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녁 즈음, 구름에 가려진 어슴푸레한 달빛이 들어오는 시각이었지만 오랜만에 불금이라 그런지 김태형의 집은 꽤나 바글바글 했다.
방바닥에 널린 캔과 유리병엔 회사 상표와 주류의 이름이 적힌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덜컹하고 구른 알루미늄 캔이 텅빈 속의 소리를 내었다. 간만에 거하게 취해 옆에 정신없어 정신줄 놓고 벽에 기대 잠에 빠진 친구, 지민이의 옆에 착 달라붙어 혀꼬인 소릴 내던 태형은 문득 옆을 바라봤다.
"뭐야아, 뭘 꼬나봐."
"허, 이형이 남편 옆에 두고 외간 놈 끼고 노네."
"누가 누구 남편이야. 너느 지민이 좋아해?"
끝이 살짝 올라간 목소리는 전혀 악의는 없었다. 단순한 궁금증일 뿐이었다. 양아치마냥 머리를 거칠게 헝크리더니 삿대질까지 해가며 화를 내는 듯, 하지만 속내를 보여주듯.
"그런 지방덩어리를 누가 좋아할까봐요. 너 말하는거예요 둔탱이형."
"나?"
손가락으로 저를 가르키며 옹알거린다. 아이고, 귀여워라. 정말 깨물어버리고 싶다. 지금 깨물면 아파서 울까. 고개를 살풋이 갸웃하는 폼새가 제법 깜찍해 정말 물까. 하는 헛소릴 생각했다.
"저 는 말이죠. 형을 보쌈해갈까, 해요."
"헐, 아저씨 취했나봐여."
"에이씨, 형은 말이죠 제가 말하면 네. 하고 대답하는거예요."
제가 형 보쌈해가도 되죠? 어느새 가까이 다가와 부스스한 머리칼을 슬슬 쓰담는 손에 배시시 웃음을 흘렸다. 취중엔 진담이 나온다지.
"그럼 지민이도 모르게 보쌈해가야된다? 뭐 같이 들키면 거기서 쫑이야. 알간?"
"알간. 형만 믿어."
오빠믿어가 더 어순에 맞지만. 아니 그보다 나이차이가 나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을 형이라 지칭하는 거 부터가 이상하긴 하다만,
의미없는 말을 덧붙인 그는 취기로 인해 발그레한 뺨에 조심히 입을 맞췄다. 수줍은듯 웃는 태형의 모습이 마치 새색시같아 정말 보쌈 싸간 기분이다.
+
살금 실눈을 뜬 가장 큰 피해자인 지민은 속으로 한탄을 되새겨야 했다. 갑자기 저들끼리 플래그 꽂은 두 놈은 보는사람도 열받는다는 수줍수줍 놀이를 하고 앉았다. 더 웃긴건 보쌈해갈까 하는 정국이 새끼의 말에 맞장구 치는 김태형의 태도였다.
"그럼 지민이도 모르게 보쌈해가야된다? 뭐 같이 들키면 거기서 쫑이야. 알간?"
야 이 개새끼야. 거기서 내가 왜 나와. 내가 고딩때 너한테 차인 전적이 있긴하다만 지금은 그냥 친구야! 그렇게 생각할 즈음. 전정국의 갑작스런 행동에 흠칫했다. 배시시 웃는 김태형의 발그레한 뺨으로 닿는 조심스런 입맞춤이란. 정말...
이 새끼들아, 그런 연애질은 다른데 가서 해!! 나 아직 안잔다고!! 윤기형 보고싶어요!
괴로운 지민이 만 그날 밤 혼자 두사람의 연애질에 복잡한 눈물을 쏟아야 했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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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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