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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 전체글ll조회 975


※작가 세계관 주의



w.모르




*     *     *





"자, 이걸 쓰거라."


수현은 모자를 내어 주었는데,

원래 혼인한 여성들이 바깥출입을 할 때 쓰는 것으로

모자를 빙 둘러 얼굴을 가릴 수 있게 얇은 천이 내려져 있었는데,

쓴 사람은 앞을 보는데 지장이 없었지만,

밖으로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것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군말없이 받아든 현우는 모자를 썼다.

그런 현우를 마주보던 수현이 꼼꼼히 천을 내려주었다.

천을 내려보니 현우의 쇄골선까지 내려왔다.


"답답하겠지만 조금만 참거라."


"네에, 괜찮아요."


너무 오랜만에 하는 외출이고, 밖을 보는데도 지장이 없으니

현우는 그것으로 만족했다.


웃음기 가득한 현우의 대답에 수현은 현우를 꼬옥 안아줬다.

착하고, 자신이 말하는 것은 뭐든 좋다고 하는 자신의 정인이

이토록 귀여울줄이야.


"숨막혀요."


머리를 쓰다듬을 수 없는게 흠이라면 흠이지만.

수현은 현우를 놓아주고 대신 손을 꽉 잡았다.

놓으면 사라지기라도 할 듯이.


"아파요-"


표정은 볼 수 없었지만 칭얼거리는 듯한 말투에 수현은 슬쩍 웃곤,

손에 힘을 조금 풀었다.


"이제 가자."


-


황실 과는 다른 바깥 세계는 정말로 활기차고 시끌벅적했다.

그저 방글방글 웃으며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피해 다니는 어른들과,

폐허가 된 집 앞에 앉아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는 사람들.

그래도 살아보겠다고 갖은 물건을 파는 보따리 상인들까지.


아무리 수수하게 차려입었다고 하더라도,

수현과 현우에게서 나오는 우아함이나 단아함은 감출 수가 없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그들을 힐끔 쳐다보더니 아이들을 앞세워 동냥을 하기 시작했다.

햇빛에 그을려 까무잡잡한 얼굴이 안쓰럽게 보이기도 했고, 무섭게 보이기도 했다.

그때,


"이보시게들, 비키시오."


걸걸한 목소리가 우렁차게 들려 왔는데, 수현은 아무렇지 않게 그를 바라봤다.

야위고 마른 다른 사람들에 비해 그는 몸집이 아주 컸다.


"이번달은 여기로 오신다는 것을 들었습니다.

여기는 보는눈이 많으니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수현에게 허리를 숙인 그 남자는 약간 탄 얼굴에 검은 콧수염과 턱수염이 인상적이였다.

현우는 자기도 모르게 수현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괜찮다. 여길 관리하는 벼슬 아치이니."


현우에게만 들리도록 자그맣게 말하는 수현의 목소리는 다정했다.

손에 힘을 주는 현우의 손이 혹여 부러질까 노심초사 하며 손을 조물거리며 긴장을 풀어줬다.

현우는 그의 목소리에, 행동에 안도감을 느끼며 마음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수현과 현우는 앞서 가는 그를 따라 양쪽으로 갈라진 사람들 사이로 천천히 지나갔다.


-


"먼저, 용정을 잉태하신 것을 경하드립니다. 황후마마."


그의 집에 들어서자마자 그는 현우에게 말했다.

황실 내의 기본 법도를 알고 있는 것을 보아 벼슬은 맞나보다.

현우는 쓰게 웃었다. 얼굴을 가려주는 천이 있어서 다행이다.

현우는 미약하게 나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보기완 다르게 다정한 그의 모습에 약간 놀랐다.


"전쟁이 끝난지 몇년 안되어 아직 세상이 흉흉합니다."


누추하지만 앉으시지요, 라고 여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의 아내도 조금 인상이 나빠보이는 풍채가 좋은 여인이였는데,

인상깊었던 것은 다른 여인에 비해 손이 정말 크다는 것이였다.


"차린것은 없지만 드시지요."


그 부부의 집은 다른 사람들의 집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부서진 곳을 보수한 흔적이 남아있고, 식기도 변변찮은게 없었다.

내온 음식도 감자나 고구마 한바구니였고, 맥주 한잔 씩이였다.


현우는 그것을 보고 사람은 첫인상에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았다.


"약 3년 동안 이런 저런 지역을 다녀보셔서 아시겠지만,

아직도 보수 공사가 한창입니다.

하지만 거의 끝나가는 단계이고하여,

내일 하루 정도, 작은 축제를 벌일 예정입니다."


"다른 지역에 비해 무척 빠른 편이군.

그대는 무척 성실한 사람이야."


"이 마을 모든 백성들이 성실한 사람들입니다."


현우는 천 안에서 미소를 지었다. 수현도 내색하진 않았지만 속으로는 웃고 있었다.


"축제라."


현우는 그의 말에 눈을 반짝였다.

수현의 손을 두어번 톡톡, 건들였다. '보고싶어요-'

수현도 좋다는듯 고개를 끄덕였다.


"보러 오도록 하겠다."


현우는 그 말에 몸을 약간 움직였는데, 그 남자가 잽싸게 수현에게 말했다.


"누추하지만 저희 집에 묵으셔도 좋습니다."


현우는 날아갈듯이 기쁘다는게 무슨 뜻인지 깨달을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오늘 저녁은 특식을 준비해야 겠네요."


그의 아내가 기쁜듯 호호, 웃으며 말하자 남편도 따라 웃었다.

보기 좋은 부부다, 라고 현우는 생각했다.


그들의 밤은 전혀 다른 곳에서,

내일의 즐거움을 안은채 지나가고 있었다.












더보기

모르입니다 :)


다들 즐거운 불금 보내세요!

저는 내일 다음편을 들고 오겠습니다!


세모네모님, 김수현님, 엘모님 감사합니다!

봐주신 모든 분들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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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엘모에요:-D 진짜 일상얘기같고 좋네요!!!!달달터지네요 흐흐흐ㅡㅎ흫흐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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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
엘모님! 감사합니다ㅎㅎ 다음편도 기대해주세요! 다음편도 달달할거예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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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넹넹넹 기대할게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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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세모네모에요!!
으아..툭툭치는 거 왜 이렇게 귀엽죠ㅋㅋㅋㅋㅋㅋㅋ
뭔가 수현이한테만 의지한다는 그런 느낌이 들어서 달달달달..으아..
다음편도 기대할게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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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
세모네모님! 감사합니다ㅋㅋ 다음편도 달달달달할거예요!ㅎㅎ 감사해요 기대해주세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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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이런 달달한...!!ㅠ ㅠ ㅜ ㅠ ㅠ ㅠ왜이리좋은글을 이제발견한거야 ㅠ감동이에요 ㅠ 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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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
앗 너무 늦게 발견햇네요ㅎㅎ 다다음편은 오늘 쓸게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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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달달하네요 ㅎㅎ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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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
감사합니다ㅎㅎ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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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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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
기대해주셔서 감사해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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