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남자 그여자의 사정 (카레카노ost)
몇 년전부터 일주일에 화,목,금 K라는 누군가에게서 편지를 받고있다. 처음 그 편지를 받았을 땐 마냥 신기해서 읽어보았지만, 그 내용을 알고난 이후로
부터는 우체통에서 꺼내질않았다. 그 내용을 들어본다면 아마 엄청나게 소름이 돋을 것이 틀림없다.
「 안녕하세요. K입니다. 이렇게 당신에게 편지를 써보네요. 며칠전, 당신이 키우던 강아지를 산책시킨다고 나왔을 때였죠.
그 작은 강아지를 당신이 리드하지 못 하고 이리저리 끌려가던 모습이 뒤에서 지켜보던 저에게 얼마나 큰 웃음을 줬는지 당신은 모를테죠.
사람들이 다 당신을 쳐다봤어요, 당신은 그걸 알까요? 아마 둔하기로 소문 난 당신은 그 이야기를 듣고서도 왜 쳐다봤는지도 모를거에요.
그렇죠? 지금 당신이 제 편지를 읽고 있다면 그제서야 ‘ 아, 내가 그랬었구나. ’ 라고 생각하셨겠죠. 어떻게 아냐구요?
나는 당신의 모든 것을 알고 있어요. 당신이 밥 먹을 때 다 먹고 3분의 1이 남았을 때 밥공기를 들고 먹는다는 습관도.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나 제일 먼저 부엌으로 가 냉장고 문을 열고 매일 냉수를 마시는 좋은 버릇도. 당신은 참 예뻐요. 눈이 부실만큼요.
오늘 당신에게 해줄 수 있는 이야기가 여기까지밖에 되질 않아요. 저는 매일 화요일, 목요일, 금요일마다 편지를 부칠거에요. 당신에게.
그런 나를 찾으려고 하지도 말고, 알려고 하지마세요. 시간이 지나 온전히 당신이 나의 것이 될때면 그 때 알려줄게요. 편지의 비밀을.
오늘도 편안한 밤 되세요. 당신을 지키는 세상으로부터
ㅡWit K. 」
그 사람은 내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누구를 만나는지 모든 걸 다 알고 있는 듯한 말투였다. 덤덤하고 나름 신사답게. 그렇지만 그 모습이 나에게는 더 가식적
으로 보였고, 알 수 없는 사람으로만 느껴졌다. 그 사람이 말했던 것 처럼 나는 그 사람을 찾으려고, 알려고하지 않았다. 내가 그 사람을 찾아서 그 사람의 행적을
내 눈으로 본다는게 너무 끔찍해서. 오늘도 역시나 그 편지가 들어있었다. 몇년째 꺼내보지 않아 먼지만 가득 쌓인 빨간 우체통의 내부를 살짝 보니 그 사람의 파
란 편지만 쌓여있었다. …오늘은 용기를 내볼까. 그 편지를 꺼내기싫어 감춰뒀던 손을 파란편지를 향해 뻗었다. 두툼하게 잡히는 편지를 다시 꺼내 들어 집 으로
향했다. 달칵ㅡ. 문을 열고 들어가 하얀 쇼파에 앉아 탁자위에 편지들을 올려두었다.
“ ……. ”
편지를 들어보기 찝찝한마음에 일단 씻으러가기 위해 몸을 움직여 내 방으로 들어섰다. 혹시 내 방에 CCTV가 있나. 처음 그 편지를 받았을 때 별의 별 생각을 다
했다. 알고보면 내 이웃사람일수도 있어. 라는 아주 통상적인. 그렇지만 그것도 곧, 아무렇지않게 내일을 준비하고 아무렇지않게 나에게 인사를 하는 이웃주민들
을 보고나서야 내가 별 미친생각을 다했구나 라는 것을 느꼈다. 옷을 벗어 세탁기에 넣고, 속옷과 잠옷가지를 들어 욕실로 향했다. …아 좋다. 그나마 기분을 풀
어주는 반신욕을 하니 응어리진 무언가가 사르르 풀려나가는 것 같았다. 한참을 씻고 머리를 말리며 거실로 나왔다. 여전히 그 자리 그대로에 있던 편지를 흘깃
한 번 보다가 쇼파옆에 있는 리모컨을 들어 TV를 켜고 부엌에서 우유한잔을 꺼내어 쇼파에 앉았다.
‘ 하하하하ㅡ. ’
“ …뭐야. ”
조그마한것에도 우스운 듯 한참을 웃는 방청객의 목소리를 따라 자막을 보면 항상 어이없는 것들만이 가득하다. 저게 뭐가 웃기다고 웃는거야. 결국 모든게 마음
에 들지않아, 채널을 이리저리 돌려보다 TV를 끄고 우유 한 모금을 마셨다. 그리고 제일 밑에있는 파란편지 한 장을 꺼내 들어 펼쳐보였다. 아 파랗다 정말. 남자
라고하기에는 너무 정갈한 글씨체가 한눈에 꽂혔다. 그리고 글을 눈으로 읽어내려갔다.
「 안녕하세요. K입니다. 오늘은 정말 화창한 날씨죠? 밖에 하늘을 보면 뭉게구름이 두둥실하고 떠다닐거에요.
저는 오늘 친구를 만나러 잠시 외출을 했어요. 평상시엔 잘 나가지 않거든요. 물론, 밥을 먹기위해 음식거리를 살 때를 제외하고는.
친구를 만나러 가기위해 몸을 이끌고 나갔는데, 오늘 날씨만큼이나 화창한 당신이 보이더군요. 마트앞에서 그 큰 마트카를 끌려고 낑낑거리는
당신에게서 처음 당신에게 편지를 썼을 때 보았던 강아지가 생각나더군요. 당신은 무언가를 그렇게 끌고 다니는 걸 참 좋아하는 것 같아요.
힘에 부쳐 결국 당신이 끌려다닌다는게 흠이지만. 아무튼 그런 당신을 만나 오늘 기분이 매우 좋았어요. 친구를 만나러가는 기분이
한결 좋아졌었거든요. 당신은 어떤것을 꾸미는 걸 좋아하고 당신 자체를 꾸미는 걸 좋아하니, 나갈때마다 새로워져서 나가는 걸 좋아하는것
같군요. 하지만 때로는 너무 과한 것도 좋지 않아요. 당신은 꾸미지 않은 지금 그 모습대로가 가장 아름답거든요.
오늘밤은 무섭지 않을거에요. 당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몸에 담을거거든요. 당신을 지키는 세상으로부터
ㅡWit K. 」
…허ㅡ?, 대체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뒤죽박죽, 복잡한 머릿속을 비우고 정리하기에는 너무 늦은 것 같았다. 이해할수없는 문장들로만 가득한 편지를 읽고
나니 다른편지들도 똑같을 것 같아, 그냥 포기하려 고개를 틀어 하얀 쇼파에 몸을 묻었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몸에 담는다고? 그게 무슨소리지? 춤을 춘다는
이야긴가? 내가 좋아하는 노래가 뭐가 있지…? 아 터질 것 같다 진짜. 쇼파옆 서랍장에 올려뒀던 우유를 들어 다시 한모금 마셨다. 읽혀진 편지를 보다가 아직
뜯지 않은 파란편지를 보다가, 그렇게 둘다 번갈아보다 에라 모르겠다 하고는 다시 밑에 있는 편지를 집어들었다.
「 안녕하세요. K입니다. 아쉽게도 오늘은 화창한 날씨가 아니라 우중충한 하늘이 위를 비춰주네요.
이런 날씨를 싫어하는 당신에게 참 고역이겠죠, 물론 저도 마찬가지에요. 당신이 좋으면 저도 좋고, 당신이 싫으면 저도 싫거든요.
꼭 비가올 것 같으니까 옥상에 널어둔 빨래는 지금 걷는게 좋을 것 같아요. 만약 당신이 이 편지를 일찍 발견하게 됐다면
금방 걷었겠죠. 당신은 사람의 말을 신뢰하니까요. 항상 궁금해하고, 말을 풀어내려하죠. 머리아파하며 끈질기게 생각하는 끈기있는
당신의 사랑스러운 모습도 좋아하지만, 때로는 사람이 멍해질 필요가 있는 법이죠. 제가 당신에게 처음 편지를 썼을때
저를 찾으려 하지말고, 알려고 하지말라 그랬더니 정말 그러더군요, 알려고 하지도않고 찾으려 하지도 않았죠. 하지만 조금 속상했어요.
그 이후로부터 당신은 제 편지에게서 손을 떼버렸거든요. 당신만을 위한 세레나데는 못불러줘도, 당신만을 위해 정성껏 쓴 편지인데
그런 편지를 당신이 보지 않는다는 것은 제 고백을 거절하는 것과도 같겠죠. 조금은 속상하더라도 그냥 참고 보낼래요.
당신이 저를 좋아해주지않아도, 지금 충분히 저는 당신을 사랑하고 있거든요. 오늘밤은 무척이나 길것같네요.
천둥을 무서워하는 당신이 보일까 안쓰럽거든요, 오늘밤 제 눈에 밟혀주지말아주세요. 저도 잠이라는 것을 자보고 싶거든요.
당신을 지키는 세상으로부터
ㅡWit K. 」
손에 들린 편지를 보고 그가 말한 것 처럼 멍하니 있었다. 내가 편지를 읽지 않는다는 걸 안단 말이야? 그걸 알려면 저 우체통을 열어봤을테고, 만약 열어봤
다면 손자국이 남아있어야할텐데…, 전혀 손자국이 있지않았어. 먼지쌓인 그대로. 몇년을 그렇게 지내왔는데…. 문득 소름끼치는 기분에 어깨를 쓱 쓸었다.
읽을 수록 더 미궁에 빠져드는 느낌에 다른 편지를 랜덤으로 아무거나 집어들었다.
「 당신을 지키는 세상으로부터
ㅡWit K. 」
세상에…. 내용이 없어. 그렇다면 이 사람은 내가 맨 밑에꺼부터 본다는 걸 알고 있었다는 건가…? 꽉 차있던 머릿속이 한번만 풀어지는 기분이였다. 아, 아. 이
럴수가…. 나는 그 사람의 손바닥안이였다. 마치 조종사가 된 듯한 그 사람은 나를 이리저리 잘도 가지고 놀았다. 혹시나 싶어 다른 것들도 다 펼쳐보았지만 역
시나 「 당신을 지키는 세상으로부터 」 라는 말과 ㅡWit K. 라는 것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럼 이 몇백통을 다 이렇게 보내왔단 말이야? 다른 편지를 펼쳐보고
싶었지만, 그럼 끝도없이 확인하게 될까봐 마음을 접었다. 딩동ㅡ. 마른세수를 하며 탁자에 바짝 끌었던 몸을 풀어 하얀쇼파에 기대어있는데 들리는 종소리에
기대어있던 몸을 일으켜 현관문으로 향했다. 누구세요? 물으며 문을 열자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뭐야…. 작게 중얼거리며 현관문을 닫으려는 찰나에 발
에 채이는 무언가에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옅은 분홍색편지였다. 몸을 숙여 그것은 들고 안으로 들어서 쇼파옆에 있는 우유를 들어 다 마셨다. 깨끗하게 비운
우유를 부엌 싱크대에 물을 받아 담궈놓고 탁자위에 널부러져있는 파란편지들을 보다 하얀쇼파에 앉아 분홍색편지를 펼쳐보았다.
「 안녕하세요. K입니다. 오늘은 당신이 제 편지를 모두 보셨군요.
아, 물론 모두를 본 것은 아니지만 모두라는 말 안에 포함되어 있는 뜻을 똑똑한 당신이 알 거라 믿습니다.
오늘 자정이 다 되어가는 시간. 사랑스러운 당신을 모시러 가겠습니다.
당신을 지키는 세상으로부터
ㅡWit K. 」
역시 몇백통이 넘는 그 파란편지에는 내가 본 편지 2장을 제외하고는 전부 다 「 당신을 지키는 세상으로부터 」라는 말만 있었음이 틀림없다. 모두 열진 않
았지만 모두에 포함이 된다는 것은. 오늘 자정이 다 되어가는 시간…? 손목시계를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10시 34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편지만 읽
느라 진이 다 빠져버린 몸을 이끌어 방으로 향하러했다. 하지만 탁자위에 펼쳐져 아무렇지않게나 널부러져있는 파란편지들이 내 눈에 밟혔고, 이내 그것들
을 차곡차곡 쌓아 내 방으로 들고 들어섰다. K가 누구일까. 항상 끝에 K를 적기전 Wit이라고 적은것을 보면 자기 스스로가 재치있는 사람이라는 뜻일까? 방
안에 있는 작은 상자를 찾아 꺼내어 그 안에 파란편지들을 일렬로 넣고 상자 윗뚜껑을 닫았다. 아 갑자기 졸립고, 피곤하네….
“ …우유를 마셔서 그런가. ”
침대위에 엎드려 휴대폰을 들어 친구에게 뭐하냐고 문자를 보냈지만, 친구는 10분이 지나도 답장이 없었다. 뭐하길래 답장이 없어 얘는. 조금 불안한 마음
에 평소에 잘 연락하고 지내 3분이 지나기 전에 답장이 꼬박꼬박오던 친구에게도 문자를 보냈지만 역시 그 친구도 답이 없었다. 어라? 얘네 다 짜고 치나?
살짝 삐친것도 없지않아 있어, 휴대폰 알람을 꺼둔채로 얇은 이불속으로 들어갔다. 사실 조금 답답하지만 그래도 무언가 밟히는 것이 없으면 못자겠어서….
마지막으로 휴대폰을 들어 시간을 보았다. 11시 23분. 자정이 다 되어가는 시간…. 아 깨어있어야되는데…. 조금만 자자. 조금만. 12시전에 일어나야지.
조금씩 잠에 들다 벌떡 깨어 시간을 보면 11시 37분, 조금 더 눈을 감고있다 눈을 떠 시계를 보면 11시 41분, 조금 더 오래 눈을 감고있다 뜨면 11시 54분.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누군가에 의해 몸이 일으켜지는 느낌을 받아 살짝 눈을 떠보면 …K. 그가있다. 환하게 웃으며 그 큰손으로 내 눈을 감겨주는 그에
게서 벗어날 생각을 하지도 못한채 달콤한 잠의 나락으로 빠져들었다.
“ 당신을 지키는 세상으로부터. 당신을 데려가겠습니다. Wit K. ”
* 출처는 사진속에! *
이건 스토커도 아니고 집착도 아니여
그냥.. 그냥.. 정중하고 젠틀한 김조닌이 보고싶엇을뿐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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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 = 걍 신혼임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