다 ㅎㅎㅎㅎ 취향저격이라니 참 다행이에용 어떻게 보면 사극이나 시대물은 취향이 갈리는 경우가 많은데 좋아해주셔서 감사해요! 그리고 그대 저 일오나자 마자 암호닉 보고 귀엽다고 생각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뭔가 일학기 글 보고 묭이라는 말이 생각났다니,, 뭔가 신기해요,, 묭,, 벌써 주말이네요! 묭님도 좋은 주말 보내세요! 항상 찾아와주셔서 감사하구 댓글도 너무 소중히 잘 읽었습니다💚 항상 건강 조심하세요💚💚💫

•••
독자4
말랑콩떡입니다!
와...작가님 이거 진짜 와... 제 취향 저격해버린 글이에요 진짜 슼해두고 1일1낙화하려구요.. 글 날아가서 다시 쓰기 힘드셨을텐데 이렇게 빨리 다시 써주셔서 너무 감사해요ㅠㅠㅠ 이번글도 너무너무너무너무진짜매우 재밌었어요 감사합니다 작가님💚

•••답글
맠둥이
말랑콩떡님 안녕하세요오
그간 잘 지내셨나요 😆 취향저격이라니 다행이에요,, 1일 1낙화 하신다니 ㅋㅋㅋㅋㅋ 빨리 쓰지 않으면 더 기억속에서 흐릿해질까봐 썼어요 엉엉 ㅠㅠ 항상 찾아와주셔서 감사해요 댓글 너무 소중히 잘 읽었습니다 💚 행복한 하루되세요 감사해요오💚💫

•••
독자5
제목이 낙화라 새드 엔딩으로 갈까 조마조마 벌렁벌렁 했는데 결국 해피하게 끝났네요ㅎㅎㅎ 여주랑 민형아~~ 앞으로는 아프지말고 행복하게 살아라~~~
•••답글
맠둥이
새드엔딩으로 끝나면 너무 맘아프잖아요,,,, 물론 저는 새드엔딩을 좋아하긴 하는데,,,, 흑흑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댓글도 소중하게 잘 읽었습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
비회원25.63
아항 번외라니... 단편이라는 게 너무 아쉬워요ㅠㅠㅠㅠ 저 보고 싶은 장면 있어요! 여주가 민형이하고 완전히 같이 살게 된 다음에 여주가 민형이한테 왜 늦게 왔냐고 찡찡대는 거용 그러면서 서로 옛날 얘기 다 꺼내게 되면서 서로 서운했던 거 말하는거..?
•••답글
맠둥이
감사해요! 제가 잘 참고해서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 읽고 댓글 적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ㅎㅎㅎ 오늘 행복한 하루 보내시구 항상 건강 유의하세요!
•••
독자6
으 악 재구인데요 진짜 분량보고 까무러칠뻔 했어요 이렇게 열일하시면서 늦게와서 죄송하다고 그러시는 거예요 지금...? 아무래도 피도 눈물도 없는 포인트 폭탄 받으셔야 할 것 같은데 포인트 좀만 더 올려주시술...? 아니 애초에 똑같지 않다는 이유로 포인트를 안받으시다니요... 자까님...8ㅁ8 전편에서도 느꼈지만 브금 선정 진짜 대박이에요 몰입도 최고 ㅠㅅㅠ 제가 얼음연못 진짜 좋아하는데 어찌 아시구... 아버지 진짜 냉정한 수준이 아니라 그냥.... 찔러도 피가 안나올 것 같아요 어떻게 아내를 내치고.... 민형이 마음이 얼마나 찢어졌을지 정말... ㅠㅜㅠㅠ 어머니와 맞바꾼 아이라면서 여주 구할때 진짜 저도 울컥했어요 ㅠㅠㅜㅠ 해피엔딩으로 끝나서 너무 다행이에요... 세자자리 팽개친건 조금 아쉽지만... 계속 있었으면 여주도 못보고 시달릴게 뻔했겠죠 ㅜㅜㅜ?? 고냥 울 여주랑 천년만년 행복하게 살아... 아 그리고 여주 꿈파트에서 아버지가 이미 없는사람은 생각하지 말라고 ㅜㅜㅜ 원하는 대로 남은 생을 살라고.... 하셨을 때 진짜 폭풍오열했어요 ㅇ엉엉 아부지 ㅠㅜㅠㅜㅠ... 진짜 권력이 뭐라고 많은 사람들을 희생시켜야되는지 모르겠어요 진차.... 휴 저 진짜 사극 팡인인데 이렇게... 완벽한 서사 정말 감사해요.... ㅠㅜㅠㅜㅠ 작가님 포인트 안받으시니까 댓글이라도 길게 쓸거예요 제가 정말 사랑해요 엉엉.... 진짜 오래오래 보고싶어요 ㅠㅠㅠㅠ♡
•••답글
맠둥이
재구님 안녕하세용 💚👀 꺄아 오늘도 들려주셔서 감사해요 ㅎㅎㅎㅎ 💫 헤헷 아녜요 저는 첨 글이 아직도 눈 앞에 아른거리기 때문에,, 헤헷 어쩔 수 없나봅니당! 그래도 재구님의 긴 댓글에 또 감동 빵야빵야 받구 갑니당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헉 브금 선정 괜찮았나요~~~? 아 사극이 진짜 브금 찾가 어렵더라구요! 다행이에요 맘에 드셔서😊
서사가 맘에 드신다니 또 저한테는 그만큼 행복한 말이 없네요 엉엉 ㅠㅠㅠㅠㅠ 오늘 분량이 진짜 써놓고 보니깐 생각보다 꽤 되더라구요 그렇다고 뭔가 반반 나누기에는 그래서 그냥 딱 ! 붙여버렸습니당 ! 이렇게 긴 댓글 쓰시는 거 쉽지 않았을텐데 항상 감사해요 재구님! 항상 건강 조심하시구 오늘 좋은 밤 보내세요💫💚

•••
비회원91.27
정말 대작입니다 이건 진짜 민형이로,,,세상에 미쳐버리겠습니다 링크를 저장해서 자주자주 읽을거에요 정말
•••답글
맠둥이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해요ㅠㅠㅠㅠㅠ❤ 댓글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
독자7
으아... 작까님... 저 심장아파요옹....
어웅....
너무 좋다...
진짜...
자기 전에 읽는 작까님 글은 항상 좋네요...
몽글몽글하니...
오웅....
심장부여잡고 오늘도 기분좋게 잠들러갑니다
좋은 글 늘 감사해요!

•••답글
맠둥이
독자님 말투가 민형이같아요 >_< 너무 귀여우신거 아닌가용 기분 좋게 잠드신다니 저도 행복하네용😊읽어주시고 댓글 감사해요! 건강 항상 챙기시고 행복한 하루 되세요💚💫
•••
독자8
아 작가님 ㅠㅠㅠㅠㅠㅠㅠ 진짜 너어무 좋아요ㅠㅠㅠㅠㅠㅠㅠ해피엔딩으로 끝나서 다행입니다 ,, 제가 사극물 글 잘 안보는데 작가님 글은 확 몰입하게 되고 필력이 너무 좋으셔서 읽는내내 진짜 드라마 한 편이 그려지더라구요ㅠ!! 재밌는 글 너무 감사하고 수고 많으셨어용 ,,, 사랑합니다 .. 저두 암호닉 신청 살짝쿵 하고 갈게욥..![소낙] 으로 신청합니다..!
•••답글
맠둥이
안녕하세요 소낙님💚👀
제 이런 ,, 사소한 필력으로 기분 좋으셨다면 다행이에요! 몰입해서 읽어주시고 재미있으셨다니 저도 정말 덩달아 기분이 좋은 것 같아요 ㅎㅎㅎㅎ 저두 사랑함당❤➰
글 읽어주시고 댓글 감사해요! 항상 행복하고 건강유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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