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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민윤기] Paris Destiny 01 | 인스티즈

Paris Destiny 01
블로그와 동시 연재 중인 글입니다


"진담이냐, 김여주?"

"응."

여주의 앞에서 빨대를 입에 문 채 인상을 찌푸리는 지민은 이내 빨대를 입에서 빼어내고는 한숨을 쉬었다. 그래, 널 누가 말리냐. 지민이 고개를 두어 번 양옆으로 내젓더니 손에 든 음료를 탁, 테이블에 내려두었다.

"너무 갑작스럽다는 생각은 안 들어?"

"뭐 어때."

지민은 당황스러웠다. 그것도 아주 많이. 그럴만하다. 누구나 알아줄 법한 대학에 진학해 잘 다니다가 갑자기 휴학을 때리고 여행을 간다니. 게다가 적금까지 깨셨단다, 김여주께서. 지민으로썬 그저 황당함과 의문의 연속이었다. 이렇게 갑자기? 도대체 왜? 하지만 제가 묻는다고 곧이곧대로 대답해 줄 여주가 아니었다. 그에 지민은 그저 제 의문을 꾹꾹 눌러 담을 뿐이었다.

갑자기는 아니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온 여주였다. 공부하다 코피를 흘리는 것을 일쑤였고 쓰러진 적도 번번이 있었다. 게다가 학창 시절 가장 즐거운 추억을 뽑으라고 한다면 여주는 한치의 고민도 없이 수능 직전에 했던 일탈. 그뿐이었다. 주말에는 쉬지도, 잠을 푹 자지도 않고 그저 앉아서 공부만 했다. 아이들은 그런 여주를 보며 '공부하는 로봇'이라고 할 만큼 여주를 독하다고 했다.

그런 여주가 수능날이 제 생일이라 미역국을 먹었던 탓인지, 시험을 거하게 말아 먹었더랬다. 처음 여주는 제 가채점 점수를 보고는 '잘못 매겼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건 여주가 잘못 본 것도 아니고 답지가 잘못된 것도 아니었다. 그저 여주가 시험을 못 친 것뿐이었다. 여주의 소식에 주변에서는 안타까움을 표했지만 여주는 오히려 덤덤했다. 너무 슬프고 황당해서 눈물도 안 나오는 상황. 여주가 딱 그랬다.

결국 이듬해에 여주는 재수하기로 마음을 먹고 다시금 1년을 독하게 살았다. 아니, 그전 19살의 시절보다 더 치열하게 살았다. 그 결과 여주는 대한민국에서 누구나 알아주는 대학교에 입학을 했고 아무 문제 없이 잘 다니고 있었다. 주변 고등학교 동창들의 부러움과 존경을 한 몸에 받기도 했다. 그런 여주가, 모두가 부러워할 만한 생활을 하고 있는 여주가 휴학이라니. 여주를 17살 때부터 지켜봐온 지민이니, 얼마나 황당하겠는가.

여주가 휴학을 결심한 동기는 그저 딱 하나였다. '무료하고 허탈하다.' 모두가 부러워할 만한 대학이지만 별반 다를 건 없었다. 이곳에 오기만 한다면 모든 것이 다 좋을 줄 알았는데, 여전히 잠은 부족했고 여주는 끊임없이 공부했다. 그런 여주의 삶은 무료하기에 짝이 없었다. 언젠가 어떤 사람이 여주에게 말했다.

'당신의 삶에 만족하고 있나요? 거울로 당신의 눈빛을 보세요. '

여주는 자신이 만족한다고 생각했다. 비록 21살의 나이에 대학교 1학년이 되었지만 뒤처진 것 하나 없는 삶이었다. 부모님의 사랑은 꾸준히 받았고, 집 안의 재정이 부족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여주가 거울 속에서 마주한 자신을 보고는 한참이나 멍하니 서 있었다. 그 어떠한 생기도 찾아볼 수 없었다. 탁한 검은색 눈동자만이 보였다.

그로부터 며칠 뒤, 여주는 학교에 휴학을 신청했다. 딱히 계획이 있어서 신청한 휴학은 아니었다. 불현듯 여주는 여행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곧장 은행으로 가 여태껏 열심히 저축해둔 적금을 깨고 프랑스 파리행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참 빨리도 말해주네."

"잔소리했을 거잖아, 지금처럼."

"친구야, 다 너의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거란다. 부모님께선 뭐라 안 하시고?"

"응. 잘 다녀오래."

결국 지민이 두 손 두 발을 다 들었다. 그래, 친구야. 거기에는 얼마나 있으려고? 지민의 물음에 여주가 답했다. 아직 계획 없어. 여주는 완벽했지만 늘 어딘가 작은 구멍이 있었다. 바로 지금처럼. 늘 즉흥적이었다.

고등학교 시절 여주가 일탈을 한 그날도, 평소처럼 등교를 하다 대뜸 결정한 일이었다. 그저 바다를 보고 싶다는 생각에 학교를 째고 바다로 향했다.

여주의 말을 끝으로 지민은 아무 말 없이 빨대가 꽂힌 음료를 쪽쪽 빨아 마셨다.

"그래, 연락은 해. 나 아르바이트 가야 돼서, 가볼게. 공항에서 보자."

Paris Destiny


여주는 그렇게 일주일 뒤에 프랑스 파리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급히 오른 여행길이니, 어떠한 준비도 없이 도착한 프랑스 파리에서 여주는 마냥 힐링을 한 것은 아니었다. 종종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소매치기를 당하기도 했고 말이 통하지 않아 어딜 가나 애를 먹었다. 열심히 공부해두었던 영어는 문법이 전부인지라 회화에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마저도 여주에게는 색다른 경험이었고, 여태껏 해온 공부보다는 훨 재미있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여주는 오전 11시에 일어나 머리를 질끈 묶고 늘 가던 카페로 향했다. 카페로 들어가자 늘 보이던 아르바이트생의 얼굴을 대신해 동그란 뒤통수가 보였다. 여주는 그 옆으로 가서 서 능숙하게 메뉴를 주문해냈다.

그렇게 음료를 기다리며 흘끗 옆을 보자 새하얀 피부를 가진 남자가 보였다. 하얗다 못해 투명해 보일 정도였다. 덮수룩하게 덮인 검은색 머리들과 대비되어 그 모습이 마치 검은색 머리를 가진 천사 같았다. 얼핏 본 그는 처음 여주와 같이 주문에 어려움을 겪는 거 같아 보였다. 그에 여주가 호기롭게 남자를 돕기 위해 나섰다.

"뭐 주문하실 거예요?"

"···네?"

여주의 물음에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남자가 자신을 가리켰다. 그의 여주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뭐 주문하실 거냐고요. 도와드릴게요. 여주의 말에 남자가 작게 아메리카노요,라고 말했고 여주는 그에 남자의 옆으로 가서 섰다.

"Un café long, s'il vous plaît."

(아메리카노 한 잔 주세요.)

남자는 여주의 도움으로 아메리카노를 손에 얻을 수 있었다. 그에 여주가 꾸벅, 인사를 하고는 늘 제가 앉던 자리로 가 앉았다. 앉아서 기지개를 켜고 있자 옆으로 그 남자가 와 서 있었다. 여주가 그에 남자를 보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주문을 더 하실 건가.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저도 그쪽처럼 그랬었거든요."

"민윤기."

"예? ···아, 이름. 김여주에요."

자신을 윤기라고 소개한 남자는 이내 저 멀리 창가 자리로 가 앉았다. 그 모습 하나하나를 눈에 담던 여주는 이내 정신을 차리고 제 뺨을 감쌌다. 한국인을 너무 오랜만에 만나서 그런가. 그 후로 여주는 계속해서 윤기를 흘끗 쳐다보았다. 윤기가 카페를 나가기 전까지, 계속.

첫글과 막글
· [막글] [방탄소년단/민윤기] Paris Destiny 04  2  26일 전
· [현재글] [첫글] [방탄소년단/민윤기] Paris Destiny 01  4  1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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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탄소년단/민윤기] Paris Destiny 04  2  26일 전
· [방탄소년단/민윤기] Paris Destiny 03  1개월 전
· [방탄소년단/민윤기] Paris Destiny 02  3  1개월 전
· [현재글] [방탄소년단/민윤기] Paris Destiny 01  4  1개월 전

공지사항
없음
 
독자1
작감 벌써부터 대작 필이 나는걸료??!!!! 다음화도 기대됩니다!!!!!!!!!!:):)
•••답글
서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소중한 독자님!
•••
독자2
저도 해외로 뜰가봐요^^ 운명은 기다리면 되는 줄 알았는데,,, 직접 나서야하네요..또르륵!!
•••답글
서우
기다리다 만나게 되는 운명도 운명이지요! 좋은 운명을 만나실 수 있을 거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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