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바람이 등 뒤로 스치는게 확연하게 느껴진 태형은 온 몸에 소름이 한번 돋는것을 느꼈다. 이제는 사람들의 발길도 뜸해진 폐학교. 하필이면 그런곳에 담력시험을 하러 가자는게 이해가 가지않았지만 이제와서 후회를 해봤자 달라지는것은 아무것도 없다. 일이 이렇게 된건 며칠전 걸려온 전정국의 전화로부터였다. 다짜고짜 폐학교로 가자고 대뜸 말을 꺼낸 그에게 왜 하필 밤에 가야하며 왜 꼭 그렇게 사람도 안다니는 곳으로 가느냐고 따지고 싶었다. 하지만 따지는 순간부터 나는 귀신을 무서워하는 겁쟁이가 될 터이니, 자존심때문에 곧 죽어도 싫다. 그래서 결국은 허락을 했고 나는 지금 이 으스스한곳에서 그를 막연히 기다리고 있는것이다. 조금이라도 겁을 떨쳐보고자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던 김태형의 뒤로 있던 수풀이 크게 움직였다. 흠칫 놀라 뒤를 보기도 전에 떼지어 날아가는 까마귀덕에 밤이라는걸 깨닫거나 그럴 겨를도없이 비명을 내질렀다. 예상치못한 일에 깜짝 놀란 김태형이 쪼그려 앉아 급하게 펄떡이는 심장을 진정시켰다. 미친, 헐, 엄마. 일단 겁먹으면 나온다는 소리를 줄줄 흘려보내며 무심결에 옆을 돌아보는데 떡하니 보이는 얼굴에 다시금 깜짝 놀라며 비명을 내지르려는데 큰 손이 입을 틀어막았다. "조용히 해요. 오밤중에 사람들 깨울 일 있어요?" 손이 떨어져나가면서 미간을 구긴 정국의 얼굴이 보였다. 싸가지 없는건 여전했지만 그제서야 안도감이 든 태형이 낮게 한숨을 토해냈다. 약속시간에 30분은 훨씬 지난 시각이었다. 왜 오늘같은 날 늦게와 개새끼야. 그래도 나타나준 그에게 눈물나게 고마움을 느낀 태형은 툴툴거렸다. "..왜 이렇게 늦게와!" "뭐 어때요. 왔으면 됐지요." 안그래요? 셀쭉 웃더니 그대로 먼저 올라가려는듯한 포즈에 태형이 재빨리 옆으로가 스스럼없이 팔짱을 꼈다. 올라가는동안 아무런 말도 오가지 않으니 뭔가 어색하고 기분도 이상해 태형은 조금더 옆으로 붙었다. 오로지 발걸음 소리만 들리는게 마치 남량특집을 찍는 기분이 들었다. 한참을 걷는데 이상하게 점점 풀도 많아지고, 수풀도 많아지고, 나무도 많아져갔다. "저기, 전정국." "네?" "이쪽 길 맞는거야?" "아, 네. 여기 원래 그래요. 아 그리고 좀 떨어져봐요 여름인데 안더워요?" 자꾸만 헛웃음이 흘러나가려는걸 참으며 표정을 굳힌 정국은 팔을 빼내자 태형의 표정이 한순간 굳었다가 풀렸다. 아니 왜 또 갑자기 이래. 평소에는 떨어지래도 붙던놈이. 속으로 연신 궁시렁대던 태형은 정국의 얼굴을 쳐다봤다. 무표정이다. 안어울리게. "........" 또한번 찾아온 정적에 태형이 다시 손을 맞잡았다. 흘끔 쳐다본 정국이 씨익 웃더니 잡힌 손을 움직여 깍지를 꼈다. 그 행동에 태형의 표정이 밝아지나 싶다 다시 제 페이스를 찾았다. "이렇게 하면 안 무서워요?" "누가 무섭대?!" "그럼 놓을까요?" ".....놓지마." 잡은 손에 힘을 꼭 주는 태형이 퍽 귀여워보인 정국은 특유의 비웃음을 흘렸다. 역시 일부러 폐학교를 고른건 아주 잘 한거같다. 이렇게 놀려먹는 재미도 생기고 붙어있는 태형의 귀여운 면도 보고. 새삼 자신의 능력에 감탄을 날리며 입꼬리를 끌어올려 웃었다. 여기서 귀신 한번만 나타나주면 품에 안겨선 발발발 떠는거 아닌가 모르겠다. 앞으로는 절대 다른놈이랑 담력테스트라던가 하게해선 안돼겠다는 생각을 하며 서서히 보이는 폐학교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귀신 한 번만 나타나 주면 좋겠다. 제 발로 품에 뛰어들어서 안떨어지게.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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