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세상으로 06 w.기분이나쁠땐 바보같은 루한. 의사선생님의 잔인한 제안을 받아들이다니. 멍청하고 바보같았다. 그게 얼마나 괴로운 건 줄알고.. 얼마나 고통스러운 건 줄 알고 멍청하게 하겠다고 한건지.. 분명히 의사선생님은 동정에 호소했을 것이다. 루한이 마음 약하다는 걸알고.. 속상했다. 오랫만에 밖에 나왔지만 나를 짓누르는 무거운 돌덩이 같은 마음 덕에 기쁜마음을 즐길 수가 없었다. 적어도 루한만은.. 루한은.. 그런 걸 보게해서는 안된다. 죽음이란것. 자신의 근처사람의 죽음이란것. 흰천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뒤덮는다는 것. 그리고 그 모든 상황을 지켜본다는 것. 어찌 이걸 말로 정의하고 풀어낼 수 있을까. 아마 내 말을 들은 루한 역시도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가 죽는다는 것은 자신또한 마음의 준비를 해야한다는 것인데 나와 다르게 살아온 루한이 과연 그걸 감당할 수 있을까. 루한과 나온 만큼 오랫동안 있고 싶었지만 의사선생님의 부탁을 승락하다시피하고 온 루한 덕분에 산책하고픈 마음이 싹 사라져 루한을 집으로 돌려보내고 나는 의사선생님의 방으로 찾아갔다. 두어번 노크를 하고 문을 열자, 역시 찾아올 줄 알았다는 의사선생님의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루한 때문이니..?" 채 자리하기도 전에 물어오는 의사선생님이였다. "네.." "...민석아... " "선생님.. 저 얼마나 남았죠..?" "민석아.. " "선생님. 선생님도 아시죠..? 저희가족을 말이에요.." "....." "선생님. 저희 부모님이 그렇게 됬기에 지금의 제가 있는 거에요.." "민석아.. 선생님은.." "선생님.. 선생님도 아시잖아요.. 누군가의 죽음을 받아들여야하는 상황을 보게 된다는 것을.." "민석아... 선생님 말 좀 들어줄 수 있겠니... 선생님은 말이야.. 여태껏 살아오면서. 의사란 직업을 선택하면서 죽음이란 걸 수도 없이 봐왔단다. 매번 죽음이란 걸 볼 때 마다 오만가지 감정들이 생겨나. 그 때마다 얼마나 아프고 속상하고 .. 이루 말할 수 없는.. 그런 느낌이 든단다.. 민석아.. 선생님은 너희병실 아이들이 좋아.. 아마 너희끼리는 어색해서 모르겠지만 하나하나 다 이렇게 마주하고 이야기하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단다.. 어찌나 다 유쾌하고 사랑스러운지.. 그래서 너희를 언젠가 보낸다는 게 너무 아쉽고 슬퍼.. 민석아.. 난 널 살리고 싶어.. 너를 살리고 싶은 마음은 그 누구보다 간절해. 그런데 나의 간절한 마음과 다르게 매번 나오는 결과는 항상 좋은 쪽이아니라서 슬퍼.. 그래서.. 조금 이기적이지만.. 너의 죽음을 루한에게 떠맡긴거야.. 루한이라면 널 웃으면서 보내 줄 수 있을 것 같거든.. 난 더이상 너희를 단 한명이라도 놓치고 싶지않은데.. 하루하루 다가오는 너희들의 어둠의 날짜를 볼때마다 내 수명이 조금씩 갉아먹히는 기분이야.. 민석아.. 선생님도 지치는 것 같다.. 선생님도.. 이제.. 힘든가봐.. 너무 긴길을 한번도 쉬지않고 단숨에 달려왔나봐..민석아 이런 이기적인 선생님을 조금만 이해해줄 수 있니.." 루한 문제를 해결하러간 병실에선 해결은 커녕 심란함만 안고 왔다. 선생님의 사정을 듣고 나니 루한도 루한이였지만 선생님도 선생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병원인생을 책임져주던 선생님. 괜히 선생님께 죄송했다. 항상 웃는모습으로 진찰해주시고 노력해보자 견뎌보자 해주시고 우리병실 외에도 다른 병실 일이 많음에도 항상 우리병실에 한번씩은 꼭 와주시고.. 또 우리병실을 위해서 루한을 데려오시고.. 하지만 선생님이라도 용서할 수 없었다. 죽음이란 것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아직 몰라도 되는 나이인 루한에게 이런일을 맡긴다는 건. 죽음을 겪어본 나로써는 루한이 이런일을 한다는 것을 용납 할 수 없었다. 루한이 겪어야 될 그 모든 것이 내 눈앞에 선했다. 루한을 막아야된다. 루한이 더 이상 이곳에 올 수 없게 해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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